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독서실태조사를 보면, 초등학생의 한해 독서량이 87권에서 67권으로 줄어들었어요.
그건 아이들이 책 읽을 시간이 없을 만큼 바빠져서 그래요.
학교 마치면 학원 가야 하고, 집에 오면 학교와 학원에서 내 준 숙제해야 하고, 미뤄뒀던 게임과 인터넷도 해야 하죠. 아이들의 독서량이 87권에서 67권으로 줄어든 건 책을 읽을 실질적인 물리적 시간이 줄어들어서 그래요. 학원을 한 개 더 늘리거나, 아이들이 좋아진 게임이 하나 더 늘면 그만큼 책 읽을 시간이 줄어들지 않겠어요? 짐작컨대 올해 발표될 독서실태조사도 초등학생의 독서량 숫자가 더 줄면 줄었지 늘지 않을 거에요.
여기서 초등학생 한 해 독서량 67권에 주목해 볼까요?
초등학생 한 명당 67권이라.... 숫자로 보면 어마어마한데요,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허수'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초등학교 1, 2학년 학생에게 67권보다 훨씬 더 많이 읽어요. 글자체는 크고, 두께도 얇은 그림책, 동화책을 읽거든요. 제 아이도 저학년 때는 앉은자리에서 열 권도 넘게 읽었어요. 그때는 책을 구하는 게 벅찰 정도였죠. 새 책을 사주는 걸로는 감당이 되지 않아서, 또래를 키우는 집에서 물려받아서 읽혔어요. 당근마켓을 기웃거리며 싼 값에 책을 사기도 했어요. 짐작컨대 1년 동안 100권도 넘게 읽을 거에요. 또래 학부모들과 이야기해 보면 우리 애는 읽은 축에도 끼지 못하더군요.
초등 3, 4학년이 되면 1, 2학년 때 보다 읽는 책 숫자는 적지만 여전히 많이 읽어요. 그림도 적고 활자는 많아진 100페이지 남짓하는 두꺼워진 책을 읽으니까요. 아마도 독서실태조사에서 발표한 초등학생 한 해 독서량 67권은 1, 2, 3학년들이 읽은 책이 대부분일 거에요.
하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 5, 6학년이 되면 책을 거의 읽지 못해요. 초등 고학년이 되면 과목 수도 대폭 늘어나고 수업시간도 그만큼 늘어나죠. 학업도 어려워져서 학원을 한 두 개 더 다녀야 하죠. 그래서 책을 읽고 싶어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에요.
현실이 이런데 초등 고학년이 되어서도 아이가 책을 읽는다면 그 학생은 '책 읽기를 즐기는 학생'에 해당해요. 이 학생들에게 책 읽는 시간은 자신만의 휴식시간이 되는 거죠. 이런 학생들은 초등 저학년 때만큼 책을 많이 읽기도 하는데요, 정말 대견스러운 모습이죠.
"얘, 책 읽는 시간에 공부나 해!"
간혹 초등 고학년을 둔 엄마들이 많이 하는 말이에요. 고학년이 되어해야 할 공부가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태평스럽게 책만 읽는 아이를 보는 답답한 마음에 하는 소리인데요, 저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렇게 대답해요.
"무슨 말씀이세요, 책 읽기는 엄연한 공부에요."
문해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는 방법이라고 앞의 글에서 이야기했어요.
책을 읽으면서 아이는 일상의 대화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낯선 어휘들을 만나고 익혀요. 또한 책에서 만나는 스토리를 통해 생각하고, 공감하고, 의문을 갖고, 의심하며, 이해를 하죠.
부모들은 학창 시절 오랫동안 영어를 했어요. 단어장을 들고 단어들을 외웠죠. 그러다가 단어는 늘 문장 속에서 문맥과 함께 배우는 게 최고라는 걸 깨달아요. 단어를 문장에서 분리해서 철자와 의미만 가지고는 단어의 여러 가지 뜻을 익힐 수 없기 때문이에요. 국어도 마찬가지에요.
어휘는 책 읽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워야 해요.
책 읽기를 하면 수많은 어휘는 저절로 배워요. 책 읽기를 통한 문해력은 문제지나 학습서가 절대 제공하지 않는 수많은 정보를 배울 수 있어 어휘에 대한 이해를 더욱 풍성하게 해 줘요. 수학문제는 숫자 대신 이야기체로 된 문제가 몇 줄이나 되고, 국어와 영어 지문은 보통 속도로 읽으면 문제를 풀 시간이 모자를 만큼 길죠. 책 읽기는 어휘력을 늘리고, 문장을 읽는 속도도 높여주서 학업에도 큰 도움을 줘요.
책 읽기보다 나은 공부가 또 어디 있을까요?
다시 한번 강조할게요. 고학년 아이가 책을 읽는다면 '책 읽기를 즐기는 아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두세요.
그 아이는 책을 읽으면서 머리를 식히며 쉬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리치보이 - <행복한 부자 학교 아드 푸투룸 1, 2>의 저자,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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