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정말 정말 책을 안 읽어요."
강연할 때 마다 만나는 학부모들의 이런 성토는 '우리 아이는 만화책(학습만화)만 읽어요.' 다음으로 많이 듣는 학부모의 하소연이에요. 책을 읽으면 좋다는 건 누구나 알죠. 하지만 아이가 도통 읽지 않는데야 정말 답이 없어요.
재미있다는 책을 먼저 사서 "얘, 이거 정말 재미있대."들이밀어 보기도 했고, 다른 애들이 읽는 모습을 보면 좀 달라질까 싶어 서점이나 도서관에도 데려가 봤대요. 그런데, 애는 여전히 꿈쩍하지 않고 귓등으로도 듣지 않더래요.
정말이지,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에요.
공부를 등하시하면 혼이라도 내는데 책읽기는 그런 게 아니잖아요?
왜 아니겠어요,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이 때 '책 읽기를 저절로 하고 싶게 하는 영양제'라도 출시된다면 얼른 사다 먹이고 싶을 정도일 거에요.
아이가 책을 읽지 않으면 뭘 할까요?
놀이터에서 친구들하고 뛰어노나요?
태권도와 자전거를 타거나 다른 운동을 하나요?
놀이터에 놀러 가도 아이들이 없는 것이 현실이에요. 게임, 인터넷, 스마트폰 등 요즘 애들에게 재미있는 게 너무 많은 게 사실이에요. 한 번 빠지면 시간가는 줄 모르죠. 그건 의지대로 잘 되지 않아요. 게임회사와 애플리케이션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 유저들이 푹 빠지게 의도해서 만드니까요. 어른도 빠져나오기 힘든데, 아이들은 오죽하겠어요?
게다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사람의 뇌는 게을러서 활자를 읽으면서 상상한 후 이해해야 하는 책 읽기보다 눈으로 보는 즉시 이해하는 게임이나 인터넷을 더 좋아해요. 그런 까닭에 아이에게만 뭐라고 할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도 같은 고민으로 꽤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하지만 답이 없는 문제는 없어요.
의외로 쉬운 곳에서 답을 찾았죠. 부모가 먼저 책을 읽기 시작한 거에요.
제 아이는 어릴 때 입이 짧았어요.
좀처럼 먹으려 하지 않았죠. 더딘 성장이 큰 걱정이었어요. 극약처방으로 태블릿을 켜서 영상을 보여주며 밥을 먹였죠.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그 덕분에 아이는 밥을 먹기 시작했어요. 엄밀히 말하면 영상에 취해 더 보고 싶어서 입맛도 모른 채 밥을 먹은 거죠.
이런 부작용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즈음 생겨났어요.
영상만 보려 하고 도통 책을 읽으려고 하지 않는 거에요. '책을 읽을 필요'를 몰랐던 거죠. 자업자득이라며 손을 놓을 수는 없었어요. 부모를 위한 극약처방을 내려야 했어요.
거실에서 TV를 없앤 거에요.거실에는 제 방에 있던 서재를 옮겨 놓았어요.
(TV는 안방에 두고 아이가 잠든 이후에만 몰래 봤어요)
그리고 아이가 책을 읽을 때, 함께 책을 읽었어요. 저는 가족들이 모두 잠든 후에 제 방에서 책을 읽고 글을 썼는데,아이 앞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정말 힘들었어요. 주위가 산만하니까 좀처럼 손에 잡히지도 않았죠. 원하는 시간에 TV를 보지 못하는 금단현상도 장난이 아니었죠. 하지만 아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어요. 아이에게 좋다면 뭐든 해야 하잖아요.
'집중해서 읽지 못하면 읽는 모습을 보여주기라도 하자'고 생각했죠. 아이는 여전히 영상을 보며 밥을 먹었어요. 하지만 밥을 먹고 난 뒤에는 할 것이 없었죠. 저희가 TV를 보고 있으면 저도 함께 볼텐데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으니까요. 아이가 읽을 책을 쌓아놓을 뿐 부모가 책을 읽으니 너도 책을 읽으라고 권하지도 않았어요.
며칠 동안은 온갖 장난감을 꺼내어 놀더니 그것도 지쳤던지 드디어 책을 집어들더군요. TV를 치운 지 일주일 만의 일이었어요.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은 틀림이 없어요.
지금도 아이는 혼자 밥을 먹을 때는 컴퓨터를 켜고 유튜브를 봐요. 하지만 매일 책을 읽어야 하는 시간에는 알아서 컴퓨터를 끄고 책을 읽고 있어요(제 아이는 아직 스마트폰이 없어요). 독서록 숙제를 내야 하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저녁에 가족이 같이 책을 읽어요. 이 루틴은 정말 잘 만든 것 같아요.
"아빠, 나더러 책 읽으라고 하면서 스마트폰 보고 있는 건, 너무 한 거 아냐?"
며칠 전 저녁을 먹고 난 뒤 아이가 제가 한 말이에요. 아이가 숙제하고 공부하는 동안 쇼파에 기대어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을 때 였어요. 그게 아니라고 설명하고 싶었지만, 겉으로 보기에 저는 스마트폰에 빠져 있었어요.
"아빠가 미안해." 하고 대답하고 얼른 책을 집어들었어요.
아이가 책 읽기를 원한다면 최후의 방법은 부모가 함께 읽는 것 밖에 없어요. 힘들지만 어쩌겠어요.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는데...'부모는 극한직업'이란 말이 달리 나오겠어요?
뒤집어서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까요?
'아이는 매일 부모를 용서하며 잠든다'는 말이 있더군요. 여러분도 저처럼 TV를 보면서 아이더러 공부하라 하고, 책을 읽으라고 했다면 속으로 '쳇, 자기는 스마트폰 보면서....'하고 아이가 흉봤을 거에요. 나아가 '그렇게 좋다는 책 읽기를 자기들은 왜 안하는데?'라고 불평할 거에요.
아이에게 뭔가 권하고 싶다면, 이 말 기억하세요.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그리고 '아이는 매일 부모를 용서하며 잠든다'
리치보이 - <행복한 부자 학교 아드 푸투룸 1, 2>의 저자,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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