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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th)내 아이, 책 잘 읽는 방법

내 아이가 당장 책을 읽게 하려면, 이렇게 하세요!

by Richboy 2023. 9. 12.

지금까지 내 아이가 초등학생이라면 책 읽기를 꼭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살펴봤어요. 

이제부터는 "그토록 중요한 책 읽기, 내 아이에게 책 읽기를 어떻게 시킬까?"에 대해 이야기 할게요. 

저의 대답은 간단해요. 

"아이가 원하는 책을 읽게 해 주세요."

정말 간단하죠? 그런데, 그렇게 간단하지 만은 않을 거에요.  

 

제가 '독서와 글쓰기 입문' 강의를 하면서 수많은 학부모들께 '아이가 원하는 책을 읽게 하라'고 전했어요. 하지만 그게 잘 지켜지지 않았어요. 돌아오는 학부모들의 대답은 이랬어요. 

"그래도 고전을 읽어야 하지 않나요?"

"애들이 많이 읽었다는 베스트셀러를 따라 읽어야 뒤지 않잖아요."

"우리 애는 만화책만 읽어요. 이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이야기 할게요. 

"아이가 원하는 책을 읽게 해 주세요."

 

여기에는 여러 의미가 숨어 있어요. 

우선 학부모가 아이의 책선정에 개입하지 마세요. 정작 책을 읽을 사람은 아이니까요. 아이가 얇은 책을 고르던, 학습만화를 고르던 '재미있겠다'하고 응원하세요. 심지어 만화책을 고르더라도 꾹 참고 응원해 주세요. 

내 아이가 무슨 책이든(심지어 만화책이라도) 펼쳐서 읽기 시작해다면 '책 읽기'가 시작된 거에요. 활자를 읽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일상대화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어휘'를 만나고, 마음껏 상상하며 몰입하는 거에요. 그림이 아무리 많더라도 종이책이라면 뭐든 읽기만 하면 좋아요. 

부모님들이 컴퓨터를 처음 배울 때 무엇을 했나요?

윈도우즈를 켜서 지뢰찾기와 카드놀이를 했을 거에요. 그러면서 컴퓨터 작동법을 배우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마우스를 옮기는 법을 배웠죠.

책 읽기도 마찬가지에요. 

글을 모를 때는 그림만으로 가득한 그림책을 읽고요. 책 읽기가 익숙해지면서 그림이 점점 줄어드는 만큼 글밥이 많아지는 책을 읽어요. 

내 아이가 만화책을 읽고, 학습만화를 즐긴다면 아직 그 단계에 있는 거에요. 그렇다고 초조해 하지 마세요. 곧, 머지 않아, 그림이 없는 책으로 갈아탈 테니까요. 의심하지 마세요, 그건 진리니까요.  많은 독서전문가들이 ‘학습만화도 좋고, 심지어 만화책이라도 읽겠다면 읽혀라’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에요. 

 

이미지 - 픽사베이

 

몇 페이지 않되는 얇은 책 하나 달랑 읽고 "다 읽었다." 하더라도 '잘 했다' 그저 칭찬하세요. 아이의 책 읽기는 하루 이틀 하고 끝날 게 아니니까요. 

그림이 많아도, 활자가 커도, 수준이 낮아도...당황스럽더라도, 아이가 읽겠다면 그냥 두세요. 아이는 '지금' 그 책만 읽고 싶은 거니까요.

제일 당황스러운 건 뭔지 아세요?"난 읽고 싶은 게 하나도 없어."라는 대답을 들을 때에요. 

 

제 아이가 그랬거든요. 제 아이는 늦게 한글을 배운 때문인지 좀처럼 책을 읽으려 하지 않았어요. 워낙 유튜브를 좋아했던 터라 '책을 집어드는 것조차' 싫어 했죠. 하지만 매주 독서록을 숙제로 학교에 제출해야 했어요.그래서 꾸역꾸역 읽고 억지로 억지로 독서록을 썼죠. 

그러던 2학년 어느 날, 아이가 나무집 시리즈 책을 사달라 했어요. 같은 반 친구들이 읽었다며, 저도 읽고 싶다 하더군요.13층 나무집, 26층, 39층, 52층...156층 나무집.글자는 서너줄 뿐, 낙서 같은 그림으로 가득한....앤디 그리피스까 쓰고, 테리 덴톤이 그림을 그린 제가 보기엔 엉망진창 같은 책이었죠. 그런데 아이들 사이에서는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어요.

마지 못해 몇 권 사줬더니 이틀 만에 다 읽었다며 나머지도 읽고 싶다고 하더군요. 밀러언셀러 북인 이유가 있나 봐요.  아이는 나무집 시리즈를 몇 번이나 다시 읽었어요.읽을 때 마다 처음 읽는 듯 킥킥대며 재미있어 했죠. 이 시리즈를 읽느라 유튜브도 잊고, 게임도 잊었어요.

마득찮은 이 책에게 한가지 마음에 드는 것이 있었어요. 300페이지 가까운 두꺼운 책이란 거에요. 아이가 읽은 책 중 가장 두꺼운 책이었던 것 같아요. 

흥미로운 건 아이가 이 책 시리즈를 읽고 나서 책 읽기에 대해 조금이나마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는 거에요. 그 후로 아이가 '나무집 시리즈 책처럼 재미있는 게 또 없을까?' 하고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그 후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어요. 옆짝 여학생이 '재미있다'며 추천했대요. 

제가 보기엔 엉망진창인 책이 아이에게는 생애 '첫 책'을 만난 거에요. 누군가 ‘누구에게나 첫 번째 책, 첫 키스, 첫 홈런이 항상 최상의 것이 된다.’고 했어요. 꾸준히 책을 읽다가 보면 머지 않아 '이 책, 너무 좋다'는 책을 만나게 되요. 이런 책을 읽고 난 경험은 좋은 기억이 되어 '책 읽는 나'로 만들어요.  

무엇이든 계속 읽다 보면 읽는 책의 주제도 넓어지고, 어디 한 군데 좋아하는 주제가 생기면 깊이도 깊어져요. 곧 만화책은 학습만화로, 학습만화는 글밥이 더 많은 책으로 읽을 거에요. 부모는 그 때까지 기다리고 응원하기만 하면 되요. 

"남의 집 애들은 글밥이 많은 책을 읽던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 

고 묻는다면 독서는 마치 대나무 농사를 짓는 것과 같은 거라고 대답하고 싶네요.  

한 남자가 날마다 대나무 밭에 있는 잡초를 뽑고 매일 물을 주었어요. 

그런데 1년이 지나도 대나무 싹은 트지 않았어요. 남자가 날마다 정성을 들이는 것을 지켜본 이웃 사람이 다가와 물었어요.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밭에서 왜 이런 고생을 하십니까?” 그러자 남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했어요. 

남자는 그 다음해에도 또 그 다음해에도 매일 물만 주었어요. 

이를 지켜보던 이웃 사람이 참지 못하고 다시 물었어요. “당신 미친 거 아닙니까? 왜 이런 일을 계속 합니까?” 하지만 이번에도 남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는 말만 되풀이했어요. 

3년째 되는 해, 남자는 짐승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대나무 밭 주위에 낱은 울타리를 세웠어요. 

그리고 또 다시 아침마다 개울에 가서 물을 길어와 대나무 밭에 주었죠.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작지만 파란 새싹이 흙을 뚫고 솟아났어요. 대나무는 쑥쑥 자라 6주 후엔 무려 18미터나 자랐어요. 싹조차 나지 않던 오랜 시간 동안 뿌리가 더 깊고 넓게 자라고 있었던 거죠. 

책 읽기는 대나무 농사와 똑같아요. 

읽기만 할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그 많은 시간 동안 아이들의 뇌 속은 어휘들로 폭발하듯 변화하고 있어요. 단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에요. 

아이들이 꾸준히 책을 읽고 있다면 언젠가는 우후죽순의 주인공 대나무처럼 말과 글이 변할 거에요. 행동도 변하죠. 부모님은 그 때를 기다리며 응원하면 돼요. 그래도 아이가 읽는 책이 못마땅 하거든 

'게임하고 인터넷하는 시간에 책을 읽었구나'하고 위안 삼으세요.

 

리치보이 - <행복한 부자 학교 아드 푸투룸 1, 2>의 저자, 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