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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경제마인드

[책리뷰]화폐 스캔들 - "자만하지 마라"…금융위기는 반복된다

by Richboy 2012. 2. 24.

 

 

 

"자만하지 마라"…금융위기는 반복된다

 

   제 2차 구제 금융을 앞둔 그리스(이 글은 2월 19일에 썼다. 그리스의 2차 구제금융은 타결되었지만, 디폴트 위기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여전히 디폴트의 우려를 낳고 있다. 설령 구제 금융을 받는다 해도 경기 침체로 인해 그리스가 긴축안을 모두 이행해도 재정위기가 지속될 것이라 금융계는 예상하고 있다. 산 너머 산이라 했던가. 그리스 문제가 수면 아래로 내려가면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유로존의 경제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점도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대국들이 ’마치 돈을 퍼줘서 안달이 난 것처럼‘ 막대한 국가 부채를 감수해가며 엄청난 원조와 투자 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하고 있다. 그리스가 예뻐서가 아니다.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 막을까봐 두려워서다. 가장 최근에 발생했던 세계경제의 대위기는 결과적으로 장기간의 침체를 불렀고, 히틀러는 세계대전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갤브레이스의 말대로 수요와 공급이 있는 한 금융위기는 늘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문제는 이 경제위기의 매듭을 어떻게 풀어내는가 하는 것이다.

 

   알렉산더 융을 비롯한 독일 최고 권위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저널리스트들이 전 세계에서 일어난 모든 금융위기를 살펴보고 욕망이라는 이름의 화폐의 숨은 이야기들을 <화폐 스캔들>(한경BP)에 담았다. 세계 금융사 전반과 경제, 문화, 정치,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화폐를 둘러싸고 일어난 흥미로운 사건들을 통해 인간의 역사는 화폐의 변화와 발전에 발맞추어 흥망성쇠를 거듭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상적인 점은 시간과 장소만 다를 뿐 인간의 과도한 욕망은 한결 같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욕망의 뒤에는 거품이 있었고, 경제위기가 찾아왔다. 저자들은 경제위기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었다고 말한 갤브레이스의 말에 동의한다. 1637년 네덜란드에 휘몰아쳤던 ‘튤립 광풍’이 불었을 때도 100년이 흐른 뒤 금융수학자이자 투기꾼인 존 로John Law가 수십억 리브르의 지폐를 찍어 프랑스 파리에 폭동을 일어났을 때도 ‘진짜 위기’는 항상 그 다음을 예고했다.

 

 

 

 

   베를린 대학의 경제이론가 마하엘 부르다 역시 수세기 전부터 금융위기는 계속 반복되어 왔는데, 그 위기는 모두 똑같은 기본 패턴에 따라 일어났다고 말한다. 이 시기에는 항상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는 말이 오갔다. 이번 기회는 특별하다는 자만심의 발로다. 이 때는 금융 거품이 먼저 찾아왔고, 평소 이성적인 사람도 과도하게 오만해질 만큼 집단적으로 이성을 잃었다. 그리고 위기가 한창일 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징후들에 대해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금융위기의 직전에는 항상 ‘레버리지 효과’라는 이름으로 빌린 돈으로 투자하는 고리스크의 투자법이 극성을 부렸다. 문제는 부르다의 말처럼 수세기 전부터 계속 반복되고 있는 금융위기는 모두 똑같은 기본 패턴에 따라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는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 <화폐 스캔들>은 금융위기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과거에 발생한 여러 위기의 과정들을 통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경제위기의 현상들을 재구성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일목요연하고 다양하게 자본의 근대적 역할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한시대를 뒤흔든 사건들을 쫓다보면 역사는 단순히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자들은 금융위기를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금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는 동기부여와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금융산업을 투명하게 하는 일이 가장 우선이며, 뿐만 아니라 금융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감시하는 국가 기능에 있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블랙 스완>에서 “검은 백조는 예상 밖의 사건, 그러니까 우리가 계산한 확률 밖에 존재하던 사건을 의미한다. 인간은 이런 사건에 속기 쉬운 법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금융위기는 어떤 이들에게는 블랙 스완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경제사를 즐겨서 대공황을 이해한 투자자였다면, 그에게는 이번 금융위기가 회색 백조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닮은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경제사를 알면 발생 확률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을 세울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만약 위기의 조짐을 느꼈다면 충격을 훨씬 완화할 수 있을테고, 어느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직감해 참여한다면 투자에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화폐 스캔들>을 읽다 보면 “경제학은 역사가 경제학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역사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 경제사의 대가 찰스 킨들버거의 말에 새삼 공감하게 한다.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은 허황된 종말론에 휩싸여 공포심에 짓눌리지도 말아야 하지만, 과장된 희망으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공포와 희망‘이라는 험난한 경제현실 속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것들은 언제나 경제를 극단으로 치닫게 만드는 한 요소겠지만, 그 안에서 균형을 찾아 나가는 것은 우리에게 남겨진 의무가 아닐까. 위기를 바로 보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이 리뷰는 2월 23일 한국경제에 실린 리뷰 입니다 - 바로가기

 

 


화폐 스캔들

저자
알렉산더 융 지음
출판사
한국경제신문사 | 2012-02-01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욕망이라는 화폐, 그 진실 속으로!『화폐 스캔들』은 독일 최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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