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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Some place../오늘의 책이 담긴 책상자

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신간 - 눈에 대한 백과사전

by Richboy 2010.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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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대한 백과사전』은 사랑의 순수함과 그만큼이나 아름다운 사랑의 덧없음에 바쳐진 소설이다. ‘작은 눈 결정 하나가 수많은 덩굴손과 잔가지를 지닌 눈송이로 변하는 기적’과도 같은 작품이다.”
_ 정혜윤 (PD?베스트셀러 『침대와 책』외 저자)

T.S. 엘리엇의 문학계보, 토마스 하디의 문학성을 겸비한
사라 에밀리 미아노의 놀랍도록 매혹적인 연애소설


 『눈에 대한 백과사전』은 유럽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포스트모던 계열 작가들의 전통을 이으면서 토마스 하디, 제임스 조이스의 문학성을 겸비한 장점을 가진 작가로 평가받는 영국의 신예 작가 사라 에밀리 미아노가 2002년에 펴낸 첫 장편소설이다. 


  『눈에 대한 백과사전』이라는 제목 그대로 알파벳순의 백과사전 형식을 표방하고 있는 이 작품은 폭설로 인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노트에 적힌 눈에 관한 표제어들의 의미를 추적해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눈에 관한 과학적인 정의, 역사적인 명제나 환상적인 이야기, 고전에서 발췌한 이야기들이 매우 유기적으로 엮여 있으며, 전편이 하나의 연애편지로 읽히는 특이한 형식의 소설이다. 독특한 구조의 실험적인 이 작품이 발표됐을 때, 영국 문단과 언론은 사라 에밀리 미아노를 일제히 주목하며 에즈라 파운드나 T.S.엘리엇 등 포스트모던 계열의 작가의 전통을 잇는 작가로 극찬했다.


  특히 화가 렘브란트의 생애를 탐구한 그녀의 두 번째 소설 『렘브란트 반 라인Van Rijn』의 발표 당시에는 『데일리 텔레그래프』, 『옵저버』, 『파이낸셜 타임스』를 비롯한 전 유럽 언론이 작가에 대해 ‘구조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역사소설가들에게 귀감이 된다 ’ 등 격찬을 쏟으며 작가의 독창적인 상상력을 높이 평하는 서평들과 인터뷰를 앞다퉈 싣기도 했다. 『렘브란트 반 라인』은 2007년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된 바 있다.

 


차가운 눈 위에 새긴 뜨거운 열정의 기록, 한 남자의 전 생애를 바친 위대한 저술


  2000년 12월 12일. 폭설로 인해 고립된 뉴욕 버펄로 시 곳곳에서 사고가 이어지고, 한 남자가 교통사고로 즉사한다. 현장에서는 A부터 Z까지 알파벳순으로 눈에 대한 표제어들이 가득 수록된 노트 한 권이 발견된다. 백과사전식 노트의 내용은 Angel(천사), Blindness(설맹雪盲), Crystal(결정) 등 눈을 떠올렸을 때 자연스레 연상되는 단어들로 시작해 눈에 대한 과학적인 정의, 시詩, 희곡, 역사적인 명제나 고전에서 발췌한 눈에 관한 이야기, 환상과 신화까지를 넘나들고 있다.

 

  그저 누군가 눈에 대해 굉장한 관심을 가진 사람의 조금은 특별한 작업으로 여겨졌을 법한 이 노트는, 한 눈 밝은 작가이자 편집자의 손에 쥐어지면서 조금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 차가운 눈에 빗댄 이 위대한 저술은 실은 노트의 주인이 차마 생전에 고백할 수 없었던 뜨겁고 절절한 사랑의 기록인 것이다.
  작가인 사라 에밀리 미아노가 사라진 현장에서 발견된 노트의 목적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통해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맛볼 수 있는 동시에 눈처럼 희고 깨끗하며 순수한, 가슴 먹먹한 사랑의 연대기로 읽을 수 있는 매우 독특하고 실험적인 소설이다.

플롯의 연금술사 사라 에밀리 미아노의 ‘눈에 대한 백과사전, 사랑에 대한 백과사전’


  1974년생인 사라 에밀리 미아노가 이십 대에 발표한 첫 장편 『눈에 대한 백과사전』은 특히 뛰어난 형식미로 인해 포스트 모던 계열 거장들의 정통문학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일단 이 소설의 서두는 작가가 자신을‘실명’으로 등장시키면서 시작된다.

“뉴욕 버펄로 주에 여름을 강타한 가공할 태풍이 휩쓸고 간 후, 버려진 차량 한 대가 발견된다. 경찰에 따르면 차량의 주인은 최근 고향 버펄로로 돌아온 사라 에밀리 미아노로, 현장에서는‘눈에 대한 백과사전’이라는 제목을 단 원고 뭉치가 함께 발견되었다.”

  이 원고의 작가는 사라 에밀리 미아노이지만, 평생 눈에 관해 연구했던 스위스 출신의 연금술사와의 공동작업으로 보인다는 것이 작품 속 설정이다. 실제 이 작품의 작가인 사라 에밀리 미아노는 동명의 제목을 단 의문의 원고만 남긴 채 사라진 작가로 자신을 숨기는 재치를 발휘하면서, 이 소설의 근간이 된 한 남자 주인공을 따로 내세운다.
  같은 장소인 버펄로에 2미터에 육박하는 이례적인 폭설이 퍼부었던 2년 전, 이로 인해 벌어진 교통사고 현장에서 한 사내가 즉사하고‘눈雪’에 관한 표제어로 가득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노트 한 권이 발견된다. 그 사내가 바로‘나’라는 1인칭 화자로 등장하곤 하는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는 연인과 알프스산맥과 아펜니노산맥뿐 아니라, 북극해와 중국을 넘나들며 사랑을 나누었으며, 사르트르와 보봐르가 나눴던 것과 같은 절절한 연서戀書를 주고받는다. 그러나 『눈에 대한 백과사전』에서 남자가 실제로 연인을 만나는 장면은 단 한 번, 그것도 스치듯이 지나갈 뿐이다. 그가 회상으로 했던 말처럼 그녀를 실제로 알프스산맥으로 데려간 적이 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오히려 첫눈에 강렬하게 반한 여인과 제대로 만나지조차 못한 채 오랜 세월, 어쩌면 죽는 순간까지 평생 플라토닉한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며 대륙을 넘나드는 사랑을 했던 것으로 읽힌다.
  그 남자는 한편, 전 생애를 바쳐 한 여자를 사랑했듯, 평생에 걸쳐 눈을 연구한다. 노트에서 발견된 눈에 대한 시와 노래뿐 아니라 인용과 사진, 주석, 농담, 일화 등은 바로 그 증거다. 눈처럼 희고, 깨끗하고 순수한 사랑, 죽음과 함께 미완으로 남은 사랑, 그리고 그 증거가 되는 노트는 사라 에밀리 미아노에게 우연히 발견되고, 그녀와 스위스 출신의 연금술사에 의해 새로운 생명력을 갖게 된다.
사라 에밀리 미아노가 본인을 사라진 작가로 내세우고, 공동연구가를 하필 ‘연금술사’로 설정한 이유는 맨 마지막 ‘주’ 부분, ‘연금술Alchemy’에 관한 정의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연금술은 환영과 상상력, 죽음과 재생을 결합한 방법이 동원되고, 연금술사는 상상력으로 진실을 보게 됨으로써 새로운 방식들에 눈을 떠 발견하는 새로운 차원으로의 인격의 변화를 체험한다.”

  다분히 정신적이고 주술적이며 철학적인 의미를 내포한 연금술만이 눈에 대한 모든 것을 집대성할 수 있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으며, 저력과 끈기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눈 속에 담긴 사랑의 속성을 발견해낼 수 있는 것은 거의 연금술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후속작이지만 국내에서 먼저 출간되었던 전작 『렘브란트 반 라인』에서 사라 에밀리미아노는 신예답지 않게 이미 400년 전에 살았던 위대한 천재 화가의 고독한 말년을, 마치 렘브란트의 혼이 씌인 듯 핍진하게 조명하는 노련함으로 놀라움을 안겼다. 『눈에 대한 백과사전』은 그 놀라운 재능을 처음 선보인 그녀의 첫 장편이다. 눈보라 속에서 생을 마감한 한 남자의 평생에 걸친 사랑은 사라 에밀리 미아노의 특별한 영감과 집요한 노력이 아니었다면 기억되지도 못한 채 사라졌을 것이다.
“눈은 사랑하기도 쉽고, 잊히기도 쉽지요.”라는 작품 속 말처럼, 녹아버리는 순간 잊히기 쉬운 눈을 통해 사랑의 속성을 집요하게 탐구한 이 작품 『눈에 대한 백과사전』은, 곧 ‘사랑에 대한 백과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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