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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경제마인드

[책리뷰]탐욕의 도둑들 - 다큐<인사이드 잡>보다 리얼한 금융위기를 읽다!

by Richboy 2013. 1. 25.

 

 

 

영화 <마진 콜>보다 생생하고, 다큐<인사이드 잡>보다 리얼한 금융위기를 읽다!

 

   2009년 9월 15일 주말, 미국에서 가장 신망 있고 규모가 큰 투자은행의 하나인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다. 또 하나의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도 강제매각 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큰 보험회사인 AIG의 붕괴되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전체에 수십조 달러의 손해를 일으켰고, 3천만 명의 실업자를 만들어 냈으며 미국의 국가부채를 두 배로 만들었다. 전 세계에 걸쳐 자산가와 부동산가치가 무너졌고, 약 1,500만 명의 사람들이 수입과 직업을 잃었고, 중산층들이 다시 빈곤층으로 떨어졌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이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닌, 통제불능한 인간의 욕망이 금융산업을 통해 만들어 낸 재앙(災殃)이었다.

   세계 경제는 아직도 혼란스럽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주가가 다시 폭락하자 미국과 한국의 주가도 뒤를 따른다. 전 세계는 계속해서 돈을 풀고 있지만 실물경제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자칫 유동성을 거두기라도 한다면 다시 경제는 무너질 것만 같다. 이른바 자생력을 잃은 경제를 말하는 재정절벽에 다다른 것이다. 우리는 도대체 어쩌다가 이 꼴이 된 걸까.

 

   <탐욕의 도둑들>은 그 궁금증을 풀어준 책이다. 이 책은 월가의 유명한 경제 칼럼니스트이자 스토리텔러로 유명한 로저 로웬스타인이 25년간 월가의 펀드 매니저로 금융위기를 직접 목격한 한 남자 로드리게스를 주인공으로 글로벌 금융 붕괴 위기의 전말을 소설 형식의 팩션으로 재현했다. 월가의 CEO, 정부 관계자 등 금융위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된 인물들을 180여 차례에 걸친 인터뷰를 생생한 스토리로 담아 거대 금융기관들과 CEO들의 도덕적 헤이를 직접 겨냥해 밝혀냈다. 리얼한 스토리는 금융위기 하루 전 월스트리트를 그린 영화 <마진 콜Margin Call>보다 낫고, 팩트fact는 2011년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인사이드 잡Inside Job>보다 충실하다.

 

 

 

 

   80년대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번영을 국가의 최우선과제로 삼는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로 경제학자들과 금융로비스트들의 지지 속에 금융규제완화를 시작했다. 90년대 초반 규제완화와 금융기술의 발전은 파생상품이라 불리는 복잡한 금융상품의 폭발을 일으켰다. 경제학자들과 은행가들은 수천 개의 모기지와 다른 대출 즉, 자동차 론, 학자금 론, 신용카드 론 등을 모두 합해서 만든 부채담보부증권(CDO) 파생상품이 시장을 더욱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워런 버펫이 말했듯이 ‘대량살상무기‘였다.

   2001년 부시 행정부가 들어섰을 때 미국은 5개 투자은행과 2개의 금융기업, 3개의 증권보험사, 3개의 신용평가사로 사실상 재편되었고, 이들은 새로운 먹이사슬을 만들었다. 즉 은행이 돈을 빌려준 후 채권을 투자은행에 팔았고, 투자은행은 파생상품CDO을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은행은 더 이상 대출받은 사람들이 돈을 갚을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대출자들에게 받아야 할 돈은 채권을 팔면서 이미 투자은행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파생상품이 불안해지자 AIG를 통해 신용부도스와프CDS라는 보험상품을 만들어 리스크를 헤지했다.

 

 

 

 

   그리고 저신용자에게도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를 남발, 이른바 약탈적 금융을 자행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정부와 금융기관에 속아 내 집 마련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자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대출자가 압류를 당하고 집에서 쫓겨나자, 파생상품CDO은 부실채권이 되었고, 리먼브라더스를 시작으로 ‘부실 도미노’가 시작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와 워싱턴의 탐욕과 무책임은 세계를 대공황 이래로 가장 심각한 금융위기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금융계의 경영인중 단 한 명도 범죄행위로 기소되거나 심지어 체포되지 않았다. 특별검사도 임명되지 않았으며, 어떠한 금융회사도 증권사기죄나 분식회계죄로 형법상 기소되지도 않았다. 전 세계가 엄청난 댓가를 치뤘고, 아직까지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아이러니는 금융위기를 초래한 사람들과 기관들은 5년이 지난 아직도 권력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넘겨볼 책이 아니다.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본문을 읽다 보면 카드채 부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 금융을 둘러싼 굵직한 사건들이 오버랩될 것이다. 가계 부채 1000조, 하우스푸어 150만 가구,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빚을 진 2013년 대한민국. 그 많던 돈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