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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내곁에 - 눈으로 말하는 사랑을 만날 수 있는 가을 영화!

by Richboy 2009. 9. 25.

  

   신영복님의 책<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 '사랑은 경작되는 것'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사랑이란 생활의 결과로서 경작되는 것이지 결코 갑자기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한 번도 보지 않은 부모를 만나는 것과 같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는 까닭도 바로 사랑은 생활을 통해서 익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를 또 형제를 선택하여 출생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사랑도 그것을 선택할 수는 없다. 사랑은 선택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사후事後에 서서히 경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처럼 쓸데 없는 말은 없다. 사랑이 경작되기 이전이라면 그 말은 거짓말이며, 그 이후라면 아무 소용없는 말이다."

 

  비빔국수로 늦은 저녁을 때우고 호호거리는 입술로 영화관을 달려갔습니  다. 멜러물을 즐기진 않지만, 단 둘이 본 기억이 없기에 '내 사랑 내 곁에'를 마음에 두었는데, 이심전심이었는지 대답에 앞서 그녀는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시작한 지 십 분여 지난 후라 은막엔 두 사람이 이미 커플이 되어 물 속에서 재활훈련을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병원에서의 데이트...그리고 둘 만의 결혼. 초겨울 해운대 해변가에서 서로가 껴안고 부르는 제목을 알 수 없는 노래가 듣기 좋았습니다.

 

  그들은 사랑을 키우기보다는 사랑을 지키기 바빴습니다. "하루를 백 년 같이 알차게 살면 되는 거지. 그러니까 오늘을 불사르자."고 말하는 지수(하지원 분)의 말은 꼭 죽음을 맞이한 환자를 커플로 둔 사람의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만나서 좋았다면, 그래서 오래도록 만나고 함께 한다 했다면 '매일 사랑을 경작해야 하기 때문' 입니다. 사랑을 진하게 느끼게 되면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또 사랑이 불안해지면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고백은 흔하디 흔한 말처럼 들리고, '사랑타령'이라고 천대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시는 말하지 못할 순간이 다가왔을 때 '사랑한다'고 진심을 고백하지 못한다면 그것만큼 아쉬운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신영복님은 이미 사랑하고 있을 때 '사랑한다' 말함은 소용이 없다고 말합니다. 종우(김명민 분)가 이 말을 들었으면 눈을 흘겼을지 모릅니다. 유일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건 눈 밖에 없기에 그는 눈으로 사랑을 말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사랑'이라는 농작물은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을 마지막까지 경작을 해야 하는 것임을 배웠습니다.

 

  팝콘을 먹기도 어색할 만큼 관객들은 몰입했습니다. 여기 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보다 한참은 더 큰 청년이 훌쩍거려 난감했고, 장면마다 팔을 꽉 쥐어 안는 그녀를 느끼느라 화면도 놓쳤습니다. 두 배우의 훌륭한 연기가 화면 가득 흘렀습니다. 사랑에 말이 필요없듯 연기에도 대사가 필요없더군요. 가을을 더욱 가을답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혼자보다는 둘이 보면 더 좋을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