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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경영마인드

[북리뷰] 찰스 핸디의 '코끼리와 벼룩' - 인생 후반기, 자유로운 벼룩으로 살아라

by Richboy 2011. 10. 2.

 

 

 

 

찰스 핸디의 '코끼리와 벼룩' -  인생 후반기, 자유로운 벼룩으로 살아라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어려움을 거듭하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 역시 좀처럼 불황을 박차고 일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내년 우리 경제는 살아가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고, 개인에게는 여전히 고용 안정성이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올 것 같다.

 

   책 '코끼리와 벼룩'(생각의나무)은 이런 위기의 상황에 읽어 볼만하다. 세계적인 경영구루 찰스 핸디가 개인의 관점에서 개인과 기업의 새로운 관계에 대해 통찰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거대한 기업 '코끼리'의 한 조직원으로 살기를 포기하고 자유로운 '벼룩'이 되어 살아가는 맛을 느끼라고 말한다. '벼룩'은 회사의 대표자가 아니라 자신을 대표하는 독립된 인격으로, '벼룩'들은 스스로의 삶을 “포트폴리오 인생”이라 부른다.

   저자는 1996년 영국 회사의 3분의 2가 '1인 기업'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이미 하나의 분명한 현실이 된 '벼룩 시대'의 자유를 만끽하는 법을 제시한다. 그는 독자들에게 흘러가버린 과거의 세상을 목표로 살지 말고, 대기업이 제공하는 의심스러운 안전보다는 무소속의 자유를 준비하라고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소속의 자유란 구체적으로 뭘까? ‘벼룩 생활을 하라‘고 외친 찰스 핸디. 그 역시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일에서의 성공과 가정에서의 행복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찰스 핸디의 벼룩 생활을 가장 잘 설명한 부분이 있다.

 

   “나는 겨울 여섯 달 동안에 돈 버는 일과 자원 봉사 일을 전부 해치우기로 동의했다. 여름 여섯 달은 아내의 시간으로 남겨놓았다. 이 기간 동안에 나는 책을 쓰는 데 필요한 자료를 읽고 또 노트를 하는 등 공부하는 일을 하면 되었다. 아내의 시간 6개월 동안, 나는 가능한 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나는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그녀의 물건을 대신 들어줄 수 있고 또 비가 오거나 해가 날 때는 우산이나 양산을 대신 들어줄 수 있다. 운전기사로 뛸 수도 있고 아내의 약속 장소에 친구 삼아 나가줄 수도 있다. 또 그녀가 찍은 사진의 내용을 설명하는 문안 작성자로 도움을 줄 수 있다.”

 

포트폴리오 인생의 시작  

 

글로벌 기업(이 책에서는 코끼리로 비유된다)로열 더치 셸 런던 본사에 근무하면서 관리자들을 교육시키는 일을 담당하고 있던 찰스 핸디는 신혼 때 아내에게서 큰 깨달음을 얻는다.

 

어느 날 저녁 아내가 찰스 핸디에게 물었다.

“여보,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자랑스러우세요?”

좋아, 그런대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어때요. 특별한 사람들이에요?”

좋아. 그런대로.

 

“그럼, 당신 회사 로열 더치 셸은 좋은 일을 하는 좋은 회사인가요?”

응, 좋아. 그런대로.

아내는 그를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는 “좋아, 그런대로.”의 태도를 가진 사람과 한 평생을 보내고 싶지는 않아요.“

 

   그 날의 대화는 아내가 던진 일종의 최후통첩이었고, 찰스 핸디는 그 다음 달 로열 더치 셸에 사표를 냈다. 그는 ‘좋아, 그런대로.’만으로는 인생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의 삶은 단 한 번뿐이고 그러니 그 삶을 영위하면서 그저 근근이 견뎌나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결국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 질문은 여전히 찰스 핸디를 따라다니는 화두였다.

 

   ‘평생의 시간을 미리 회사에다 팔아넘기고 그 대신 평생 고용을 보장받는 그런 형태의 직장 문화는 앞으로 점점 사라지게 될 것이다’고 생각한 찰스 핸디는 대기업의 보금자리를 떠나 나 혼자서 바람찬 들판에서 풍찬 노숙하는 것이 무엇인지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세기 고용문화의 큰 기둥이었던 대기업, 그 코끼리들의 세계에서 벗어나 벼룩처럼 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는 자유를 얻기 위해 안정을 내팽개치고 바로 그 새롭고 무모한 모험의 세계를 선택한 것이다.

 

 

 

 

   하루아침 벼룩이 된 찰스 핸디는 자유롭게 자기 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포트폴리오 생활의 큰 축복임을 알게 된다. 자기 마음대로 스케쥴을 잡는 대신에 우선순위를 미리 결정하고, 선택을 하고, ‘노’라고 말할 줄 알려면 스스로를 제어할 줄 아는 강인한 마음가짐이 필요함도 느꼈다.

 

   포트폴리오 생활은 그에게 성공의 의미를 재규정하도록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인생과 인생의 목적에 관한 그 개인의 가치와 신념이 자연히 드러나게 되는 것도 목격한다. 스케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피상적으로는 두 개의 선택안 중 하나를 골라잡는 것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그 사람의 신념체계가 드러나는 준 종교적인 탐구였던 것이다.

 

   벼룩이 되어 자신의 인생 포트폴리오를 스스로 꾸미게 된 찰스 핸디. 그는 더 이상 남의 결재를 받기 위해 내 어깨 너머를 쳐다보지 않아도 되고,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인생을 마음대로 주무르게 되었다. 무엇보다 그는 내가 아닌 그 어떤 것으로 위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그런 상태를 편안히 여긴다는 것 등등이 너무나 좋았다고 고백했다.

 

인터넷 시대의 기업 문화-자본주의의 과거, 현재, 미래 

 

   회사라는 코끼리는 사람들이 삶에서 바라는 것, 가령 생활의 안전, 승진의 전망, 보람 있는 일을 할 기회를 제공했다. 그런 제도가 그대로 지속될 수만 있다면 그것은 참 좋은 생활이었다. 하지만 세계의 경계선이 무너지고 통신수단이 발달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런 회사들은 급격한 변모를 겪게 되었다. 또한 신자유주의 경제 하에서는 경쟁이 필수적인 한 부분이 되었다. 모든 분야에서 진입장벽이 붕괴된 것이다. 정부의 도움이 있건 없건 경쟁은 공공부문에도 스며들고 있다. 그런 까닭에 다가올 미래(21세기 현재)에는 프리랜서(1인기업가) 생활을 준비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벼룩으로 대표되는 프리랜서는 자신의 노하우 결과를 판매할 뿐, 노하우 자체를 판매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직원은 일의 결과가 아니라 시간을 회사에 팔아버림으로써 그 시간을 이익으로 전환시키는 노하우마저도 암묵적으로 함께 팔아버리는 것이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프리랜서들이 자신의 지식을 철저히 통제하기 위하여 회사를 상대로 수수료를 청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의하기 애매모호한 지적 재산은 점점 더 벼룩들에게 속하게 될 것이고 점점 더 많이 코끼리들에게 임대될 것이다.“

 

   한편 그는 현재와 미래의 테크놀로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른다섯 이전에 발생한 테크놀로지는 우리를 흥분시키고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열어준다. 그러나 그 이후의 테크놀로지는 우리를 당황하게 하고 난처하게 한다.”는 것. 하지만 찰스 핸디는 e세계의 경영은 결국 상식의 문제일 뿐 정말로 어려운 것은 구체적인 실천이라 통찰한다. 크게 볼 때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이미 발생한 것을 강화하는 것일 뿐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앞으로는 소유보다 접속이 중요하게 될 것이고, 또 어떻게 보면 비소유적 재산의 세계가 경제를 활성화시킬지도 모른다고 보았다. 21세기 들어 소비지상주의가 가져온 부정적인 결과로 환경오염이 심각해져 지구 온난화를 불러와 세계 기상마저 불안해지는 형국이 되자 최근 ‘소유’보다는 ‘공유’와 ‘대여’를 통한 자원과 재화의 재분배가 주목되고 있다. 시대를 내다본 찰스핸디의 통찰력이 아닐 수 없다.

 

독립된 생활-인생 스크립트 새로 쓰기 

 

   찰스 핸디는 미래에 대해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한 경영학의 귀재인 피터 드러커의 말을 빌렸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경쟁하지 말라. 일을 남들과 다르게 처리하고 승리의 개념을 재규정하라. 적어도 자본주의는 우리에게 그렇게 할 가능성을 준다. 홍수에 휩쓸려갈 때에는 선택안을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홍수는 때때로 우리를 새로운 장소, 새로운 가능성으로 데려다 준다.”

 

   그리고 “남들보다 낫기보다는 다르게 되자.”고 말했다. 바로 차별화를 말한 것이다. 찰스 핸디는 이 화두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새로운 통찰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자신의 전문지식 분야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물을 새롭게 보기 위해 혹은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 때때로 낯선 세계를 거닐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우리 자신에게 그것을 강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찰스 핸디는 독립적인 벼룩의 생활에 기댈 곳이 자기 자신 밖에 없다며 돈 버는 일의 미래를 확보하려면 공부하는 일이 본질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공부의 핵심은 글쓰기. 그는 소설가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작가들은 실제 글쓰는 시간보다 3배나 많은 시간을 공부하는데 투입한다며 꾸준한 학습을 강조한다.

 

   찰스 핸디는 세계가 점점 더 개인의 세계, 선택과 리스크의 세계가 되어가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미래가 항상 편안하기만 한 세상도 아니고 리스크 또한 높을 것을 짐작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삶을 스스로 형성하고 우리 자신을 스스로 규제하는 기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때가 지금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을 썼다. 일생 동안 세 가지 형태의 삶을 산 자신을 돌아보며 그 중 벼룩의 삶이 지금까지 겪어온 여러 형태의 삶 중 그것이 가장 좋은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인생은 그 어느 때보다 길다. 행복한 삶을 사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리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고민한다면 이 책이 좋은 말벗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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