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시선을 끄는 그곳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심리학자이자 체험 경제의 선구자 크리스티안 미쿤다가 밝혀낸 공간의 비밀
인간을 유혹하고, 구매하게 만드는 감정 연출법은 무엇일까?
빈의 패션호텔 홀만 벨레타제에서는 사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프런트데스크는 거대한 가방처럼 열리고 닫히며, 객실의 벽장을 열 때마다 욕실이나 텔레비전, 미니바가 불쑥 튀어나와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은 재미있는 장치들로 가득한 호텔의 구조에서 호기심과 재미를 느낀다. 그랜드 캐년의 구름다리 스카이워크는 관광객들에게 아찔한 통쾌감을 선사한다. 발판이 유리로 된 구름다리를 건너는 동안 사람들은 마치 허공을 걷는 듯한 스릴과 거대한 자연에서 전달되는 파워를 만끽하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감정을 체험하게 하고 다시 찾아오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매혹적인 공간 연출은 우리를 경탄하게 만드는 일종의 체험 경제다.
‘마음을 훔치는 공간의 비밀(크리스티안 미쿤다 지음, 김해생 옮김, 21세기북스)’은 호텔이나 관광지는 물론 복합쇼핑몰, 놀이동산, 브랜드 매장 등 상업성과 예술성이 극대화된 여러 공간이 어떻게 인간의 행복감을 자극하고 소비자를 유혹하는지 설명한다.
‘스페이스 프로그래밍’이나 ‘공간 마케팅’, ‘플레이스 브랜딩’ 등 이미 건설선진국에서 전문 분야로 연구되던 공간 전략들은 이제 국내에서도 산업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제 매장들은 그저 상품들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체험 공간으로 진화했으며, 건축물들에는 단순한 기능 외에도 사람들을 머무르게 하는 또 다른 가치가 요구되고 있다. 명동과 신사동 가로수길, 홍대 등 도심 곳곳에는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팝업 스토어나 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한 플래그십 스토어들이 소비자들에게 독특한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면 이런 공간들은 실제로 어떤 효력을 발휘하는 것일까? 어떤 시각적 연출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구매하게 만드는 것일까? 인간의 감정이 상업적으로 이용될 때 구체적으로 어떤 심리 연출이 사용된 것일까? 세계 곳곳의 공간들을 취재해 그곳에 사용된 연출법을 연구해온 크리스티안 미쿤다는 오늘날 산업, 예술, 문화, 기타 생활 전반에서 감정 전략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소비를 유도하는지 심리학과 미학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우리는 행복감을 구매하는 존재, 호모 에스테티쿠스다!
인간이 구매하는 목적은 결코 소비만이 아니다. 인간의 구매에는 언제나 놀이가 포함되어 있으며, 그것을 통해 행복감을 맛보기를 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구입하는 행위는 차뿐만 아니라 그 차로 인해 누릴 수 있는 행복감도 함께 사는 것을 의미한다. 심리학자이자 세계적인 공간 연출 전문가인 저자는 인간이 생각하고(호모 사피엔스), 놀고(호모 루덴스), 더불어 아름다운 것, 인상 깊은 체험, 조형의 세계가 불러일으키는 행복감을 갈구하는 존재(호모 에스테티쿠스)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체험 연출을 위해서 행복감을 활용하라고 이야기한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맨해튼의 애플스토어, 라스베이거스 호텔의 볼케이노 쇼, 황금색으로 넘쳐나는 두바이의 황금 수크 쇼윈도 등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명소들이 곧 인간의 행복감을 성공적으로 연출한 사례다.
인간이 느끼는 행복감은 영예로움, 환희, 파워, 탁월함, 열망, 황홀감, 여유로움의 7가지가 있으며, 이들은 4세기의 가톨릭 수사 폰투스가 정의한 7가지 죄악의 다른 이름이다. 즉, 오만, 탐식, 분노, 시기심, 탐욕, 음욕, 나태의 밝은 면이 7가지 행복감이다. 여러 상점과 박물관, 상인들은 바로 이 일곱 가지 행복감을 불러일으키는 시각적 연출을 통해서 인간을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치 신전을 연상시키는 장엄한 분위기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파에나 호텔, 월드컵에서 골을 넣고 두 팔을 넓게 벌린 축구 선수들, 손님들에게 허리를 깊이 숙이는 일본 백화점의 개점인사는 모두 영예로운 기분을 선사한다. 자동차 박람회의 아름다운 여성 모델은 상품의 품격을 높이고, 상품 사냥이 아름다운 여인과의 데이트처럼 보이게 만들어 사람들이 열망하게 만들고 조급증을 유발한다. 여름의 롤러코스터가 우리에게 파워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면, 알프스의 전망대는 영예의 기분과 여유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오늘날의 상점들은 사람들에게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특별한 디스플레이로 소비자의 기대치를 높이는 방법을 이용한다. 물건과 서비스를 사고 싶게 만드는 연출들은 인간의 사냥 본능을 일깨우고, 결국 무언가 사게 만든다. 이렇게 구매 가능한 행복감은 우리의 마음을 상쾌하게 해주고, 때로는 아픈 몸을 치유해주며, 삶의 의욕을 얻게 해준다. 이러한 감각 세계의 연출 기법을 습득한다면 사람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공간의 감정 전략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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