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라면 읽어야 할 필독서!
"중국과 인도, 인터넷은 잊어라. 경제 발전은 여성이 이끈다.(Forget China, India and the Internet – economic growth is driven by women)”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커버스토리 제목이다. 여성이 소비 세력의 중심이자 사회 권력의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현대경영의 창시자 톰 피터스(Tom Peters)역시 ‘오늘날은 우머노믹스(womenomics) 시대이고, 미래는 여성의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근 건강, 엔터테인먼트, 패션 등 유연한 산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진 데에는 소비력을 갖춘 젊은 여성층이 핵심 소비집단인 점이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기업은 여성임원을 늘려 기업경영전략 수립에 여성의 풍부한 감성과 섬세함을 반영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내 기업 내 여성임원 수는 아직까지 많지 않다. 국내 기업당 여성CEO, 임원수는 평균 2.2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2013년 1월 현재 10대그룹 인사에서 여성 임원 선임이 늘었지만 대기업 93개 상장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평균 1.5% 밖에 되지 않고, 특히 여성 직원 비율이 50%를 넘는 롯데의 경우 여성 임원은 3명에 불과하다 하니 국내 대기업들의 ‘유리천장’은 시대를 거스르는 것 같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책 <린 인(Lean In)>은 이런 현실에 대한 대답으로 주목할 만한 책이다. 이 책은 지난 2013년 4월, 미국에서 출간되어 엄청난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단숨에 아마존 베스트셀러 종합 1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한마디로 요즘 뜨는 잇 북(it book)이다.
이 책의 인기는 저자가 한 몫을 한다. 저자인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는 구글과 페이스북 초창기 임원으로 합류, 광고 수익모델을 만들어 연매출 수직상승의 신화를 이뤄낸 실리콘밸리의 성공 아이콘이다. 현재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3년째 이름을 올리고 있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미래의 여성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로 평가했다. 한편 그녀의 연봉은 3,096만 달러(약 350억 원)로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보다 높은 액수다.
저자가 사회초년생이었던 시절, 직장 동료의 절반은 여성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직급이 올라가면서 여성 동료는 점차 사라져 갔고, 결국 임원들이 참여하는 회의 자리에서 여성이라고는 자신 혼자뿐이었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여성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녀는 궁금해졌다. 이 질문은 한편으로 ‘사회와 조직은 왜 인재의 절반을 놓칠까?’를 의미하기도 했다. 저자는 2010년 우연히 참여하게 된 TED 강연에서 ‘왜 여성 리더는 소수인가Why we have too few women leaders’라는 제목으로 누구도 쉽게 언급하지 못했던 이 문제를 과감히 공론화했고, 강연 동영상은 조회수 200만을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의 원제는 ‘기회에 달려들어라; 여성, 일, 그리고 주도하려는 의지’(Lean In; Women, Work and the Will to Lead)로 저자는 여성 스스로를 바꾸고 나아가 세상도 바꾸자고 제안한다. 핵심은 셰릴 샌드버그가 고위층의 여성 비율을 높이기 위한 세 가지를 조언인데,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책상에 앉아라. 직장 초년생을 상대로 한 2년간의 연구에 의하면 57%의 남성은 자신의 첫연봉 협상을 했다. 하지만 여성은 7%에 불과했다. 그리고 남성은 업무성과를 자신의 공으로 돌리지만, 반대로 여성은 외부적 요인에 근거한다고 여긴다. 여성들이 자신의 성공을 부정하거나 하찮게 여긴다면 결코 고위층이 될 수 없다.
물론 남성에게 성공의 기회를 더 많이 부여하는 사회인식에 큰 문제가 있다. 2003년 컬럼비아대학 프랭크 플린 교수와 뉴욕대학 캐머런 앤더슨 교수는 흥미로운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자들은 하이디라는 벤처투자가의 성공 사례와 동일한 사례에 이름만 ‘하워드’로 바꾼 자료를 각각 대학생들에게 읽게 하고, 이들이 받은 인상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 여학생들마저도 “하워드를 인간적으로 좀 더 매력적인 동료로 보는 반면 하이디는 이기적이고, 고용하거나 그 밑에서 일하고 싶은 유형의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제부터 여성 스스로가 ‘우리도 성공할 수 있다 믿고, 회의석상에서 주변인이 되어 구석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주인공으로서 탁자에 앉을 수 있다’고 다짐해야 한다.
둘째 배우자를 진정한 동반자로 만들어라. 남편과 아내가 모두 정규직이고 아이가 있는 가정의 경우, 아내가 남편의 두 배 만큼 집안일을 더 많이 하고, 남편의 세 배 만큼 아기 돌본다. 이것이 아내가 집에 있을 때 진이 빠지는 이유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남편과 아내가 집안일을 평등하게 하는 가정일수록 이혼율은 절반이고, 부부의 성생활도 활발했다. 승진을 거듭하고 고위층이 되고 싶다면 남편에게 집안일에 있어 동등한 참여를 요구하라.
엄마는 슈퍼우먼이 아니다. 아내들은 남편보다 육아와 가사에 몇 배나 더 시간과 공을 들이면서도 ‘나쁜 어머니, 나쁜 아내, 나쁜 딸’이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동시에 직장에서는 업무에 덜 집중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과잉 보상’을 하느라 초과 근무를 하고 있다. 이것이 수많은 워킹맘의 현실이다. 사회는 어머니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라며 치켜세우지만, 육아를 이유로 휴직한 엄마들의 풀타임 직장의 재취업률은 불과 40%에 불과하고, 1년만 쉬어도 평균 연봉은 20% 감소한다. 가정의 절반을 남성이 움직인다면, 자연스럽게 조직의 절반을 여성이 움직이는 바람직한 세상이 될 것이다.
셋째 그만 둬야 하기 전에는 그만 두지 말라. 저자는 여성들이 진짜로 일을 그만두기 전에 미리 마음속으로 그만둔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여성이 결혼, 육아 등 먼 미래의 일을 미리 걱정하며 일찍이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책임이 무거운 직급을 피한다고 지적했다. 많은 여성들이 결혼도 하기 전에, 아이를 갖기도 전에, 미리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책임이 무거운 직급을 피한다. 그러다 보면, 동료들은 발전하고 승진하는데 자신은 뒤처지게 되어, 업무에 대한 흥미도 점점 떨어지고 결국 직장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출산은 고사하고 임신하겠다고 마음먹고 실제 임신하기까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이다. 아기가 태어날 때가 되면, 그동안 허송세월해온 여성은 과거에 지레 주춤하고 뒤로 물러서지 않았더라면 차지했을 직위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자리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편견은 둘째치고라도 실적과 책임 그리고 기회, 급여 면에서 남성들과 대등했던 직장여성들이 주춤하기 시작하는 때는 ‘엄마가 될 때’이다. 하지만 저자는 휴식이 필요하거나 출산을 했을 때 일을 줄이면 되지 그 전에, 자녀를 낳기 몇 달 전이나 몇 년 전은 주춤하고 뒤로 물러서는 시기가 아니라 기회를 붙잡기 위해 달려들어야 할(Lean in)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한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한 비판과 함께 그런 사회 속에서 교육받은 탓에 제 실력을 숨기고 내면화하고 사는 여성들에게 “너무 계획하지 말고, 지레 겁먹고 주저하지 말고, 남자들처럼 준비되지 않았더라도 약간은 허세도 부리며 당당하게 테이블에 앉아라.”고 주문하는 어쩌면 당연한 저자의 주장은 독자로 하여금 현실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특히 한 아이의 아빠이자 남편인 필자에게는 남편이 진정한 동반자가 되기 바란다면 아내를 돕는 차원에서 호의를 베풀듯 집안일을 할 것이 아니라, 자기 몫을 나눠야 한다는 점은 뜨끔한 충고였다. 아울러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동료, 이렇게 1인 3역을 하는 직장 여성들의 육체적 심리적 고충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 아내에게 진심으로 미안했다. 책을 덮자마자 필자는 ‘아내를 돕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분담해야 할 집안일을 찾아 나눴다.
이 책은 여성이 사회 또는 조직에서 맞닥뜨리는 장애물과 편견의 원인은 무엇인지 자신과 주변의 경험을 담은 자기계발적 성격이 강한 자서전이다. 다양한 통계 자료, 과학적 연구 등을 근거로 고민 했다는 점, 그리고 전 세계 수십여 국가에서 번역 발간될 때 각국 출판사의 협조를 얻어 해당 국가의 통계 자료를 제시하며 현지화를 시도해 독자들의 이해와 공감을 극대화해서 외서가 갖는 한계를 극복했다고 칭찬하고 싶다(물론 한국어 번역판에서도 한국 여성의 경력 단절 현상, 가사 및 육아와 관련된 통계, 육아 지원 제도 등에 대한 자료를 근거로 한국의 현실에 맞게 접근하고 있다). 그 중에서 ‘어머니 벌점’이라는 사회현상에 대한 언급은 인상적이다. ‘자녀가 없는 여성은 자녀가 없는 남성보다 평균 연봉이 13% 적은 데 비해 풀타임으로 일하는 어머니의 평균 연봉은 같은 조건의 남성보다 46% 적어서 혼인율 저하와 심각한 저출산의 주된 원인이 된다‘는 ’어머니 벌점‘은 새 정부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만약 풀린다면 여러 사회문제도 함께 풀어낼 수 있는 실타래가 될 수 있어서다.
요즘 미국에서는 이제 ’금고는 여성이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경과학자로 변신한 월스트리트의 베테랑 트레이더이자 신경과학자인 존 코츠도 자신의 책 <리스크 판단력>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탐욕’이니 ‘이성적 분석오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는 ‘흥분’을 야기하는 화학물질, 테스토스테론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일이 잘 풀릴 때에는 활기에 넘쳐 비이성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는 동물로 변하고, 손실을 입어 겁먹을 때에는 과도하게 불안해하며 움츠러드는 동물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야성, 즉 테스테스테론이 적은 사람, 여성에게 금고를 맡기라고 말한다. 여성은 태생적으로 남성의 10~20% 정도만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저자인 셰릴 샌드버그 역시 세계은행에서 연구조교로, 맥킨지 앤 컴퍼니 경영 컨설턴트로 활약했으며, 미국 재무부 수석보좌관을 거쳐 지금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활약 중인 재무통이란 점은 의미심장하다. 자신의 삶과 경험에 대해 솔직한 고백과 함께 서술한 조금은 특별한 자기계발서인 이 책을 덮으면서 드는 생각은 기업의 재무 분야를 남성과 여성 중 누가 맡고 있는가에 따라 기업 투명도를 판단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어쩌면 여성보다 남성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이 리뷰를 금융전문저널 '월간 금융'(7월호)에 소개된 북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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