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어요.
아이 키우기가 그만큼 힘들고 어렵다는 뜻이에요. 그중에서 가장 난감한 게 '아이가 책 읽기를 좋아하게 하는 방법'일 거에요. 그래서 독서 관련 사교육을 시키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돼요. 특히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 저학년 부모라면 이 방법을 꼭 추천해요. 아동문학가 닐 게이먼은 "글을 잘 읽고 쓰는 아이로 키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아이들이 책을 읽도록 가르치고 읽기가 즐거운 활동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말했어요.
그럼 아이에게 책 읽기가 즐거운 활동이라는 걸 알려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뭘까요?
바로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거에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책 읽기는 즐거움'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고, 들으면서 생각이 저절로 일어나고 배움도 함께 일어나죠. 아이는 부모가 읽어주는 책을 통해 어휘력이 늘어나고, 배경지식이 쌓여요. 책을 읽어주는 부모의 음성을 통해 '글은 이렇게 읽는구나'하는 책 읽기의 모범을 배우기도 해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건 유아기 때부터 시작해 주는 게 가장 좋아요.
아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부모의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면서 집중력이 생기거든요. 책 읽어주기는 최소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의무적으로 매일 하기를 추천해요.
특히 강조하고 싶은 건 아이가 한글을 깨쳐서 글을 읽을 줄 안다고 해도 최소한(8살, 9살이 아니라) 10살 까지는 책 읽기는 계속해 줘야 한다는 거에요. 아이가 10살이 되어도 글을 읽을 줄만 알지 말뜻을 함께 이해하기는 힘들거든요. 한마디로 읽기만 하지 말귀는 못 알아듣는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부모가 읽어주면 스스로 읽어야 하는 수고 없이 상상하고 이해만 하면 되니까 책 읽기가 더 재미있어져요. 만약 아이가 읽은 책을 또 읽어달라고 하면 거듭 읽는 게 귀찮겠지만 이제부터는 반가워하세요. 아이가 그 책 내용을 상상으로 즐기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수십 번 들어서 나중에 줄줄 외우는 건 그런 이유 덕분이에요.
여기에 또 하나 중요한 게 어요. 부모가 읽어줄 책은 '아이가 읽고 싶어 하는 책' 이어야 한다는 거에요. 그래야 아이가 집중할 수 있거든요. 모든 부모에게 '내 아이가 읽었으면 하는 책'이 있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그 바람일랑 잠시 나중으로 미루고 아이가 읽고 싶어 하는 책을 먼저 읽어주세요. 그래야 꾸준히 할 수 있어요.
이쯤에서 "부모가 책 읽어주는 게 뭐가 그리 재미있을까?" 하고 의문이 들 거에요.
아이에게 물으면 "응, 재미있어."라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죠. 그 대답을 국내에서 특히 사랑받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에게 들어보면 어떨까요?
그는 최근 자전적 에세이 <베르베르씨, 오늘은 뭘 쓰세요>를 냈는데요, 어릴 적 아빠가 매일 밤 책을 읽어준 일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있어요. 아빠의 목소리를 통해 책을 읽는 아이의 느낌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어요.
“ 옛날 옛적에....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아버지 프랑수아 베르베르가 매일 밤 잠들기 전 내 침대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들려주던 모습이 가장 먼저 선명하게 떠오른다. 마법의 순간이었다. 멋진 이야기를 통해 미지의 세계를 꿈꾸는 일이 내게 지극한 행복감을 준다는 걸 그때부터 알았던 것 같다.
아버지가 들려준 그리스 신화는 어린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중략) 이야기를 읽어주는 아버지의 목소리와 함께 피 냄새와 미모사 향기가 방안에 퍼졌다. 땀에 전 영웅들의 샌들에서 나는 쿰쿰한 냄새와 채취에 섞인 테스토스테론이 코끝에서 느껴졌다.
아버지는 그리스 신화 말고도 <동화와 전설>이라는 제목의 전집을 내게 읽어 줬다. 일본, 한국, 중국, 인도, 브라질 스칸디나이바와 아프리카 나라들. 나는 매일 밤 그 먼 미지의 나라들을 만나면서 시간과 공간을 여행했다. 아버지가 읽어 준 이국적인 이야기들은 때때로 꿈속으로 나를 찾아오기도 했다.” (21쪽)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는 아빠가 품 안에 안고 읽어주면 더 좋아요.
아빠의 굵은 목소리로 주인공들 마다 변조해서 읽어주면 아이의 온몸으로 전달되어 아빠의 사랑도 느끼고, 나아가 ‘나는 안전하다’는 마음을 품어요. 엄마의 포근함과는 또 다른 좋은 느낌이죠. 아빠가 아이를 안고 책 읽어주는 건 아빠와 친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부모는 아이에게 책을 그냥 읽어 주는 거지만 아이는 이를 통해 '즐거운 책 읽기'라는 메시지를 뇌에 새겨요. 미국 초등학생의 필독서로 잘 알려진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의 저자 케이트 디카밀로는 “사랑하는 사람이 책을 읽어주면 우리는 긴장을 스르르 푼다. 그 순간 우리는 따뜻함과 빛 속에서 공존한다.” 고 말을 했을 정도지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좋은 시간은 잠들기 전에 제일 좋고요. 책 내용을 들으면서 잠이 들면 밤새 그 스토리로 꿈을 꾸면서 책 내용을 기억으로 저장하죠.좋은 기분과 좋은 기억으로 잠이 드는 것만큼 아이에게 좋은 게 없어요. 시간은 15분에서 최대 30분 정도면 좋아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는 한 자녀 이상의 맞벌이 부부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니까요. 그렇지만 부모의 사랑을 보여줄 수 있는 매일의 행사가 되고, 아이의 학습과 미래에 큰 영향을 주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금, 토, 일요일에라도 시간을 내어 책 읽어주기를 추천해요.
"그럼 언제까지 읽어줘야 하나?"는 의문이 들 거에요.
전문가들의 의견에 의하면 아이들이 듣기와 읽기 수준은 중학교 2학년 무렵 같아진다고 해요. 그전까지는 읽는 것보다 듣는 쪽이 이해가 더 잘 된다는 뜻이죠. 그러니까 아이는 혼자 읽을 수 있다고 해도 부모가 최대한 욕심을 부려서 그때 읽어주려고 하는 쪽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 거에요.
저는 아이가 어릴 때 책 읽어주기를 하지 못했어요.
아이가 책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거든요. 꽤 난감해했던 기억이 새삼 드네요. 뒤늦게나마 깨닫고 초등 3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해리포터’를 읽어주고 있어요. 처음엔 시큰둥하더니 열흘 정도 읽어주니 아주 좋아하더군요.
요즘은 해리포터는 '아빠가 읽어주는 책'으로 여기고 있어요. 흥미진진한 대목에서 양손으로 이불을 끌어안고 귀를 기울이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재미있는 대목에서 책을 덮으면 5분만 더, 10분만 더.. 하면서 더 읽어달라고 떼쓴 적도 많아요.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많으면 목소리 변조가 힘든 점이 있지만 덕분에 저도 해리포터를 제대로 읽었어요.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이란 것도 그때 알게 되었죠. 책을 모두 읽고 함께 해리포터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에는 없는 소설 속 이야기도 나눴어요. 덕분에 요즘도 아이의 문해력을 쌓기 위한 비문학 관련 자습서를 사서 집에서 매일 한쪽씩 공부하고 있는데 지문을 함께 읽을 만큼 익숙해졌어요.
'늦은 때란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저의 사례를 이야기했어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건 빠를수록 좋지만, 지금이라도 하면 좋아요. 막상 시작하려고 보면 부모나 아이나 '생뚱맞다'라고 할 거에요. 하지만 일단 시작해 보면 이런 부담감은 금세 사라져 버리고 새로운 시간을 경험할 수 있어요.
책을 읽어주는 부모 따로 없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따로 없어요.
"JUST DO IT!"
일단 시작해 보세요, 그럼 알게 될 거에요.
리치보이 - <행복한 부자 학교 아드 푸투룸 1, 2>의 저자,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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