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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경제마인드

[책리뷰]거짓말 하는 착한 사람들 - 당신의 사소한 부정행위가 경제와 사회를 망치고 있다

by Richboy 2012. 9. 22.

 

 

 

 

 

 

당신의 사소한 부정행위가 경제와 사회를 망치고 있다 

 

   케네디예술센터가 운영하는 선물 매장에 도둑이 들었다. 연 매출액 40만 달러의 절반에 이르는 15만 달러를 훔친 도둑은 알고 보니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이었고, 한 두 명이 아닌 자원봉사를 하던 수십 명의 선한 노인들이 매일 조금씩 돈과 물건을 훔쳤던 것이다. 1970년대에 일어났던 일이라 CCTV는 언감생심, 이 매장은 금전등록기 대신 물건을 팔고 받은 돈을 보관하는 현금 상자들만 있어 관리도 소홀했다고 한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지만 예술을 사랑해 자원봉사를 청한 수십 명의 선한 노인들이 호프집 공짜 새우깡 먹듯 돈을 훔쳤다는 사실이 혀를 차게 한다. 그들은 자원봉사자를 자청한 '착한 사마리아인'들이 아니던가?

 

   책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청림출판)은 이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아주 사소한 부정행위에 주목했다. 저명한 행동경제학자이자 <상식 밖의 경제학>, <경제 심리학>을 통해 유쾌하고 신선한 통찰력을 보여줬던 댄 애리얼리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행위에 대한 편견을 낱낱이 파헤쳤다. 부정행위가 소수의 악당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문제이므로 부정행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내고, 인간 본성의 한 측면인 부정행위를 통제할 방법도 모색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부정행위를 저지른다. 어쩌면 오늘 출근길에도 무단횡단을 하고,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렸는지도 모른다. 엄밀히 따져보면 부정행위지만, 사실 이런 부정행위는 너무나 횡횡해서 내가 그런 일을 했는지조차 모를 만큼 무감각할 정도다(하지만 누군가 그런 것을 목격하면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격분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내 아들이 같은 반 친구의 연필 한 자루를 훔쳤다면 나쁜 짓이다. 그렇다면 회사 사무실에 있는 연필 세 자루를 집으로 가져왔다면? 들키면 나쁜 짓이고, 안 들키면 괜찮은 짓일까?

 

   마찬가지로 자신의 전반적인 삶을 돌아볼 때 스스로가 꽤 훌륭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저지르는 사소한 부정행위는 너그럽게 허용하고 만다. 반면 사람들은 자신이 정한 기준을 한 번 깨고 나면 더 이상 자기 행동을 통제하려 들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그 후부터 부정행위의 유혹에 이전보다 훨씬 쉽게 넘어간다고 조언한다.

 

   진품 프라다 가방을 들고 있으면 설령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 할지라도 '나는 부유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우리가 명품으로 치장하려고 하는 이유도 이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사람의 이런 심리를 반대로 뒤집어 짝퉁 명품제품을 사용하면 사람들의 도덕적인 자제력이 해이해지고, 따라서 사람들은 부정행위의 어두운 길로 더 많이 접어든다는 것을 다양한 실험으로 밝혀낸다(짝퉁 명품 제품들이 근절되어야 하는 이유는 원제품과 그 제품을 만드는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짝퉁 제품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범죄로부터 멀어지게 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할 것 같다).

 

   짝퉁 천국 중국의 예를 들어보자. 자본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중국 사회에서 짝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자 아예 비즈니스의 한 장르로 놓고 전세계를 상대로 짝퉁을 만들어내고 있다. 문제는 중국 사회 내에서 사용하는 생필품마저 짝퉁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육가공 고기를 비롯해 달걀을 짝퉁을 만들더니 이제는 아예 아기들이 먹는 분유까지도 짝퉁을 만들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이처럼 저자는 짝퉁 사용이라는 부정행위가 대가를 치르는 것은 명품 회사들 뿐 아니라, 온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한차례의 부정행위는 자기신호화와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효과로 인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그 시점부터 그 사람의 행동을 영속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해 보이는 부정행위는 우리의 행동을 바꾸고, 우리의 자아 이미지를 바꾸며, 나아가 우리가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을 바꾼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동안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가짜 학위와 이력서 조작 등이 바로 그런 역효과일 것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저자는 정직하지 못한 행동들의 초기 징후에 초점을 맞추고 그를 주시해야 하며, 부정행위가 습관적인 것으로 자리 잡기 전, 아직 시작 단계에 있을 때 이런 행위들을 예방하거나 혹은 적어도 그 수를 줄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법정에서는 재판에서 증인을 설 때 성경 위에 손을 얹고 한 치의 거짓이 없도록 진술할 것이며,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처벌을 받겠다고 선서를 하는 것처럼 우리가 평소 십계명과 같은 도덕률을 기억하고 인식할 때 나쁜 행위의 싹을 자르는 한 방법이 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윤리적인 규범을 상기시키는 것만으로도 부정행위를 하려는 의지와 경향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처음에 언급했던 케네디예술센터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선물 매장을 총괄하던 책임자 바이스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재고관리 시스템을 개선했다. 물품에 가격표를 붙이고, 매장의 자원봉사자들에게 물건을 팔 때 마다 판매대장에 기록하게 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현금과 물품의 좀도둑질이 사라졌다. 이를 처음부터 지켜본 바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기회가 닿으면 언제든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려 합니다. 사람에게는 나쁜 일을 하지 못하도록 제어해주는 통제장치가 필요합니다."

 

   절도에 있어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세상 사람들 중 1%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고, 또 다른 1%는 어떻게든 자물쇠를 열어 남의 것을 훔치려 한다. 나머지 98%는 조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동안에만 정직한 사람으로 남는다. 이 사람들은 강한 유혹을 느끼면 얼마든지 정직하지 않은 사람 쪽으로 옮겨 간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리 자물쇠를 꼭꼭 잠가도 도둑이 털려고 마음먹는다면 얼마든지 남의 집에 침입할 수 있다. 자물쇠는 문이 잠겨 있지 않았을 때, 유혹을 느낄 수 있는, 대체로 정직한 사람들의 침입을 막아주는 상징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부정행위하면 정치를 빼놓을 수 없다. 총선이 끝나면 어김없이 쏟아지는 뉴스는 선거를 치루면서 저지른 여야 후보들의 공천 비리와 선거법 위반 사례들이다. 그들 가운데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도 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라는 말이 있듯 대부분 범죄사실이 드러난 선거 사범들은 처벌을 받거나 일부는 당선무효를 받기도 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달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금권선거와 흑색선전 등 주요 선거 범죄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하는 선거 범죄 양형기준 대폭 강화했다고 하지만 현재 입건된 4·11 총선 선거사범은 1,096명에 달한다고 한다. '국민의 심부름꾼'을 자처한 사람들이 매번 같은 부정행위, 즉 범죄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 이후 적발해서 엄벌하는 당선무효형은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고 '보궐선거'로 또 다른 국민의 수많은 시간과 혈세낭비를 부른다. 이들을 통제할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우선은 정치인 스스로 염치廉恥, 즉 체면을 생각하거나 부끄러운 마음을 갖는 것일 게다. 만약 모른다면, 국민들이 가르치는 방법 밖에 없다.

 

 

본 이미지는 팍스 TV(8월 16일) 재테크 다이어리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리뷰는 코오롱 그룹 사보 KOLON 9월호에 소개되었습니다.

 

 


거짓말하는 착한사람들

저자
댄 애리얼리 지음
출판사
청림출판 | 2012-07-17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나는 정말 정직하고 착한 사람일까?『거짓말하는 착한사람들』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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