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투자가 아닌 저축이 필요한 때!
<운명을 바꾸는 10년 통장>(다산북스)은 노후계획을 위한 재테크를 이야기한 책이다. 부제는 ‘10년 벌어 50년을 살자‘로 저자는 앞으로 10년 이후 우리의 삶은 지금보다 더욱 팍팍해질 것이 뻔하므로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돈을 모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보는 미래는 이렇다. 대한민국 15세 이상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으로, 일하는 인구가 줄어들고 일을 하지 못하는 노인 인구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진다. 이 말은 그만큼 사회적으로 그들을 부양하기 위해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어 한국의 성장 동력은 현저히 떨어질 거라는 것.
저자는 앞으로 10년 뒤의 삶은 돈 문제 때문에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지금부터 10년 동안 재정적인 준비를 확실해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란 희망이 더해지는 것이기에 밝아야 할텐데, 소나기를 앞둔 하늘처럼 우울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낙담하고 있을 수는 없다. 해결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지극히 단순하다. 저자는 지금 버는 월급만 잘 관리해도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우리 수중에 들어오는 월급만으로 50년의 미래가 보장되는 통장이 만들어지고, 당신이 꿈꾸고 있는 삶을 아무런 불안 없이 달성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운명을 바꾸는 10년 통장>의 핵심이다.
독자들 중에 “저자의 말을 믿을만한가?” 물을 수 있겠다. 고득성은 노후설계 관련해서 우리나라 최고의 재테크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공인회계사, 세무사, CFP, 프라이빗뱅커, 경제경영 저자, 강연가 등 여러 타이틀을 갖고 있는 베테랑, 활동도 활발하다. 특히 현재 SC제일은행 프라이빗뱅킹 부서 이사로도 활동 중이라는 점에 주목하자. 재테크서는 현역이 쓴 글이 제일 믿을만하니까. 저자의 대표작인 『돈 걱정 없는 30년』 시리즈는 모든 사람이 고민하는 ‘돈’과 ‘노후’라는 근원적인 문제에서 출발하여 ‘돈 걱정 없이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노후 솔루션’을 제공해줌으로써 70만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은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이 책은 <돈 걱정 없는 30년>의 후속작 정도 보면 될 것이다.
내용을 살피기 전에 우선 재테크서의 경향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자.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재테크 관련서다...라고 하면 0년 만에 얼마를 벌었다, 혹은 대박 나는 법 등 부자 되기 관련서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008년 뉴욕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부 환경(미국의 경기침체)에 의해 국내의 실물자산 가치가 1/3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보고 국내 투자자들은 더 이상 장기 투자에 대해 큰 메리트를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도는 거의 제로 수준이다. 지금도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라 매물은 늘어만 가는데, 아무도 사지 않고 있는 현실입니다. 공급초과로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자가 아닌 실소유 매수자들이 푸근한 마음으로 매물을 골라 사는 형국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저자는 대박의 헛꿈일랑 더 이상 꾸지 말고 '꾸준히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벌었거든 돈을 잘 지켜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명심하자. 재테크의 판도가 180도 바뀌었다. 그만큼 재테크 시장이 어둡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자료화면의 저자 인터뷰에 주목하면 이 책의 핵심을 알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책은 투자가 아닌, '저축하는 법'을 강조하고 있다. 30대 후반의 시청자라면 알 것이다. 우리나라는 IMF를 만나기 전만 하더라도 은행이자율이 15% 내외 여서 전 국민의 저축률이 30%를 상회하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저축국가였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IMF를 맞으면서 실물자산들이 반 토막이 나고, 그동안 재테크의 일환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보겠다고 갖고 있던 대출과 빚, 그리고 보증 등으로 우리가 가진 재산들이 또 다시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구조조정 되어 하루아침에 실직자들이 되고 말았다.
그 후는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부자를 터부시하던 유교국가는 '부자 되세요'가 인사가 되는 나라, 대다수의 국민들이 ‘돈만 많이 벌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금전제일주의 국가가 되어버렸다. 아이러니컬한 점은 돈벌기는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 책은 마치 IMF 이전 우리 아버지의 재테크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굵직한 쓰임새 마다 통장을 만들어 월급 등 수입이 있을 때 먼저 자동이체가 될 수 있게 만들고 남은 돈은 쓰라고 저자는 말한다. 엄밀하게 말해서 저자는 운명을 바꾸는 10년 통장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여기서 10년 통장이란, 자신의 수입 목적항목에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을 지정해놓는 강제저축시스템이다. 디폴트 옵션이란 어떤 특정한 선택의 변경이 없다면 원래 주어진 대로 자동 선택되는 것을 말하는데, 이렇게 지정하는 이유는 우리의 비합리성 때문이다.
즉 돈이 생기면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당장 빼먹기 곶감이 달다고 우선 돈을 써버리곤 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비합리성이다. 이렇게 당장을 위해 먼저 돈을 쓰다 보니 나중에는 정작 저축할 돈이 없게 된다. 저자는 재정적인 성공을 위해 의도적으로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디폴트 옵션’은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넛지>에서 저자 리처드 탈러 교수가 한 말이다. 그는 이 책에서 1990년 퇴직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디폴트 옵션 몇 가지를 지정해두는 것만으로도 연금가입자 중 절반의 저축액이 3배로 늘어났다고 입증한 바 있다.
<10년 통장>도 이와 같다. 수많은 유혹에 넘어가 돈을 모두 써버리기 전에, 돈을 먼저 통장에 저축하는 강제시스템을 가동하는 디폴트 옵션으로 10년 동안 통장을 관리한다면 앞으로 평생 돈 걱정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또한 미래를 이한 통장의 종류는 은퇴통장, 투자통장, 보험통장, 집마련통장, 예비통장 등 다양한다. 여기서 내집 마련을 투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말 두 부부가 노후를 살 경제적이고 아담한 내 집을 말한다.
한편 독자들은 왜 하필 10년인가 의문이 들 것이다. 저자는 우리 인생과 돈의 관계는 직선적인 1차 함수가 아니고 복리셈법이 적용되는 지수함수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한마디로 10년 정도만 저축을 하면 이자가 이자를 낳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총저축 가능 기간 중 첫 10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래를 결정짓는 원동력으로 작용해 다른 시기보다 그 가치가 배에 달하기 때문에 저자는 지금부터 10년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10년간만 불필요한 것을 피하고 필요한 만큼 거북이걸음으로 준비해나간다면 단기간에 얻을 수 없는 재정의 풍성한 열매를 거두게 될 거라고 말한다.
전체적인 내용은 소설형식으로 구성되었고,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주인공들이 등장해 그들이 10년 동안 저축한 10년 통장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자들은 여기서 많이 힌트를 얻을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의 말미에 저자가 세대별 10년 통장 운용법에 대해 따로 부록을 두었는데, 이 책의 핵심사항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할 한 가지가 있자. 바로 '20대에 받는 월급은 40대에 받는 월급의 4배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대에 받는 100만원은 40대에 받는 400만원과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즉 젊을 때 버는 수입이 그만큼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소비가 아닌 저축할 때 이야기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당장 저축과 투자계획을 하면 더 적은 돈으로 돈을 불릴 수 있는데, 이는 바로 '복리'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약 55세까지 10억 원을 벌기 위해 25세, 35세, 45세 이렇게 세 사람이 매월 돈을 예금한다면, 25세는 31년 동안 매월 42만원만 납입하면 된다. 그런데 35세에 시작하면 매월 118만원, 45세에 시작하면 매월 409만원을 내야 한다. 저축한 원금만 살펴도 대략 1억 5천, 3억, 5억 4천만 원 정도로 차이가 난다. 만약 25세에 일찍 결심해서 저축한다면 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특혜를 입어 3억 8천 정도를 더 이익을 보는 셈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돈은 가장 적게 벌고, 쓸 곳은 제일 많은 20대의 돈이 저축을 위해서도 가장 필요한 종잣돈이라는 점이다.
이 책은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저자가 유명은행의 프라이빗 뱅커라는 점을 먼저 주목하자. 그리고 저자가 투자가 아닌 '저축'을 권하고 있다는 점에 유념하자. 한마디로 이제는 금융, 부동산, 주식 등에서 '대박'을 낼 호재를 만나기는 어렵고, 만약 덤빈다하더라도 손해를 볼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요즘 같은 불황에는 투자에서 '손실'을 본다면 '회복이 어렵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과학기술과 의학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평균수명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또한 불 보듯 뻔한 진실이다. 답은 나왔다. 편안한 노후를 생각한다면 이젠 투자가 아닌 저축으로 먼저 내실을 다져야 할 때임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이 방송은 02월 21일자 이데일리 TV <이기는 투자전략> 2부
'경제경영 따라잡기'에 소개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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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소감 적어주시면, 추첨을 통해 그간 소개된 책을 선물로 드린다네요.
운명을 바꾸는 10년 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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