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하려거든 꿀벌의 성실함을 버리고 게릴라의 열정을 지녀라!
“우리는 이제 20세기형 진보에 냉소적이다. 우리는 단조로운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약속받았지만, 결국은 사무직 노동자가 되었다. 우리는 상당한 자율권을 약속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수많은 회사 정책의 속박을 받고 있다. 우리는 순수한 목적의식을 약속받았지만, 분기마다 수익을 점검 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우리는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약속받았지만, 본질과는 상관없는 끝없는 회의에 파묻혔다. 우리는 창조성을 위한 공간을 약속받았지만, 결국은 리엔지니어링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종종 동료라고 불리었지만 낡은 소모품 취급을 당했다. 그렇다. 휘었던 우리의 등이 펴진 것은 사실이다. 진보의 시대는 육체적 부담을 줄여주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무디어졌고, 정신은 고갈되었다.“
세계적인 경영구루 게리 하멜은 <꿀벌과 게릴라>의 첫머리에서 "진보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대신 "우리는 지금 혁명의 시대의 출발선에 있다"고 진단한다. 게리 하멜Gary Hamel은 2008년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21세기 최고의 경영 구루Guru’에서 현대 경영의 창시자로 통하는 톰 피터스,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인물이다. 포춘과 이코노미스트 또한 그를 ‘세계를 선도하는 경영전략 전문가’로 선정했다.
세계 언론이 그에게 붙인 닉네임은 ‘창조경영학의 창시자’. 관리와 효율을 강조하는 기존 경영학에 반기를 들고, 창조와 혁신의 중요성을 설파해 왔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21세기에는 경쟁의 룰을 바꾸는 혁명과 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창의력만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 기업경영에서 잘 알려진 개념인 ‘전략적 의도’ ‘핵심역량’ 같은 용어를 창안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책은 뉴욕 타임스로부터 “비즈니스 개념의 혁명적 전환과 자기 혁신을 촉구한 최고의 경영 철학서”로 평가받았다. 원제는 Leading the Revolution이다.
“1997년까지 이동전화 사업의 세계적인 선도 기업이었던 모토롤라는 디지털무선기술로 넘어가는 1~2년 정도의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그때까지 무명이던 북유럽기업 노키아가 세계 1위 업체로 부상했다.
한편 영국의 대표적인 가전제품 유통업체인 딕슨의 자회사인 프리서브는 지난 98년9월부터 인터넷 무료접속 서비스를 실시, 15개월 만에 1백5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AOL을 제치고 영국최대의 인터넷 접속업체로 떠올랐다"
위의 사례들은 게리 해멀이 <꿀벌과 게릴라>에서 21세기 기업에겐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제시한 사례들이다. 그는 산업혁명 이후 20세기까지를 "진보의 시대"라고 한다면 21세기는 "혁명의 시대"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기업과 개인이 혁명적인 자기변신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해멀의 지적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단순하게 주어진 일만을 성실히 해나가는 직원을 꿀벌로, 이와 대비해 과거 일 처리 방식과 단절, 새로운 혁신방안을 고민하는 직원을 게릴라로 표현했다. 비즈니스 전쟁에서는 점진적인 개선 만으로 부족하고 변화의 흐름에 혁명적으로 대처하라고 요구한다. 성실의 모범으로 여겨지던 꿀벌의 위상이 게리 하멜에 의해 굴욕을 당했다. 꿀벌이 오늘날의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렇게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우리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어제의 성공 공식이 더 이상 오늘 통용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이젠 더욱 더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들의 조언들이 실제 사업에서는 큰 효용을 주지 못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과거 기업에서는 리더의 말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한 조직상이었다. 사회에서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튀지 말고 지켜보다가 앞에 사람 따라가라’ 가 우리가 배운 삶의 모범처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난 돌에 대해서도 관대하게 지켜봐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모난 돌들이 개미와 꿀벌을 대신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놀라운 부(富)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아진 세상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21세기의 기업환경은 산업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경쟁사를 이기는 것보다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적 탁월함보다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기업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반역자"가 되고 "혁명가"가 될 것을 주문한다. 그는 우선 시대에 뒤떨어진 관행과 비즈니스 개념을 바꾸고 혁신의 열정을 가진 행동주의자가 돼 새로운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로 경영진을 설득하는 게릴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IBM의 데이비드 그로스만과 존 패트릭, 소니의 켄 쿠타라기 등이 게릴라 즉, 대표적인 "혁명가"의 사례다.
IBM의 하급 기술자 데이비드 그로스만은 인터넷을 매개로 직원들을 규합하여 IBM이 인터넷과 e비즈니스로 나아가자는 운동을 일으켰다. 거대한 관료주의의 벽에 답답해하던 젊은 CEO 루 거스너는 즉시 그들의 운동에 동참하여 혁명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리하여, 누적적자 150억 달러의 죽은 공룡은 세계 최고의 e비즈니스 솔루션 업체로 찬란하게 부활했다.
SONY 플레이스테이션의 창조주 쿠타라기 켄은 거의 반역에 가까운 음모로 디지털 소니의 신화를 창조했다. 그는 경쟁사 닌텐도에 핵심 부품을 만들어주면서 소니가 닌텐도를 능가하는 진짜 혁명적인 게임기를 만들 역량이 있음을 증명했다. 소니의 CEO 오가는 켄을 비난하던 낡은 간부들을 해고하고 그에게 디지털 소니의 미래를 맡겼다.
오늘날은 창의적이고 주변적인 게릴라의 시대라고 전망하는 해멀은 오늘날의 비즈니스는 경쟁사를 대상으로 기업을 포지셔닝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혁신은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
이 책이 다른 경영전략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기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멀은 조직과 기업의 차원이 아닌 개인 차원의 혁명을 설득한다. 혁신에 열정을 가진 개인들은 행동주의자가 되어야 하며 새로운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하여 경영진을 설득하는 게릴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멀의 주장은 경영진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기업에 몸담고 있는 '나'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미래는 잊어라' '다르게 보고, 다르게 돼라', '새로운 자체에 중독돼라', '이단자가 돼라' 등 혁신을 위한 행동원칙도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은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비즈니스맨의 강령처럼 여겨진다.
급변하는 경제 상황은 불연속적이고 돌발적이며 선동적이다. 그래서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기업은 이미 멸종의 길로 들어섰다. 경쟁은 혁신기업 대 기존기업, 혁명가 대 기득권자의 구도가 되었다. 게리 해멀은 이렇게 말한다. “혁신적 기업은 우선 당신 기업의 시장과 고객을 빼앗아 갈 것이다. 다음으로 당신의 기업의 가장 우수한 인재를 빼앗아 갈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당신 기업의 모든 자산을 빼앗아 갈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추종으로는 세계적 리더십을 얻을 수 없다. 우리는 이제 스스로 이렇게 물어야한다. “왜 나는 저 뒤를 쫒고 있는가?” 그리고 이렇게 선언하고 실천해야한다. “이제 나의 길을 갈 것이다. 나의 강점에 기초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이길 것이다.”
이 책은 또한 경영자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모든 직장인에게 또 이렇게 묻는다. “만일 노동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는 조직의 운명에 영향력을 끼칠 책임을 스스로 포기한다면 피고용인 이상의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라고.
그는 직장인에게 ‘충성스러운 반대자’가 될 것을 권고한다. 조직은 ‘그들’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다. ‘의존’이 ‘충성’으로 착각되어서는 안 된다. 직장인은 더 이상 의존적이어서는 안된다. 당신에게 선택권이 있다. 또한 당신은 동료에 대한 의무가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비범한 일을 성취해 내도록 서로 돕는 것이다. ‘그들의 승리’이기도 하고 ‘나의 승리’이기도 하다.
미래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임을 믿는 사람들의 것이다. 열정을 믿는 사람들의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꿈을 희생하지 않는 사람들의 것이다. 만들어 주는 대로 살지 않는 사람들, 과거의 유산에 매몰되지 않는 사람들, 그리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난해 4월부터 KT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게리 하멜은 대한민국의 기업에 대해 전체 사업의 스위치가 한 곳에 집중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21세기 인터넷 시대의 혁신 아이디어는 변두리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또한 개방과 투명성, 협업이 가능한 유연한 조직만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아직도 많은 기업이 규율·집중·효율성에 역점을 두는, 쉽게 말해 직원을 로봇으로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명하달 식으로는 혁신은 불가능하다며 인간 능력을 단계화한다면 ‘복종’은 최하위인 반면 인간만의 고유한, 최고의 역량이란 바로 열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우리에게 지금은 꿀벌의 성실함을 버리고 게릴라의 열정을 취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꿀벌과 게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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