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지난 여름까지 '한겨레 교육문화센터'(분당)에서 <글쓰기 입문>과 <독서클럽> 과정을 진행했는데, 그 때 다른 수업을 들었던 분의 리뷰인 듯 하다.
시간이 맞았더라면 좋았을 뻔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감사하게도 기억해 주고 책을 읽어주셨다. 사진을 보니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듯 '도서관에도 깔렸구나' 하는 생각에 반갑다. 독서는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 먹고 사는데 필요해서'라는 시리동동님의 말에 공감한다. 어쩌면 가장 궁극적인 독서의 이유가 아닐까. 책을 읽을수록 나는 점점 '나' 다워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글로 만나면서 나라는 사람을, 나의 내면을 더욱 잘 알게 되었다. 오늘도 꾸준히 책을 읽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를 알고 싶다면, 그리고 나 다워지고 싶다면 책을 읽자.
지난 여름 분당 한겨레문화센타에서 글쓰기 수업을 받을 때였다. 옆 강의실 문이 열려있어서 지나가면서 김은섭 선생님의 모습을 잠깐 뵌 적이 있었다. 늘 선생님 강의와 내 일정이 안 맞아 그분의 수업을 들어본 적은 없었지만 ‘리치보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저자가 독서에 관한 책을 냈다고 해서 얼른 읽어보았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실용적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떻게 책을 읽게 되었는지, 책이 주는 장점은 무엇인지, 체계적으로 지식을 쌓는 방법 등을 자신의 경험과 유명인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조목조목 짚어준다. 마지막으로 초보들이 글쓰기를 시작할 때는 북 리뷰가 유용하며 어떻게 리뷰를 쓰는지에 대해 현실적인 방법을 자세히 알려준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의 세 번째 장이 좋았다. 물론 저자 개인의 아픔과 삶을 솔직히 보여주기 때문에 감동적이긴 했지만 처음과 두 번째 장은 다소 원론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책 읽기가 좋은 것 다 아는 사실이니깐. 하지만 세 번째에서 내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서 눈을 번쩍 뜨게 되었다.
책을 효과적으로 읽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써먹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독서를 하는 이유는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 먹고 사는 데 필요해서 하는 것이다.
p. 210 리뷰를 쓸 때, 우선 ‘내가 왜 이 책을 집었는지?’ 밝혀야 한다. 그건 내가 이 책을 통해 찾고자 하는 해답에 대한 질문인 셈이다. 두 번째 ‘이 책을 쓴 사람이 누구더라?“이다. 글쓴이의 면면을 먼저 살피면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기가 한결 쉽다. 그 다음 ’저자가 뭐라고 했던가?‘이다. 독서리뷰는 읽은 책 들쳐보기다. 내가 새롭게 알게 되고, 배우고, 느낀 바를 적으면 된다. 책을 읽으며 인상적인 구절이나 문단 두어 개와 주제에 해당하는 부분을 옮겨 적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난 이 책으로 뭘 느꼈더라‘를 쓴다.
p.17~25 대학에 막 들어간 이 책의 저자는 소위 ‘학습’을 하는 선배들이 부러워 책을 읽으려 했다. 선배가 권해주는 책은 너무 어렵고, 읽기 힘들어 국어 교수를 찾아간다. 그 교수가 권해준 방법이 바로 공부를 위해서가 아닌 즐거움을 위해서 책을 읽으라는 것이었다. 그때 읽은 책들이 주로 소설이었다. 그렇게 봄부터 가을까지 소설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독서습관이 들게 된다. 즉 책읽기의 시작은 습관이 되는 것이다. 다음은 관심 있는 분야를 잘 알고 싶어서 책을 펴는 ‘지평을 넓히는’ 단계이다.
p.43~47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몰입의 측면에서 게임과 독서는 어떻게 다른가? 게임에 빠지는 것은 몰입이 아니라 ‘탐닉’이다. 어떤 것이 즐거워 마음이 쏠리는 것은 독서와 게임이 같다. 하지만 독서는 나를 성장시켜준다. 게임은 현실의 내게 도움이 안 된다. 그 차이는 상상에서 비롯된다. 글자를 읽는 동안 우리 뇌는 문자로 전달된 메시지를 영상으로 전환한다. 책을 통해 상상하는 동안 인간의 뇌는 활성화된다. 게임을 하면 영상을 쫓느라 상상할 틈이 없다. 그래서 뇌는 둔해지게 된다. 로그아웃을 하는 순간 피로감과 허무감이 밀려온다.
p.48~57 저자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가장이 되었다. 이제 막 대학생이 된 두 동생을 제대로 보살피기 위해 독서습관이 최우선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두 동생에게 용돈을 조건으로 책을 읽으라고 시켰다. 단 용돈을 받고 싶으면 저자의 서재에 있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서 온라인 서점에 올려야 한다. 그 다음 저자와 인터뷰 형식의 대화를 나눈 후에 돈을 주기로 한다.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 방법은 성공했고 두 동생은 지금도 1년에 100권의 책을 읽고 있다고 한다. 독서를 조건으로 보상하는 것은 비교육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비판의 의견도 있으니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산은 하나여도 등산로는 여러 개다. 어떤 길로 가든 독서의 즐거움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보상을 활용하는 방법도 제법 유용하다. 책을 읽지 않았던 때보다 나으니깐 말이다.
p.70 항아리 독서론 : 저자는 책읽기를 시작하고 조금 지났을 때 이런 어려움을 국어교수에게 토로한다. “지금껏 책을 읽는다고 읽었지만 머릿속에 남는 게 없습니다. 딱히 생각하는 것도 없고, 사람 이름도 헛갈립니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교수는 말했다. “독서는 두뇌라는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것과 같다. 머리가 항아리라면 1권의 독서는 한 바가지의 물이다. 한두 바가지 붓는다고 항아리가 가득차지 않는다. 그렇게 꾸준히 채워지다가 마지막 한 바가지를 들이붓게 되면 찰랑거리던 항아리가 흘러넘치는 순간이 있다. 이때가 독서로 쌓였던 지식이 나오는 순간이다. 그래서 독서의 아웃풋 단계가 되면 세상은 전혀 다르게 보이게 된다. 이런 경험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로도 표현한다. 독서를 하다가 전율을 맞이하게 되는 그런 순간인데 뇌 속에서 엔돌핀과 비슷한 호르몬이 나온다. 그래서 독서에 한번 맛들이게 되면 마약처럼 평생 못 벗어난다고 한다.
p. 109~ 일본 최고의 부자 손정의의 이야기가 있다. 26세에 중증 만성간염 판정을 받고 3년간 투병생활을 했다. 투병기간에 그는 목숨을 바쳐서 책을 읽는다. 그래서 4,000여 권을 읽었다. 기적적으로 퇴원한 손정의는 독서를 통해 얻은 혜안으로 사업을 한다. 그는 사업에 대한 철학과 비젼을 독서를 통해 얻는다. 그렇다면 책을 읽으면 돈도 벌 수 있다는 얘기인데······.
p. 116 저자도 독서 덕분에 사업을 시작했다. 대학 졸업할 때 IMF가 터졌다. 취업을 못한 저자는 교보문고에 매일 가서 경제·경영서를 열심히 읽었다. 그때 구상한 사업이 학교 앞 ‘춘천골 닭갈비’가게를 프랜차이즈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동안 독서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 발로 뛰는 근성으로 1년 반 동안 서울 경기지역에 68개를 내는 체인점으로 성공했다. 책은 언제 어디서든 들을 준비만 되어 있다면 가르쳐준다고 한다. 이 구절을 읽을 때 ‘두드려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이 생각났다. 이쯤 되면 독서가 종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독서를 통해 돈 벌기에 성공했다. 우리 남편도 책 읽어서 돈 좀 벌었으면 좋겠는데, 지난 십수 년간 1권도 읽는 걸 못 봤으니 돈은 언제 벌까?
p. 131 책 읽기 역시 복리투자와 같다. 그 시작은 미약하지만 자꾸 자꾸 굴리게 되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엄청난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많은 성공한 리더와 부자들이 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책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이처럼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의’이기를 바란다. 내가 모르는 부분에 대해 기꺼이 귀를 연다면 내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세상의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p. 137 저자는 친구의 거짓말로 벌어놓은 돈을 잃고, 갑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일을 한꺼번에 겪게 되었다. 그래서 세상을 등지고 집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찾아와 책 한 권을 읽어보라며 주고 갔다. 『아티스트 웨이』. 이 책을 통해 작가는 모닝 페이지 쓰기를 알게 된다. 매일 세 페이지씩 펜을 들고 종이 위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적는 것이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글이기에 아무렇게나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거다. 시간도 꼭 아침이 아니라 아무 때나 써도 상관없다. 그는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고 상처도 회복하게 되었다.
p.146~ ‘진짜 나’를 드러낼 때, 나의 아픈 상처를 꺼낼 때 사람들은 나를 보다 친근하게 느낀다. 이렇게 자신의 불행과 과오까지 드러내는 이야기야 말로 감동을 줄 수 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자기 자신의 삶을 드러내야 한다(가족에게 닥친 불행, 자신의 장·단점, 걱정거리 등). 그 다음에 자신의 불행, 단점, 흉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극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쓴다. 이렇게 하면 ‘나는 개선의 여지가 충부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런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고 한 번 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p. 152 글쓰기를 잘하려면 주제나 소재와 상관없이 머릿속을 비우고 글로 쏟아내야 한다. 즉 자기검열을 하는 ‘내면의 비판자’를 우선 제거해야 한다.
p. 165 리뷰를 쓰는 기준도 간단하다. 읽어보고 좋았던 책에 대해 꼭 북 리뷰를 한다. 책 선택은 신중하게 하지만 책을 읽은 후에는 기억하고 싶은 것을 오래 남기려고 애쓴다. 리뷰를 쓰는 이유도 애써 읽은 책의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책을 읽다가 필요한 구절들을 발견하면 블로그에 베껴 쓰고 그 아래에 나름의 생각이나 평가를 덧붙였다.(나도 지금 이 처음의 단계를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p. 171 책을 사면 맨 앞장에 구입한 날짜, 왜 샀는지, 무엇을 얻고 싶은지 쓴다. 책 산 날의 일기도 몇 줄 적는다. 읽다가 인상적인 대목이 나오면 줄을 치고 해당 페이지를 접는다. 책을 완독한 후에는 리뷰를 쓰기 앞서 줄을 쳤던 부분과 접힌 페이지를 다시 읽는다. 그리고 책의 뒷장에 15~20줄 정도로 독후감을 적는다. 핵심어와 주제도 별도로 적는다. 특히 ‘저자가 책을 쓴 의도’는 꼭 파악한다. 그리고 저자가 그 책에서 하고자 하는 결정적 한 문장은 반드시 찾아야 한다.
p.176 책을 고를 때 책에 있는 ‘출판사 서평’을 읽어본다. 책을 가장 잘 설명한 글이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리뷰를 쓰면서부터 읽어서 좋았던 책은 ‘어디가 어떻게 좋았더라’는 식으로 다른 독자들을 유혹하는 리뷰를 쓴다. 가급적 많은 사람이 그 책의 진면목을 알고 따라 읽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p. 194 좋은 글을 필사한 후 ‘내가 왜 이 글을 따로 베껴 썼는가’ 이유를 쓴다. 남의 글에 내 생각을 더하면 그 글은 내 글 속에 녹아들기 때문이다. 이만해도 훌륭한 독서 리뷰가 된다.
p. 203 종이책 vs 전자책 :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누구나 공유가 가능한 정보와 지식이 아니라, 나의 시행착오라는 경험이 더해져서 생긴 지혜, 통찰력이다. 이북 속에서 인간성의 정수인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까? 제대로 독서하게 하는 책은 좋이책이다.
p. 204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깊이 있는 정신작용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독서는 오히려 빈 수레와 다를 바 없다. (지금은 대선후보인) 안철수는 ‘책을 읽은 시간만큼 생각할 시간을 가진다.’며 책을 읽고 나서 꼭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그 내용이 내 것이 된다고 했다. 책을 닥치는 대로 읽고도 그만큼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출처]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 - 후천적 활자 중독에 빠지는 3가지 방법 |작성자 시리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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