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과 안주에서 깨어나고 가치를 만들라
새해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쇠털같이 많은 시간을 따로 구별할 것 있겠냐마는 새해 들어 뜻한 바가 있거나, 계획이 많은 이들에게는 ‘벌써~’라는 한탄을 자아내게 하는 빠른 시간 흐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공허감을 채우는 데는 ‘공부’만한 것이 없을 것 같아 윤석철 교수로부터 인생경영의 지혜를 배우고자 한다.
윤석철 교수는 대한민국 경영학의 거목이다. 1981년 <경영학적 사고의 틀>부터 2011년 <삶의 정도>까지 10년 주기로 저서가 출간되었는데, 올해는 예외인 듯하다. 윤교수가 서울대학교 관악초청강연에서 강연 했던 것이 책으로 나왔다. 제목은 <윤석철, 문학에서 경영을 배우다>. 강연장을 울렸던 두어 시간의 좋은 말씀이 지면으로 그대로 내려앉았다.
윤교수는 강연에서 ‘지식은 쉽고 지혜는 어렵다’면서 지혜를 얻는 법을 문학에서 구했다. 지식은 강의 혹은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쉬운 배움이지만, 지혜는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과 부단한 스스로의 노력이 있을 때 얻어지는 경험치이다. 그는 인간이 지녀야 할 삶의 지혜를 영국의 계관시인 알프레드 테니슨 경의 시 ‘The Oak’에서 찾고자 했다.
이 시에서 테니슨 경은 ‘인생이 오크나무의 사계절과 닮았다’고 했다. 오크의 신록이 피어나는 봄철은 찬란한 인생의 청소년기이고,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은 넉넉한 장년기라고 보았다. 한편 중년의 가을엔 취기에서 깨어나는sober 황금빛이 되고, 낙엽이 지는 노년의 겨울은 ‘적나라한 힘naked strength으로 당당하자고 말했다.
윤교수는 이 시에서 취기에서 깨어남을 뜻하는 소버sober와 적나라한 힘의 네이키드 스트렝스naked strength라는 구절에 주목했다. 이 단어들이 우리 인생을 깨우는 지혜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먼저 전 세계를 강타한 오늘의 경제위기는 투자은행 분야 금융업자들이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경제적 탐욕에 빠져 ‘소버sober'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잘못될 수 있는 일은 결국 잘못되고 만다‘는 의미의 머피의 법칙에 의하면 고위험 고수익을 따르는 것은 반드시 망하는 길이었다. 같은 맥락으로 이번 금융위기 역시 우연이 아닌 필연의 소치였다.
또한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근거 없는 믿음도 소버sober해야 할 단어다. 100년 전통의 아그파 필름은 정상에서 안주하다가 결국 파산하고 말았는데, 그 시차는 불과 4년이었다. 윤교수는 어느 기업이라도 우월감과 안주의식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곧 도태되고 마는 것이 오늘날 무한경쟁시대의 리얼리즘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네이키드 스트렝스naked strength이 주는 지혜는 뭘까? 윤석철 교수는 총, 칼, 돈 같은 물질적인 것을 다 벗은 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힘, 즉 아무것도 없어도 사람의 마음을 끄는 ‘아름다움’이라고 보았다. 인물로 표현한다면 대통령직을 물러난 후 프랑스 국민으로부터 더욱 존경을 받았던 드골 대통령의 단호함이다.
그는 ‘ 네이키드 스트렝스naked strength‘는 사람을 넘어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도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을 제한 후에도 남아 있는 가치value가 그것이다. 제품과 서비스가 가격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면 그들은 오랜 동안 소비자의 사랑을 받게 되고, 그러지 못하면 곧 소멸할 것이다.
윤교수는 인간들도 젊은 시절에는 항상 ’소버‘하면서 깨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나이를 먹어 가면서는 늘 가치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네이키드 스트렝스‘를 쌓기를 노력해야 하는 것이 지혜로운 삶이라고 강조한다. 백 페이지 남짓의 얇지만 큰 가르침은 지금은 ’백만 가지 무모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먼저 스스로를 바로 살펴야 할 때’ 라고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다.
이 리뷰는 2월 12일자 경향신문 칼럼<책으로 읽는 경제>에 실린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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