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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th)내 아이, 책 잘 읽는 방법

딸아이가 명문대에 입학한 건 온전히 독서 덕분이에요!

by Richboy 2023. 9. 19.

지난겨울 지인으로부터 반가운 연락이 왔어요. 큰 딸이 연세대에 합격을 했다며 축하해 달라는 소식이었죠

책 읽기 강연을 통해 알게 된 지인은 강연 이후에도 따님의 책 읽기에 대해 많은 상담과 실천을 해 왔던 터라 내 아이의 일처럼 반가워하며 축하해 줬어요. 그러자 지인은 “딸아이가 명문대에 입학한 건 온전히 독서 덕분이었다.”라고 덧붙였어요.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한 덕에 국어, 영어, 역사, 사회, 과학 등 글로 읽어 익히는 과목들은 큰 어려움 없이 공부했고, 남는 시간을 시간이 많이 필요한 수학공부에 쏟아부을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지인의 큰 딸은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중고교 시절 중간, 기말고사를 마치고 집에 오면 한동안 그동안 못 읽은 책 읽기에 몰두했을 정도였으니까요. 또래의 청소년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부러운 습관이었죠. 그 말을 듣고 있자니 궁금했어요. 

“따님이 그렇게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뭘까요?”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했어요. 

“작가님이 아시다시피 책 읽기는 즐거운 거잖아요. 저는 저희 딸에게 그걸 보여줬어요. 

우선 제가 책 읽는 게 재미있으니 아이들이 거실에서 공부하는 동안 저는 옆에서 책을 읽었어요. 그리고 주말마다 가족이 함께 서점에 책을 구하러 다녔죠. 한 시간 남짓 아이들이 지금 읽고 싶은 재미있는 책을 고르고 나면 돌아오는 길에 맛집에 들려 외식을 하고 조용한 카페에 가서 오늘 사 온 책을 읽었어요. 2주에 한 번 꼴로 가는 서점순례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집안 행사지요.”

여기서 주목할 점이 하나 있어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책을 사러 정기적으로 서점을 갔다는 부분이에요. 서점에서 책만 고른 게 아니라 돌아오는 길에 맛집에 들려 외식을 하고 조용한 카페에서 오늘 산 책을 살펴보게 했죠. 책을 사는 일을 좋은 기억으로 갖는 것, 아이가 책 읽기를 좋아하게 하려면 책을 손에 넣는 일부터 즐거운 일이 되어야 해요. 

저는 가급적이면 아이가 읽을 책은 '아이가 직접 구입하기'를 권해요. 

우선 책에 '내가 읽었다'는 기록을 하기 위해서에요. 내가 읽는 책에 내 생각을 담기 위해 줄을 치고 페이지를 접으려면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불가능해요. 독서가 인풋(input)이라면 독서록은 아웃풋(output)이에요. 독서의 최종 목적은 아웃풋이에요. 읽어서 내 것으로 만들었으니까요. 

그리고 인풋과 아웃풋 사이에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고, 공감하고, 반론하는 피드백 과정이 있어요. 피드백 과정을 거치면서 밑줄을 치고, 페이지를 접고, 여백에 내 생각을 적기도 하는데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인풋 밖에 할 수 없어요. 물론 노트에 따로 피드백에 관련된 내용을 따로 적을 수도 있지만, 그러다 보면 인풋과 피드백 과정이 뒤엉켜 책 읽는 행위가 혼란스러워져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는 동안 드는 생각을 그때그때 본문에 표시하고 밑줄치고 내 생각을 적는 거에요. 그러려면 읽는 책은 내 마음대로 하는 내 책이어야 하는 거죠. 

 

 

"서점에 가면 무슨 책을 고르죠?"

라고 묻는다면, 앞선 글에서 여러 번 강조했지만 아이가 책 읽기를 재미있게 하려면 ‘내가 지금 읽고 싶은 책’을 고르라고 하면 돼요. 아이의 관심사는 바람 부는 날 갈대처럼 항상 변해요. 그래서 아이가 아무 생각 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 책을 고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읽었으면 하는 책은 따로 있어요. 기왕 돈을 주고 살 책이라면 내로라하는 좋은 책, 잘 팔리는 책, 사람들이 많이 읽은 책을 읽었으면 하죠. 

부모의 적극적인 추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는 자기가 고른 책을 고집해서 갈등이 생기는 모습을 서점에서 보기도 해요. 심지어 이러다가 아이가 책 읽기를 거부하는 경우도 생겨요. "내 생활 모두를 엄마 아빠가 결정한 대로 살고 있는데, 책 읽는 것마저 내 선택권이 없단 말이야?"라고 화를 내며 서점 밖으로 홀로 뛰쳐나가는 아이를 본 적도 있었어요.   

가장 원만한 방법은 아이가 읽고 싶다면 만화책이든, 학습만화든, 잡지든 책이든 원하는 것을 고르게 하는 거에요. 그런데 아이가 책을 잘못 골랐다며 아예 읽지도 않는 경우도 있어서 그대로 하기는 정말 힘들죠. 그러면 제가 아이와 함께 책을 고르는 방법을 추천해요.  

예를 들어 책을 두 권 정도를 사야겠다고 생각하면 먼저 아이에게 읽고 싶은 책 열 권 정도를 고르게 해요. 시간을 충분히 들여 열 권을 골라오면 ‘이 중에서 가장 읽고 싶은 두 권을 고르라’고 다시 말하죠. 그러면 아이는 또다시 고민하고 ‘지금 당장 읽고 싶은 책’을 골라요(보통 세 권 정도를 골라요). 이렇게 아이가 공을 들여 책을 고르면, 완독 하는 확률도 높고 만족도도 좋아요(책 구매비용도 적게 들죠). 

한 달에 두 번 있는 서점순례가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나중에 아이의 문해력을 위해 독서논술학원에 보내는 비용을 생각하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을 거에요. 

스스로 선택한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도록 시간적인 여유도 만들어주고, 책  권을 다 읽었다고 하면 받아쓰기 100점 받아온 초등 1학년 아이를 칭찬하듯 칭찬해 주면 아이가 ‘내가 책을 읽으면 엄마 아빠가 정말 좋아한다.’고 느끼고 힘을 얻어 다음 책 읽기에도 열중해요.    

책을 구입하면 아이만의 서재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내가 읽은 책이 한 권 한 권 쌓여가는 경험은 놀라워요. 언제든 ‘내가 지난달에 이렇게 많이 읽었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이번 달에 읽을 책을 가늠할 수 있거든요. 책꽂이에 꽂힌 책들은 ‘내 생각도 담겨 있는 책’들이기 때문에 책들의 제목만 봐도 그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떠오르죠. 책꽂이는 언제든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지식공간이니까요. 

내 아이가 책을 잘 읽으려면 단순히 책만 많이 읽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해요. 아이의 생활 속에 책 읽기가 들어 있어야 해요. 마치 잠들기 전 양치를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한 것처럼, 하루 중에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될 때가 되면 '내 아이가 책 읽기를 즐기는구나' 여길 수 있어요. 그러려면 엄마 아빠가 많이 협조해 줘야 해요. 책을 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가 책 읽기를 즐기는 데 동참하고 응원해 줘야 시너지가 생겨요.

남자든 여자든 데이트를 할 때 '이 사람이 책을 읽는 사람인가, 아니가'를 아는 방법이 있어요.

약속장소를 서점 앞으로 정하는 거죠.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약속한 대로 '서점 앞'에 그대로 서 있어요.  어디가면 큰일 나는 줄 알아요. 뒤도 돌아보지 않아요.

강연 때 그랬던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책 읽는 사람을 보기가 불편해서'라고 하더군요. 평소에 책을 읽지 않는 자신이 초라해보여서...그게 싫었던 거죠.

하지만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은 약속 시간 전에 서점에 도착해서 안에서 책구경을 하고 약속시간이 되면 밖을 나오죠. 책을 한 권 사서 나오는 경우도 있고요.

서점에 가면 확인해 보세요. 그들이 누군지 금방 확인할 수 있어요.

서점에서 책 읽는 청년들을 보면 모두 멋져 보이고,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해져요. 나중에 당신의 자녀가 서점에 있기를 바라신다면 , 자녀와 함께 정기적으로 서점순례를 하세요. 적극 추천해요.

리치보이 - <행복한 부자 학교 아드 푸투룸 1, 2>의 저자, 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