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에 이어 올 한 해 동안 끊임없이 언급된 단어는 바로 '소통의 부재'입니다.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틀어막은 듯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가는 위정자들을 보면서 그들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또한 왜 우리는 매 번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들을 대표로 뽑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편 입장을 바꿔 보면 우리 역시 그들의 목소리에는 무조건 색안경을 쓰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건 아닌지 살피게 됩니다. 어쩌면 그들 역시 국민들에게 "우리더러 열심히 일하라고 뽑으라 했지 않은가? 왜 끝까지 지켜봐 주지 않는가?"라며 서운해 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늦가을 감나무에 열린 잘 익은 감을 따러 나무에 오르라고 부추겨 놓고, 기껏 올라갔더니 밑에서 나무를 통째로 흔들어버리는 악동들이 우리가 아닐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자잘못을 따지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대책이 없으면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도 소용이 없습니다. 특히 작금의 야당의 큰 목소리는 국민의 소리를 대변하고 있지 않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대안을 위한 비평, '촌철살인의 일갈'이 그들에게 필요합니다. 우리에게도 금배지의 윗분들이 민의가 무엇인지 알게 하기 위해서는 반론할 수 없는 온전한 비판을 해야 할 것입니다. 올바른 비판을 위해 이 책으로 그 방법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비판, 어떻게 주고받을 것인가?
우리는 날마다 비판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 가운데 긍정적인 비판은 5퍼센트에 불과하고 나머지 95퍼센트는 거의 부정적인 비판이다. 비판은 본래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의 옳고 그름을 가려서 판단하거나 밝히는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옳고 그름이나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비난이나 질책 같은 부정적인 비판을 공격적으로 쏟아낸다. 이러한 비판을 들으면 우리의 몸은 즉각적으로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고 근육이 긴장하며 뇌파가 빨라지고 피부트러블이 생기는 등 다양한 변화들이 나타난다. 결국 부정적인 비판은 인간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자기비하, 절망, 불안, 싸움, 이혼의 원인이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비판을 받는 데에 익숙하지 않으며 적절하게 비판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즉 비판을 하고 비판을 받는 데에도 특별한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네덜란드의 심리치료사인 피터 랑어데이크는 이 책에서 비판에 대해 제대로 살펴보는 동시에 효과적인 비판을 위한 기술을 훈련하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비판이 지능, 즉 학습지능과 감성지능, 영성지능과 관련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안의 세 가지 자아인 어른자아와 부모자아, 아이자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각각의 자아를 잘 들여다보고 어른자아와 부모자아를 슬기롭게 성장시키면 타인의 비판에도 큰 상처 없이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다. 랑어데이크는 자아를 어떻게 계발하고 어떤 방향으로 성장시켜야 하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현재까지도 심리치료사로 활동 중인 저자는 자신이 직접 상담했던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제대로 비판을 주고받는 방법인 ‘비판의 기술'을 전해주고자 한다. 그래서 막연하고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마치 나 자신의 경우처럼 느껴질 때도 있을 정도다. 또한 비판을 심리학과 관련하여 과학적으로 살펴보는 동시에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적 세계와도 결부시키고 있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비판에 대한 훈련을 해본다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느닷없는 비판에도 더 이상 주눅 들지 않을 것이고, 개인적인 감정이나 편견에 치우치지 않은 건강하고 올바른 비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자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내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하고, 건강하고 성숙한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비판 제대로 알기
우리는 가정에서는 물론이고 학교나 직장, 때로는 여러 모임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하루에도 수십 차례 사람들을 비평하고 분석한다. 즉 부모와 자식 간에, 형제자매나 직원들 간에 그리고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사장은 직원들에게 비판의 칼날을 겨눈다. 비판의 소재 또한 다양하다. 피부색이나 걸음걸이, 옷차림이나 태도, 말투, 성격, 심지어 좋아하는 음악 같은 개인적인 취향까지 거의 모든 것이 비판의 도마에 오른다. 문제는 이러한 비판 대부분이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비판이라는 단어 자체는 ‘사물을 분석하여 각각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고, 전체 의미와의 관계를 분명히 하며, 그 존재의 논리적 기초를 밝히는 일’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는 까닭은 자신이 자각하지 못하는 가운데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거나 굴욕감을 느끼게 하여 자신의 우월감을 드러내거나 상대방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의도에서 비판이 아니라 비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때로는 스트레스나 우울증 같은 불쾌한 기분을 해소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권위에 대한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서 비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더 위험한 것은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자아비판이다. 결국 바람직하지 못한 비판은 타인에게는 물론이고 우리 자신에게도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몸과 마음이 더 황폐해지기 전에 비판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비판의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부정적인 비판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인 비판은 우리의 신체, 감정, 생각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비판을 받으면 대부분의 경우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땀이 나며 숨이 거칠어지고, 근육이 경직되는 등 몸의 이상반응이 나타난다. 굳이 비판이 아니라 단 2분간의 싸움에 대한 상상만 해도 입과 코에서 각종 세균의 침입을 막을 수 있는 면역물질을 생성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만큼 부정적인 비판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사람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자극하기 때문에 불쾌한 기분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부정적인 비판을 들은 사람들에게는 긴 시간에 걸쳐 신체적으로 불면증, 고혈압, 위장장애 등이, 정신적으로는 자신감 결여와 불안,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학습장애가 나타난다. 심지어 그로 인한 충격이 피해의식이나 패배감으로 고착화되어 평생 정신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은 책에서 열거한 실제 사례를 통해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비판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경을 쓰지 않거나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해 악용한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비판에 따른 위험성과 심각성을 충분히 고민하고, 상대방을 조심스럽게 배려하는 비판의 기술을 배워야 할 것이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비판의 기술
아마도 비판을 하거나 비판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있고, 예기치 않은 비판을 받고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비판을 올바르게 주고받을 수 있다면 인간관계를 개선하거나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비판이 인간의 대화나 소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비판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우리에게 비판을 주고받는 방법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 책에서 피터 랑어테이크는 교육현장의 상담교사로서 그리고 개인 심리치료사로서 자신이 상담한 수많은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얻은 비판의 기술을 체계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우리 안의 자아를 계발하여 고귀한 나를 찾기 위해 깨어 있는 사람이 되는 방법, 부정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다양한 방법, 그리고 비판에 긍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훈련 등을 제시하면서 각종 실전사례를 중심으로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훈련은 상대방의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자기 자신의 편견이나 아집에서 치우치지 않으면서 올바르고 건강한 비판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저자는 건강한 심신과 판단력, 그리고 제대로 발달된 감정을 통해 자신의 부정적인 자아와 숨겨진 본성을 깨닫는다면 어른자아나 부모자아가 크게 자라날 것이고, 감성지능과 영성지능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어 고귀하고 지혜로운 차원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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