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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경제마인드

[책리뷰]가난한집 맏아들 - 지금은 재벌이 국민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생각해야 할 때!

by Richboy 2012. 2. 25.

 

 

 지금은 재벌이 국민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생각해야 할 때!

 

   “‘선택과 집중’과 같은 정부의 정책이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가난한 부모가 맏아들을 대학에 보낸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단정할 수 없듯이, 그러한 정부의 선택도 잘못된 선택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러한 정부의 정책은 가난한 이웃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우리 사회에 드리웠다.

그리고 기업과 부자들은 그 과정에서 많은 부를 모았다. 그렇다면 ‘성공한 맏아들’이 그래야 하듯이, 기업과 부자들도 자신들의 성공 과정에서 암묵적인 비용을 지불한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나쁜 맏아들’처럼 다른 사람들의 것을 빼앗아 부를 모은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자신들과 달리 99%의 이웃들은 소외되고, 희생되고,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212 페이지

 

   <가난한 집 맏아들>(한국경제신문)은 부자들이 우리 사회에 갚아야 할 책임과 의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가난한 부모의 도움으로 성공한 맏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성공한 기업들의 도덕적 의무, 경제적 의무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정의’가 많이 거론되고 있는 요즘이다. 정의란 한 마디로 ‘과연 무엇인 옳은 것인가’를 살피는 것인데, 30-40년 동안 버는 것에 정신이 팔린 채 바쁘게 살다 보니 ‘헛살고 있더라’ 는 뒤늦은 각성에 대한 반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정의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100만 부 이상 팔렸고, 기득권의 암묵적인 합의를 고발한 <도가니>는 4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최근에는 영화 <부러진 화살>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으면서 엄격한 법 집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법부에 대해 정의를 되묻고 있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을 살펴보자. 우선 옛날이야기 식으로 이 책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시골에 자식을 셋 둔 가난한 부모가 있었다. 장남이 성공하면 두 동생들을 보살펴줄 것으로 믿고, 어려운 살림에 논밭 팔고 소 팔아 장남을 의대까지 보내 의사로 만들었다. 그러나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성공한 장남은 자기 먹고살기도 힘들다며 부모 형제를 외면한다. 장남 때문에 부모의 지원도 받지 못한 채 가난만 물려받은 두 동생들은 당장 입에 풀칠하며 아등바등 살아가느라 바쁘게 살고 있다.

   가난한 부모는 장남이 성공하면 두 동생들을 잘 보듬어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사실 장남은 그렇지 못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장남의 성공을 위해 동생들이 희생하는 것이 과연 당연한 일일까? 그리고 우리는 동생들을 외면하는 장남을 비난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것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논리는 무엇일까? 이 책은 이러한 의문점에 대해 대답하는 형식으로 본문을 풀어나간다.

 

 

 

 

 

   요지는 이렇다. '가난한 부모'는 1960~70년대의 '대한민국 정부'이고, '성공한 맏아들'은 '기업'으로, '소를 팔아 보탠 학비'는 '각종 특혜'로 바꾸어 논리를 펼쳐나가는 이 책은 지원을 받았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 때문에 기회조차 얻지 못한 사람들이 보상받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에 강남-강북 간 불균형 개발에 따른 도덕적 의무, 친일파 후손들의 의무, 식민지 침탈을 기반으로 부를 이룬 나라들의 의무, 도덕적 해이의 대표적 예-론스타 사례 등을 소개하며 정부의 적극적 지원, 즉 국민의 희생으로 성장한 재벌 대기업은 국민들에게 어떤 경제적 의무가 있으며, 그 정도는 어디까지인지 논리적, 수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저자 유진수는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공정거래와 국제통상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하고 있으며 지난 수년간 공정거래위원회 및 외교통상부 자문위원을 역임하고 있고, 그의 ‘공정거래론’ 수업은 최고의 명강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저자는 점점 심화되어가는 국내의 양극화 현상을 바라보며, 우리 사회가 정의롭고 따뜻한 방향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원래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어떻게 하면 인간의 욕구를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학문이다. 하지만 경제학과 교수가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다니 그 점에서 이 책은 조금 특별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효율적인 선택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도덕적 의무나 경제적 정의에 대해서는 소홀했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약자에 대한 배려 속에서 우리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방법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초점은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혜택을 입어온 한국의 기업들과 부자들에 맞추어져 있다. 용기 있는 시선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기업들, 특히 대기업과 같은 재벌들이 이룩한 성공은 과연 누구의 어떤 도움으로, 그리고 누구의 희생 위에서 얻어진 것일까? 기업들의 성공은 그들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성공한 기업들의 이면에는 정부가 제공한 커다란 특혜가 있었고, 기업들의 성공은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지 못한 기업들과 정부가 제공한 특혜의 부담을 떠안은 국민들의 희생 위에서 얻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정부로부터 특혜를 얻으면서 성공한 기업은, 그 과정에서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 그 빚을 갚아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 대기업을 비롯한 재벌들은 도덕적 의무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재벌 3세들이 베이커리 사업을 시작하면서 골목 동네 빵집이 문을 닫고 있고, 대기업의 대형할인 마트는 재래시장의 숫자만큼 국내에 포진하고 있어 이미 포화상태이다. 게다가 골목마다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서 있어, 동네 슈퍼들이 고사의 위기에 처해 있다. 그들은 정말 ‘충분하다’는 말의 의미를 모르는 것일까? 염치(廉恥)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는 것일까?

 

   정부와 대기업들은 지금껏 ‘트리클다운효과‘를 주장해 왔다. 즉 상위층의 어떤 효과나 이익이 넘쳐 아래층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서민들은 그 말을 믿고 기다렸다. 하지만 문제는 40년이 지난 지금껏 부자들이 얻은 이익들이 서민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업 뿐 아니라 부자들에게 대해서 “우리나라 부자들이 정부가 제공한 특혜로 인해 부자가 되었다면 우리 사회에 어떠한 도덕적 의무가 있는가?” 라고 질문한다. 나아가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에게도 도덕적 의무가 있는가?”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성공한 사람들은 어떠한 도덕적 의무를 갖는가?” 등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강남-강북 간 불균형 개발에 따른 도덕적 의무, 엄청난 땅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친일파 후손들의 의무, 식민지 침탈을 기반으로 부를 이룬 나라들의 의무, 도덕적 해이의 대표적인 사례인 론스타의 도덕적 의무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를 확장시켰다.

 

   그렇다면 옛날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맏아들이 도덕적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좋은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저자는 이 책에서 맏아들이 훗날 동생들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 가난한 부모가 맏아들과 사전에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대학등록금을 대주는 조건으로 나중에 동생들에게 보상을 하도록 계약서에 명시하는 서면 계약의 형태인데, 이 방법이 부모자식 간에 너무 매정한 처사라면, 최소한 구두 계약이나 약속을 받아내는 방법도 있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물론 정부는 가난한 집 아버지가 그랬듯이 대기업을 도우면서 아무런 각서도 받지 못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떠올렸다. 목민심서에서 관리는 백성을 기른다고 해서 목민관이라 불렀다. 백성이 잘살 수 있도록 돕지 않는 관리는 관리가 아니라는 일침이다. 백성이 가난하지 않도록, 백성이 배부르도록, 백성이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정치다..라고 말하고 목민심서는 말하고 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기득권을 위해 움직이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점에서 국민이 잘 살기 위해서는 정치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테지만 말이다.

   또 한 가지는 대기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야 한다. 정치인 중에서 최고의 자리라고 하는 대통령은 최장기라고 해봐야 5년 밖에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대기업의 총수는 평생을 머물 수 있고, 심지어는 자녀들에게도 자리를 승계할 수 있다. 언론과 미디어조차 대기업 앞에서 꼼짝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조차도 어려운 대상이 있으니 바로 우리들, 소비자들이다. 자사 제품을 팔 수 없다면 대기업조차도 살아남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소비자인 우리가 사주지 않으면 기업은 결국 언젠가는 망하고 말 것이다. 문제는 대기업들이 시장의 거의 모든 품목을 손대고 있어 기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을 피해가기가 어렵다는 점이다(이 말은 그만큼 대기업들이 시장에 촉수를 뻗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책은 대기업들, 부자들이 가져야 할 도덕적 의무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월가를 점령하라’로 대표되는 99% 들의 분노와 분배의 정의에 대한 요구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 방송은 02월 14일자 이데일리 TV <이기는 투자전략> 2부 

'경제경영 따라잡기'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경제경영 따라잡기> 시청자 게시판'으로 바로 갑니다.^^

시청 소감 적어주시면, 추첨을 통해 그간 소개된 책을 선물로 드린다네요.

 

 

 


가난한 집 맏아들

저자
유진수 지음
출판사
한국경제신문사 | 2012-01-25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부자들이 우리 사회에 갚아야 할 책임과 의무는 어디까지인가?『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