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 1월이 가기 전에 꼭 읽어봐야 할 완소아이템!
모든 사람이 공평해지는 순간이 딱 두 번이 있다. 바로 태어날 때와 죽을 때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 걸치고 돌아가면 많이 얻어가는 것 아닌가 묻는 노래도 있더라마는 죽음이 임박함을 아는 사람에게 남겨진 시간은 얼마나 소중하고 안타까울까 하고 생각 안 해본 사람 없을 것이다.
한 병실에서 죽음을 앞둔 두 환자가 누워있다. 한 명은 14개 병원을 소유한 백인 부자, 다른 한 명은 평생 동안 자동차수리공으로 살았던 평범한 흑인이다. 서로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온 그들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은 함께 하게 된다. 영화 <버킷 리스트>의 대강 줄거리다.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 가장 하고 싶은 소망을 적은 리스트를 말한다. 영화속 두 사내들이 병을 지닌 채 이승을 마감하면서 여한이 없이 살다가 가보자는 그들의 작은 소망은 유치하지만 순수하다. 아니, 사내다웠다.
영화 속에 이런 대사가 있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무엇인지 아나?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일세.” 행복한 사람에 대한 명쾌한 정의가 아닐까? 많이 성숙한(?) 사내 둘에게 ‘이집트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 차마시기‘도 버킷리스트에 있었는가 보다. 그곳에서 나눈 두 사람의 대화는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버킷 리스트의 의미를 설명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고대 이집트인이 믿은 것이 있는데, 그들은 죽어서 하늘에 가면 하늘에 계신 분이 두 가지를 묻는다고 한다네. 그래서 그들의 대답을 듣고 천당과 지옥을 보낸다고 하지.
그래 뭐라고 하던가?
첫 번째 질문은 살아가면서 '참다운 인생의 기쁨'을 느낀 적이 있느냐?'라고 한다네.
음...그래? 두 번째는 무언가?
자네 인생이 다른 이들에게 그런 '참다운 인생의 기쁨'을 안겨준 적이 있느냐?"라고 묻는다네. 자네는 어떤가? 대답해 보게."
영화를 보고 나니 '만약 내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버킷 리스트에 뭐라고 쓸 것인가?' 하고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그리고 고민 끝에 거창한 인류애는 우선 접고 제일먼저 가족부터 사랑한다고 말하고 당장 사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마음이 든 건 아마도 영화 속에서 세계를 돌며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펼치는 것 같은 그들의 연기와 목소리에 한참을 매료된 때문일 것이다.
배우는 관객의 시그널이다. 어려서 본 그들이 청년이었으면, 청년이 되고 중년이 된 관객이 그들을 다시 볼 때는 그만큼 더 성숙해야 함은 자연의 이치이다. 나이에 미추가 어디 있던가? 그들의 주름에서 내 나이를 세는 것이 아니던가? 앞으로 몇 편의 영화에서 그들의 모습을 볼까 초조해진다. 그만큼 나도 늙어감을 아는 것처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이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 중인 사람이라면 두 번 보기를 권하고 싶은 영화였다.
영화를 본 후 여운이 남는다면 책 <버킷리스트>(한국경제신문)을 읽어보면 어떨까? 영화가 버킷리스트가 무언지 알려준다면 이 책은 당신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자신과의 약속‘을 쓰는데 딱히 배울 것이 무엇이 있겠냐고 묻는다면 ’직접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실제로 해 보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작성해야 할 리스트의 범위가 너무나 모호하고 넓어서 막상 시도했다가도 흐지부지되기 십상이다. 공저자인 강창균과 유영만은 버킷리스트란 ’내 가슴을 뛰게 하는 도전과 꿈의 목록들‘이라고 정의한다.
“버킷리스트는 행복으로 가는 꿈의 목록이자 꿈을 나누고 실천하면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나누는 프로젝트다. 버킷리스트는 꿈을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실천하겠다고 자신과 다짐한 약속 목록이다. 나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실천하겠다고 다짐한 약속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도전할 때 비로소 현실로 구현된다. 꿈은 도전을 통해 달성되기 때문에 버킷리스트는 꿈의 목적지에 이르기 위해 추진해야 될 도전 목록이다.” 214쪽
그렇다면 버킷리스트를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인가? 대표적인 인물은 전 미국대통령을 역임했던 빌 클린턴이다. 그의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것들’은 아래와 같다. 전직 대통령의 버킷리스트라고 하기엔 정말 소박한 내용들이다.
[빌 클린턴의 버킷리스트]
1. 만년설이 모두 녹기 전에 아프리카의 최고봉 킬리만자로 오르기
2.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같이 놀기
3. 전 세계 사람들에게 지금도 수백만이 넘는 아이들이 매일 더러운 물을 마시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4. 제3세계의 에이즈 환자 없애기
5. 깊은 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찾아가 깜짝 놀라 일어나도록 베트남어로 고함을 질러 보기(존 매케인은 베트남에서 5년 넘게 포로 생활을 한 경력이 있다)
6. 술에 만취한 상태로 폭스뉴스파티에 나가 그곳에 온 정치인들에게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기
7. 아직 다리에 힘이 있을 때 마라톤하기
8. 옛 친구 모니카 르윈스키와 페이스북에서 만나기. 실현 가능성 거의 없음
9. 아내를 인도 대사로 추대하기
10. 부시(41대 대통령을 지낸 아버지 부시)를 만나 "당신 아들은 똥이요"하고 말해주기.
이 책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아무 생각도 없이 평범하게 살던 호텔 요리부에서 보조를 맡고 있는 정태양 군이 데이비드씨로부터 ‘버킷리스트’를 알게 되면서 변화를 맞는다. 결정적인 계기는 데이비드씨가 정태양군에게 스프링 노트 한 권을 주면서부터다. 데이비드는 노트는 동반자라며 노트를 채우면서 생각을 정리하라고 말한다. 요리수업을 위해 프랑스 유학을 꿈꾸던 태양 군은 단순히 ‘꿈’에 불과 했던 이 소원을 ‘버킷리스트’에 담게 되면서 그것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나가야 할지를 계획하게 된다. 즉, 프랑스 요리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프랑스 말로 소통하기 위해 프랑스어 공부를 준비한다. 그리고 프랑스란 나라에 대한 지식도 채워나가야 함을 계획하게 된다.
2011년 새해가 된 지 벌써 한 달. 금주, 금연, 다이어트, 독서 등 많은 계획들을 세웠을 것이다. 과연 얼마나 지키고 있는가? 만약 지키지 못했다면 왜 그럴까? 열에 아홉은 계획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작은 실천들은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천이 없는 목표는 허망한 꿈과 같다. 버킷 리스트 작성의 전제는 ‘내가 만약 ~ 밖에 살지 못한다면...’이다. 새해의 소망보다 더욱 절실하고 간절한 ‘나만의 작은 소원’인 것이다.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다, 과속 카메라 앞에서 가속 페달 밟기, 장기기증 서약 동의하기, 100대 명산 등반하기’ 등 책 속에서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버킷리스트를 만날 수 있다. 이 내용들을 만나면서 ‘나만의 버킷 리스트’를 구상하게 된다. 책의 말미에서 ‘버킷리스트, 어떻게 찾을 것인가?’하는 구체적인 질문에 저자들은 도움이 되는 네 가지 질문을 제시해 준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나만의 버킷리스트가 아닐까?
첫째, 어떤 일을 하고 있을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가? 무엇을 하면 진짜 행복할 것 같은가?
둘째, 어떤 공간에 있을 때 살아있다고 느껴지는가? 왠지 가보고 싶고 끌리는 장소는 어디인가?
셋째, 나는 어떤 것을 가졌을 때 기쁨을 느끼는가? 지금까지 받은 선물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은 무엇인가? 왜 거기에 마음을 빼앗겼는가?
넷째, 직접 만났거나 책이나 영화, TV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게 된 사람 중 끌렸던 사람은 누구인가? 왜 그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겼는가? 219쪽
저자들은 이 네 가지에 대해 온몸을 던져 빠져보고 싶은 일, 가보고 싶은 곳, 갖고 싶은 것 그리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적어보라고 권한다. 네 가지 질문을 두세 가지 섞어서 하나의 버킷리스트를 만들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엊그제 방송된 뉴스 중에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작년 한 해 동안 로또1등에 당첨된 설문조사 결과가 있었다. 뉴스의 마지막 내용은 ‘왜 매주 로또를 사는가?’하는 질문이었다. 그에 대한 대답은 많은 생각을 던져줬다. 바로 ‘일주일 내내 로또에 당첨되는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어서’였기 때문이다. 로또 1등에 당첨되기는 동전을 23번 던져서 23번 모두 같은 쪽이 나올 확률과 같다고 한다.
차라리 뜬 물에 애가 생기기를 바라고, 소 뒷걸음질로 쥐잡기를 바라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이 하루 종일 피땀 흘려 번 돈을 로또복권과 맞바꾸는 것은 이 형편없는 확률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동안 ‘나도 1등에 당첨될지도 모른다’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기 위해서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들에게 로또를 한 주 쉬고 이 책을 손에 들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들이 이루고 싶은 꿈은 꼭 ‘돈이 많아야’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의 책이 있다. 하나는 가르쳐주는 책이고, 다른 하나는 생각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그 중 후자에 속한다. <버킷리스트>로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내 꿈, 내 소원을 찾길 바란다.
버킷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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