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몰라서 털려 왔던 내 월급의 진실
“월급생활자의 급여는 자영업자나 기타 전문직 종사자들처럼 세금을 신고하지 않아도 쉽게 집계가 되니 정부의 세금 징수가 상대적으로 쉽다. 또 전체 월급생활자 수가 약 1,600만 명이나 되다보니 세율을 조금만 올려도 거둬들이는 액수가 어마어마해진다. 게다가 월급생활자들은 자영업자보다 수입이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하다. 그리고 조세저항이 적기 때문에 세금을 거둬들이기에 가장 매력적인 계층이기도 하다. 큰소리치는 재벌이나 기업에게 세금을 올려 받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직장인들 입장에서도 4대 보험을 포함해서 8~9가지나 되는 공제내역을 일일이 신경쓰고 살기란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지난달과 비교해봤을 때 몇 만 원이 빠져 있으면 “또 뭐가 올랐네!”라고 투덜대다 금세 잊어버리는 것이 직장인들의 삶이다.“
한국 경제인구 중 약 40퍼센트, 대한민국 인구 중 약 1,621만 명은 유리지갑을 든 월급생활자다. 이들은 정부의 착한 납세자이자 기업의 중요한 인적자원이며 소비의 주역이자 금융기관의 가장 든든한 고객, 뒤집어서 한마디로 말하면 5천만의 봉이요, 호구라는 말이다.
공인회계사 원재훈은 직장인들을 만날 때마다 금융회사에 털리고 정부에 속는 그들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또한 월급쟁이들은 월급이 통장을 스쳐가는 것 같다고 불평만 하는데, 그들이 의외로 금융지식에 대해서는 무지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쓴 책이 <월급전쟁>이다.
저자는 직장인의 월급에 맞물려 돌아가는 정부와 금융회사, 직장의 은밀한 이야기와 돈이 움직이는 실체 보여준다. 그리고 월급이 들어올 때 마다 빠져나가는 마이너스통장 이자, 펀드, 보험, 학자금대출까지 나아가 퇴직금과 연금까지 허수가 아닌 실제로 손에 만져지는 금액의 월급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냈다.
우선 월급이 빨리는 가장 큰 빨대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다. 연봉 3,000만 원 짜리 직장인의 국민연금은 11만 2,500원, 연간 부담액은 135만 원이다. 여기다 건강보험료를 합하면 연간 227만 원이 떨어져 나간다. 그럼 나중에 나는 얼마나 받을 수 있는 걸까? 국민 연금 최고 납입액 수준인 월 30만 원을 30년간 꾸준히 내면 1억 7,000만 원 정도가 생긴다. 이 금액을 20년 동안 받는다면 월 56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30년 후 56만 원은 과연 얼만큼의 가치가 될까? 쌀 한가마니나 될까 궁금하다.
우리나라는 간접세 천국이다. 음식이나 쇼핑할 때 붙는 부가가치세, 술에 붙는 주세, 담배에 붙는 담배소비세, 자동차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 3D TV에는 개별소비세가 붙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제품을 사는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300만원 월급을 받는 나와 대기업 회장님이나 생수 한 병을 마시면 같은 세금을 낸다. 그래서 소득이 적은 내가 조세부담률은 더 높은 셈이니, 정말 헐~ 소리 날 일이다.
이 책을 통해 금융회사들이 내 월급통장에서 신용카드와 대출, 마이너스통장, 펀드, 보험 등의 빨대를 꽂아 매출을 뽑아올리는 진실은 더욱 가관이다. 내가 은행에 돈을 맡기는 이자는 3%인데 돈을 빌리는 이자는 왜 8%인지, 왜 카드업체를 고리대금업이라 하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입시켜주면서 사고가 나면 묻고 따지는 보험회사의 현실, 펀드회사들의 높은 수수료 수취 실태, 내 월급만 빼고 모든 물가가 오르는 이유 등을 알고 나면 마음 놓고 내 돈 맡길 곳 하나 없어진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10월 11일) 부자가 되는 책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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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가장 큰 적은 마이너스 통장이다. 10명 중 9명은 마이너스 통장을 가지고 있고, 그 중 99%는 이 통장에 빚을 지고 있다. 본래 돈이란 없으면 안 쓰게 마련이다. 그것이 대출이든 자기 돈이든 중요하지 않다. 인간은 본래 저축보다 소비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처음 마이너스 통장을 받았을 때가 기억나는가? 거기에 찍힌 2,000만원은 나의 신용도이자 쓰는 만큼 갚으면 되는 보너스 같았다. 흔히들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더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이자가 나가지 않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일단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기만 하면 돈을 실제로 한 푼도 건드리지 않았다 해도 신용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남들보다 더 좋은 이자율을 받기는 어려워진다.
마이너스통장의 대출 약정기간도 또 다른 함정이다. 마이너스통장의 대출기간은 대개 1년, 계속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아무런 불편 없이 대출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회사를 쉬거나 퇴직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은행은 어떻게 알았는지 알아채고 고객의 신용도가 낮아졌다는 이유로 금리를 좀 더 올리려 든다. 이 때 마이너스 통장은 그야말로 독약이 된다.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면서 한도에 딱 맞춰서 사용하더라도 억울하게 연체를 내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마이너스 통장의 이자는 정확하게 이자지급일에 맞춰서 이자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자의 출금일은 한 달에 딱 한 번인데, 이 날짜를 놓치면 돈을 갚았더라도 가공할 연체이자를 물게 된다. 가급적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지 말자. 그리고 마이너스통장을 쓰고 있다면 이자 내는 날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직장인의 재테크에도 문제가 크다. 가장 큰 문제점은 직장인 자신에게 있는데 주식투자를 할 때 위험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현금화되지도 않은 미실현 이익을 자신의 통장에 돈이 찍힌 것으로 착각하고 소비를 늘리는 일이다. 이를 ‘부유효과’라 하는데, 예를 들어 주식의 가격이 오른 날에는 돈을 벌었다는 기분에 취해 흥청망청 돈을 쓴다. 실현된 이익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심지어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면 내일 다시 오를 것을 기대하고 돈을 흥청망청 쓴다. 내일 다시 오르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벌지도 못한 돈을 벌었다고 착각하고 소비를 늘리는 격이니 통장잔고가 매년 다람쥐 쳇바귀 돌듯 제자리를 맴도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저자의 말대로 재테크는 부자들한테나 어울리는 건지도 모른다. 좋은 부동산이나 좋은 금융상품을 찾아내는 게 원래 쉽지 않은데, 직장인보다는 돈 많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죽을 직장인도 없겠지만 기죽을 것도 없다. 저자는 우선 불황기 직장인의 재테크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재테크의 첫걸음인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 그리고 가급적 현금을 보유하면서 물가상승률 정도의 투자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특히 은퇴 후의 재테크 자금은 현금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히 저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재테크라고 말한다. 구관이 명관이라 했던가. 소비를 줄이고 저축 비중을 높이는 재테크의 기본이 결국 오늘을 이기는 최고의 방법인 셈이다. 결론에서 저자는 물질적 행복이 아닌 진정한 행복을 찾도록 노력하라고 권한다. 당신에게 묻는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 주말까지 일해 가며 조금이라도 많은 돈을 벌기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늘리기 둘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할까? 이 선택 속에 당신의 월급을 잘 지키는 방법이 숨어 있다.
이 리뷰는 코오롱 그룹 사보 KOLON (2012년 11월호)에 실린 리뷰입니다
월급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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