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10만원으로 창업할 수 있는 발칙한 아이디어 모음
나는 대학을 졸업과 동시에 백수가 되었다. IMF 때문이었다. 그래서 취업 대신 창업을 했다. 학교 후문 뒤에 있는 허름한 닭갈비집 아저씨와 손을 잡았다. 요리기술은 온전히 아저씨가 맡고, 체인사업 영업은 내가 맡았다. 기본급 백만 원에 약간의 성과급을 받는 조건으로 우리 둘은 MOU(?)를 체결 체인사업을 시작했다. 호구지책(糊口之策)으로 겁 없이 시작한 나의 첫 사업은 다행히 4개월이라는 부족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명퇴자들의 창업붐’이라는 호황에 힘입어 1년 반 만에 체인점 68 개를 내는 쾌거를 이룩했다.
하지만 체인점 50개를 달성하면 법인을 만들겠다는 아저씨의 약속이 공수표가 되자, 실망한 나는 어느 칼국수 업체에서 제시한 거액의 연봉에 스카웃되었고, 그 선택은 어쩌면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실수가 되었다. 나는 비전 있는 사업가에서 봉급쟁이 직장인이 되어버렸고, 동업자를 떠나보낸 닭갈비 아저씨는 ‘업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어느 날 잠이 든 채 숨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 후 나는 5 년 동안 ‘지겨운 밥벌이’를 전전한 끝에 다시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 때는 이미 흐름을 놓쳐버린 때문인지 실패만 거듭했다. 하지만 수년이 흘러 글밥을 먹고 있는 오늘도 나는 창업을 꿈꾸고 있다. 성공창업이 주는 짜릿함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다.
그런 내게 <100 달러로 세상에 뛰어들어라>는 촐촐한 오후 네 시의 초콜릿 같았다. 이 책은 되도 않는 책상물림들이 ‘창업전문가’라며 대박집과 쪽박집의 사이에서 예비창업자들을 희롱하고 우롱하는 식상한 창업관련서 사이에서 군계일학처럼 눈에 띄었다. “가진 게 없어서 시작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라는 제언은 온갖 핑계로 창업을 미루고 신세한탄을 하는 예비창업자들에게 일갈하고 있었다. 나는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목적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좋은 일자리, 행복을 주는 직업이라는 게 대체 뭘까? 그것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면서 개인의 ‘가치’도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일자리를 말한다. (중략) 그렇다면 ‘가치’란 무엇일까? 가치란 사람이 어떤 유용한 것을 만들어 세상과 공유할 대 발생하는 무엇이다. 누군가가 ‘좋은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말은, 다시 말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했다는 뜻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세계 곳곳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실업률이 심각하다. 특히 청년 실업문제는 더욱 심각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해 12월 현재 청년층 실업률은 7.5%로, 전체 실업률(2.9%)의 3배에 육박한다. 그런 현실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면서 개인의 가치도 획득할 수 있는 일자리’가 과연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이유는 충분했다.
<100달러로 세상에 뛰어들어라>는 가치 혁신가이자 사업가인 크리스 길아보가 기존의 직업 개념에 구애받지 않고 작은 돈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창업에 성공한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성공 사례를 담았다. 실제로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성장시키는 구체적인 노하우를 듣고자 175개국을 다녔고, 1,500여 개의 성공 비즈니스 사례 중에서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마이크로 비즈니스’들을 엄선해서 책에 소개했다.
여기서 말하는 마이크로 비즈니스는 단돈 100달러(최대액)와 인터넷과 통신 수단을 바탕으로 ‘전 세계적인’ 규모로 이루어지는 혁신적인 사업 형태로, 얼핏 거창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마이크로 비즈니스는 한마디로 언감생심(焉敢生心), ‘이런 일하면 어디 먹고나 살겠어?’ 싶어서 내버린 사업 아이디어였다. 이를테면 이렇다.
한 젊은이가 창고 정리 처분을 해야 하는 침대 매트리스 한 트럭분을 싸게 샀다. 그리고 최근 경기불황으로 문을 닫은 자동차 대리점을 싸게 빌린 후, 약간의 마진을 붙여 손님들이 싼 값에 매트리스를 충분히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여기까지는 요즘 ‘땡처리 장사꾼’들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이제부터가 압권이다. 배달을 직접해주는데 특수 제작된 자전거로 집까지 배달해줬다. ‘매트리스를 자전거로 배달을 한다고?’ 궁금했다면 여기서 사업아이디어를 잡은 것이다. 이 똑똑한 사업가는 매트리스를 자전거로 배달하는 재미있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수십만 뷰를 기록하며 화제를 낳았고, 덩달아 사업도 성공하게 되었다.
또 아일랜드의 베니 루이스라는 사람은 취직은 못했지만 외국어를 익히는데 소질이 있는 사내였다. 무려 7개 국어를 할 줄 아는데, 이 친구는 단 6개월 만에 외국어 하나를 익히는 재주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 온라인에 외국어를 쉽게 익힐 수 있는 자신만의 비결을 메뉴얼로 만들어 패키지로 판매해서 대박을 냈고, 지금은 전 세계를 돌며 학생들에게 직접 강의를 통해 외국어를 빨리 배울 수 있는 1인 사업가로 변신했다.
어느 여행매니아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국의 방콕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여행노하우와 쇼핑팁, 현지의 유명한 명소들의 할인쿠폰 등을 담아 온라인에서 독자적으로 전자책을 출판하는 사업가로 변신했고, 개를 좋아하는 리사 셀먼이라는 여성은 주인을 대신해 개를 산책시키는 애견 돌보미 사업으로 연 10만 달러 소득을 일으키고 있었다.
책에 소개된 마이크로 비즈니스의 성공사례들은 누구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신뢰할 만했는데, 그 이유는 저자가 많은 성공스토리 중에서 여섯 가지 항목을 만들어서 그중 네 가지 이상을 충족시키는 것들만 소개했기 때문이었다.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열정을 쫓는 사업인가? - 흥미를 갖는 활동이나 취미와 연관된 사업인가
낮은 창업비용인가? - 정말 100달러 이하의 사업인가
최소 5만 달러 이상의 사업 소득인가? - 정말 수익이 발생하는가
특별한 전문지식이 필요하지 않는 사업인가? -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사업아이템인가
소득을 완전히 공개할 수 있는가? - 불법, 음성적인 사업인가
고용인 5인 이하로 운영되는 사업인가? - 일상의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가
책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은 ‘국내에서는 어떤 마이크로 비즈니스 아이템이 어울릴까?’ 였다. 이에 대해 저자는 성공하는 사업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고객이 나에게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를 이해하라고 말한다. 요즘 기업에서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도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근본적인 욕구를 이해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소비자)의 근본적인 욕구가 무엇일까? 인간은 우선 게으르다. 그래서 게으른 나를 대신 해서 움직여주는 무엇이 있다면 돈으로 바꾸려 할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늘 자유를 원해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할 수 있는 무엇이 있다면 기꺼이 돈으로 살 것이다. 아울러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랑받고 싶고, 행복하고 싶으며, 부자가 되어 싶어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바로 시간.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다 보니 시간의 소중함을 알아서 내 시간을 아껴주거나 효율성을 높여주는 무엇이 있다면 기꺼이 살 것이다. 반대로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는 것들 다시 말해 스트레스, 갈등, 복잡함, 불확실성 등을 해결해 줘도 소비자의 지갑은 언제든 열릴 것이다. 이상이 내가 이 책에 소개된 성공한 ‘마이크로 비즈니스들’에서 찾은 공통점들이었다.
이 리뷰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출판전문저널 <기획회의>(338호)에 기고된 리뷰입니다.
100달러로 세상에 뛰어들어라
본 이미지는 팍스 TV(2013년 1월 20일) "부자가 되는 책 - 김은섭의 책 CHECK!'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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