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오랫동안 과학 스릴러의 최고봉을 차지할 작품. 내가 마이클 크라이튼이라면, 이제 타이티로 은퇴하러 가겠다.
- 더글러스 프레스턴(소설가)
가슴 뛰는 긴장감, 놀라운 반전, 매혹적인 과학 이야기 등, 내가 소설에서 사랑하는 모든 것을 갖춘 책. 물리학이 이렇게 스릴 넘칠 수 있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 테스 개릿슨(소설가)
숨 돌릴 새 없이 이어지는 액션, 하나의 거대한 반전과 수없이 포진한 놀라움의 연속으로 심장박동이 높아진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편집자인 저자는 독자를 복잡다단하면서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과학 이론의 세계와, 카네기멜론 로봇공학연구소로부터 페르미 입자가속 연구소에 이르는 흥미로운 곳들로 이끈다.
- 북리스트
아인슈타인이 살아 있었다면 사랑했을 책. 현실감 넘치는 정치 묘사, 재미와 탄탄함을 동시에 갖춘 과학적 묘사를 동시에 지닌 뛰어난 스릴러!
- 월터 아이잭슨(과학 저술가)
첨단 과학과 숨 돌리기 힘든 속도감, 아슬아슬한 액션을 결합시키는 실로 보기 드문 재능! 잊을 수 없는 데뷔작!
- 카일 밀스(소설가)
아인슈타인이 지키려 했던 비밀은 무엇인가!
아인슈타인과 그의 이론을 둘러싼 사건을 그린 과학 스릴러『신의 주사위』. 천재 아인슈타인이 마지막 순간까지 매달렸다는 통일장이론. 그는 그 이론에 숨겨진 비밀을 세 명의 충직한 수제자에게만 남기고 세상을 떠나지만, 비밀의 열쇠를 쥔 세 사람은 차례로 살해당한다. 아인슈타인의 생애를 책으로 펴낸 콜럼비아 대학의 젊은 과학사 교수 데이비드 스위프트는 그 수제자 중 한 사람이자 자신의 지도교수인 한스 클라인만 박사가 살해된 사건에 우연히 휘말리게 된다. 그를 뒤쫓는 암살자와 FBI의 숨가쁜 추격이 시작되는데….
과학 전문 편집자이자 소설가인 마크 앨퍼트의 이 작품은 과학과 과학사, 오늘날 미국의 정치군사적 상황과 논스톱 액션이 어우러진 신개념 스릴러이다. 아인슈타인이 남긴 통일장이론의 미스터리를 흥미진진하게 파헤친다.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놀라운 반전, 매혹적인 과학 이야기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
이 시대 최후의 성배, 통일장이론.
아인슈타인이 남긴 그 마지막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과학이 이 시대의 종교라면, 이 책은 뉴 <다 빈치 코드>다! _뉴욕타임스
이 시대 최고의 물리학자이자 석학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그가 죽기 전날까지도 고심했던 연구는 이른바 ‘통일장 이론’의 방정식이었다. 통일장이론이란, 자연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인 만유인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이론을 말한다. 즉,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원리를 밝혀내는 것은 우주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얻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또한 통일장 이론은 물질의 순간이동 즉, 시간과 공간이동을 가능케 한다. SF영화에서나 보았던 일들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순간이 바로 통일장 이론의 비밀이 밝혀지는 날일 것이다.
사실상, 현대 이론물리학의 역사는 통일장이론의 역사로 보아도 무방하다. 아인슈타인의 연구 이후, 등장한 초끈이론이나 M이론들은 모두 통일장이론이 제시한 화두를 풀기 위한 연구의 결과다. 만약 이 거대한 우주를 움직이는 단 하나의 원리를 파악하는 날이 도래한다면, 그것은 인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까? 그것은 과연 축복일까, 재앙일까?
컬럼비아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과학전문지 <아메리칸 사이언티픽>의 편집자로 일하는 저자 마크 앨퍼트는 이런 의문을 바탕으로,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이론’을 둘러싼 독특한 과학 스릴러를 완성했다.
천재 아인슈타인이 인류에게 최후까지 지키려 했던 그 비밀은
과연 무엇인가!
이야기는 이 시대 최고의 물리학자인 한스 클라인먼이 욕조에서 익사하기 직전인 상황에서 시작된다. 76세의 클라인먼을 고문하는 청부업자는 놀랍게도 돈이 아니라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55년 전, 그의 지도교수였던 인물, 바바리아에서 탈출한 유대인 물리학자, 우리 시대 최고의 천재 아인슈타인에 대한 정보를. 아인슈타인은 조수였던 클라인먼을 믿었고 자신의 연구에 감추어진 비밀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클라인먼은 침입자에게 이 비밀을 털어놓기를 거부하고, 고문 끝에 죽음의 문턱에 이르게 된다.
컬럼비아 대학 과학사 교수인 데이비드 스위프트는 이혼한 아내 카렌에게 아들을 데려다주다가 클라인먼 박사의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향한다. 그는 대학원생일 때 클라인먼 교수를 만났고, 그로부터 전해들은 아인슈타인에 대한 생생한 일화를 토대로 훗날 아인슈타인에 관한 평전인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를 집필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클라인먼은 폐를 비롯한 장기들이 심한 손상을 입어 사망하기 직전이다. 데이비드는 경찰로부터 클라인먼이 병원으로 실려오면서 ‘통일장 이론’을 뜻하는 독일어인 ‘아인하이틀리헤 펠트테오리’라는 단어를 중얼거렸다는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통일장 이론은 자연의 힘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중력에서 핵에너지까지, 이른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힘을 설명할 수 있는, 물리학계의 성배와도 같은 이론이다. 많은 물리학자들은 수십 년간 아인슈타인의 족적을 밟아 이 이론을 연구해왔지만, 누구도 명확한 해답은 얻지 못했고, 물리학의 흐름은 이제 다른 새로운 이론들로 넘어간 지 오래다.
죽기 직전에 데이비드를 만난 클라인먼은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이론’에 관한 수수께끼 같은 말을 되뇌더니, 아인슈타인이 남긴 비밀의 열쇠가 누구의 손에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그리고 ‘4,0,2,6,3,6,7,9,5,6,4,4,7,8,0,0’라는 수수께끼의 일련의 숫자들도.
클라인먼이 숨을 거둔 뒤, 경찰과 입씨름하던 데이비드는 돌연 나타난 FBI에 붙잡혀 끌려간다. FBI의 심문이 시작되려는 순간, 클라인먼을 공격한 정체불명의 청부업자가 나타나 FBI 빌딩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데이비드는 그 틈을 타 도망친다. 그는 이제, FBI와 군, 살인 청부업자 모두에게 추격당하는 처지가 된다. 과연 그는 아인슈타인과 클라인먼의 유지를 받들어, ‘만물의 기원이자 세계의 파괴자’인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이론에 숨겨진 비밀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이제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넣을지도 모를 비밀을 둘러싸고, 쫓고 쫓기는 숨 가쁜 추격이 시작된다!
<다 빈치 코드>로 시작된 팩션의 영역에서
과학 스릴러의 신경지를 개척하다!
슈퍼 밀리언셀러 <다 빈치 코드> 이후, 스릴러의 영역은 한발 넓어졌다. 종교, 미술, 음악, 등 문화 전반의 다양한 현실 소재들이 이른바 ‘팩션’이라는 이름으로 스릴러의 영역에 편입되어 인기리에 읽히고 있다. 그러면서, 『주라기 공원』의 마이클 크라이튼이나 의학 스릴러계의 귀재 로빈 쿡 등으로 대표되는 과학 스릴러들은 한동안 실제 역사와 허구를 뒤섞은 팩션의 열풍 앞에서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으나, CSI 시리즈나 퍼트리셔 콘웰 등의 ‘법의학물’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점차 다시금 그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바로 이 시점에 등장한 <신의 주사위>는 오랜만에 만나는 본격 과학 스릴러로, 그중에서도 이제까지 소재화된 바 없는 이론물리학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론물리학과 스릴러? 실로 상상하기 쉽지 않은 결합이다.
미국은 참으로 다양한 독자층을 보유한 나라로, 일반인들이 과연 소화할 수 있을까 싶은 과학전문서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이론물리학을 소재로 삼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 그것은 과학 전문지의 기자이자 편집자로 10여 년 이상을 일해온 저자의 경험 덕분에 가능했다.
저자 마크 앨퍼트는 <아메리칸 사이언티픽>에서 대중을 상대로 기사를 쓰면서,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각종 난해한 과학 이론들을 쉽게 풀어쓰는 글쓰기에 단련되어왔다. 소설에는 칼라비 야우 다양체, 끈이론, 양자장이론 등의 난해한 물리학 용어들이 등장하지만, 읽어나가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뉴 <다빈 치 코드>’라는 뉴욕타임스의 서평처럼, 신비의 이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숨 가쁜 액션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정부와 군 당국, FBI의 대치 상황을 둘러싼 기지 넘치는 묘사는 부시 집권 말기 미국의 정치 상황을 생생히 떠올리게 한다. 또한 ‘포스트 911’ 시대 미국이 안고 있는 신경과민적인 보안태세에 대한 풍자도 엿보인다.
FBI 빌딩과 카네기멜론 대학 로봇공학연구소, 화이트하우스와 페르미 입자가속 연구소를 누비는 이 논스톱 액션의 신개념 스릴러는 미국에서 채 출간되기도 전에 세계 20여 개국에 판권이 팔리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현재 리들리 스콧 감독 등 할리우드 주요 영화사와 판권 교섭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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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죄를 주장하는 무기징역수, 그는 범인인가 희생자인가?
일본의 대표적인 서술 트릭 작가 오리하라 이치의 미스터리 소설『원죄자』. 억울한 누명을 쓴 '원죄'를 주장하는 무기징역수와 그 사건으로 인해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논픽션 작가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숨 막히는 공방전을 그리고 있다. 자유기고가 이가라시 도모야는 그의 옛 연인을 처참하게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가와하라 데루오가 옥중에서 결백을 호소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한다. 원수와도 같은 가와하라가 자신의 앞으로 수사관의 고문이 있었다며 결백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낸 것에 의아해하던 이가라시는 반신반의하면서 사건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가와하라는 광기의 살인자일까, 아니면 수사 메커니즘이 만들어낸 희생자일까? 실제로 발생했던 사건을 소재로 삼아 서술 트릭을 더한 이 소설은 수상작이 없었던 제118회 나오키 상 최종 후보작 중 하나였으며 '오리하라 매직'이 만들어낸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본격 미스터리다운 전개, 광기가 느껴지는 반전, 긴장감 넘치는 서사의 흐름 등이 돋보인다. 또한 소설에 르포, 신문, 편지, 이메일, 죄수의 수기,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 등 다양한 형태의 기록을 등장시켜 인물들의 심리와 사건 전개 과정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저는 그 여자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치밀한 복선, 교묘하게 뒤틀린 플롯, 섬세한 이상심리 묘사……
오리하라 매직이 만들어낸 긴장감 넘치는 원죄 서스펜스
일본 미스터리의 대부, 서술 트릭의 일인자 오리하라 이치의 장편소설『원죄자』가 폴라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치밀한 복선, 교묘하게 뒤틀린 플롯과 힘찬 서스펜스, 능수능란한 이상심리 묘사, 결말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독특한 전개 방식으로 ‘오리하라 월드’를 형성하며 미스터리 팬들을 사로잡아 온 오리하라 이치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원죄자』는 억울한 누명을 썼다며 ‘원죄(?罪)’를 주장하는 무기징역수와 그 사건으로 인해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논픽션 작가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숨 막히는 공방전을 그리고 있는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다. 수상작이 없었던 제118회 나오키 상 최종 후보작 중 하나였던 이 작품은 ‘오리하라 월드의 도착점’, ‘오리하라 이치의 실력이 전부 발휘된 최고 걸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원죄’라는 사회적인 소재도 어디까지나 소설적 장치로 사용하는 실로 본격 미스터리다운 전개, 광기를 느끼게 하는 아찔한 반전, 긴장감 넘치는 서사의 흐름은 독자를 오리하라 매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이 작품은 『행방불명자』에 이어 국내에 두 번째로 소개되는 저자의 대표적 시리즈인 ‘○○者 시리즈’이다. 『원죄자』 외에도 『실종자』, 『도망자』 등이 국내에 번역 출판될 예정이다.
“과연 그는 광기의 살인자인가 수사 메커니즘이 만들어낸 희생자인가?”
보통 ‘원죄’를 다룬 미스터리라 하면 아무래도 권력의 횡포를 호소하는 사회파 소설을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런 종류의 사회파 미스터리를 넘어선 전혀 다른 작품이다. 오히려 사회파가 갖는 틀 자체를 미스디렉션misdirection으로 장치한, 고도의 교묘한 전략으로 구성된 기지 넘치는 소설이다.
원죄 사건은 어찌 보면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일상’의 광경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 등장하는 범인은 이러한 ‘일상’에 난데없이 세간을 놀라게 한 ‘의외성’을 반입한 독보적 인물이다. 여기에 주요 캐릭터를 모두 신용할 수 없는 수상한 인물로 묘사하면서 마치 미궁 속을 헤매듯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판단할 수 없도록 만듦으로써 ‘원죄 서스펜스’를 섬세한 퍼즐과도 같은 수수께끼 풀이 소설로 재구축했다.
또한 오리하라 이치는 적극적으로 다양한 매체들을 작품 속에서 활용하고 있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형태의 기록, 즉 르포, 신문, 편지, 이메일, 죄수의 수기, 인터넷 홈페이지 화면 등은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사건 전개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교묘하게 독자들을 교란시켜, 빗나간 해석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 특히나 후반부는 뒤얽히는 시점, 비정상적인 심리 묘사, 전체를 뒤덮은 어두운 분위기 등, 어디를 꼽아도 화려한 오리하라 월드라 할 수 있는 처절한 전개를 보인다.
미스터리 독자라면 반드시 도전해야 할 작가, 오리하라 이치
『행방불명자』 『도착의 론도』의 작가 오리하라 이치는 일본에서 알아주는 서술 트릭의 대부다. 그의 소설은 아무리 주의 깊게 읽더라도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감쪽같이 속았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닫게 만든다. 그런 그의 대표적 시리즈인 ‘○○者 시리즈’는 서술 트릭에 더하여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소재로 다루면서 사회적인 문제를 제기, 본격 미스터리와 사회파 추리소설 팬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원죄자』 역시 1994년에 발생한 여성 회사원 살해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되었다가 한 번은 원죄가 증명되어 석방된 ‘오노 에쓰오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작품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와 종횡무진으로 따라잡을 수 없이 전개되는 미스터리, 그리고 이 사회가 품고 있는 ‘증오와 욕망, 광기와 악의’를 보여주는 오리하라 이치는 지금까지 소개되었던 미스터리에 매료당하지 않았던 독자라면, 반드시 도전해봐야 할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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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를 Cool하게 할 수는 없을까?
한국적 특색을 지닌 작가주의적 그라픽 노블을 추구하는 만화가 홍작가의 『고양이 장례식』. 이성 간이든 동성 간이든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를 Cool하게 할 수 없어 괴로운 모든 사람을 위한 산뜻하고 따뜻한 연작 만화집이다. 다음의 만화 속 세상에 연재되어 네티즌의 열렬한 사랑을 누린 <고양이 장례식> 등 3편의 연작 만화을 통해 '내려놓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연히 찾아온 일상적 사건으로 인해 지나간 추억을 되새기면서 그동안 끈질기게 품어온 미련을 내려놓게 된 인물들의 삶을 담담하게 관찰하고 있다. 특히 이야기의 정서를 담아내는 공간이 되어주는 사진풍의 그림체로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다. 1990년대의 성인을 위한 순정만화에 반영된 성찰적 감수성이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한 편의 잘 짜여진 멋진 독립영화와도 같은 3편의 연작 만화를 읽게 된다. <오늘의 커피>는 처음으로 발표되는 것이다. '인연'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이끌고 있다. 우연과 필연 속에서 만들어질 새로운 인연의 가능성을 향해 스스로를 열도록 인도한다. <고양이 장례식>은 '동근'이 여자 친구 '시진'과 헤어지고 열달 후, 함께 키우던 고양이 '구름'이 죽으면서 겪는 일상적 사건을 담아냈다. 동근은 사진이에게 연락했다. 구름의 장례식을 함께 치르자고 말이다. 누군가 말했다. 헤어진 연인은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서 꼭 만난다고 말이다. 동근과 시진은 헤어진지 1년 만에 고양이 장례식 때문에 만나게 되었다. 구름의 유골함을 들고서 함께 길을 나섰는데…….
여백과 여운이 있는 잘 짜인 러브 스토리 연작 삼부작
2007년『도로시 밴드』(미들하우스) 출간으로 호평을 받으며 만화가로 입문한 홍작가(홍성혁)가 두 번째 작품『고양이 장례식』(미들하우스)을 출간했다.
"고양이 장례식... 이건 뭐지 하고 클릭하고 봤더니 심장마비 걸릴 뻔 했지 뭡니까 _ 소라님"
"전율이 흐른 사람이라면, 모두 이별의 아픔을 겪어봤기 때문 아닐까요? _ 마징가A님"
이 책은 앞의 댓글처럼 다음 ‘만화속세상’에 절찬리에 연재되었던 「고양이 장례식」,「그때」와 두 작품에 이어지는 미발표 연작 「오늘의 커피」와 「에필로그」를 수록했다. 헤어진 연인이 10개월 만에 함께 기르던 고양이의 장례식을 치르고자 다시 만난다. 동근과 시진, 두 사람이 구름이란 이름의 고양이 유골함을 들고 산으로 가는 도중에 두 사람의 과거의 회상과 현재가 계속 교차한다. 장례식을 마치고 다시 헤어지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인 「고양이 장례식」이 끝나며 이들의 이후 이야기가 궁금할 즈음, 작가는 거꾸로 시진의 옛 애인이었던 정후의 과거 이야기「그때 불던 그 바람」을 꺼낸다. 정후는 그를 괴롭히던 직장 상사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지만 오히려 그와 함께 유럽 여행을 하게 된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두 사람은 그들의 삶을 괴롭혀온 과거를 정리하고 새 출발을 하게 된다. 이렇게 절연되었던 전작 등장인물의 인연은「오늘의 커피」로 다시 이어진다. 바리스타인 커피점장을 통해 전작 주인공의 인연은 교차되는데 각각 별개의 것으로 여겨진 첫 번째, 두 번째 이야기는 세 번째 이야기를 위한 우연적이지만 필연적인 관계에 있다. 그리고 이 모두의 이야기는 다시「에필로그」에서 끝나며 시작된다. 지금 우리 곁에서 살고 있는 이성 혹은 동성 커플 간의 교차하는 사랑, 이별 그리고 재회를 주제로 한 익숙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여백과 여운이 있는 잘 짜인 영화 같은 연작 삼부작이다. 만화 연구가 김낙호 씨는 이런 느낌을 "성찰적 감수성 가득했던 90년대 성인향 순정만화에서 자의식과잉의 느끼함이라는 단점을 제거하고 업그레이드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사랑, 이별 그리고 내려놓기_김낙호(만화연구가)
사람을 우수하게 만드는 것은 내일을 계획하는 능력이지만,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어제를 기억하는 능력이다. 하지만 얄궂게도, 그 능력에는 두 가지 모습이 있다. 지나간 일들을 끄집어내는 것이 더 나은 오늘을 만들기 위한 기반이 되는 추억인가 아니면 끝없이 아쉬워하며 흘러간 날에 집착하게 만드는 미련인가. 추억과 미련의 차이를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내려놓음’이다. 지나간 것을 지나간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때의 감정을 온전히 인정하되 현재의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우연과 필연 속에 만들어질 새로운 만남들을 피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내려놓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어떤 특별한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계기가 잘 맞아떨어지면 그간 쌓아두던 미련조차도 추억으로 바뀔 수 있다.
얼핏 보면 호러물이 연상될 법한 제목이지만, 『고양이 장례식』에 수록된 3가지 단편은 내려놓음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여러 등장인물들이 어떤 계기를 통해서 각각 자신들이 품었던 어떤 미련을 내려놓는 과정에 대한 담담한 관찰기다. 그리고 사실 별 것 아닌 작은 우연으로 서로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진다. 각 작품은 서로 각각 다른 이야기이자, 하나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세 가지 에피소드다. 첫 번째 이야기인 ‘고양이 장례식’은 같이 키웠던 고양이의 장례식을 치루기 위해 오랜만에 다시 만난 헤어진 연인들의 하루를 그린다. 처음 만났던 순간, 같이 지내던 당시의 기억들이 다시 밀려오지만 그것에 뒤덮이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는다. 두 번째 이야기인 ‘그때’는 한 중년 부장과 그의 젊은 전 부하직원의 유럽여행을 통해서 두 사람이 각자 가지고 있었던 미련을 내려놓는 이야기다. 내려놓음과 함께 그 둘도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찾아낸다.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는 ‘오늘의 커피’는 어떤 카페점장이 바라보는 한 단골손님, 근처 파스타집 여주인, 카페사장 등 주변인들의 사연 속에서 지난 응어리를 내려놓고 새로운 만남 혹은 익숙한 재회가 이루어지는 과정들이 펼쳐진다. 사람들의 인연은 촘촘하게, 하지만 운명의 장난이라고 과장하기에는 턱없을 정도로 느슨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 연결을 발견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자신들에게 주어진 계기를 통해서 ‘내려놓고’ 난 다음이다.
마치 작품 속에서 여러 등장인물들이 각각 무언가를 내려놓듯이, 그런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서 작가 역시 몇 가지를 내려놓았다. 작가의 전작이었던 쿨한 감성의 락밴드 판타지 만화 『도로시밴드』와 달리 『고양이 장례식』은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과감한 앵글이나 빠른 칸 전환을 통한 역동적 연출을 최소화되었고, 실사풍에 가까운 기본 그림체를 변형시키는 대목도 적다. 하지만 세밀한 필력을 바탕으로 한 복잡한 표정, 단지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정서를 담아내는 공간이 되어주는 풍경들 덕분에 작품을 읽으며 느낄 수 있는 이야기는 더할 나위 없이 풍부하다. 일이 잘 풀리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낙천적인 인간관도 좀 더 성숙한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전개방식 또한 시끌법적하게 꼬이기보다는 지나간 일들에 대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에 관한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추론하게 만드는 여백을 강조하고 있는데, ‘고양이 장례식’ 에피소드 말미의 지하철 시퀀스가 그런 매력들이 극대화되어 있는 사례다. 그 결과, 성찰적 감수성 가득했던 90년대 성인향 순정만화에서 자의식과잉의 느끼함이라는 단점을 제거하고 업그레이드한 느낌이 만들어진다.
여하튼, 작품 속 모든 이들이 그랬듯 이제는 독자들이 내려놓을 차례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즈음에 여러분들은 어떤 지난 일을 내려놓고, 새로운 인연의 가능성들에 스스로를 열어둘 것인가. 아마도 이런 멋진 작품과 만났다는 것 자체가 내려놓음의 계기이자, 작지만 좋은 인연의 시작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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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과학, 인간의 미래 행동까지 예측하다!
인간의 행동 속에 숨겨진 법칙을 다룬 사이언스 팩션『버스트』. 2002년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을 소개한 <링크>로 주목을 받으며 네트워크 이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A. L. 바라바시 교수가 이번에는 네트워크 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자신의 가계의 유래를 모티브로 삼아 픽션과 역사와 과학을 절묘하게 결합시켰다. 16세기 헝가리 십자군 이야기를 배경으로 역사의 무작위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상징하는 십자군 대장 죄르지 세케이와, 예언과 예측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귀족 이슈트반 텔레그디를 둘러싼 드라마를 통해 '인간의 역학 연구'라는 분야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을 살펴본다.
그동안 역사나 개인의 인생에는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졌지만, 이 책에서는 인간의 행동에 어떤 규칙이 있기 때문에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근의 연구들을 제시한다. 그것은 확률 법칙의 형태로, 언제 어떤 행동을 취할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통계적 예측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밝혀낸 사례들을 풍성하게 소개하고, 왜 그런 패턴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또한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들의 미래 행동을 예측하는 기술은 앞으로 점점 발전할 것이고, 우리는 '미래의 프라이버시'를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고 경고한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예측 가능한가?”
네트워크 과학의 폭풍을 몰고 온 『링크』의 저자 바라바시 교수의 새로운 지평!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잇닿아 있다.’ 일찌감치 소셜 네트워크 시대의 도래와 네트워크 과학의 진화를 예고했던 바라바시 교수가 인간 역학(Human Dynamics)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들고 돌아왔다!
과학과 팩션(역사+소설)의 절묘한 만남.
전작 『링크』에서 각각의 장들을 ‘링크’시키며 21세기 신과학의 매력과 독특한 글쓰기를 선보이며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의 권위자이자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
바라바시가 후속작인 이 책에서는 아예 소설가로 나섰다.
전작을 읽어본 이들이라면 ‘그럼 그렇지’ 하며 무릎을 탁 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만큼 촘촘하고 복잡하지만 유기적인 서술 구조를 통해
바라바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사이언스 팩션, 그 참맛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버스트(burst)란? 복잡계 내에는 의외로 단순한 법칙이 숨어 있다. 주식 가격의 연쇄 폭등과 폭락, 글로벌 경제 현상,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누리꾼들의 댓글 잔치, 그로 말미암아 각광을 받은 루저, 거리로 물밀듯 쏟아져 나온 촛불 시위 군중들 등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이면에 오롯이 숨어 있는 법칙. 신의 손에 의해 벌어지는 듯 요동치는 현상, 그것이 바로 버스트다.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의 권위자 바라바시, 그는 누구인가.
네트워크 과학은 20세기까지 지배적 사고였던 환원주의(Reductionism)에 대한 반동으로 출발했다. 환원주의는 ‘자연을 이해하려면 구성성분을 해독하라, 부분을 이해하면 전체를 이해할 수가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거의 모든 것을 조각조각 쪼개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우리가 자연이라는 복잡계(Complex Universe)를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부분을 이해하더라도 전체를 알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힘으로써 생겨난 신과학이 바로 네트워크 과학이다. 즉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고 전체를 유기적으로 통찰하려는 세계관이자 방법론이다.
2002년 바라바시 교수가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의 구조와 진화를 소개한 『링크』는 번역 출간되자마자 학계는 물론 경제계와 정치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우리 사회에 네트워크 이론에 대한 폭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바라바시는 구글이나 아마존, 야후같이 링크가 수백만 개나 되는 허브들이 장악하는 네트워크를 ‘척도 없는(scale-free)’ 네트워크라 명명하고, 세포에서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여러 복잡계에서 척도 없는 네트워크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밝혀냈다. 네트워크에서 허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비즈니스계에서는 조직 네트워크를 분석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안이 실질적인 생존 전략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바라바시는 이렇듯 자연과 사회, 비즈니스에 대해 그물망적(Web-based) 시각을 제시하며, 웹 상에서 일어나는 민주주의 법칙부터 인터넷의 취약성이나 바이러스의 치명적 전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들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준거틀을 제공해주었다. 그 전까지는 막연히 ‘네트워크 효과’를 이야기하였을 뿐이다. 안개에 가린 듯 모호하던 네트워크의 구조와 원리가, 바라바시에 의해 비로소 뚜렷이 드러난 것이다.
루아니아계 헝가리 사람인 바라바시는 전설적 수학자 폴 에르되스, 알프레드 레니, 폰노이만 등의 피를 이어받아 민족적 자긍심이 대단하다. 네트워크 과학을 제창하면서 물리학계에서 ‘이단아’ ‘혁명가’ 등으로 불리지만, 네트워크 이론이 경제학, 사회학, 인문학, 의학, 생물학, 공학 등 모든 학문에서 폭넓게 환영받는 덕에 과학계 밖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또한 유독 우리나라와 인연이 깊은 것이, 강병남(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정하웅(KAIST 물리학과), 고광일(고려대 물리학과) 등 학문적 동지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네트워크 과학은 어디까지 왔는가? ― 더욱 진화된 네트워크 과학의 현주소
『링크』의 후속작인 『버스트』는 바라바시가 자신의 가계의 유래를 모티브로 한 픽션과 역사와 과학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사이언스 팩션으로, 『링크』에 이어서 네트워크 과학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링크』가 웹이든 실생활에서든 공간 속에서 네트워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하는지를 보여줬다면, 『버스트』는 어떤 면에서 시간 속에서 네트워크가 펼쳐지는 방법과 원리를 알려준다. 『링크』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 더욱 진화된 네트워크 과학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바라바시에 따르면, 현재 네트워크 과학은 단순한 인적 관계의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의 행동패턴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데까지 진화했다.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전염병의 확산 경로를 밝히고 테러를 방지하는 일, 구글과 같은 수익모델을 계획하는 비즈니스계에서 매우 매력적인 연구 분야로 각광 받을 준비를 끝냈다.
과학이 인간의 미래 행동까지 예측할 수 있을까?
심리학, 경제학, 생물학 등 너도나도 인간의 행동 속에 숨겨진 규칙과 비밀을 탐지해내려 한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복잡다단한 세상을 정량화하고 보편 법칙을 이끌어내는 것이 과학의 미덕이지만, 인간이 우주에 발자국을 찍는 현대 과학의 시대에도 전인미답의 영역은 있다. 바로 인간의 행동이다.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철학자 카를 포퍼는 1959년 ‘예측과 예언’이라는 에세이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꿈이 바로 예측의 꿈이다. 눈앞의 미래를 우리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꿈, 그렇게 알아낸 지식에 맞게 정책을 조정함으로써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이다. 우리는 일식을 아주 정확히, 그것도 아주 한참 전부터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혁명을 예측하는 것도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포퍼는 바로 답을 내려버렸다. 사회과학이 역사적 예측을 할 수 있다는 기대는 역사주의자의 교리일 뿐이며, 인간이 관련된 문제에서는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괜히 고민할 것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의 견해는 이후 수십 년 동안 사회과학의 협의된 의제인 것처럼 인정되었다.
“일식 예측, 나아가 계절의 규칙성에 바탕을 둔 다른 예측들이 가능한 까닭은 … 태양계가 정적이고 반복적인 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은 우연히도 태양계가 방대한 빈 공간을 사이에 두고 다른 역학 계들로부터 고립되어 있어서 그 계들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따라서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태양계처럼 반복적인 계를 분석하는 것이 자연과학의 전형적인 작업은 아니다. 그렇게 반복적인 계에서는 인상적인 수준의 과학적 예측이 가능하지만, 그것은 흔치 않은 특수한 경우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오직 하나,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웃집 사람보다는 목성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전자의 궤적을 예측할 수 있고, 유전자를 켰다 껐다 할 수 있고, 화성에 로봇을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더 잘 알아야 마땅한 우리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설명하거나 예측해보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에 우리에게는 인간 행동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도, 도구도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 역학(Human Dynamics)의 탄생
하루가 다르게 보안카메라와 휴대전화, GPS나 기타 휴대용 기기들이 폭발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사람의 행동을 추적하는 데 쓸 새로운 도구가 넘쳐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위치 정보와 소비 패턴 같은 정보들이 어딘가에 쌓이고, 기업들은 그 데이터를 이용해 생산성을 북돋우고, 선적에서 배송까지 매사를 추적한다. 정부는 그런 데이터를 이용해 테러범을 잡는다. 무수한 기업들이 그런 데이터에 기반해 사람들의 위치와 행동을 예측하려 하고, 그럼으로써 차세대 ‘구글’로 도약하기를 꿈꾼다. 우리는 데이터가 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고, 그것은 곧 새로운 과학의 도구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포퍼와는 다른 답을 제시할 수 있지 않겠는가, 고 저자는 되묻는다. 그리고 그것은 곧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인간역학(Human Dynamics)의 탄생을 의미한다.
최근에 출간된 이언 에어스의 『슈퍼 크런처』나 스티븐 베이커의 『뉴머러티』 같은 책들이 다루는 데이터마이닝 기법도 사람들의 뿌리 깊은 예측 가능성을 기업 활동에서 공중보건까지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그러나 데이터마이닝 기법은 단순히 사람들의 과거 행동 패턴에 의존하여 미래 행동을 예측할 뿐이지만, 인간 역학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람들이 규칙성을 드러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언제 어디에서 그런 규칙성이 드러나는지 알고자 하며, 그러기 위해 모형과 이론을 개발한다.
도처에 폭발성이 편재하다 ― 인간의 행동 패턴에 숨어 있는 법칙
오늘날 인터넷 라우터는 사용자들의 마구잡이식 웹브라우징 및 소통 트래픽이 무작위적 푸아송 과정을 따른다는 가정하에 설계된다. 1915년에 사람들이 겪는 사고 횟수가 푸아송 예측을 따른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푸아송의 수학은 보험산업의 기반이 되었다. 푸아송 공식은 전염병에 의한 사망자 수나 한 가구 내에서 장티푸스 발병 횟수를 예측하는 데도 쓰인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이 사실상 무작위적이라는 가정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게 되었고, 이 가정을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 분야에서 근본적인 패러다임으로 기능해왔다. 인간의 행동은 사실상 예측 불가능하고, 일회적이고, 결정 불가능하고, 예견 불가능하고, 불규칙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가정에는 문제가 딱 하나 있다. 바로 틀렸다는 것이다.
앤디 워홀은 “미래에는 누구나 15분쯤 세계적 명성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06년 《타임》은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했다. 유튜브, 마이스페이스, 위키피디아, 페이스북 등을 통해 평범한 사람도 누구나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웹에 게시된 뉴스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바라바시가 예측한 결과, 사용자들의 클릭 패턴이 무작위적이라고 가정할 경우 평균 36분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웹문서들의 수명이 더 길었다. 약 36시간이었다. 왜 그럴까? 평균적인 사용자가 하루에 사이트에서 실시하는 스무 번가량의 클릭은 하루 중에 균일한 간격으로 퍼진 게 아니라, 몇몇 폭발적 기간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폭발성 패턴에 따라 계산할 경우 정확히 실제와 같은 36시간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단순히 무작위적이라고 알고 있던 인간의 행동 속에 우리가 모르는 심오한 법칙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2005년 7월 16일 존 래드클리프 병원의 응급실 의사들은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그날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6권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가 출간된 날이었다. 해리 포터와 텅 빈 응급실 사이에 연관 관계가 있을까? 호기심을 느낀 의사들은 2003년 6월 21일과 22일 주말의 병원 기록을 살펴보았다.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이 출간된 첫 주말이었다. 과연, 그 주말에도 응급실 환자 수가 뚝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밤비노의 저주에 걸려 1918년 이후로 85년 동안 단 한 번도 우수하지 못했던 보스턴 레드삭스가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 시리즈의 마지막 두 경기, 그리고 거의 한 세기 만에 우승을 차지한 월드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치를 때도 응급실 환자 수가 15% 감소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사람들이 병원을 찾는 것은 통증을 느끼거나 병에 걸린 때이고, 따라서 그 시기는 철저히 무작위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해리 포터와 레드삭스의 예에서 보듯이, 그렇지 않았다. 바라바시에 따르면, 건강 문제 역시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우선순위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요컨대 증상이 약할수록 진료실 방문이라는 항목은 우선순위 목록에서 바닥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일단 우선순위가 개입하면 반드시 폭발성이 따라온다. 사람들은 목록 상위의 항목들을 신속히 처리하면서, 의사를 찾아가는 일 같은 몇몇 항목들은 무한정 미뤄두는 것이다. 건강 보험이 성립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병에 걸릴 시기를 미리 짐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약에 발병 시점이 무작위적이라면, 건강 관련 예산을 매년 비슷한 규모로 세워두면 된다. 하지만 폭발성 때문에 우리 병력에는 장기간의 건강한 시기가 존재하고, 그럴 때는 보험료를 내는 게 낭비로까지 느껴지는 것이다.
이메일 발송과 웹브라우징 습관, 전화통화 패턴, 인쇄 패턴, 심지어 이동 패턴도 비슷하다. 베토벤의 작품에서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가 이어지다가 돌연 광포한 타악기의 굉음이 흐름을 중단시키는 것처럼, 인간의 행동에는 긴 휴식기 뒤에 격렬히 활동하는 짧은 기간들이 오는 패턴이 숨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유의지를 갖고 있음에도,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든 무의식적으로 멱함수 법칙을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우선순위 설정이라는 비밀이 숨어 있다. 우리가 한정된 자원을 잘 활용하기 위해 늘 우선순위를 설정하기 때문에 행동 패턴이 멱함수 법칙을 따른다는 것이다. 일단 우선순위가 설정되면 멱함수 법칙과 폭발성이 필연적으로 등장한다.
무작위적 세계에서는 구글이나 야휴가 수백만 개의 링크를 끌어들일 수 없고, 빌 게이츠가 수십억 달러를 벌 수 없으며, 사망자가 수백만 명인 전쟁이 벌어질 수 없다. 그런 드문 사건들이 자연히 벌어지기 마련이라고 예측한다는 것이 멱함수 분포의 핵심이다.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는 테이터가 소수이지만 늘 존재한다고 예측하는 것이다. 달리 말해, 멱함수 법칙이 있는 곳에는 항상 예욋값이 있다.
과학과 역사와 픽션을 넘나드는 사이언스 팩션의 절정
책에는 물리학과 천문학, 컴퓨터과학과 생물학까지 인간의 행동 패턴 속에 숨겨져 있는 심오한 법칙을 발견하기까지 바라바시의 지적 탐구 여정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바라바시는 16세기 십자군을 이끌었던 비운의 헝가리 대장 죄르지 세케이의 인생행로와 인간역학의 발전 과정을 교묘히 맞물리면서 종횡무진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현재에서 과거, 과거에서 현재, 다시 미래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를 펼쳐 나가면서 역사의 무작위성과 인간 행동의 예측 가능성이라는 주제를 자유롭게 변주해 나간다. 테러리스트로 오인 받은 하산 엘라히, 칼루자와 아인슈타인의 편지, 지폐의 이동을 기록한 개리 카니스, 배심원들의 잘못된 유죄판결로 감옥살이를 한 티모시 더럼, 전쟁의 법칙을 연구한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 앨버트로스의 이동 패턴을 조사한 디어크 브로크만과 수많은 과학자들 그리고 16세기의 진정한 예욋값이자 이 책의 주인공 죄르지 세케이와 십자군 전쟁의 실패를 예언한 귀족 이슈트반 텔레그디 등등.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각각의 요소들이 서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흥미진진하게 하나의 결말로 수렴한다. 무작위적인 역사의 변덕으로만 보이는 사건들 속에서 어떤 법칙을 발견할 수 있을까? 바라바시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쇠락해 가는 십자군 원정대의 최후를 숨 가쁘게 그려냄으로써 읽는 내내 호기심을 자극하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만든다. 덤으로 헝가리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본문의 두 장마다 삽화 한 장이 들어가는데, 바라바시는 과학과 역사에 치중한 장을 각각 한 장씩 묶어 자신이 특별히 주문 제작한 삽화를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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