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나다. 숨이 차오르고 섬뜩한 책이다. ― 《아이리시 타임스》
벌레들이 우글거리는 끔찍한 깡통의 뚜껑이 마침내 열렸다. ― 《리터러리 리뷰》
말 그대로 최고의 책이다. ― 제프리 색스, 경제학자
조세 피난처의 영역을 뛰어넘어 자본주의의 취약점과 불결함을 연대기적 서술로 보여 주고 있으며 자본주의 체제의 뒤틀린 양상이 단순히 있음 직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예측 가능한 것임을 고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단지 은행, 헤지 펀드 또는 무기력한 법률가만이 아니라 우리 정치인들 또한 결부되어 있다. 또 케이맨 제도 주민, 스위스 인, 파나마 사람들만이 아니라 런던과 워싱턴, OECD, 세계은행까지 결부되어 있다. 기가 막히게도 모든 것이 다 결부되어 있는 것이다. ― 《가디언》
꼼꼼한 연구 결과가 재미있는 일화와 제대로 결합되어 있다. 그 결과 난해한 역외 세계에 대해 가독성 뛰어난 설명을 제공하고 있으며 체제가 변화해야 한다는 강력한 도덕적 메시지를 던지는 데 성공하고 있다. ― 《파이낸셜 타임스》
시티 금융계의 보너스를 푼돈 정도로 만들어 버리는 전 지구적 음모에 대한 놀랄 만한 고발서. ― 《헤럴드》
몰입하게 만드는 책이다. 유로본드보다는 제임스 본드 같은 흥미진진한 일화들로 전개되는 설명이 돋보인다. ?슨은 글로벌 금융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으며 이를 인지하고 있는 사람도 극소수라는 것을 보여 준다. ― 《뉴 스테이츠먼》
색슨은 조세 피난처라는 난제의 핵심에 가장 근접한 이라 할 수 있다. 즉 ‘어째서 조세 피난처가 용인되고 있는가?’란 질문에 답을 제시하는 것이다. ―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
색슨은 도저히 침투 불가능해 보이던 분야를 뚫고 들어가는 가치 있는 일을 해냈고 실로 충격적인 세상을 들춰낸다. ― 니컬러스 스턴, 전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 『스턴 보고서』 저자
조세 피난처의 실체를 밝히는 책으로서 마침내 읽을 만한 작품이 나왔다. 심지어 몰입시키기까지 한다. 무엇보다, 금융 자본이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작동시키고 있는 메커니즘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책은 전 세계에 걸쳐 금융 자본이 어떻게 정부의 정책 생산 과정을 휘어잡고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라는 거추장스런 방해물들을 떨쳐 내면서 당신이나 나 같은 바보들로 하여금 그들의 호화판 라이프스타일 유지에 필요한 뒷돈을 대도록 만드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 미샤 글레니, 『맥마피아』의 저자
조세 피난처에서 일하는 은행가, 법률가, 회계사 들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다. ― 리처드 머피, 조세 연구 UK
2011년 영국에서 출판된 책 중에 가장 중요하다. ― 조지 몬비오, 환경 운동가, 평론가
신탁 회사를 이용한 다국적 기업 탈세 전략의 시초였던 영국 베스티 형제의 사례부터, 2차 세계 대전 당시 금융 비밀주의 국가로 급성장한 스위스, 역외 유로마켓의 탄생, 영국의 역외 네트워크 구축, 미국의 역외 시장 진출 등을 순서대로 살펴본다. 또 역외 체제가 초래한 가난의 참상을 들여다보고, 역외 지지자들의 논리, 런던 금융가 시티의 무소불위 권력 등을 파헤친다. 저널리스트이자 조세정의네트워크 상근 연구원인 저자가 역외 비즈니스의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이들과 역외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당사자들을 직접 인터뷰한 생생한 이야기를 담았다.
아마존이 3년간 세금을 한 푼도 안 냈다고?
2012년 4월 4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영국 내 최대 온라인 소매점인 아마존 영국 법인이 지난 3년간 76억 파운드(약 8조 560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도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법인의 본사가 룩셈부르크에 있다는 이유로 매출에 대한 세금이 룩셈부르크 당국에 납부된 것이다. 아마존은 종업원 수가 134명인 룩셈부르크 법인이 65억 파운드의 매출을 올린 반면, 2265명이 일하는 영국 법인은 총 매출이 1억 4700만 파운드에 그친 것으로 신고했다. 만약 영국에서 세금을 냈다면 그 액수는 1억 파운드에 달했을 것이다. 이러한 사례가 비단 해외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2012년 4월 국세청은 삼성전자에 4700억 원 안팎의 세금 추징을 통보했다. 국세청은 해당 기업이 국외 특수 관계 법인과의 이전 거래를 통한 가격 조작으로 탈세를 했다는 입장이었고, 해당 기업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불복 움직임을 보였다. 기업 외에도 ‘선박왕’ ‘구리왕’ ‘완구왕’ 등 개인 부호들의 역외 탈세 혐의 소식 또한 뉴스에 오르내린다.
다국적 기업이나 슈퍼리치들이 이 같은 절세와 탈세, 거래 조작 등의 마법을 부리는 주 무대는 조세 피난처다. 아마존에 위와 같은 기회를 제공한 룩셈부르크는 조세 피난처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국가다. 역외 시장은 한때 마약과 도박 등 조직범죄와 관련된 자금이 은밀히 거래되는 시장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마존과 같은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기업도 공개적으로 조세 피난처를 이용할 정도로 역외 시장을 거치는 자금 운용 방법은 보편화되었다. 국내 자산 순위 30대 그룹도 해외 조세 피난처에 167개 법인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역외 시장으로 자금을 돌리는 것을 단순히 기업들의 ‘절세’ 전략으로만 봐야 할까? 아마존의 사례에서만 보더라도, 룩셈부르크는 세수가 증대되고 아마존은 납세액이 준 반면, 영국 세무 당국은 1억 파운드의 세수를 놓친 셈이다. 아마존은 룩셈부르크 법인보다 17배 많은 인원이 영국 법인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매출은 룩셈부르크에서 발생된 것으로 처리하고 영국 법인에서는 택배 발송 등 주문 처리를 위한 작업만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가 국가를 운영하며 투입해야 할 비용 측면에서 생각하면, 영국 정부가 놓친 1억 파운드의 세금은 영국 납세자들이 대신 충당하게 되는 셈이다.
조세 피난처는 조세 정의의 왜곡에만 관계되는 것은 아니다. 한 나라 안에서의 불평등한 부의 이전, 나아가 국제적으로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격차를 발생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조세 피난처에서 이루어지는 역외 거래가 현대 금융과 글로벌 부의 이동에서 중핵이 되어 가고 있다. 이 책 『보물섬: 절세에서 조세 피난처 탄생까지, 현대 금융 자본 100년 이면사』는 역외 거래의 주 무대인 조세 피난처의 실체를 한눈에 조망하는 책이다.
저자 니컬러스 색슨Nicholas Shaxson은 글로벌 경제·정치 분야 저널리스트이자 분석가로,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 부연구위원이며 《파이낸셜 타임스》 《이코노미스트》 《로이터》 등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조세 및 역외 금융 전문가들이 모인 정의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의 상근 연구원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 『오염된 우물: 아프리카 석유를 둘러싼 더러운 정치(Poisoned Wells: The Dirty Politics of African Oil)』가 있다. 1966년 말라위에서 태어나 인도, 브라질, 영국, 레소토, 스페인, 앙골라, 남아공, 독일, 네덜란드 등 세계 도처에 거주한 바 있으며 현재는 가정을 꾸려 스위스취리히에 살고 있다. 처음 취리히에 가게 되었을 때 그의 반응은 “조세 피난처를 주제로 책을 쓰는 장소로 스위스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까?”였다 한다.
조세 피난처를 중심으로 본 역외 체제의 지난 100년
― 조세 피난처, 글로벌 경제의 핵심이 되다
저자는 1997년 우연히 계획했던 가봉 취재 여행에서 엘프 사건과 맞닥뜨리게 된다. 엘프 사건은 프랑스 석유 회사 엘프 아키텐과 프랑스 정계 고위층, 가봉의 통치자 오마르 봉고를 연결하는 거대한 부패 시스템이 드러난 것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프랑스 수사 검사들은 서류상의 흔적을 쫓다가 가봉,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저지 등의 조세 피난처를 만날 때마다 사건의 실마리를 놓치게 된다. 조세 피난처라는 역외 세계의 거대한 비밀주의에 막혀 더 이상 이야기가 진전되지 못했던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빠져 나온 돈은 어디로 갔을까?
저자는 2005년이 돼서야 실마리를 잡게 되었다. 미국 정부가 해외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면세 혜택과 비밀주의를 제공해 자금을 유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듣게 된 것이다. 이는 곧 미국 정부의 글로벌 전략의 핵심이었으며, 바로 이와 같은 인센티브상의 조그마한 변화를 좇아 금융 자본이 전 세계를 흘러 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아프리카에서 빠져 나온 자본은 은행가와 변호사, 회계사 집단과 조세 피난처의 활약으로 유럽과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들 아프리카의 문제로만 볼 뿐 이를 가능하게 하는 그 이면의 시스템 자체를 보려고 하지 않았다.
저자는 범죄자들이 암약하고 있는 지하 세계와 금융 엘리트들, 외교 및 정보 기득권 세력과 다국적 기업들이 역외 체제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저자 니컬러스 ?슨의 추적과 취재에 의해 파악된 조세 피난처들은 지금 글로벌 경제의 중핵을 이루고 있다. 지배 엘리트 계급과 범죄자에게 환상적인 도피처이자 거대 금융 이권 세력의 더할 나위 없는 친구였던 조세 피난처는 글로벌 금융 위기의 핵심 요소다. 이 책은 조세 피난처를 중심으로 역외 체제의 지난 100년을 되짚어 보면서 이 체제가 전 세계에 걸쳐 끼친 해악을 드러낸다. 이는 곧 현대 금융 자본의 추악한 100년간의 이면사를 의미한다.
# 조세 피난처란? 역외란?
이 책에서 말하는 ‘조세 피난처(tax haven)’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이 단어가 뜻하는 범위보다 훨씬 넓은 의미를 가진다. 우선 저자는 일반적으로 쓰는 ‘조세 피난처’라는 단어는 사실 잘못된 용어임을 꼬집는다. 조세 피난처들이 단순히 ‘조세 회피’만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비밀주의’도 가능하게 하고 세계인 대부분이 살고 있는 다른 주권 국가들의 법과 규정을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조세 피난처’와 ‘비밀주의 사법 체제(secrecy jurisdictions)’를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사법 체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세 피난처는 어떤 국가이거나 섬이거나, 미국의 경우와 같이 하나의 주일 수 있다.) 그리고 조세 피난처를 “개인이나 법인 들로 하여금 여타 국가의 규정, 법, 규제를 우회할 수 있게 정치적으로 안정된 편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유치하는 곳”으로 넓은 범위로 정의했다. 즉 조세 피난처는 ‘국외 거주자’를 대상으로 편의를 제공하며, 그 거주자 국가의 사법 권역의 바깥에 위치한 ‘역외(offshore)’의 공간이다. 따라서 ‘조세 피난처’는 ‘역외 비즈니스를 제공하는 사법 체제’를 의미한다.
조세 피난처 100년간의 연대기
이 책은 조세 피난처로 대표되는 역외 체제의 성장 과정을 연대순으로 돌아본다.
1장에서는 조세 피난처의 정의와 세계의 주요 조세 피난처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여기서 이루어지는 역외 거래의 구조와 수법을 살피고 그를 통해 역외 체제의 본질을 탐구한다.
2장에서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개척자 영국 베스티 형제의 이야기다. 1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영국이 자국민의 해외 소득에 대한 세금을 물리기 시작하면서 형제는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파리에 신탁 회사를 설립하는 등 영국 세무 당국과 끊임없는 싸움을 전개한다.
3장에서는 ‘비밀 금고’로 유명한 유럽의 전통 역외 피난처 스위스를 다룬다. 스위스의 은행 비밀주의가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스로부터 유대인의 자금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되었다는 것은 신화에 불과할 뿐 근거가 전혀 없다. 오히려 스위스는 히틀러를 비롯한 추축국 수뇌부의 자산을 관리해 주는 금고 역할을 했다. 은행 비밀주의는 제국주의 강대국에 둘러싸인 스위스가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4장은 브레턴우즈 체제를 출범시킨 케인스가 ‘금융 자본의 국제적인 이동을 항구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실을 이야기한다. 케인스는 개방된 국제 교역 세계를 원하면서도, 재화의 자유로운 이동은 금융 부문이 정부의 강력한 규제 하에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믿었다.
5장에서는 진정으로 현대의 역외 금융 체제가 시작되는 지점인 1950년대 후반 런던 유로마켓의 탄생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국은행이 주도한 유로마켓의 출범은 대처 총리의 금융 탈규제 조치인 빅뱅보다도 더 큰 파장을 몰고 왔다.
6장은 유로마켓과 함께 영국 금융의 날개를 달아 준 ‘거미줄 네트워크’를 상세히 분석한다. 런던의 시티가 중심에 자리하고 영국 왕실령 및 해외 영토, 대영제국 구식민지들로 짜인 ‘거미줄 네트워크’는 세금이나 규제의 간소화, 비밀주의 등 자본을 위한 도피처를 제공하며 금융 관련 비즈니스들을 잡아채고 있다.
7장은 뒤늦게 역외 시장에 진출한 미국의 이야기다. 런던 유로마켓에 자국 은행들을 빼앗겼던 미국은 1981년 IBFs(미국역외금융시장)을 설립하며 자체적으로 조세 피난처로 성장해 갔다. 미국은 주 정부 수준에서도 독립적인 역외 서비스를 제공한다. 델라웨어, 네바다 등이 대표적이다.
8장은 역외 체제가 어떻게 부자 나라, 가난한 나라의 격차를 더욱 고착화하는지 그 메커니즘을 살핀다. 또 가난한 나라의 지배 엘리트들이 조세 피난처를 이용해 자국의 부를 유출하고, 국가 경제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유해한 조세 조약을 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것도 논한다.
9장은 1981년 이자율 상한선을 철폐하는 ‘금융 센터 개설법’이 델라웨어에서 통과된 일, 1997년 영국계 조세 피난처 저지에서 ‘유한 책임 합자 회사(LLP)법’이 통과된 일 등 금융업계에 분 탈규제 광풍을 짚어 본다.
10장은 역외 금융의 지적 기반과 자기 합리화 등의 논리를 살펴보고 그에 대한 반론을 제시한다.
11장은 역외 세계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최 일선에서 역외 거래 업무를 맡았던 이들, 역외 체제 기득권에 대항했다 쫓겨난 이들, 역외 체제의 일원이었다가 체제 반대자로 돌아선 이들의 이야기에서 역외 세계의 비인간성을 엿볼 수 있다.
12장은 영국 내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시티의 무소불위 권력을 파헤친다.
이제 조세 및 역외 금융 전문가들이 모인 조세정의네트워크의 상근 연구원인 저자의 안내를 따라 역외 금융의 거대한 금융 마법의 세계를 돌아보기로 하자.
조세 피난처가 어떻게 현대 금융 자본을 좌우할까?
― 우리가 사는 곳이 바로 역외다!
조세 피난처가 위치한 곳은, 국내 시장과 분리되어 있고 규제가 적은 역외 시장이다. 역외 시장은 세율이 낮거나 아예 영세율이며 비거주자에게 자유로운 금융 거래가 허락된 시장으로서, 자국 사법 체제의 지배를 받는 ‘역내’ 시장과 구별되는 곳이다. 따라서 조세 피난처는 개인이나 법인에게 조세, 금융 규제, 형법, 상속 규정 등과 같은 사회 의무들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 준다. ‘역외’라는 말 때문에 역내에 비해 협소한 범위인 것 같고, 시장 자체가 드물게 성립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 책에서 역외 시장의 규모로 제시하는 수치들은 다소 충격적이다. 세계 무역량의 절반 이상이 최소한 서류상으로나마 역외의 조세 피난처를 거치고, 은행업에 관련된 총자산의 절반 이상과 다국적 기업의 외국인 직접 투자액(FDI)의 3분의 1이 역외 세계를 거친다. 또 국제 은행업 및 채권 발행의 약 85퍼센트가 역외 시장인 유로마켓에서 이루어진다. 미국 연방회계감사원(GAO)의 2008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 100대 기업 중 83개 기업이 조세 피난처에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의 진정한 역외 체제의 시작이라 불리는 유로마켓을 보면 역외 시장의 중요도를 가늠할 수 있다. 유로마켓은 1950년대 후반 탄생한 뒤 폭발적으로 성장해, 1997년에 이르러서는 이미 전 세계 대출의 약 90퍼센트를 처리하고 있었다. 유로마켓은 현재 극도로 영역이 넓어, 글로벌 금융 흐름을 감독하는 국제결제은행(BIS)마저 유로마켓의 전체 규모를 집계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 전에는 각 나라들이 타국에서 발생한 금융 위기로부터 상대적으로 잘 이격되어 있었다. 그러나 유로마켓을 비롯한 역외 시장은 세계의 각 금융 부문과 경제권을 하나로 묶어 버렸다. 특정 지역에서 이자율이 충격적 수준으로 오르면 마치 전류가 통하듯이 거의 즉시 다른 곳으로 충격파가 미치고, 단기성 투기 자본의 움직임에 전 세계가 요동치게 되었다. 한마디로 1970년대 이후 거의 모든 경제 사건과 금융 스캔들, 금융 위기의 배후에 이 역외 금융이 있었다. 2001년 파산한 엔론도 총 881개에 달하는 역외 자회사가 있었다. 국내 시장도 그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다. 2011년 7∼8월 국내 주식시장은 7조 2385억 원의 외국인 순매도로 크게 요동쳤는데 그 중 절반이 전 세계 조세 피난처들 중 수위를 차지하는 두 곳 룩셈부르크와 케이맨 제도 자금이었다. 역외 금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아니 우리 일상에 이미 침투해 있는 것이다.
역외는 사기와 조작이 본질이다
― 금융의 밀실이 된 역외 세계
역외 세계의 피난처들은 복수의 조세 피난처를 활용하며 자금을 끊임없이 포장?재포장하는 수법을 써서 출처를 감추며, 그 과정에서 자금의 정체를 숨기고 성격을 바꾸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검은 돈이 합법적인 자금으로, 부채도 자기 자본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무기는 조세 피난처들의 철저한 비밀주의와 불 투명성이다. 어떤 부자가 A 조세 피난처의 모 은행에 거액을 예치했다고 해도 그 계좌는 B 조세 피난처에 설립된 모 신탁 회사 명의로 돼 있을 것이며 그 신탁 관리자는 C 조세 피난처에, 신탁 수혜자는 D 조세 피난처에 위치한 모 기업일 수 있다. D에 위치한 기업을 찾아내 그 임원들의 여권 사본을 입수하더라도 그들은 전문적으로 명의를 빌려 주는 사람들이라 이미 그와 유사한 수백 개 회사에 임원직으로 올라 있다. 그 임원의 위 단계로 연결되기 위해선 회사 변호사를 통해야 하나 변호사들은 변호인?의뢰인 간의 특권을 내세워 구체적인 사항을 알려 주지 않는다. 이러한 장벽을 돌파하더라도 그 회사는 긴급 상황 시 다른 비밀주의 피난처로 도주할 수 있는 ‘유사시 도피 조항’을 갖춘 E 조세 피난처의 모 신탁 회사가 지배하는 식이다. 결국 원 계좌 소유주를 찾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얘기다.
역외 시장이 빠르게 번성함에 따라, 은행가, 법무 법인, 회계 법인, 로비스트 등 관련 산업 역시 급성장했다. 세계 4대 회계 법인인 KPMG, 딜로이트, 언스트 앤드 영, PwC는 물론이고, 애플비, 캐리 올슨, 코녀스, 메이플스 앤드 콜더, 무랑 오잔 같은 다국적 법무 법인들도 ‘역외 마법 서클(offshore magic circle)’이라 불리며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비밀주의’ 국가들의 입법부와도 결탁해 역외 관련 비즈니스 전체를 작동시킨다. 역외 체제는 국경을 넘나드는 돈의 서류상 흔적들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이 본질이다.
역외 금융의 성장으로 세계 경제는 더욱 위험해졌다
― 역외가 생성해 내는 것은 오직 부채뿐
자본은 역외 체제 덕분에 전 세계에 걸쳐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얻었다. 시장주의자들은 이를 두고 ‘자본 시장의 효율성’이 증대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이는 허상일 뿐이다. 흔히 자본주의의 황금기라고 알려져 있는 1949년 이후 대략 25년 동안의 기간은 오히려 자본의 국제적인 이동이 통제 받던 시기였다. 1950∼1970년에는 광범위한 자본 통제와 극도로 높은 세율이 부과되는 와중에도 연간 성장률이 미국은 평균 4.0퍼센트, 유럽은 평균 4.6퍼센트에 달했다. 개발도상국에서도 1960∼1970년대에 1인당 국민소득이 연간 3.0퍼센트씩 상승했다. 1980년대에 이르러 자본 통제가 전 세계적으로 점진적으로 느슨해지고 세율은 낮아지고 역외 체제가 꽃피기 시작하면서 성장률은 급격히 떨어졌다.
은행들은 탈규제 지대인 조세 피난처들을 활용해 조세를 포탈하고 여타의 금융 규제 조치를 회피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급 준비금 의무가 아예 없거나 제한적이기에 영업 이익을 극도로 높일 수 있다. 영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은행들은 1986∼2006년에 연간 16퍼센트에 이르는 놀라운 자기 자본 수익률을 달성했다. 역외라는 탈규제 시장을 만난 은행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대출 한도를 높여 신규 신용을 창출해 부채를 더욱 생산해 냈다. 어느 누구도 다른 시장 참여자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들의 자산 가치가 얼마인지, 그들의 리스크는 무엇이고 어디에 존재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 결과 2007년 금융 시장이 작동을 멈춘 것이다.
은행 발 위기는 역외 시장이 자리 잡기 전과 후가 극명하게 갈린다. 1940∼1971년에 개발도상국들은 은행업 관련 위기를 겪은 적이 없으며 16번의 통화 위기만이 발발했다. 그러나 1973년 이후 25년 동안은 17번의 은행발 위기와 57번의 통화 위기가 있었다. 더욱이 이렇게 부유한 ‘내부자’들과 소수 투자자 집단에 의해 유발된 금융 위기 구제 비용은 다수의 임금 노동자들이 치렀다.
우리가 부자들에게 뒷돈을 대 주고 있다
― 가난한 나라가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는 이유
역외 체제는 가난과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구조다. 기업이 이전 가격을 통해 세금 혜택을 입고 슈퍼리치들이 역외를 이용해 증여세를 떼먹는다면, 사실상 이들에게 정부 보조금이 나간 것과 마찬가지다. 이미 대규모 경제권에서는 자본과 대기업에서 보통 사람들의 어깨로 조세 부담이 전가되고 있는 중이다. 1950년대 미국 기업들은 미국 전체 소득세의 약 5분의 2를 부담했으나, 현재 이 수치는 5분의 1로 떨어졌다. 최상위 0.1퍼센트에 속하는 미국 납세자들은 치솟은 소득에도 불구하고 유효 세율이 1960년 60퍼센트에서 2007년 33퍼센트로 떨어졌다. 이것도 개인 소득세만을 살펴본 것으로, 부자들은 통상적으로 소득의 대부분을 자본 소득으로 전환시키며, 자본 소득은 훨씬 낮은 세율로 과세된다. 1992년 미국 최고 부자 400명은 자신들의 소득 중 26퍼센트를 임금 소득으로, 36퍼센트를 자본 소득으로 신고했으나, 2007년에 그들은 소득 중 단지 6퍼센트만을 임금 소득으로 신고했고 자본 소득은 무려 66퍼센트였다. 전체적으로 세수 규모가 일정한 상황에서, 기업들과 부자들이 점점 세금을 적게 낸다면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 나머지를 채워야 한다. 애덤 스미스 이래 받아들여져 왔던 누진세 원칙이 증발되고 있는 것이다. 소득 통계에는 역외를 통해 이루어지는 부자들의 조세 포탈액이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현실은 더 암울하다.
역외 금융 체제는 부가 가치를 전혀 창출하지 못한 채 부는 상향식으로, 리스크는 하향식으로 재분배할 뿐이다. GFI(글로벌금융건전성) 프로그램에서 2009년 내놓은 불법적인 다국적 금융 거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6년 개발도상국이 불법적 금융 거래로 입은 손실액은 약 8500억∼1조 달러에 이르며, 이 손실 규모는 연 18퍼센트씩 커지고 있다. 이 개발도상국들이 해외 원조로 받은 총액은 1천억 달러였다. 결국 부자들은 이들에게 1달러를 베풀면서 뒤로는 10달러를 불법적으로 빼앗아 오는 셈이다. 저자는 이야말로 명백한 사기성 거래라고 진단한다. 가난한 나라들이 원조를 받아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여기서 알 수 있다.
조세 피난처의 영향으로 1990∼2001년의 11년 동안 저소득 국가들의 세수는 약 4분의 1 정도 감소했다. 개발도상국들은 가난한 사람들 수백만 명보다 몇 안 되는 대기업을 상대로 과세하는 것이 훨씬 더 쉽기 때문에, 과세율이 이처럼 현격한 하락을 보이는 현실은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이런 개발도상국에게는 특히 더 곤혹스러운 일이다.
가난한 나라에 가난이 지속되는 데는 ‘내부자’의 부패도 한 몫 한다. 1990년대 앙골라 내전으로 국제적인 무기 금수 대상이 된 앙골라 정부는 무기를 수입하기 위해 프랑스 고위 관료들에게 뇌물을 찔러 주기도 하고 이 무기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러시아로부터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러시아에 진 부채가 60억 달러에 달하자 앙골라는 원유 현물로 이를 갚아 나가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돈은 러시아 재무부로 들어간 게 아니라 다수의 조세 피난처에 개설된 계좌들과 러시아 과두 집단, 앙골라 고위직 관료들의 계좌로 흘러들어 갔다. 가난한 나라의 ‘내부자’들은 조세 피난처를 이용해 앙골라 국가 재산도 아닌 앙골라의 부채로부터 자신들의 배를 불린 셈이다.
그렇다면 역외 금융 센터를 유치한 조세 피난처 ‘소국’들은 금융 산업 활황의 덕을 보고 있을까?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산유국들이 원유에 의지하는 나라라면, 저지나 케이맨 같은 조세 피난처들은 금융 산업으로 먹고 산다. 이들 지역에는 지배적인 산업인 금융 산업으로만 사람이 몰려 제조업과 농산업, 관광 산업 분야는 황폐화되고 말았다. 현재 저지 정부 세입에서 금융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0퍼센트 이상이다. 석유 부국들과 마찬가지로 금융을 기반으로 한 저지 사회에서도 최 상류층은 빨리 부자가 되고 하류층의 임금은 정체돼 있거나 떨어진다. 석유 부국에 대한 이미지가 그렇듯이 조세 피난처 주민들도 모두가 백만장자일 것 같지만, 소수의 지배 엘리트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낮은 임금에 높은 집값과 생활비로 고통을 겪고 있다.
영국과 미국에 기대해서는 안 되는 이유
― 영국과 미국도 이미 조세 피난처다
이 책에서는 조세 피난처를 크게 유럽계, 영국계, 미국의 세 그룹으로 나누고 있는데, 영국계 조세 피난처들이 전 세계 조세 피난처의 절반을 차지한다. 저자는 이 영국계 조세 피난처들을, 영국을 중심에 두고 거미줄처럼 세계 각지에 퍼져 있다 하여 ‘거미줄 네트워크’라 부른다. 이 거미줄의 한가운데에는 런던 금융가 시티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 바깥 겹에는 영국 왕실령 섬들인 저지, 건지, 맨 섬이, 그 다음 겹에는 세계 제5위의 금융 센터인 케이맨 제도를 비롯한 영국의 해외 영토들, 그리고 그 밖에는 홍콩, 바하마, 싱가포르 등 영국에서 독립했지만 아직 영국의 입김이 영향력을 미치는 나라들이 자리한다. 영국은 저지나 케이맨 같은 영국계 조세 피난처와 적절히 거리를 유지한다. 실제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면서도 대외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는 “정치적으로 자치권이 있는 곳이기에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라고 둘러대는 것이다. 대영제국의 식민지였던 이들 지역에서 ‘탈식민화’가 의미하는 것은 곧 영국계 조세 피난처로 활용되는 것이었다. 저자는 이를 ‘대영제국의 부활’이자 현대적 형태의 식민주의라고 비판한다.
미국 역시 대표적인 조세 피난처다. 유로마켓이 열리자 미국 은행들은 자국의 규제를 피해 런던으로 달려갔다. 그러다 1981년 IBFs(미국역외금융시장)가 설립되어 자체 역외 채권 시장을 보유하게 되면서 미국은 갑자기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조세 피난처로 부상했다. 미국은 또 1990년대 말 QI(적격 중개 기관) 제도를 도입해, QI로 지정된 은행들이 예금주가 미국인이 아닌 경우 그 신분을 밝히지 않고 비밀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세금 구조가 연방과 주 차원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미국은 주 정부 수준에서도 역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특히 미국에서 두 번째로 작은 주인 델라웨어가 대표적이다. 1981년 델라웨어 주는 ‘금융 센터 개발법’을 통과시켜 미국에서 200년 동안 규정해 온 이자율 상한선을 철폐시켰고 이는 다른 주로도 급속히 확대되었다.
이처럼 영국과 미국, 네덜란드,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선진국들 자체가 역외 금융 행각을 벌이고 있으니, 이른바 ‘부자 나라 클럽’이라는 OECD가 1990년대 초 조세 피난처 블랙리스트를 만들었을 때 거기에 OECD 회원국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던 것은 너무 당연했다. 그리고 그 OECD 블랙리스트마저 지금은 빈 깡통 수준이 되었다. OECD가 내건 허술한 협정에 참여하겠다고 ‘약속’하는 것만으로도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을 수 있는 ‘면죄부’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조세 피난처들은 “공동 노력에 참여하는 동반자들”이 되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하는 부패 순위에서 미국, 영국, 스위스 등은 “가장 깨끗한 나라”에 속해 있다. 그러나 2009년 11월 금융 비밀주의 체제들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전문가 조직인 조세정의네트워크(TJN)가 글로벌 금융에 제공되는 금융 비밀주의 측면에서 각 나라가 수행하는 역할 정도에 따라 순위를 매긴 ‘금융 비밀주의 지수(Financial Secrecy Index)’를 집계한 결과, 미국, 룩셈부르크, 스위스, 케이맨 제도, 영국이 순서대로 1∼5위를 차지했다.
우리 모두가 조세 회피자가 아니냐고?
― 세계 시민들, 거대 금융의 인질이 되다
1978년 베스티 형제의 영국 듀허스트 정육점 체인이 230만 파운드가 넘는 소득에 대해 고작 세율 0.0004퍼센트에 해당하는 10달러의 세금을 냈다는 사실을 보도한 기사가 나오자, 베스티 형제의 손자인 에드먼드 베스티는 “내야 할 액수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 모두가 조세 회피자 아닌가?”라고 말했다. 에드먼드의 말대로, 5000원이 부과된 세금에 5200원을 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조세 회피자’라고 뭉뚱그려지기엔 억울한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미 국세청의 미공개 자료에 근거해 이루어진 연구가 2008년 10월 발표되었는데, 그에 따르면 부자들은 소득을 축소해 신고하는 비율이 가난한 사람들에 비해 더 높았다. 한 해 50만∼100만 달러를 버는 납세자들은 2001년 자신들의 조정 후 총소득을 21퍼센트나 줄여 세금 신고했는데, 5만∼10만 달러를 버는 납세자들은 8퍼센트 줄이는 정도에 그쳤으며, 이보다 소득이 적은 납세자들의 허위 세금 신고율은 더욱 낮았다. 부자일수록 조세 회피의 정도가 더 큰 것이다.
지금까지 금융 기득권과 슈퍼리치들은 각종 규제와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기와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250여 년 전 부유한 시티 소재 은행들의 단체로 설립됐던 영국은행은 국유화된 이후에도 영국 정부의 통제를 거의 받지 않았는데, 맥밀런 총리가 영국은행이 정부로부터 직접 행정 명령을 받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려 하자 코볼드 영국은행 총재는 정부를 파산시켜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영국 정부가 국제 교역에서 이루어지는 파운드화 대출 총량을 규제하겠다고 발표하자, 런던의 상업은행들은 대출 영업을 파운드화 기반에서 달러화 기반으로 바꾸었다. 영국은행은 이를 규제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영국 주권 범위에서 이루어졌던 이 일에 대해 다른 나라들도 딱히 제지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역외 유로마켓의 탄생이었다.
이제 은행은 우리 모두를 인질로 잡을 수 있을 만큼 몸집이 커졌다. 은행들은 저소득 국가들이 소화해 낼 수 있는 수준을 크게 초과하는 대출을 해 준 뒤, 부채를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 (IMF 등의 도움을 받아) 해당 국가의 금융 시장의 목을 조르겠다고 협박한다. 금융 위기가 발생해도 은행들은 대마불사의 진면목을 보이며 살아남고 위기 탈출 비용은 일반 납세자들이 치르도록 만든다. 이러한 일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조세 피난처라는 현대 금융 자본이 만들어 낸 괴물이 자리하고 있다. 역외 체제는 빈자에게서 부자에게로 부와 권력을 이전시키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힘이다. 저자는 역외 체제가 세계의 정치 및 경제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 되었다고 말한다. 과연 세계 시민은 거대 금융의 인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보물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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