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연습의 원칙
15년 간 글쓰기 강좌를 계속 해오면서 첫 시간마다 빠뜨리지 않고 제시하는 원칙이 있다. 여기서도 그 원칙을 얘기하고 싶다. 내가 이 원칙들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글쓰기의 핵심이며, 모든 글쓰기의 시작점이고, 자신의 마음을 믿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 역시 이 원칙들을 믿고 있으며, 어떤 면에서는 종교처럼 신봉하고 있다. 한 친구가 이런 나를 놀리며 말했다.
“이봐, 나탈리. 네 말을 듣고 있자니 그 원칙들이 인생 만사에 적용되는 것 같은데?”
나는 웃으며 답했다.
“그래, 그럼 일단 섹스에 적용해 볼까?”
엄지손가락을 펴며 말을 이었다. “손을 계속 움직여라.”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는 검지손가락을 폈다. “될수록 구체적으로.” 그리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것도 적용된다. 다음은 세 번째 손가락. “억제하지 말라.” 이거야말로 글쓰기와 섹스가 같은 점이 아닌가. 그리고 네 번째. “생각하지 말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섹스도 그렇잖아.
내 이론이 증명되자 친구와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자, 이제 이 원칙들을 다른 일에도 적용해보자. 테니스, 행글라이딩, 운전, 치즈샌드위치 만들기, 개나 뱀 훈련시키기, 그래, 뭐 모든 분야에 적용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글쓰기 원칙이니까. 자, 그럼 하나씩 따져보자.
1. 손을 계속 움직여라. 10분이든 한 시간이든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았다면, 절대 멈추면 안 된다. 10분을 마음먹고 글을 쓰다가 8분쯤 지났을 때, 발 앞에 폭탄이 떨어지더라도 꼼짝해서는 안 된다. 시간을 다 채울 때까지 써야 한다. 왜 그래야 할까? 글을 쓰는 동안, 우리 안에는 감독관과 창작자가 공존하게 된다. 자, 한쪽은 글을 쓰는 창작자의 손이고, 다른 한 쪽은 글을 고치는 감독관의 손이라고 해보자. 이제 두 손으로 깍지를 껴보자. 이것이 우리가 글을 쓰는 동안 벌어지는 일이다.
창작자 손은 내가 토요일 저녁에 한 일을 쓰고 싶어 한다.
‘나는 밤새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마시며 바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남자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티셔츠는 붉은 색이었다. 왠지 그의 얼굴이 해리 벨라폰테와 닮았을 것 같았다. 새벽 세 시쯤 이윽고 그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얼굴을 보는 순간 재떨이로 토할 뻔했다. 생긴 모습이 꼭 이빨 빠진 멍멍이 같았다.’
창작자 손은 첫 문장을 필두로 글쓰기에 돌입하는데, 동시에 감독관 손은 그 손가락을 꽉 붙잡고 꼼짝 못하게 한다. 감독관 손이 창작자 손에게 말한다. “아냐, 위스키 같은 건 안 쓰는 게 좋겠어. 사람들이 알면 좋을 게 없잖아. 이렇게 바꾸는 게 어때. ‘어젯밤 나는 고소하고 따뜻한 우유를 마시고 9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써. 어서, 그럼 손을 놔줄게.”
창작자 손을 계속 움직이게 하면, 감독관 손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그러면 쓰고 싶은 것을 쓸 수 있게 된다. ‘손을 계속 움직여라’라는 원칙은 창작자 손에서 힘을 실어주고 감독관 손이 끼어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 이 원칙은 글쓰기 훈련을 위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
2. 억제하지 말라. 말하고 싶은 걸 말하라. 글의 내용이 정확한지 겸손한지 적절한지를 걱정하지 마라. 그냥 뱉어내라. 앨런 긴스버그는 콜롬비아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을 예정이었다. 당시 그는 압운시를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운율형식을 수도 없이 연습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그는 형식을 무시하고 무엇이든 자기가 쓰고 싶은 걸 쓰겠다고 결심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물론 이렇게 하기 전까지 그는 글쓰기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 하지만 정말 경이로운 것은, 글쓰기 경험이 없는 학생들에게 쓰고 싶은 걸 마음대로 쓰라고 했을 때에도 글 내용이 훨씬 진실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3. 구체적으로 쓰라. 자동차라고 하지 말고 캐딜락이라고 하라. 과일이 아니라 사과라고 하라. 그냥 새가 아니라 굴뚝새라고 하라. ‘동반의존적인 신경과민의 남자’라고 하지 말고, ‘해리라는 남자는 아내가 담뱃불을 붙이러 가스렌지로 가는데 그녀가 사과를 먹으려는 줄 알고 냉장고로 달려가는 남자’라고 구체적으로 써라. 대중심리학자의 꼬리표를 붙이기보다는 그 꼬리표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대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해야 한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스스로 자학할 필요는 없다. “나는 바보야. 선생님이 구체적으로 쓰라고 했는데 바보처럼 ‘나무’라고 쓰고 말았어.”라고 말이다. 그저 자신이 ‘나무’라고 썼다는 걸 인식했다면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그 ‘나무’ 옆에 '플라타너스‘라고 메모를 해두면 된다.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야 한다.
4. 생각하지 말라. 우리는 흔히 뭔가를 보고 처음으로 퍼뜩 떠오르는 생각보다는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생각의 영역에서 산다. 첫인상을 무시하지 말라. 글쓰기 훈련이 그 첫 번째 생각에 접속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그냥 연습에 집중하고 다른 것들은 모두 잊어버려라. 여기서부터는 반드시 섹스에도 적용된다고는 할 수 없는 규칙들이다. 물론 적용해도 해로울 건 없겠지만 말이다.
5. 마침표와 철자, 문법에 얽매이지 말라.
6. 이 나라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들에 대해서도 마음껏 쓰라. 원한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산타페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 뉴욕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 칼라마나 미시건, 자기 동네, 자기 목장, 동네 레스토랑에서 가장 하찮은 것들에 대해서 써도 괜찮다. 반대로 아주 큰 우주의 영역으로 확장해도 상관없다. 우주에서 가장 하찮은 것, 은하수, 이 세계, 북반구, 사하라 사막에서 가장 하찮은 것에 대해 써보라.
7. 급소를 건드려라. 뭔가 두려운 것이 떠오르면 거기에 맞닥뜨려야 한다. 그 곳에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계속 두려움의 주변을 맴돌며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진실을 회피하며 쓴 글은 추상적이고 밋밋할 수밖에 없다. 헤밍웨이는 상처를 건드리는 고통에 대해 적나라하게 쓰라고 했다. 피하면 안 된다. 그런 곳에 모든 에너지가 모여 있다. 쓰면서 울거나 웃을 수야 있겠지만 그걸 쓴다고 죽지는 않을 테니 겁먹을 필요 없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손을 계속 움직이라고 하셨는데, 손을 멈춰야 할 때도 있지 않나요? 예를 들면, 스스로 무얼 말하고 싶은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잠시 멈춰도 되지 않을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말하고 싶은 걸 알아내는 동안에도 손을 움직이는 게 좋다. 나는 오랫동안 글쓰기 훈련을 해오면서 이 원칙을 엄격하게 지켜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손을 계속 움직였다. 첫 번째 생각을 놓치지 않고 그것을 포착하려 했다. 잠시 멈춘다고 해서 별 문제는 없겠지만 그런 뒤에 곧바로 다시 쓰는 건 늘 쉽지 않았다. 원한다면 쓰기를 멈추고 자신이 쓰고 싶은 것을 더 구체적으로 떠올려도 좋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틈이 생기면 몽상에 빠져서 글쓰기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리듬을 익히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감독관의 손에 저항하기 위해서라도 ‘손을 계속 움직여라’라는 원칙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
글쓰기 훈련을 잘 해두면 나중에 어떤 종류의 글을 쓰더라도 도움이 되는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게 된다.
어렸을 때 나는 테니스를 했다. 그런데 팔 힘이 별로 강하지 않아서 조바심이 났다. 경기를 하고 싶은 열만이 컸던 나는 약한 팔을 보상하기 위해 라켓에서 내가 잡아야 할 위치보다 더 높은 곳을 잡았다. 그리고 라켓을 그런 식으로 잡는데 익숙해졌다. 그 후 테니스 실력이 늘긴 했지만,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더 이상 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기본인 라켓 잡는 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글쓰기 방식이나 문체를 생각하기 전에 기본부터 충실히 해야 한다. 이 원칙을 믿어야 한다. 이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물을 마시는 것처럼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다시 말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핵심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당신을 흔들리지 않게 해 줄 것이다.
- 글쓰며 사는 삶, 나탈리 골드버그, 페가수스, 15~20쪽
글쓰며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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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지난 6월 글쓰기 입문 수업을 들은 수강생들의 수강 후기입니다>
<<6기 6주 과정을 마치며>>
이민규 교수님의 실행이 답이다. 라는 책을 읽고 내용중에 즉시 실천하라는 말씀에 자극받아 글쓰기 입문과정에 등록을 했다.
3년 후 책을 출판하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차에 용기를 내게 되었다.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라는 책을 쓰신 김은섭선생이 강의를 했다. 첫 시간부터 수강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하는 열정과 진심이 우리들을 6주 내내 강의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도록 만들었다.
입문과정의 교육을 받으면서 나의 생활이 달라졌다. 아침 일어나 3페이지의 글을 쓰고있으며 저녁에 잠자기 전에는 잘 쓴 글을 필사하고 있다. 그리고 낮 짜투리 시간에는 나의 생각과 경험들을 정리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나이를 먹을 수록 경제, 건강문제보다 고독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한다. 책읽기와 글쓰기친구 둘을 만나게 되어 노후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은 확신이든다. 우선 의무감이나 형식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즐겁고 재미 있다. 책을 읽어도 그동안 읽었던 때와는 질적으로 달라졌다. 글을 써보니 다른 사람들이 쓴 글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되었다.
김은섭선생의 강의는 여러 면에서 대단한 가치가 있다. 우선 그동안 경험한 노하우의 엑기스의 정보를 다 가르쳐주었다. 숙제를 제출하면 바로 첨삭지도를 해 주어 나의 문제점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글을 쓸 때 마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재 수강을 해서 내친 김에 글쓰기를 습관화 할 작정이다. 인연을 맺게 되어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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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입문 -두 번 들어도 재밌어요!>>
입문 5기에 이어 이번 6기도 수강했습니다.
지난 번과 달리 더 많은 인원과 반면 약간은 조용한 분위기속에 강좌였구요.
처음보다는 조금 덜 낯설게 수강할 수 있었고 보다 자연스럽게 글쓰기를 하게 되었네요.
역시 글쓰기에 도움되는 좋은 책 소개와 구체적인 새로운 방법들. 그리고 선생님의
TV출연 소식과 함께 더 많은 강의 스케줄이 예정되신것 같아, 선생님의 좋은 강의내용이
저한테 뿐아니라 다른 분들한테도 공감가는것 같아 덩달아 기분 좋아집니다.
지금 이시간에도 좋은 글쓰기를 위해 책을 옆에 두고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되는 열혈
제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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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을 갖게 하는 수업>>
온전히 글만 쓸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에서 강좌를 찾아 들었습니다.
수업날 전까지 글을 써 메일로 보내면 김은섭 강사님께서 친절하게 피드백을 해 주십니다.
어떤 평과 반응이 나올지 기대를 하게 되면서 열심히 글을 쓰게 되더군요. 짬짬이 시간을 내어 글을 썼습니다.
그래서 6주간의 수강을 마치고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 이 바람은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글을 잘쓸 수 있는 방법 뿐만 아니라 독서법 전반에 걸친 도움되는 이야기도 많이 해 주셔서 좋습니다.
읽을만한 책도 추천해 주시고 책 선물도 주십니다 ㅎㅎ
글쓰기를 생활화 하고 싶은 분들 들어보시면 도움이 많이 되실 거예요~
저도 이 강좌를 듣고나서 글쓰기만을 위한 시간을 따로 할애해서 쓰겠다는 맘을 먹게 되었거든요.
글쓰는 시간 동안 참 즐거웠습니다.
열심히 참여하시면 얻어가는 것도 더 많으실거예요.. 물론 수업 자체만으로도 도움되는 것은 맞지만 ^^;;
화요일마다 기대감을 가지고 수업에 들어갔었는데.. 끝나서 아쉽네요~
김은섭 강사님 인간적인 강의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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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기를 마치며>>
글쓰기에 대해 완전 초보였는데
글만 잘쓰고 싶다는 욕심이 많았습니다.
근데..
급할수록 돌아가는 말처럼
이과정을 통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글쓰는 법을 익혀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나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글을 써서 보내면
칭찬과 함께 격려의 말과 적절한 충고를 해주셔서
글쓰고 보여주는데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이나마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열정에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강의] 말로 풀어내는 책이야기 > [강의] 글쓰기 입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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