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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책 - 워크WORK;열심히 일하면 어디까지 올라갈까?

by Richboy 2012. 5. 14.

 

 

 

자본주의 피라미드에서 당신은 자리는 어디인가?

 

『워크(WORK)』는 자본주의 사회를 피라미드 구조로 파악하고, 이 피라미드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모색한다. 이 피라미드를 단순하지만 정교한 일러스트를 통해 세세하고 치밀하게 분석한 이 책은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일에 매여 있으며, 하는 일에 따라 자본주의 피라미드에서의 위치가 결정된다고 말한다. 이에 피라미드 내에서 직업별 위치는 어디인지, 피라미드와 각각의 직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추적한다. 이밖에도 왜 학생들이 점점 졸업을 늦게 할 수밖에 없는지, 사회생활의 자연스러운 일부였던 것이 어떻게 표준화된 서비스업으로 변모하는지, 은밀한 성정체성까지도 시장을 통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경찰의 치안은 무엇을 보호하는지 등을 위트 넘치며 적나라한 묘사를 통해 파헤친다.
 
 

열심히 일하는 것이 그토록 멋진 일이라면, 부자들은 왜 하지 않을까?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부유하고 여유로운 세상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더욱 늘어난 노동시간을 견디든지, 아니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끝없는 절망에 빠지든지에 대한 선택뿐이다. 무엇을 고르든, 기다리는 것은 착취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거대한 피라미드와 같다. 그 속에서 우리는 더 많이 일하지만 그 대가로 다른 누군가의 배만 불린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일이란 과연 무엇이고 우리는 일을 통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자본주의는 계층화된 사회다

『워크: 열심히 일하면 어디까지 올라갈까?』는 자본주의 사회를 피라미드 구조로 파악한다. 흔히 자본주의는 ‘계급 없는 사회’,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보장된 사회’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워크』는 일상에서 더 정확히는 자신이 하는 일에서 자본주의 사회가 얼마나 계층화된 체제인지를 체감하지 않느냐고 우리에게 반문한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일에 매여 있으며, 하는 일에 따라 자본주의 피라미드에서의 위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워크』는 이를 단순하지만 정교한 일러스트를 통해 세세하고 치밀하게 분석한다. 먼저 자본주의 피라미드가 무엇인지, 그리고 피라미드 내에서 직업별 위치는 어디인지, 그리고 피라미드와 각각의 직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추적한다. 그러고나서 이 피라미드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모색한다.

새로운 사회과학, 새로운 글쓰기

『워크』의 원저자 CrimethInc.(크림싱크)는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했으며 출판, 미디어 작업 등을 통해 자본주의의 대안을 모색하는 노동자 공동체이다. 뜬구름 잡는 이론보다는 작은 실천을,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저항을 추구한다. 이들의 이런 태도는 『워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존 사회과학의 이론들을 완전히 녹여 현실을 직설적인 언어로 묘사하며 어떤 거짓 위안도 제시하지 않는다. 또 이들은 카피레프트를 지향한다. 『워크』도 통상적인 저작권 계약 없이 도서출판 마티와 CrimethInc.의 협업과 연대로 출판되었다. 따라서 이 책에 사용된 글과 그림들 또한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로운 복제와 전제를 영구히 환영한다.

자본주의 피라미드에 사는 우리들

표지와 면지에 사용된 피라미드 일러스트는 단순하지만 정교하게 오늘날 세계의 구조를 드러낸다. 총 9개의 층으로 구성된 이 피라미드는 크게 상, 중, 하 세 개의 층위로 나뉜다. 상층부는 ‘자본가들’의 자리이다. 돈을 움켜쥐고 있는 정치인과 선대의 모습을 그대로 빼다 박은 얼굴로 고상을 떨고 있는 재벌을 묘사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가운데 자리는 노동과 열정을 ‘착취 당하는 자들’이 차지한다. 특히 교육을 통해 상층부로 올라가는 계단에 늘어선, 하지만 좁고 가파른 계단과 굳게 닫혀 열리지 않는 문에 막힌 청년들의 모습에 우리 사회의 답답한 상황이 겹쳐지기도 한다. 마지막 아래층에는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우리의 시야에는 보이지 않는 ‘배제된 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조선족과 이주노동자들의 위치가 바로 이곳이다.

 

 

 

 


자본주의 피라미드에서 당신은 자리는 어디인가?

피라미드 맨 꼭대기를 지배하는 자는 누구일까? 그 자리는 어떤 직업이나 계층도 아닌 ‘자본’ 그 자체가 차지하고 있다. 그 바로 아래 정치인이 자리한다. 『워크』는 정치로 경제의 구조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한다.

정치적 구조를 이용해 자본을 “길들이고”, 더 이성적으로 만들고 더 “민주적으로”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 체제 아래 행해진 각종 실험에도 구하고 부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집중되고 있다. 정치적인 힘은 인간 전체에게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자본의 기능을 바꿀 능력은 없다.(57-58쪽)

하지만 이들이 자본과 노동을 예전처럼 이분법으로 구분하고 전자를 악으로, 후자를 선으로 소박하게 규정하지 않는다. 자영업자가 바로 자본과 노동자의 이분법이 무너지는 대표적인 자리라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해야 시장의 논리에 철저하게 복무해 자기가 일 한 만큼의 돈을 벌든지, 아니면 거대 기업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결국 경제 시장에서 배제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40대 중반 기업에서 명퇴당한 뒤,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내몰린 우리의 이웃, 자신의 정체성을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와 동일시하도록 강요받는 우리의 현실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오늘날에는 고용된 노동자라는 관점에서 사업하는 노동자로, 그 생각의 체계가 변모하는 중이다. 그저 시키는 대로 일하고 등 떠밀려 잔업을 집으로 가져오는 대신,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라도 자영업자와 같은 태도로 스스로 일에 투신해야 한다고 매순간 격려 받는다.(96쪽)

이밖에도 왜 학생들이 점점 졸업을 늦게 할 수밖에 없는지, 사회생활의 자연스러운 일부였던 것이 어떻게 표준화된 서비스업으로 변모하는지, 은밀한 성정체성까지도 시장을 통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 경찰의 치안은 무엇을 보호하는지 등을 위트 넘치며 적나라한 묘사를 통해 파헤친다.

우리 모두 중산층이 될 수 있을까

“자본주의 피라미드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장에서는 자본이 증식되는 방법을 분석한다. 월가가 돈으로 돈을 버는 방식, 정체성과 저항, 선량한 시민들의 착한 의도까지도 소비에 흡수되어 버린 상황 등을 꼬집고, 트위터 등의 새로운 미디어가 지닌 위험과 함정, 투자와 빚, 은행이 어떻게 자본의 집중을 가속화하는지 등을 낱낱이 까발린다. 예컨대 생태계의 위기 자체도 자본 증식의 기회다.

자연재해가 공동체를 파괴한다고? 그럼 재해보험을 만들어! 그리고 생존자들이 피난할 수 있도록 고급 콘도도 짓는 거야. 식재료가 모두 오염됐다고? 그럼 “유기농” 딱지를 붙여 가격을 팍팍 올리라고! 예전에는 거들떠도 안 보던 채소도 이제 짠하고 팔수 있을 거야. 소비주의가 지구를 잡아먹는다고? 친환경 상품의 시대가 열린거야! 이제 죄책감과 선의 따위도 팔아먹을 수 있다고.(333쪽)
『워크』는 사람들이 소비를 통해 자본주의 구조에 꼼짝없이 갇혀버린 현 상황의 원인들 가운데 하나로 20세기 초반 등장한 신용거래를 든다. 신용거래가 등장하면서 가난한 사람들도 부자들의 생활 방식을 모방할 수 있게 되었다. 돈이 없어도 집이나 차를 사고, 대학에도 등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착각하도록 만들었다. 은행이나 신용카드 회사가 자신들의 돈을 강탈하는 것일 뿐인데도 말이다. 그 결과 사람들은 한 평생 빚을 갚기 위해 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231쪽, 242쪽 “스페셜 보너스 섹션”)

자본주의는 파국을 향하고 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자본주의 사회에 관한 낙관적인 전망을 가혹하게 해체해 버린다. 저자들이 밝히는 자본주의의 민낯에 무기력감을 느낄 수도 있을 테지만, 『워크』는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한다.
『워크』는 오늘날 세계가 이미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새로운 자원과 인구를 유입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버텨냈지만, 이제 그마저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다. 2006년 멕시코의 와하카, 2008년 그리스의 아테네, 2011년 이집트 카이로와 뉴욕의 저항을 그 예로 들며, 아주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제시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의 끈을 놓지 않고, 경쟁 대신 공생을, 억압 대신 연대를 실천한다면 새로운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격려한다. 비록 길고 힘든 싸움이 될 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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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WORK)

저자
CrimethInc 지음
출판사
마티 | 2012-05-11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자본주의 피라미드에서 당신은 자리는 어디인가?『워크』의 원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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