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창의력은 '우리 사이Between us' 에서 나온다!
“왜 열정과 패기로 넘치던 신입사원들이 입사 뒤 한 달만 지나면 동태눈처럼 눈빛이 흐리멍텅해지고 의욕을 잃는 걸까?” 책 속 이 한 문장이 나를 사로잡았다. 수많은 경제경영서를 뒤졌지만 아직 해답을 찾아내지 못한 화두, 정말 찾고 싶었던 답이다. <화난 원숭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아이엔유)의 저자 송인혁은 한 가지 실험에서 그 해답의 힌트를 얻었다. 실험 제목은 책 제목에 소개된 ‘화난 원숭이 실험‘ 이다.
학습된 무기력을 증명한 ‘화난 원숭이’실험
실험자는 우리 내에 바나나를 메달아 놓고 원숭이들이 따먹으려고 시도할 때마다 찬물을 끼얹어 원숭이들이 시도를 포기하도록 만든다. 그런 다음 신참 원숭이를 한 마리씩 교체한다. 우리 안의 고참 원숭이들이 나서서 신참 원숭이에게 바나나를 따먹지 못하도록 위협한다. 새로 들어온 원숭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천장에 매달려 있는 바나나를 발견하고 따먹으려고 올라가려 하는데, 이 때 다른 원숭이들이 완강하게 신입 원숭이를 말린다.
왜냐하면 신입 원숭이 때문에 바나나를 따 먹으려하면 먹기는커녕 다른 원숭이들까지 찬물세례를 받기 때문. 주변 원숭이들이 그들만의 언어로 '올라가지 마라. 찬물 나온다. 못 먹는다.'는 의미로 화를 내며 저지한다. 결국 우리안의 모든 원숭이들이 교체되고 찬물을 맞아본 적이 없음에도 아무도 바나나를 따먹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이 실험이 그 유명한 게리 하멜과 프라할라드 교수의 논문에 소개된 ‘화난 원숭이의 실험’ 이다. 이 실험은 조직의 만성화된 부정적 태도, 학습된 무기력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실험으로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수많은 조직들의 상황과 너무나 닮아 있음을 보여준다.
<화난 원숭이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는 기계의 부속물처럼 창의성과 열정과는 거리가 먼 의미 없는 답답한 일상만 반복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창의성과 열정의 강력한 에너지를 발견하게 해 준다. 지난 해 베스트셀러 <모두가 광장에 모이다>를 통해 소셜테크놀로지의 변화와 대중의 변화에 관한 통찰력을 보여준 바 있는 저자 송인혁은 이 책을 통해 개인에게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극복하는 방법이 '내적 동기에 의한 연결'임을 다양한 실험과 사례를 통해 증명한다.
그렇다면 학습된 무기력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것은 단순히 조직 내 임직원들의 사고와 행동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봐서는 안 된다. 임직원들이 무기력에 빠지는 이유는 다름 아닌 조직의 시스템에 의한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제도를 통해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런 방법들은 종종 임직원들을 더욱 무기력에 빠뜨리는 경우도 있다. 내적 동기와 열정은 학습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센티브는 그 취지는 좋지만 자칫 동료끼리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게 만들고 협력을 저해해 협력이 아닌 경쟁의 틀에 스스로 생각을 가두어 버린다.
학습된 무기력의 해결책, 이모imo 원숭이
저자는 그에 대한 해결책의 실마리를 또 다른 원숭이 '이모imo의 이야기'에서 찾았다. 1952년 일본 미야자키 현의 고지마라는 섬에서 영장류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이 섬에 살고 있는 원숭이들에게 고구마와 밀을 제공했다. 원숭이들은 과학자들이 준 고구마에 묻어 있는 모래를 손으로 털어 먹었다. 반면 밀은 모래를 골라내기 어려워 쉽게 먹지 못했다. 어느 날 18 개월된 원숭이 이모imo는 처음으로 시냇가에 흐르는 물에 고구마를 씻어먹었다.
그러자 이모의 친구와 가족이 고구마를 씻어먹더니 5년이 지나자 대부분이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게 되었다. 그 뿐 아니라 모래에 섞여 있는 밀을 물에 던져 먼저 가라앉은 모래를 제거해서 먹었다. 중요한 점은 나이가 든 원숭이들은 끝까지 고구마를 물에 씻어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원숭이 이모는 ‘혁신가’라고 평가하며 이렇게 말한다.
“어린 이모의 행동은 그저 돌발적인 새로운 시도로 그칠 수도 있었지만 이모의 시도를 목격한 친구와 가족이 함께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조직사회의 문화를 바꾸는 혁신으로 변모한 것이었다. 이모는 조직의 리더도 아니었고, 경험이 풍부하고 나이가 많은 원숭이도 아니었다. 핵심은 이모의 행동에 호기심을 느낀 ‘인접한 관계의 원숭이들’이 이모의 행동을 따라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개체 수가 100마리를 넘기 시작하면 더 이상 변화는 되돌릴 수 없게 된다. 100마리째 원숭이의 혁신이 일어나는 것이다.” 44 페이지
저자는 조직의 진정한 혁신은 리더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를 따르는 추종자follower들에 의해 일어나고, 진짜 변화의 핵심은 회의에서 큰소리를 치는 리더의 리더십leadership이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 깃발을 들고 뛰는 여러 명의 리드십leadship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적동기 역시 리더가 아닌 인접한 인간관계, 즉 동료로부터 발생됨도 확인했다.
저자는 지금이야말로 이모 원숭이와 같은 내적인 동기를 지닌 혁신적인 원숭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조직에 있어야 활기 있는 조직이 되고, 아이디어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어떻게 해야 급변하는 시대를 따라잡을 수 있는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까?
뉴 르네상스 시대, 보수기업 삼성의 혁신
저자는 개인화된 오늘날이 외로운 반면 외로워진 만큼 개인이 집단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표방할 수 있는 ‘나 자신으로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했다고 보았다. 사람들의 생각은 그 수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게 되었고, 스마트폰의 보급과 SNS의 확산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은 진정한 소통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고객의 니즈 역시 어느 때보다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그렇다, 세상은 변했고 사람은 더더욱 변했다. 그러나 그렇게 변화한 세상에 대응해야 할 개인과 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며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러한 다양성의 시대,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저자는 TED, 플래시몹 프로젝트, 회사를 춤추게 하는 댄싱 프로젝트, 빨간 풍선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플랫폼과 방법들을 기업에 실제로 적용해 그 핵심 열쇠는 ‘내적 동기를 가진 사람들을 연결하는 환경’임을 보여줬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혁신적인 실험들이 거대기업 삼성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2010년 이전만 하더라도 출근시간과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매점 이용조차 자제시켰고 사내에 커피숍은 아예 있지도 않았던 삼성이 일련의 프로젝트 등을 통해 차가운 기업문화가 열정으로 가득 찬 기업문화로 변모된 것이다. 삼성이 시도한 프로젝트 역시 새로운 것이 아니다.
18분 안에 관객들을 감동시키는 지식 컨퍼런스인 TED로부터 TEDxSamsung 라이센스를 취득했고, 회사를 춤추게 하는 댄싱 프로젝트는 춤추는 VISA카드의 광고 모델이기도 했던 매트Dancing Matt를, 전 세계 삼성전자 사업장에 숨겨둔 아홉 개의 빨간 풍선을 찾는 이벤트는 미 국방부의 ‘빨간 풍선 찾기 공모전’을 벤치마킹 했다. 지금껏 말로만 혁신을 외쳤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30만 명이 숨 쉬고 있는 기업의 규모만큼이나 보수적인 삼성의 기업문화에서 임직원들로부터 자발적인 뜨거운 열정이 샘솟게 만들고 새로운 형태의 조직화되지 않은 조직이 성장하는 현장을 통해 이를 통해 저자는 가슴 뛰는 열정을 창발 시킬 방법, 행복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기 위한 비밀의 열쇠가 바로 우리 개인들의 연결에 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개인의 능력이라고 생각해 왔던 열정과 창의성의 비밀은 ‘연결의 사이’에 있음을 밝혀냈다. 모든 것의 가치는 이 ‘사이’에 있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생각과 생각이 연결되고, 마음과 마음이 닿는 곳에 가치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개인과 기업은 연결의 가치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하고, 이러한 연결을 지속해야만 그 안에서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한 핵심은 “사람들이 촘촘하게 연결하라. 그러면 그 힘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다.”인 것이다.
전 사원의 뜻을 담은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 30년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지난 해 있었던 일본의 혁신기업 소프트뱅크의 색다른 주주총회 이야기가 떠나지 않았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2009년
6월 24일 주주총회에서 이듬해 주총 때 다가올 소프트뱅크의 30년의 비전을 발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신 30년 비전을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 하는 과제에 대해 고민 끝에 2만 명의 전 직원이 모일 수 있는 사원대회를 계획했다. 그리고 그룹 전체의 사기 진작을 위해 ‘한 사람이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전 사원이 앞으로의 30년을 자기주도적으로 고민하는 장을 만들자’는 취지로 전 사원이 기획안을 내도록했다.
‘전원참가’라는 열린 시스템의 아이디어에 신 30년 비전의 열기는 뜨거워졌다. 여기에 한 단계 더 강력하게 추진되어 각 사원들의 제안들을 그룹 각 사의 CEO 가 발표하는 장을 만들어 프레젠테이션 대회가 열렸다. 프레젠테이션 대회는 축제처럼 흥겨운 분위기였지만 그 속에는 더 큰 의미가 숨어 있었다. 단순히 미사여구가 가득한 글을 읽었을 평범한 행사는 전직원들에게 평소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좀처럼 알릴 방법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기회를 제공했고, 모든 직원들이 현재를 떠나 내 직장의 미래를 생각할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 무엇보다, 발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큰 목표를 향해 가는 동지들이 있다는 사실을 가슴깊이 느끼는 계기를 마련했다.
저자는 조직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빵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장미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제적인 여유도 중요하지만 삶을 의미 있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데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행복한 직장을 만들고 싶다고? 그렇다면 저자의 이 말에 주목하자. “연결하자. 내가 먼저, 작은 것에서부터 다가가서 연결하자. 내가 만족하고 기뻐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나누어주자. 그런 환경을 만들자. 그러면 행복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이 글은 [월간금융 11월호]에 실린 기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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