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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th)내 아이, 책 잘 읽는 방법

아이가 책 읽기를 잘하려면, 이걸 최대한 늦춰야 해요

by Richboy 2023. 9. 21.

대한민국에 '문맹'이란 단어는 이제 거의 쓰지 않아요. 세상에서 가장 쉽고 과학적인 언어인 한글을 우리 언어로 쓰고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책맹은 있어요. '책을 잘 읽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죠.

어린이들한테는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고민하는 것처럼 어른들 세계에서는 리터러시 Literacy가 부족하다고 난리에요. 글을 잘 읽지 못하고 잘 쓰지 못하는 사람 투성이에요. 책을 많이 읽지 않은 때문이에요.   

그 이유가 뭘까요?아예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에요.

대한민국 독서실태조사라는 게 있어요. 

'우리나라 국민은 한 해 동안 얼마나 책을 읽나?'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조사인데요, 2021년 대한민국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이 1년에 책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은 48퍼센트로 두 사람 중 한 명만 읽었다고 해요. 그리고 그 한 명은 1년 동안 평균 5권을 읽는다고 답을 했어요. 

국민 둘 중 한 사람은 아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고, 읽은 사람은 평균 5권을 읽었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다시 물었어요. "왜 책을 읽지 않나요?"  

그랬더니, 27퍼센트가 '일 때문에 바빠서'라고 대답했어요. 그다음 대답에 주목해야 하는데요, 무려 24퍼센트가 '스마트폰, 텔레비전, 인터넷, 게임을 보느라'라고 답했다고 해요.  

일 때문에 바빠서 못 읽었다는 데 무슨 말을 하겠어요. 거기에는 '읽고 싶었지만'이란 속말도 숨어 있을 테니까요. 그저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어요. 

하지만 거의 그 비율만큼 '스마트폰, 텔레비전, 인터넷, 게임'을 하느라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하면 안타까움이 아니라 심각하게 걱정을 해야 할 수준이에요.  

유아를 포함한 모든 연령층에 걸쳐 '스마트폰, 텔레비전, 인터넷, 게임'에 과도한 시청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오늘날의 기술 발달로 이제 본 방송뿐만 아니라 스트리밍과 주문형 영상 같은 매체로 하루 24시간 시청할 수 있게 되면서 그 심각성은 더 심해지고 있어요. 

부모와 자녀 사이 가장 골칫거리는 역시 스마트폰이죠. 최고의 딜레마기도 해요. 아이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주면 분명히 그전보다 영상에 더 심취할 것을 알지만, 다른 집 아이들도 모두 가지고 있고 학원 등을 보내면서 급한 때나 비상시에 통화도 필요하니까 필요악으로 사주죠. 그 뒤 스마트폰으로 인간 아이와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불거져요. 

이미지 - 픽사베이
 

 

가장 골치 아픈 것은 아이가 하루 종일 스마트폰에 시선을 빼앗긴다는 거에요. 스마트폰은 말 그대로 '시간 잡아먹는 괴물'이에요. 학업에 있어서, 정서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있는 아이들이 책을 읽는 대신 문자와 SNS와 각종 피드들을 스크롤하고 훑어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2018년에는 미국 10대의 약 15%가 하루 평균 200개 이상의 문자를 보고 몇 분마다 1개의 문자를 보냈다고 발표했어요. 일을 하는 보통 어른들보다도 많은 숫자에요. 우리나라 조사라면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 않을 거에요. 

아이들이 나누는 문자 내용은 그렇게 많은 문자를 할 만큼 중요한 것들일까요? 아이의 스마트폰에 문자가 카톡이 도착하면 얼른 봐야 하는 게 '예의'죠. 또 빨리 답해야 하는 것도 '예의'에요. '읽씹'하면 상처를 주니까요. 그러니 아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문자가 오면 거기에 시간을 들이며 매달릴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잠깐잠깐 한눈파는 시간을 모두 합하면 무려 5시간이나 된다는 발표도 있어요. 

더 걱정인 건 그로 인해 집중할 수 없다는 거에요. 집중하다가 문자에 답하고 다시 집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24분이라는 어느 연구 결과가 있어요. 5시간의 딴짓과 그로 인해 흐트러진 집중력을 만회하는 시간을 합하면.... 거의 하루 종일 집중하지 못한다고 봐야 할 거에요. 

어른들이야 뭔가 집중할 일이 생기면 '일이 먼저'라는 생각에 스마트폰을 무음으로 해 놓거나 잠시 꺼두고 매달릴 수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은 그게 안돼요.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미치거든요.

이미지 - 픽사베이

 

스마트폰 들여다보기에 익숙해지면 잠시의 휴식시간도 '지루하다'라고 여기고 스마트폰을 들게 되죠. 그러는 통에 아이에게는 창의력은커녕 '깊은 사고'조차 할 수 없게 되어버렸어요. 

끊임없이 다운로드와 업로드를 반복하고, 카톡과 문자를 하고, 유튜브와 인터넷 검색을 하며 수백 명의 온라인 친구들과 소통(?)을 하는 통에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 상황이니까요. 이래서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와 같은 창의적인 사업가나 예술가, 사상가가 탄생할 수 없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걱정하고 있어요. 

이쯤에서 아이러니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할까요? 

스마트폰을 전 세계에 퍼뜨린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자녀들이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스마트폰을 갖지 못하도록 했어요. 빌 게이츠도 자녀가 16세가 돼서야 스마트폰을 만들어줬다고 해요. 정작 스마트폰을 만들고 참여한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시간 잡아먹는 괴물’이란 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이 ‘시간 잡아먹는 괴물’을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조공하듯 주기적으로 거액을 들여 사들이고 우리의 시간도 함께 바치고 있는 형국이에요. 

저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민수(가명)라는 초등 6학년 아이가 있어요. 민수는 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자기가 읽은 책을 한 아름 물려줄 만큼 책을 좋아하던 두 해 선배 아이였죠. 밝은 성격에 붙임성도 좋고, 똑똑한 데다 말도 잘해서 '내 아이가 민수만큼만 잘 자라면 좋겠다' 싶을 만큼 훌륭한 아이가 지난해 스마트폰이 생긴 뒤로 돌변해 버렸어요. 

길에서 마주칠 때마다 민수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느라 그냥 지나치거나, 간혹 눈이 마주쳐도 제 아이에게 아는 척도 하지 않고 모니터에 빠져들고 있었어요. 아파트 로비 한쪽에 있는 소파에 기대어 게임을 하는지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기울이고 있기도 했죠. 사우나에서 만났을 땐 옷을 모두 벗은 채 탈의실에서 30분 넘게 줄곧 게임을 하더니 샤워는 하지 않고 머리에 물만 묻히고 1~2분 만에 황급히 나가더군요. 

변해 버린 민수를 보고 저도 무척 놀랐고, 제 아이는 크게 실망했어요. 민수 아빠도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며 난감해하더군요. 제 아이에게 민수는 반면교사가 되었어요. 한창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졸랐던 때였는데, 갖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이 불편한 사실을 굳이 이야기하는 건 그만큼 '아이의 시간은 정말 소중하기' 때문이에요.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하고 싶다면 스마트폰 주기를 최대한 늦춰야 해요. 아이에게 스마트폰이 아직 없다면 정말 다행이에요. 스마트폰을 최대한 늦게, 최대한 늦게 아이 손에 쥐어 주세요. 

자녀 둘을 서울대에 보낸 어느 어머니가 쓴 글 중에 '합격 이유' 중에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은 것'을 포함시키더군요. 아이에게 스마트폰이 없다고 해도 왕따 당하지 않아요. 오히려 스마트폰을 갖지 않으면 단톡방에서 벌어지는 '사이버블링'과 같은 온라인 왕따에 개입되지 않죠. 아이의 안전이 걱정된다면 통화만 가능한 휴대전화를 마련해 주세요. 

아이가 스마트폰이 있다면, 그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아이와 깊이 상의하세요. 하루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을 정하고 부모가 직접 관리하기를 권해요. 그러려면 먼저 부모가 아이 앞에서 스마트폰을 즐기는 모습을 가급적 보이지 말아야 할 테고요. 

아이는 매일 조금씩 자라고 있어요. 이 말은 곧 아이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뜻이에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저도 모르게 흘려보내는 하루 5시간은 아이의 학업과 건강과 정서를 높이는 데 쓰고도 남는 시간이에요. 이 시간만 잘 조절해도 아이는 충분히 자라고 공부도 잘할 거에요. 물론 책도 잘 읽고요. 

이미 습관이 든 아이를 변화시키는 건 부모에게는 무척 힘든 일이에요. 하지만 변화가 필요하다면 하루라도 빨리 노력해야 해요. 아이의 시간은 정말 정말 중요하니까요. 

리치보이 - <행복한 부자 학교 아드 푸투룸 1, 2>의 저자, 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