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대표적인 세계 레스토랑 안내서인 미슐랭 가이드Guide Michelin의 탄생을 아시는가?
재미있게도 이 책자는 타이어회사가 나눠주던 무료 책자였다.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인 미슐랭(美, 미쉐린)사에서 발간하는 전국의 여행안내서로 1900년 타이어 구매고객에게 무료로 나눠주던 자동차여행 안내책자에서 출발하였다. 초기의 도로법규ㆍ자동차정비요령ㆍ주유소 위치 등으로 한 주된 내용과 함께 간단한 주변 음식점을 안내가 전부였던 것과 달리, 해가 갈수록 호평이 이어지자 1922년부터 유료로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후 대표적인 레스토랑안내서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최근에는 미슐랭 뉴욕(2005), 미슐랭 도쿄(2007) 등이 발간되기도 하였으며, 책 가격은 24유로(약 4만 3000원)로 비싼 편이지만 매년 50만∼60만 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다. 특히 최고의 영예인 별 3개(쓰리 스타)는 매년 프랑스 전체에서는 20개 정도며, 이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50개 정도에만 그치고 있을 정도로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2009년 2월 이 미슐랭가이드가 100호를 맞이했다(참고:시사상식사전). 뜬금없이 미슐랭 가이드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잘 아시겠지만 최근 기사화 되고 있는 독립영화'트루맛 쇼'이 야기시킨 'TV 맛집 사건' 때문이다.
일간지와 스포츠 신문 등 창업지면에 광고 개제를 조건으로 기사를 실어주는 '기획성 광고 기사'도 존재하는데, TV '맛집' 프로그램에서 돈을 돈을 받고 소개를 해주는 등 조작했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 않다. 하지만 호떡집에 불이 난 듯 검색어 상위에 링크되는 이유는 독자인 우리가 TV에서 소개된 맛집에 현혹되어 심심찮게 찾아갔기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거의 매일 TV에 소개되는 맛집을 볼 때마다 "놀라운 맛", "기똥차다", "최고에요"를 연발하는 손님들이었다. 외식을 할 때 내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요리맛이 어떠냐?'는 질문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지만, 설령 있다손치더라도 저렇게 '난리를 치지'는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TV에서는 리포터를 대신해서 손님들이 대신 맛을 설명해 주곤 했다. 매 번 신기해 했기에 나는 그 '조작기사'에 몹시, 아주 몹시 씁쓸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하나, '정말 믿을 놈 하나 없다'.
어느 신문의 칼럼 마무리에 '안 그래도 하루하루가 팍팍한데 먹는 즐거움마저 우롱한 이 못된 방송사들을 어떻게 혼내야 할까'는 말에 공감했다. 이후 기사들이 나면서 프로그램 PD는 '외주를 줘서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하고, 외주사는 '제작비가 모자라서'라는 이유를 달았다. 어느 누구 하나 '죄송하다, 잘못했다'는 말하는 이가 없다.
한편 언론에 대한 우리의 맹신 수위를 조절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한 지인은 '신문과 뉴스는 발생했던 팩트fact만을 믿는다'고 말했다. 난 이번 기사를 읽으면서 'TV 프로그램에서 업체를 칭찬하는 내용은 절대로 믿지 말자'고 생각했다. 어디 TV 뿐이겠는가? 신문은 투명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번 기사에 실망하고 분노하는 사람만 '순진한 바보'인지도 모른다. '웬만한 선수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 아니던가? TV나 매체에 맛집으로 소개가 되기만 하면 '매출이 급상승'하는 것은 따 놓은 당상. 수요(음식점)는 많은데 공급(방송)은 적으니 희소가치가 생기니 '부정'이 일어나는 건 시간문제. 만약 그들이 부정을 일으켰다면 시청자나 독자를 우습게 알았거나, 최소한 무서워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에 대한 우리의 가장 무서운 대응은 '맛집' 프로그램이 나오면 채널을 돌리고, 맛집이라고 소개된 곳이라고 자랑하는 곳을 부러 가지 않는 것이다. 아예 신경을 끄는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부정이 일어날만한 케이스'는 여기저기 가득하다. 도대체 뭘 믿고 살아야 할까? 그래도 사회가 제대로 굴러가는 것은 '원칙'을 준수하는 나와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맛집 프로그램들이 어떻게 자정自淨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도대체 미쉐린 타이어는 어떻게 이렇게 품격있고 믿을만한 전문 도서를 만들어내는 생각을 했을까. 부럽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의 국내 대기업들 중에 이렇게 멋들어진 생각을 하는 기업은 없을까?' 기대한다면, 여전히 난 순진한 '고객님'인 것일까?
P.S. 그건 그렇고, 얼마 전 Daum의 맛집 블로거들 수십 명이 함께 모여 대한민국 맛집을 소개하는 책을 냈다고 한다.
같은 블로거로서 TV 프로그램 대신 마지막으로 이들이나 믿어 봐야겠다. -Richboy
대한민국 맛집 여행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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