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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Richboy.../하루 더듬기

심심한 하루를 지켜내는 일은 위대하다.

by Richboy 2017. 10. 17.

 



"어떤 스님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우리 인생을 이렇게 직선으로 놓고 봤을 때, 9할은 기존(旣存)이랍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에요. 내가 살고 있는 당대, 내가 타고난 삶의 조건 등 대부분의 것은 기존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거시적인 흐름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미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말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나머지 1할인데, 그것의 9할은 기성(旣成) 입니다. 이미 이루어졌어요. 저는 이제 오십대이고, 남자로 태어났고, 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이미 결혼을 해서 딸이 하나 있고, 어떤 성취들도 했죠. 이건 끝난 겁니다. 되돌릴 수 없어요. 이것들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고나면 남는 것이 1할의 1할 입니다. 바로 미성(未成)이죠. 미성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입니다. 그게 뭐냐 하면 나의 하루 입니다. 이불 개고 일어나, 오늘의 강독을 열심히 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 집사람과 저녁밥을 맛있게 먹고, 함께 TV도 보고 잘 자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집주애햐 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다시, 책은 도끼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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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나를 내려놓고 평범한 일상에 몰두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신기하게도, 이보다 행복한 나날이 없더라. 그래서...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