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 공룡, 이케아IKEA 의 모든 것
이케아는 스웨덴의 가구업체로 가구 하나로 전 세계인의 생활방식을 바꾼 기업으로, 이 책은 스웨덴의 최고 유명 수출품 이케아의 성공 신화를 분석한 책이다. 영국의 브랜드 전문가인 저자는 이케아의 전ㆍ현직 직원과 각계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고, 여러 공식·비공식 문건과 다큐멘터리영화 자료 등을 조사하여 브랜드 이케아의 배후에 놓인 아이디어, 원칙, 역사를 설명하고 베일에 가려 있던 이케아를 보여준다.
가구업계 공룡, 이케아IKEA 의 모든 것
“인생이란 이케아 가구 조립과 같다.
목적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부품들을 한데 맞출 수도 없으며 ,
중요한 부품은 항상 빠져 있고, 최종 결과는 기대와는 전혀 딴 판이다.“ (18 쪽)
이케아는 현재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43 개국에 338개의 이케아 매장이 있다. 종업원은 15만4000명이고, 다루는 제품은 점포마다 무려 1만 점을 넘는다. 2012년 매출은 275억유로(약 41조원)였고, 이케아 매출은 1958년에는 300만유로에 불과했는데, 54년 만에 9167배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재정 위기에도 이케아 매출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이케아는 가구를 구매하는 고객들이 쉴 수 있는 호텔과 레스토랑을 이케아 매장 주변에 갖추고 있다고 한다. 하루 150만 명의 고객이 전세계의 이케아를 방문하고, 한 해에 5억 8000만 명의 고객이 이케아를 찾는다. 실로 ‘어른들의 디즈니랜드’로 불릴만하다.
볼보, H&M, 사브, 앱솔루트 보드카, 엘렉트로룩스 등 스웨덴이 낳은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 가운데 하나인 이케아는 인구가 900만 명에 불과한 스웨덴에서 이처럼 많은 국제적 브랜드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불가사의한데, 정말 놀라운 것은 이케아가 스웨덴 남부의 시골 스몰란드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산골에서 태어난 가구회사가 전 세계에 가장 모던한 디자인을 전파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는 뜻이다.
"누구나 이케아에서 쇼핑을 하다가 놀라는 순간이 있다. 물건이 이토록 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이것은 입이 딱 벌어지는 기발한 노하우의 영역이다. 이케아 내부에서는 이렇게 터무니없이 싼 물건들을 길거리 가게에서 파는 50페니짜리 소시지에 견주며 ‘핫도그’라고 부른다. 다른 회사가 도저히 흉내내기 어려운 이케아의 확고한 경쟁우위 가운데 하나는 간단히 말해 제품을 실제보다 더 비싸 보이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반 대중이 원하는 바와 맞아떨어진다. 우리는 멋져 보이길 원하지만 그만큼의 돈을 지불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이케아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다음과 같다. 우선 이케아 가구는 싼 가격으로 유명하다. 이케아의 광고 중에 “이 침대는 잠옷보다 쌉니다.”라는 문구가 있을 정도로 가구가격이 싼데, 이처럼 저렴한 가격을 가능하게 한 1등 공신은 ‘고객이 함께 일하게’ 만드는 시스템 덕분이다. 제품가구를 사서 조립하는 과정을 고객들이 흥미롭게 느끼도록 하여 이케아 매장에는 ‘스웨덴식 디즈니랜드’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 유럽에 DIY 문화를 이끌기도 했다. 세련된 북유럽 디자인 제품을 싼 값에 차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고객들은 번거로움마저 달콤하게 받아들인다.
두 번째 특징은 조립식 콘셉을 들 수 있다. 플랫팩 가구라고 불리는 이케아 제품들은 완성되지 않은 채로 납작한 상자 안에 들어 있는데, 고객들은 이 상자를 차량에 싣고 집으로 운반하여 손수 조립까지 해야 한다. 세 번째 특징은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을 바탕으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이케아의 가장 중요한 마케팅 도구이자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카달로그, 직원 모두가 진정한 이케아 가족이라는 독특한 기업 문화, 그리고 60년 이상 이케아를 이끌어 오고 있는 이케아의 절대자 잉바르 캄프라드 등도 이케아의 특징에 속한다.
내가 이 책을 주목해서 읽은 이유가 있다. 요즘 국내 가구 업계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업체관계자들은 요즘이 ‘IMF때보다 더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하는데, 이케아라는 세계적인 가구업체가 국내에 들어오면 국내가구업체들은 고사할 위기에 빠질지도 모르겠다는 우려 때문에 ’이케아는 과연 어떤 기업인가?’궁금해서였다.
한국 가구 업계의 현실은 한마디로 존폐위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업계 1위였던 보루네오 가구는 자금난을 겪다 지난 10일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국내 가구업계 2위인 리바트는 영업이익률이 0.5% 선에서 머물고 있어 임기도 전에 대표를 바꾸고 있다. 국내 사무용 가구 시장 1위인 퍼시스도 올해 1분기 매출이 599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 줄었다.
원래 가구산업인 것이 소득이 높아질수록 성장하는 업종이다. 1인당 GNP(국민총생산)가 2만 달러이상이면 사람들이 주택이나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돼 가구 산업이 성장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 인데, 한국은 예외다. 한국의 1인당 GNP는 2000년대 후반부터는 2만 달러에 접어든 이후 국내 가구 업계는 되레 그때부터 더 위축되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그럴 만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꼽을 수 있다. 보통 이사를 하면서 가구를 많이 바꾸는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가구 업계가 동반 침체에 빠진 것이다. 아울러 사무용 가구는 신설 법인 설립에 영향을 받고, 혼수 의존도가 높은 가정용 가구는 결혼적령층 규모에 영향을 받는데, 불황으로 문을 닫는 회사가 늘고, 결혼을 미루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가구 시장이 더 침체에 빠진 것이다. 두 번째는 국내 가구업계의 디자인 경쟁력 약화가 업계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당시 국내 가구 산업이 '노동집약형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었다고 말한다. 세 번째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싼 값의 가구가 들어온 것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이케아는 현재 2011년 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7만 8198㎡짜리 땅을 2346억 원에 낙찰받아 내년으로 예정된 이케아가 들어오면 한국 가구업계는 초토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대책은 뭘까? 우선 늦었지만 디자인과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R&D를 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국내 가구업계의 디자인 경쟁력 약화가 업계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과거에는 가구업체마다 저마다의 디자인과 특징이 있었는데, 2000년대 단순함을 강조한 디자인이 유행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그 디자인을 베끼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당시 국내 가구 산업이 '노동집약형 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었다고 말한다. 아울러 국내 가구업계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협조도 필요한데, 가구업계는 관세에 역차별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국내 가구업체는 원자재인 파티클보드(원목을 가공해 만든 판상 재료)를 수입할 때 8% 관세를 물지만, 완제품을 수입하는 이케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래로 우리나라에서 가구는 결혼 혼수품에도 들어갈 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재산이었다. 할아버지 세대만 하더라도 잘 쓰고 관리했다가 대를 물리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해 가구도 한철만 입고 버리는 패스트패션 같은 소모품이 되어버렸다. 이제 우리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닐지라도 아주 싸다는 이유로 집을 위해 충분히 가구를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케아의 높은 품질과 싼 가격이 전 세계의 가구소비 패러다임을 바꿔버린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품질 좋고 싼 가격의 가구를 살 수 있다니 국내 소비자로서는 반갑다. 하지만 이케아의 국내진출은 국내 가구산업에게는 더 큰 위기가 될 것이 뻔하다. 우려가 곧 현실이 될 시점에서 이 책은 지피지기知彼知己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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