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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경제마인드

[책리뷰]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 공정무역의 허와 실을 폭로하다!

by Richboy 2012. 4. 29.

 

21세기 사업 아이콘, 공정무역의 허와 실을 폭로하다!

 

   "서양 시내 중심가에서 윤리적 상품 인증 로고가 붙은 커피 한 잔과 카메룬에서 관광객이 먹는 푸짐한 생선 요리 가격은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커피든 생선이든 이를 생산한 사람은 자기 돈으로 그런 음식을 사 먹을 형편이 안 된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를 두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넘쳐 나도록 흔하다는 게 세계 경제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하 이유는 카메룬에서 받은 충격 때문이다. 커피 전문점, 대형 마트, 인터넷 쇼핑몰에서 공정 거래 로고가 붙은 제품을 사는 것은 매우 쉬운 윤리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든 공정 거래가 생산 현장에서도 잘 지켜지는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현장을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다시 여행길에 올랐다.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경제적으로 부족한 나라의 현실을 직접 경험한 후에도 공정 거래에 대한 믿음이 지속되는지 알고 싶었다."

 

   책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갤리온)는 지난 해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를 써서 국내에 큰 호응을 얻었던 코너 우드먼의 두 번째 책이다. 전작에서 전 재산을 걸고 세계 상인들과 한 판 대결을 벌였던 런던 금융맨 코너 우드먼이 이번에는 전작보다 더 위험하고 대담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들고 돌아온 것이다. 이 책의 핵심은 바로 '공정 무역, 정의로운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코너 우드먼은 3년 전 기차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커피잔에 적힌 이런 문구를 보게 된다. ‘당신이 마신 이 커피가 우간다 부사망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줍니다.’ 메시지 옆에는 공정 무역 인증 단체인 공정 무역 재단의 로고와 슬로건이 적혀 있었다. ‘제3세계 생산자와 공정한 거래를 약속합니다.’ 그는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공정 무역 상품을 사면 정말 그들이 잘살게 되는 걸까? 그런데 왜 커피 농가의 살림이 나아졌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걸까? 그는 커피잔에 적힌 문구가 과연 진실인지 궁금해졌다(참고로 그가 봤던 공정 무역 재단의 로고는 우리나라 스타벅스에서 파는 원두커피 포장지에 있는 로고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번 세계 일주의 목표는 공정 무역의 과정을 역추적하는 것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중국, 아프가니스탄, 콩고, 니카라과 등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위험한 나라 9개국을 목숨 걸고 누비며 일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독특한 경험과 무모한 모험 정신으로 파헤쳤다.

 

 

 

 

영국 맥도널드가 공정무역 재단이 아닌 열대 우림 동맹을 선택한 이유!

 

   "유럽 전역에서 하루 동안 팔리는 맥도날드 커피는 100만 잔 정도라고 한다. 이 엄청난 양의 커피가 모두 윤리적으로 인증 받은 공급원에서 제공된다. 맥도날드 스티로폼 컵에는 금빛 M자 로고와 옆에 열대 우림 동맹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 딘이 말했다. “스타벅스 컵을 들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던 때가 있었죠.” 딘은 이제 맥도날드 컵이 ‘당신은 윤리적인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라고 과시하는 수단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영국 맥도날드는 왜 하필 열대 우림 동맹을 선택했을까? 공정 무역 재단은 안 되는가? 딘은 열대 우림 동맹이 시장 중심적이고 기업 친화적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열대 우림 동맹은 최저 가격을 지정해 놓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맥도날드가 공정 무역재단이 아닌 열대 우림 동맹과 손을 잡은 이유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열대 우림 동맹 로고를 붙인 뒤 맥도날드 커피 판매량은 25% 증가했다.

   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윤리적 무역은 분명 큰 사업이 되고 있다. 대기업이 이런 새로운 윤리적 이상을 옹호하는 이유가 얼마나 진실한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은 윤리 인증이 경쟁 우위를 점하는 데 유용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54~ 57 페이지

 

 

 

 

   몇 해 전부터 커피를 마시게 되면 500원 정도 더 주고 기왕이면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들이 나를 비롯해 많아졌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내가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면서도 누구를 돕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설명을 듣다가 보니까 기업들은 소비자의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꼼수를 부린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렇다. 생산자를 보호하는 윤리적 무역은 전 세계적으로 현재 큰 사업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살펴보면 이들의 로고가 제품을 더욱 빛나게 하는 훈장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한동안 우리나라 일부 경제신문 등에서 선정한 소비자 만족 대상 등을 기업들에게 수여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광고를 팔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공정 무역 로고를 가지고 장사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본문을 읽어보면 기업만 나무랄 것은 아닌 것 같다. 저자는 소비자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소비자가 자신이 가난한 농부들을 지원하면서 더 윤리적인 소비를 한다고 느끼길 원하지만, 그렇다고 품질이 낮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제품을 구매하려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그러니까 이에 대한 대기업의 해법이 팔고 있는 제품은 그대로 생산하되, 소비자를 안심시킬 수 있는 윤리적 로고를 붙이면서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특히 영국의 공정 무역 재단에서는 브랜드 사용료를 받아서 절반은 행정비로 지출하고, 나머지는 공정 무역 브랜드의 캠페인과 홍보비로 나간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농민들에게는 한 푼도 전해지지 않는다는 거다. 게다가 신청한 기업은 가리지 않고 공정무역 인증을 내줘서 현재 영국 상점 내에서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제품이 4,000여 가지이고, 전 세계적으로 재단과 제휴를 맺은 기업은 2,000여 곳이나 된다고 하니, 좋은 기업이 더 많아졌다고 생각이 들어야 할텐데 오히려 남발해서 좋은 기업’을 가려내기가 더 어려워 진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다.

 

 

 

 

중국 정부도 못 건드리는 공룡기업, 폭스콘의 실상!

 

 

   "공장에서 주(인터뷰이 이름)는 똑같은 일을 하루에 만 번씩 반복한다. 같은 일을 4초에 한 번씩 하는 셈이다. 명민한 젊은 청년이니 교대 근무가 끝날 즈음부터 신경이 조금 곤두서 있는 것도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그는 반복적인 일뿐만 아니라 혹독한 작업 환경 때문에 조금씩 지쳐 간다고 말했다.

“일할 때에는 말도 못하게 해요. 그러니 참을 수 없이 외로울 때도 있어요. 돈도 중요하지만 좀 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중국에서는 합법적인 초과근무 시간이 한 달에 36시간 이하지만, 폭스콘에서는 초과 근무가 의무 사항이다. 주는 초과 근무로 매우 피곤하다고 했다. 그런데 당시 회사에서 더 큰 변화를 계획하고 있다며 걱정했다. “폭스콘이 내년에 허난 성 지역으로 이사 간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요. 여기서 계속 일하려면 저도 같이 옮겨야겠죠. 물론 고향하고는 가까워지겠지만 허난 성 지역에서는 월급이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2010년, 폭스콘 측에서 허난 성으로의 이주가 임박했다고 발표했다. 자살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폭스콘은 선전의 합법적인 최저 임금 수준이 한 달 1100위안(18만 9000원)을 어기고 있었다. 그때 임금을 인상한 것은 자살 사건에 이은 언론의 극심한 취재 열기 때문이었다. 애플과 델 등은 소비자들이 폭스콘 사건에 당신들도 간접적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며 염려의 목소리를 높이자 철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의심할 것도 없이 이들 기업은 폭스콘에 자사의 불편 사항을 충분히 인식시켰다.

   그런데 최저 임금이 600위안(10만 3000원) 밖에 안 되는 허난 성 지역으로 이주하면 폭스콘은 고객 기업과의 약속을 지키면서 최저 임금 의무도 이행할 수 있을뿐더러, 임금을 절반 가까이 삭감해 제품의 단가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추가로 상당한 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은 폭스콘의 이주에 대해 ‘노동자들이 고향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92~93 페이지

 

   이 책이 전작에 비해 보다 르뽀 성격을 띠고 있는 성격을 잘 나타내는 본문이다. 아이폰을 안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회사의 이름을 들라면 폭스콘일 것이다. 폭스콘은 우리가 익히 잘 알다시피 애플의 제품과 델 컴퓨터의 제품들을 생산해 내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 폭스콘 하면 중국 정부도 건드리지 못하는 공룡 기업으로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애플, 노키아, 델, HP,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등 누구나 알 만한 브랜드의 제품들이다. 폭스콘의 1년 매출은 애플이나 델,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액을 뛰어넘는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이익률은 턱없이 적어 약 4%라고 한다. 애플의 이익률이 27%인 것을 보면 정말 적은 수치인데, 이렇게 많은 매출액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한 가격 경쟁력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지난 2010년 봄, 폭스콘은 국제적인 뉴스의 주인공이었다. 한 달 사이에 이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16명이나 투신자살을 했기 때문이다. 10대 후반의 직원들이 공장 창문에서, 그리고 숙소에서 뛰어내렸다고 한다. 그 이유는 폭스콘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고등교육을 마친 젊은이들이 돈을 위해 4초에 한 번씩 반복되는 일을 입도 뻥긋하지 못한 채 하루에 12시간, 일주일에 7일씩 로봇처럼 반복적인 일을 하면서 월급으로 520위안을 받았다고 하니, 오히려 온전한 정신인 것이 이상할 노릇이다.

 

 

 

 

나는 이 대목을 읽다가 산업화의 모순을 이야기한 찰리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가 생각났다. 여기서도 찰리 채플린이 직업병으로 마침내 머리가 이상해지는데, 100년이 지난 21세기인 현실에 이런 일이 있다니 믿어지지 않을 따름이다.

그렇다면 폭스콘에서 제작된 제품을 구입하지 말아야 할까? 하지만 살펴본 것처럼 글로벌 기업의 제품들 모두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좋은 제품을 싸게 사려고만 했던 소비자들의 욕심에서 비롯된 아이러니는 아닐까.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의 원재료는 제대로 거래되었을까?

 

   “세계가 사실상 하나의 경제권이 되면서 대기업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거래와 관계되어 있다. 대부분 거래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변수가 많아서 대기업과 생산자의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 바닷가재처럼 유통 결로가 단순한 상품을 경험한 뒤 조금 더 복잡한 상품의 공급망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휴대폰이나 노트북, 자동차를 비롯해 수많은 상품이 세계적인 브랜드를 달고 우리를 유혹한다. 제조국이나 회사만 보면 윤리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들 상품은 수많은 기업과 국가 사이의 복잡한 무역의 결과물이다.

   원료를 파악하고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잔인하고 비도덕적인 행위가 끼어드는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우리가 물건을 살 때는 이런 과정을 알아볼 길이 없다. 경제가 갈수록 세계화되면서 대기업들은 원료 수급, 제조, 유통 등 공급망과 연계된 모든 작업을 세계 어느 나라, 어떤 업체와도 협력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의식 있는 소비자라도 이를 일일이 감시하기란 불가능하다.

   우리는 물건을 구입하면서 즐겨 찾는 쇼핑몰, 좋아하는 브랜드하고만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좋아하는 기업들이 제 3세계에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공장과 관계를 맺고 있다면 우리는 의지와 상관없이 불편한 삼각관계에 얽히게 된다."

 

   저자는 미약하지만 기어들이 사회적 책임과 이윤 창출이 결코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님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다. 희망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저자는 기업이 ‘윤리적 상품’을 만들어 건강한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해 여덟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좋은 일을 하는 것보다 나쁜 일을 안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2. 홍보를 목적으로 좋은 일을 하지 마라.

3. 대중을 속일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4. 선행은 언제나 보상을 받는다.

5. 밑바닥부터 시작해 땀 흘려 노력하라.

6. 중국을 경계하라.

7. 책임질 일은 책임져야 한다.

8. 대기업은 스스로 착해지지 않는다.

 

   이와 함께 저자는 소비자로서 우리의 역할은 장바구니에 넣는 윤리적 상품의 비율을 계속해서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의 제품들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깊은 관심을 둬야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 모두 의사 결정을 통해 기업을 조종해, 기업의 운영방식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저자는 결국 책임은 소비자인 우리 모두가 져야 한다고 말한다.

 

   억대 연봉의 트레이더 출신의 직장인이 다니던 직장을 내던지고 세계일주를 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다큐멘터리를 찍고, 책을 낸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좀 더 살펴보면 그의 도전에는 치밀한 계획이 있었다. 우선 첫 번째 책을 낼 때는 자신의 여행 기획안을 방송국에 제시해서 다큐멘터리를 찍자고 제의했다. 이렇게 해서 여행비와 출연료를 건졌고, 다큐멘터리가 인기가 높아지자 책으로 내게 되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그 이후는 이처럼 바로 두 번째 책을 덤벼들 만큼 넓은 시야를 가진 작가가 되었다. 코너 우드먼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성공의 모델을 제시한 셈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대학생들이 스펙을 위해 돈을 써가면서 해외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는데, 기왕이면 멋들어진 계획을 세워서 영어도 배우고 멋진 경험을 쌓는 것은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어학연수를 떠난 곳의 미술관이나 박물관 혹은 도서관을 순례한다거나, 전공에 관련된 인물을 인터뷰하는 등 보다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어학연수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웬만한 소설보다 재미있는 경제경영서다. 목격의 힘을 잘 표현했다.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하지는 못하리라. 개인적으로는 전작보다 더 유익하고 의미있는 책으로 평가하고 싶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4월 24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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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저자
코너 우드먼 지음
출판사
갤리온 | 2012-03-28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커피 한 잔 때문에 시작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자본주의 체험기...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