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딱 하나, 완벽에 가까울 때까지 미친듯이 반복하라!
애플의 창업자, 세계 최고의 부자, 폭군 경영자 등 스티브 잡스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꽤 많다. 하지만 그를 ‘리마커블한 사람’으로 만드는 수식어는 아마도 ‘프레젠테이션의 달인’일 것이다. 애플의 신제품을 소개하는 기조연설에서 그의 프레젠테이션은 차라리 쇼Show에 가깝다. 그가 새로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난 다음 날이면 수백 개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오르고, 엄청난 조회수와 댓글이 뒤따른다. 모든 청중을 열광하게 만드는 뛰어난 프레젠터, 스티브 잡스. 그 비결은 과연 뭘까?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랜덤하우스코리아)는 청중을 압도하는 스티브 잡스만의 프레젠테이션 기술을 알린 책이다. 10년 넘게 스티브 잡스를 추적하며 연구해 ‘스티브 잡스’ 전문가로 잘 알려진 칼럼니스트 카마인 갈로Carmine Gallo는 이제껏 잡스가 선보인 최고의 프레젠테이션만을 골라 이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그 속에서 잡스만의 비법을 찾아 책에 담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프레젠테이션 기술서’로 보면 곤란하다. 오히려 자기계발서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잡스만의 프레젠테이션 기술뿐 아니라 그가 이제껏 추구해온 가장 기본적인 설득의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다.
정신의학 행동과학 교수이자 <상식파괴자>의 저자인 그레고리 S. 번스 박사는 “아무리 새롭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졌더라도 효과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쓸모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프레젠테이션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적인 도구로 자리 잡은지 이미 오래, 기업 내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잘 하는 사람은 키맨Key-man이자 인사고과 1순위 사원으로 통한다. 그만큼 프레젠테이션의 질에 따라 프로젝트의 실시 여부, 제품 출시 여부 등 주요 현안들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반면 전달력이 부족하고 부실한 프레젠테이션은 종종 뛰어난 아이디어나 프로젝트 등이 세상에 나오지도 못한 채 사라지게 하는 장애물이 된다. 그 점에서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은 비즈니스맨들에게 좋은 교과서가 된다.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프레젠테이션
당신은 지금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스티브 잡스에 매료되고 애플의 신제품에 놀라고 열광하는 이유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애플의 신제품들은 소비자에게 “혹시 당신이 찾고 있던 제품이 ’이것‘이 아닌가요?“하고 묻는 것 같다.
하지만 정작 애플은 소비자들을 실험군으로 한 ‘포커스리서치’를 하지 않는 회사로 유명하다. 그 이유에 대해 잡스는 습관처럼 이렇게 말했다. “어떤 제품을 원하냐고 묻지 마라. 어떤 제품을 원할지는 소비자들도 모른다. 제품을 직접 봐야 그것을 원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비자를 읽는 것일까?
스티브 잡스는 인문, 즉 사람을 아는 엔지니어다. 애플의 모토인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역시 기존의 가전회사처럼 혁신을 기술에만 둘 것이 아니라 사용자인 사람을 감동시키는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또한 애플이 일련의 창의적인 제품을 만든 비결 역시 기술과 인문학, 이 두 가지를 결합한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역시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다. 프레젠테이션의 핵심은 소비자들에게 제품이 아닌 지금껏 없었던 꿈을 파는 것이다. 모든 포커스는 청중을 설득시키는 데 맞췄다. 그래서 잡스는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보디랭귀지는 물론 아이 콘텍트eye-contact, 억양과 목소리 크기, 심지어 침묵까지 동원했다. 이러한 잡스만의 프레젠테이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스티브 잡스식 프레젠테이션은 우선 슬라이드에 ‘글이 없다’는 것이다. 핵심은 이야기, 그는 보여주는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저자는 그의 이야기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력 있는 주장 5단계를 따른다고 말했다.
1. 청중의 관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꺼낸다.
2. 해결해야 할 문제나 대답해야 할 의문을 제기한다.
3. 제기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4. 제시한 해결책에 따른 구체적인 혜택을 설명한다.
4. 행동을 요청한다. “이제 가서 사세요!”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처럼 스티브 잡스는 슬라이드를 텍스트 대신 이미지를 이용해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했다. 그래서 프레젠테이션을 메인이 아닌 그의 스피치를 돕고 강력한 메시지를 제시하는 핵심 도구로 삼았다. 그가 스피치를 하는 내용에 맞춰 임팩트 강한 이미지들이 제시되며 청중의 주의를 사로잡는다.
그는 또한 인간의 뇌가 지겨운 일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스티브 잡스는 쇼를 하듯 무대를 장악하고 시연, 동영상 상영, 초대 손님 등을 동원해 무려 1시간 30분을 넘는 긴 시간 동안 청중들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이 모든 과정이 가능한 것은 스티브 잡스의 거의 완벽에 가까울 때까지 반복하는 연습 때문이다. ‘끝없는 반복’은 잡스식 프레젠테이션의 두 번째 특징이다.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는 동안 그는 마치 무대 위에서 빈틈없는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가 된다. 그의 모든 동작과 시연, 이미지, 슬라이드의 전개 조명에 이르기까지 마치 물이 흐르는 듯 완벽에 가까운 자연스런 흐름은 사실 그가 몇 시간씩, 아니 며칠씩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연습한 결과물이다. 이렇게 많은 공력을 들이는 이유는 잡스는 기조연설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무기로 보기 때문이다.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는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즐기는 사람이 더욱 잘하는 법이다. 이런 연습을 억지로 해야 한다면 이렇게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은 없을 것이다. 여기에 잡스식 프레젠테이션의 세 번째 특징이 숨어있다.
즐기는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에 미친 사람’
잡스는 프레젠터로서의 스스로를 즐기는 사람이다. 그는 프레젠테이션을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 즉, 정보와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그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단순한 신제품이 아닌 소비자들이 당장이라도 손에 넣을 수 있는 ‘꿈’을 선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소개해야 할 신제품이 ‘그저 그렇다’고 느끼는 정도라면 과연 잡스가 프레젠테이션에 이렇게 공을 들일까? 아예 무대에 서지 않을 것이다. 그가 최고의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바탕에는 최고의 제품을 소개한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그가 완벽에 가까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것도 신제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스티브 잡스는 즐기는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제 일에 미친 사람’인 것이다.
이 책은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은 물론 인간 스티브 잡스의 면면을 잘 설명하고 있다. 자기계발을 위한 계획과 준비가 유난히 많은 새해, 이제 더 이상 잡스식 프레젠테이션을 흉내만 낼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이해하고 내 방식으로 활용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저자의 다른 책<스티브 잡스 무한 혁신의 비밀>과 함께 읽으면 유익함은 더할 것이다.
<이 책에 대한 저자 카마인 갈로의 설명>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
이 리뷰는 <여산통신>에서 발행하는 출판전문지 <라이브러리 앤 리브로>에 실린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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