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기업, 운이 아닌 신중한 선택과 규율 있는 실행에 달렸다
2002년 어느 날 세계적인 경영구루 짐 콜린스는 9.11 테러와 같이 나라와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든 예기치 않은 사건 속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기술변화와 글로벌 경쟁이 계속되는 세계경제를 들여다보다 질문 하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왜 어떤 기업들은 혼란과 혼돈 속에서도 번창하는 반면 다른 기업들은 그렇지 못할까? 격동으로 흔들리거나, 예측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크고 빠른 힘에 타격을 받으면서도 뛰어난 성과를 거두는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12페이지
그리고 모튼 한센 교수와 함께 9년 동안 2만400개의 미국 상장(上場) 기업 가운데 1972년부터 2002년까지 30년 동안 동종 업계 경쟁사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익률을 투자자에게 안겨준 기업을 추출, 혼돈과 불확실성, 불안정한 시장 속에서도 성공을 일궈낸 기업들을 찾아, 그들 기업을 ‘10X 기업‘(그 기업의 리더들을 ‘10X 리더’라 불렀다)이라 명명했다. 10X기업은 암젠,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사우스웨스트항공, 프로그레시브, 바이오멧, 스트라이커 등 모두 7개사다. <위대한 기업의 선택Great by Choice>는 동일한 극단적 환경에서 큰 성과를 낸 10X 기업과 몰락한 비교 기업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10X 기업의 성공 요인을 파헤쳤다. 짐 콜린스가 위대한 기업을 뛰어넘는 10X 기업을 선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선진국들이 누렸던 20세기 후반과 같은 평온한 시기는 앞으로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저자들의 연구결과 밝혀진 사실은 실로 놀라웠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격변하는 세상에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더 과감하게 행동하는 예지력 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영웅 같은 리더’가 필요하고, 성공 핵심은 ‘혁신’이며, 빠른 결정이 필요하고, 변화를 추구해야 하며, 운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저자들은 10X기업을 이끈 10X리더들에게 공통적인 핵심 행동 양식 세 가지, 즉 광적인 규율, 실증적 창의성, 생산적 피해망상이 있었고, 이 세 가지 핵심 행동양식을 살아서 움직이게 해주는 중심 원동력이 바로 ‘단계 5의 야망’이 있었다고 밝혀냈다.
짐 콜린스는 암벽 등반을 즐기는 모험가 답게 대혼돈기에 기업 생존의 비법을 1911년 10월 남극점 최초 도착을 놓고 로알 아문센(Amundsen)과 로버트 스콧(Scott)이 세기의 대결과 비교했다. 이 대결의 결과는 아문센 팀의 완승이었다. 스콧 팀은 지친 나머지 눈 속에 갇혀 전원 사망했지만, 아문센 팀은 가장 먼저 남극점에 도달했고, 안전하게 되돌아왔다. 무엇이 이 둘의 운명을 갈랐을까?
아문센은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대원들이 체력을 소진하지 않도록 적정성을 유지해 항상 15~20마일 행진을 고수했다. 반대로 아무리 날씨가 나빠도 15마일 정도를 행진했다(광적인 규율). 반면 스콧은 날씨 좋은 날은 체력이 고갈될 때까지 대원들을 혹사했고, 날씨가 나쁘면 텐트 안에 며칠이고 있었다. 그리고 아문센은 남극 원정을 계획할 때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웨일스 만을 베이스캠프로 선택했다.
모든 사람들이 맥멀도 해협이 출발지로 최적의 장소라고 권했지만, 그는 남의 말만 듣고 따른 것이 아니라 다른 탐험대의 일지와 수많은 자료를 수집해 실증을 토대로 판단했다(실증적 창의성). 증거자료들을 조사하고 검토해서 논리적인 추론을 한 사람은 아문센 뿐이었다. 아문센의 탐험철학은 자체로 ‘생산적 피해망상’에 해당한다.
“예상치 못한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난 후 자신의 나약함과 지구력의 부족함을 깨닫지 말고, 그 전에 미리 준비하라. 돌고래 고개를 날로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조난을 당하기 전에 미리 준비하라. 최고의 스키 실력과 썰매 개를 다루는 능력은 남극 원정을 떠나기 전에 갖추어라.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에너지로 가득한 저장고에서 힘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모든 순간 열심히 대비하고 비축하라. 그리고 상황이 유리해지면 확실히 제대로 치고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라.” 29~30 페이지
짐 콜린스는 세 가지 핵심 행동양식 중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광적인 규율을 꼽았다. 규율은 일관된 행동방식이다. 10X기업 리더들은 규율을 지키는 정도가 아니라 광적으로 그것을 준수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1997년 애플로 복귀한 후 첫 번째 한 일은 혁신innovation이 아닌, 규율discipline을 되살리는 것이었다. 잡스는 자신이 애플에 없는 기간에 침체했던 이유는 규율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공급망 전문가인 팀 쿡을 영입하고 애플 내 작업 효율을 높이고 전체적인 비용구조를 낮췄다. 그리고 과거에 그랬듯 밤낮없이 일하는 기풍을 살리는 데 노력했다. 또 '친근하고 우아하게 디자인한다' '기업이 아닌 개인을 타깃으로 설계하고 홍보한다' 등의 원칙을 세웠다. 그 후 애플은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한 기업이 되었다.
한편 기업이 반복 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성공공식을 만드는 지속적인 경영 실행 방식으로 SMaC 레시피가 있다. ‘SMaC’는 구체적Specific, 체계적Methodical, 지속적Consistent인 것을 의미한다. 견고한 SMaC레시피는 단순한 전술이라기보다 전략을 실제 현실로 바꾸기 위한 운영 코드이자 지속적인 실행 방식, 즉 절대로 바뀌지 않을 기업의 핵심가치를 의미한다.
10X 기업인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예를 들어 보자. CEO인 하워드 퍼트넘은 회사 운영방식에 있어 혁신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고민 끝에 ‘저가 항공분야를 이끌겠다’는 목표 아래 사우스웨스트만의 ‘10가지 일률적 접근 방식’을 도출했다. 사우스웨스트는 기업의 핵심가치를 구호에 그치지 않고, 2시간 운항, 737기 운항, 10분내 재운항, 화물 항공우편은 취급하지 않고, 기내식 서비스와 연계운송은 하지 않는다 등 구체적인 행동강령을 확실하게 정했다.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기 쉽게 확실히 표현했기에 전직원이 쉽게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었다.
그 중 ‘사우스웨스트는 왜 737기만 고집했을까’ 하나만 살펴보자. 737기 한 기종만 운항하면 모든 조종사들이 전 항공기를 조종할 수 있어서 운항 일정을 매우 융통성 있게 조정할 수 있고, 정비 부품, 운항 훈련 매뉴얼, 정비 절차, 승무원 훈련, 탑승 절차 등 모두 한 종류만 있게 되어 시간과 비용이 절감된다. 이렇듯 모든 행동강령들이 ‘최저가 항공사’라는 사우스웨스트의 목표에 귀결되어 있었다.
책을 덮으며 지난 11월 6일 한 달 만에 해외 출장에서 돌아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위기’를 말하며 삼성 경영진에 연말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책 마련을 지시한 기사가 생각났다. 삼성이 올해 세계 경기침체 속에서 독보적인 선전을 펼쳤지만, 연말 이후 줄줄이 맞게 되는 대외 변수와 악재들에 효과적으로 대응치 못한다면 순식간에 몰락할 수 있다는 이 회장 특유의 '위기론'은 10X 리더의 ‘생산적 피해망상’을 그대로 닮았다.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도 예측하지 못하는 미래를 우려하고 이에 대비하기를 독촉하는 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 리뷰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32호) 전문가 서평에 소개된 리뷰 입니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11월 08일) 부자가 되는 책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위대한 기업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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