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2월 한 권의 책이 나를 찾아왔습니다. <낯선 곳에서의 아침>, 우연히 서점을 둘러보다가 이 책과 만났습니다. 당시 내 상황은 좋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 위기와 함께 집의 경제 사정도 급작스럽게 안 좋아졌고 가정의 화목은 깨졌습니다. 돈을 물 쓰듯 쓰며 흥청망청 놀기 바빴던 나의 '부잣집 막내아들'이라는 가면은 순식간에 벗겨졌습니다. 가면이 걷힌 후 드러난 내 모습은 초라했습니다. 꿈이 없고 뭐를 잘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도 하지 않은 지방대생이 바로 나였습니다.
<낯선 곳에서의 아침>을 읽으며 가슴이 뛰었습니다. 저자의 말이 마치 나를 위한 메시지처럼 느껴졌습니다. 2주 동안 이 책을 두 번 연달아 읽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생각했습니다. ‘저자가 하는 일을 하고 싶다. 이 사람처럼 살고 싶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현실의 나는 보잘 것 없었지만 이 책은 나의 잠재력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어려운 상황은 내 정신을 민감하고 만들었고, 나는 저자의 메시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내 안의 뭔가가 외쳤습니다. ‘너의 꿈을 찾아라. 거기에 너의 전부를 걸어라. 그러면 새로운 문이 열릴 것이다.’
내 정신은 각성했습니다. ‘그래, 내게도 좋아하는 것 하나, 잘하는 것 하나는 있을 것이다.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없어서 못 찾은 게 아니라 안 찾아서 모르는 것이다. 찾아보자, 그것에 내 존재를 걸어보자.’ 이때의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었습니다. 정신적 각성을 통해 ‘생각이 한 차원 도약한 것’입니다. 이때가 바로 ‘정신의 지평이 넓어진 바로 그 지점’입니다.
“사건이 사람을 이끌고 우연이 운명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정신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어떤 우연도 위대한 각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제자가 준비되면 위대한 스승이 나타나듯, 사람이 준비되면 위대한 사건이 일어난다. 그 자체로 위대한 스승이나 사건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운명이 바뀌기 때문에 그 만남이 위대해지는 것이다. 우연의 얼굴을 가진 필연, 그 사람 자체가 바로 운명임을 홀연 깨닫게 해주는 위대한 떨림은 이렇게 맺어진다.”
우연히 다가와 운명이 된 책을 읽은 지 2년 반이 흐른 어느 날, 나는 이 책의 저자를 만났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1년 6월의 맑은 날이었습니다. 이날이 또한 내 삶의 변곡점이었습니다. 이 만남 이후부터 나는 이 사람을 저자가 아닌 사부님으로 부르고, 평생의 스승으로 모시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10년을 함께 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사부님은 내 삶의 길을 비춰주는 등대였습니다. 힘든 시절 ‘어두운 길 위에 뿌려진 달빛 같은 영감’이 사부님이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함께 한 시간과 경험이 실제로 그렇기 때문입니다.
“나의 고독을 만들어주고 동시에 이해해주는 사람, 단 한 사람이라도 좋다. 화두를 던져주고 깨달음의 경지를 나눌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어른, 적어도 한 사람의 스승은 있어야 한다. 힘들 때마다 ‘스승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내심 물어볼 그분을 얻어야 한다.”
사부님을 통해 나는 스스로를 탐험하는 방법을 배웠고, ‘이 세상을 읽는’ 관점을 넓혔으며, 자기답게 ‘삶을 살아가는’ 모델을 보았습니다. 운명이 된 그 만남부터 10년이 흐른 오늘, 사부님이 주신 가르침과 그분‘이 삶으로 보여준 영감을 담은 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구본형 사부님의 <깊은 인생>이 바로 그 책입니다.
“나는 이 책에서 성공을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평범한 인간 속에 살고 있는 위대함에 대해 말하려 했다. 자신의 삶 속에서 그 위대함을 끄집어내 가장 자기다운 인생을 살아가게 된 평범한 사람들, 스스로 자기 자신의 별이 된 사람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 본문에서 파란 글씨 부분은 <깊은 인생>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깊은 인생(DEEP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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