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담을 통해 들여다본 한국인의 내밀한 마음!
융의 심리 분석 기법으로 살펴보는 현대 한국인의 심리『융, 호랑이 탄 한국인과 놀다』. 국내 최초로 융 심리 분석 자격을 가진 이나미 박사가 우리의 옛이야기 민담을 통해 한국인의 내면에 숨어 있는 집단 무의식의 정체를 파헤친다. 정신 분석학 중에서도 융의 분석 심리학은 집단 무의식에 집중하며 시공간을 뛰어넘는 인간의 본태적 심성에 관심을 갖는다. 사회와 관련된 보다 넓은 의미의 집단 무의식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민담에 융의 심리 분석 기법을 더해 현대 한국인의 심리 상태를 살펴보고, 이를 현실에서 부딪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 삼고자 했다.
저자는 우리 민담과 융의 분석 심리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한국인의 무의식에 새겨진 특성들을 이해한다. 한국인의 원형이 현재 우리의 삶, 사랑, 일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고 이런 과정이 어떻게 개인의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다루고 있다. 개인적 심상과 연관된 인간의 원형적 심성을 이해하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심리학자 융, 민담을 통해 한국인의 속내를 들여다보다
한국의 민담을 통해 현대 한국인의 심리를 분석한 『융, 호랑이 탄 한국인을 만나다』가 ㈜민음인에서 출간되었다.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 박사는 우리에게 친근한 옛날이야기(민담)를 통해 한국인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집단 무의식의 정체를 밝힌다. 더불어 한국 민담의 심리학적 분석의 나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원형’이 현재 우리의 삶, 사랑, 일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며 이런 과정이 어떻게 ‘개인의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베스트셀러 작가 겸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의 오랜만의 신작
『여자의 허물벗기』, 『때론 나도 미치고 싶다』 등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국내 최초 융 심리 분석 자격을 가진 저자 이나미 박사는 우리에게 친숙한 민담에 융의 심리 분석 기법을 더해 현대 한국인의 심리 상태를 알아보고 이를 현실에서 부딪치는 문제 해결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
뉴욕에서 심리 분석가가 되기 위한 과정의 시작으로 내가 분석가를 만나 첫 시간에 다루었던 꿈의 주제는 죽음이었다. 내가 소년 귀신이 되어 모든 것이 다 재로 변하는 장례식 행렬을 구경하는 꿈이었다. 그리고 그 꿈의 연상으로 나온 것이 우리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였다. 시할머니, 시부모님, 시누이, 시동생 식구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이 남편과 보낸 시간보다 수십 배 더 많았던 14년간의 결혼 생활에 대한 내 감정 반응이 담겨 있는 듯한 민담이었다. 분석가 과정이 끝날 때까지 나에게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는 하나의 화두와 같은 소재였다.
_저자의 말 중에서
우리 마음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현실에 치여 허덕이는 청춘,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끊임없이 싸우는 남자와 여자, 자녀에게 과도하게 집착하는 부모와 한 사람의 인간으로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자녀들, 현대 한국 사회의 서글픈 초상이다. 사는 게 그저 빡빡하고 고달플 뿐이다. 왜 행복하지 않을까, 이대로 영영 행복한 삶을 살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해답은 의외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의 무의식, 우리 유전자에 새겨진 특성들을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민담과 융의 분석 심리학이 만나는 바로 그 지점이 마음의 위안을 찾는 출발점이 된다.
떡 하나라도 더 먹이기 위해 뼈가 빠지게 일하고 험한 길을 넘어 오는 어머니는 착한 어머니이고, 그 어머니를 잡아먹고 어머니로 변장해 오누이마저 잡아먹으려는 호랑이는 나쁜 어머니라는 식으로 ‘나는 좋은 엄마, 저 여자는 나쁜 엄마’와 같은 이분법으로 생각하면 마음은 편할지 모른다. 헌신적으로 자녀들을 위해 모든 걸 다 해 주는 어머니가 전자라면 아이를 버리거나 학대하는 어머니는 후자라고 단순화시켜 적어도 자신은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을 터이니까.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볼 때, 과여 누가 선하고 악한지 구별이 가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하고 억지를 쓰는 막무가내 어머니와 어떤 일이건 자녀 앞을 막아서며 나서는 바람에 결국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자녀를 만드는 어머니들이 자신을 지극히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어머니라고 강조하는 웃지 못 할 경우도 많다. 떡 하나라도 더 먹이겠다고 고개를 힘들게 넘고 넘던 어머니가 아이들을 잡아먹는 나쁜 호랑이 어머니로 변하는 건 그만큼 순식간이다. 제 허영과 욕심에 자녀의 건강한 삶을 압살하는 부모들의 이기심이 모습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_「해와 달이 된 오누이: 완전한 자아의 독립을 위하여」 중에서
「도깨비감투」 이야기는 이처럼 타인의 시선이 하나의 잣대로 작용해서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게 만드는 도덕적 기제에 대한 비유로 읽게 된다. 특히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남의 시선과 평가를 아주 예민하게 의식하기 시작하면서 자아 정체성을 쌓아 나가는 것이 정상이다. 오히려 감투 쓴 나무꾼처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면, 심리적으로는 양심, 방향성, 자기 조절력 등 꼭 필요한 자아 기능들을 상실한 채 매우 위험하고 불행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면, 도깨비감투는 단순히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상황뿐 아니라 감투, 즉 지위나 신분 등 잘못된 가면persona 뒤에 숨어 서서히 망가져 가는 자아에 대한 은유로 읽어 낼 수 있다. 높은 지위에 올라가거나, 큰 부자가 되어 진짜 자기는 사라지고 그 페르소나와 동일시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과도한 동일시가 일어나면 자아는 오히려 붕괴되기 쉽다. 감투를 쓰니 나무꾼의 본래 모습은 사라지고 탐욕스런 도둑의 마음만 남는 것과 같은 이미지다.
_「도깨비감투: 감투가 잡아먹은 참자아」 중에서
바보 같던 총각이 이번에는 자신의 삶을 재료로 삼아 수수께끼를 내는 큰 변화를 보인다. 자기 삶이 재료이니 잔꾀나 부리는 비단 장수를 멋지게 이겨 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새끼 서 발이 옹기로, 옹기가 쌀로, 쌀이 죽은 할머니, 할머니가 색시가 된 게 뭐요?”라고 물어보니, 상대는 알 길이 없다. 대반전이자 교훈이다. 비단 장수와의 내기에서 거뜬하게 이겨 말에다 예쁜 색시와 비단을 얻은 총각은 이제는 드디어 금의환향할 수 있다.
모든 영웅 설화의 주인공들은 대개 마지막에는 원래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 시작의 자리는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자기의 반쪽인 아내도 만났고 무의식 속의 여성성도 통합시킬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무엇보다 홀로 여행을 떠나 생존하는 데 성공했으므로, 자기 인생의 영웅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색시와 비단이 있고, 거기다 힘들고 외로웠던 여정의 기억과 경험들이 축적되어 과거처럼 빈둥거리며 밥이나 축내는 쓸모없는 사람으로는 더 이상 살지 않을 터다. 어머니와 색시, 한 걸음 더 나아가 토끼 같은 아들딸과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게 된 부지런한 총각은 이제 한 사람의 떳떳한 성인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인생에서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인생을 부지런하게 운용해 나가는 떳떳한 인생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 인생 자체에 충실할 때 어떤 유혹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_「새끼 서 발: 시작과 다른 자기 자리 찾기, 금의환향」 중에서
왜 ‘민담’인가?
정신 분석학 중에서도 융의 분석 심리학은 집단 무의식에 집중하며 시공간을 뛰어넘는 인간의 본태적 심성에 관심을 갖는다. 유전자의 존재에 대해 잘 몰랐던 시절에 ‘유전자에 내재되어 있는 인간의 보편적인 기억과 정보’와 거의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 원형archetype의 존재를 탐구한 것이다. 인간은 사회와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좁은 시각으로 개인의 생활사만 보다 보면 놓치는 부분들이 많이 생긴다. 즉 사회와 관련된 보다 넓은 의미의 집단 무의식에 주목해야만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분석 심리학은 신화나 전설, 민담과 같은 이야기에 주목한다.
사람들 사이를 돌고 돌아 완성된 민담은 구구절절한 개인사는 걸러 내고 민족 고유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형태로 남아 집단 무의식에 대해 가장 잘 알려 주는 매개가 된다. 우리는 이렇게 개인적 심상과 연관된 인간 전체가 공유하는 원형적 심성을 이해하는 작업을 통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진짜 나를 찾아 행복한 삶으로의 여정을 떠날 수 있게 된다.
▶참고 자료 심리학자 융과 분석 심리학
*분석 심리학의 창시자 융(1875~1961)은 정신 의학자이자 심리학자다. 프로이트와 함께 정신 분석학 연구를 하기도 했지만 프로이트의 성욕 중심설을 비판하고 독자적으로 연구하여 분석 심리학설을 창시했다. 융은 인간의 내면에는 무의식의 층이 있다고 생각했고, 개체로 하여금 통일된 전체를 실현하게 하는 자기 원형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심리 치료법을 개발하여 이론화하였고 심리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개성화’라는 자신의 신화를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더 완전한 인격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분석 심리학에서는 무의식을 개인 무의식과 집단 무의식으로 나누고, 집단 무의식 속에 선조 때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무의식적 사고나 심상(고태형, 古態型)이 있다고 가정한다. 꿈이나 신화의 분석을 통해 무의식적 내용을 의식화하는 과정(개성화)을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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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書畵에 대한 고담준론보다는
욕망 가득한 예술의 뒷골목을 통해
조선의 삶과 문화를 다시 읽는다
◇ 왕희지 때의 것이란 얘길 듣고 죽은 파리도 비싼 값을 치르고 산 이조묵
◇ 친구 정선에게 얻은 그림을 북경 인편에 팔아 진귀한 중국책을 구한 시인 이병연
◇ 중인 신분으로 당대 최고의 선비화가 윤두서의 감식안에 도전장을 내민 김광국
◇ 그 유명한 고개지의 그림에 중국 황제와 나란히 인장을 찍은 안기
◇ 풍속화의 해학미를 추구한 예술 후원가 정조
◇ 기생 그림을 잘 그린 화가에게 상을 내린 연산군, 조선 예술의 제도적 발전에 기여?
◇ 컬렉션으로 가산을 탕진한 양반 컬렉터 김광수 vs. 연암의 통렬한 비판
◇ 중인의 예술세계를 의도적으로 애호한 중인 컬렉터 유최진과 라기
조선 최고의 그림 수집가였던 왕들
그림은 무엇보다 돈과 권력이 있어야만 수장을 시도해볼 수 있었던 사치 영역이었던 만큼, 조선시대 서화 수장의 중심에는 왕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 책이 왕실 수장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첫 장은 몽유도원도의 화가 안견을 최고의 화가 반열에 올려놓은 주인공이자, 그림 사랑이 대단해 신숙주가 장문의 글로 밝혀놓기도 했던 ‘안평대군’을 다룬다. 형 수양대군과의 권력다툼 끝에 35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고, 세조 즉위 후에는 역사에서 이름조차 지워질 만큼 안평대군의 정치적 삶은 불운했으나, 조선초기 컬렉터로서 그의 이름은 우뚝했다. 안평대군은 10대부터 서화를 사 모았다. 그 컬렉션 내용은 신숙주의 『보한재집』 「화기」에서 전하는데, 그 첫머리를 보면 “비해당(안평대군의 호)은 서화를 사랑하여 누가 조그마한 쪼가리라도 가지고 있다고 들으면 반드시 후한 값으로 샀다. 그중에서 좋은 것은 골라 표구를 해 소장했다. 어느 날 이것들을 모두 꺼내 나(신숙주)에게 보여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것들을 좋아하는데, 이것 역시 병이오. 열심히 찾고 널리 찾기를 10여 년 한 후에 이만치 얻었소. 아하! 물건의 이루어지고 무너짐이 때가 있으며 모여지고 흩어짐이 운수가 있으니 대저 오늘의 이룸이 다시 내일의 무너짐이 되고, 그 모음과 흩어짐이 또한 어쩔 수 없게 될는지 어찌 알랴.’”
중국 회화사상 최고봉인 고개지의 작품을 비롯해 당나라의 오도자·왕유, 송나라의 곽충서·이공린·소동파·곽희·곽충서·문동, 원나라의 조맹부·선우추·유백희·나치천·마원에 이르기까지 안평대군의 컬렉션은 국제적 방대함을 자랑한다. 소장품 전체 174점 중 136점이 중국 그림이다. 조선 화가로는 안견의 작품이 유일했는데, 무려 30점이나 갖고 있어 「몽유도원도」를 그린 안견에 대한 애정을 짐작케 했다. 그러했기에 의문의 여지없이 안평대군을 조선초기 최대의 컬렉터라 이를 수 있을 텐데, 그러나 수많은 수장품은 그의 삶의 비극적이었던 것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오늘날 전해지는 것은 몽유도원도 한 점뿐이다.
이런 불운의 종친 컬렉터로서 안평대군과 비길 만한 이가 있으니, 바로 월산대군이다. 역시나 서른 중반에 삶을 마친 데다 동생에게 왕위를 내줘 서화 뒤에서 운둔하듯 살았던 그는, 안평대군에 비하면 컬렉션조차 소박했다. 안평대군이 ‘찬란한 비극’이었다면 월산대군은 ‘처연한 비극’이라 이를 만하다.
성종 역시 컬렉터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다. 사실 궁궐 수장고에는 진귀한 글씨와 그림이 가득했지만, 서화는 조선의 왕에게 가깝고도 먼 존재였다. 완물상지玩物喪志. 『서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귀나 눈을 즐겁게 하는 것에 마음이 쏠리면 자신의 뜻을 잃는다’는 의미다. 신권사회이자 유교사회였던 조선은 왕이 예술에 탐닉해 정사를 소홀히 할까 경계했다. 신료들이 성종에게 들이댄 칼날도 ‘완물상지’였다. 성종뿐 아니라 인조는 대궐 안에 도화서 교수 이징李澄을 불러 그림을 그리게 했다가 ‘호란의 치욕을 잊었느냐’는 호된 비판을 들었고, 명종은 평양의 명승지를 병풍으로 그려 올리라고 지시한 후 좌불안석해야만 했다. 왕이 무익한 것에 마음을 둔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두려워서였다. 성종의 예술적 기질도 대신들의 경계 대상이었다. 끊임없는 간언이 올라왔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성종이 그림을 너무 그려 염려스럽다는 신하들의 글이 성종 6년부터 24년까지 계속 나온다.
이런 분위기였건만 성종은 「빈풍도」 「무일도無逸圖」 등을 즐겨 보았다. 특히 그림을 통해서 군왕의 도리를 새기고 백성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데 의미를 두었다. 성종에겐 수장가로서뿐만 아니라 예술 후원가로서의 공도 있었는데, 일례로 당시 인물화에 뛰어났던 최경이란 화가를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상관의 자리에까지 올려놓는다. 이런 성종의 미술 애호는 아들 연산군에게 전수되었다.
이 책에서는 폭군 이미지로 점철된 연산군에 대해 컬렉터로서의 면모라는 조금 다른 측면을 환기시킨다. 정치와 글을 멀리하고 주지육림에 빠졌건만, 그 퇴폐와 일탈 끝에 연산군의 미술 사랑이 똬리를 틀고 있는 까닭에서다. 물론 연산군은 그답게 서화를 보면서 공자 왈 맹자 왈 교훈 따위는 찾지 않았다. 여색을 탐하는 본능에 한껏 충실했다. 그가 주문한 그림엔 그런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가령 기생 그림(동산휴기도와 같은 것)을 즐겨 보았다. “그림에는 그리기 쉽고 어려운 게 있는데, 기생을 데리고 동산에 가는 것 같은 그림이 제일 그리기 어렵다고 하더라”라고 말하면서 연산군은 “화원들이 그린 것을 평가해서 직위에 반영하게 하라”고 했다. 즉 기생 그림을 잘 그리는 이를 승진시켜줬던 것이다.
그런데 궁중 미술의 발전 측면에서 보면 연산군의 공을 인정할 부분이 있다. 그가 파격적 스타일의 서화를 즐김으로써 제도적 벽을 제거해줬기 때문이다. 사실 조선시대 왕은 화원들에게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라고 명할 수 없었다. 도화서는 예조 관할이었고 또 궁궐 밖에 있었다. 이는 같은 시기 명·청대의 황제들이 대궐 안 가까이에 궁중화원을 두고 화원들을 사적으로 부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연산군은 자신을 구속하는 이런 밧줄을 싹둑 잘라버렸다. 그림을 보고 싶었던 그는 왕 직속 화원기구로 ‘내화청’을 만들어 궁궐 안에 설치했다. 그리고 유학의 이념을 들먹이는 신하들이 눈치를 볼 것 없이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리게 했다. 특히 연산군은 16세기 이후 궁중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컬렉션 열기와 서화 애호 문화의 서막을 열었던 인물로 평가할 수 있다.
조선후기로 가면 정조의 그림 애호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김홍도의 풍속화는 왜 해학적인가?’를 정조를 보면 알 수 있다. 숙종, 선조, 성종이 단순히 그림을 좋아했다면 정조는 화단을 주도하면서 시정의 미술 문화까지 좌지우지했다는 점에서 남달랐다. 그는 화단을 장악할 ‘제도적 칼’을 쥐고 있었던 것이다. 왕이 화가를 마음대로 부릴 수 없었던 속박을 풀고 1784년 자비대령화원 직제를 설치했다. 할아버지 영조 때 임시로 만든 이 조직을 10배로 늘려 왕정 핵심기구인 규장각 산하의 정식 직제로 둔 것이다. 자비대령화원은 당대 예술을 주도하는 정조의 ‘미술 친위대’였다. 김홍도, 이인문, 이명기, 신한평, 김응환, 김덕성, 김득신 등이 그 소속이었다. 더욱이 정조는 자비대령화원을 뽑는 시험 출제와 채점을 직접 담당하고, 그림 하나하나를 문제 삼아 비판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특히 속화(풍속화)와 책거리 같은 문방 그림을 정식 시험과목으로 채택해 “모두 보자마자 껄껄 웃을 만한 그림을 그리도록 하라”라는 시험문제를 내기도 했던 것이다. 특히 세간의 무조건적인 중국제 선호 사상을 질타할 정도로 문화적 자긍심이 넘치는 왕이었다. “지금 사람들은 시체詩體나 필획이 억지로 중국 사람들의 흉내를 내는가 하면 문방구나 복식 등 물품까지도 나라 안에서 생산되는 것을 쓰기를 부끄럽게 여긴다. 벼슬아치의 자제들이 모두 그리로 쏠려 붙좇고 있으니, 이것은 통절히 억제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헌종을 빼놓을 수 없다. 아주 짧은 생애를 살다 갔지만, 그가 소장했던 작품 목록은 『승화루서목』으로 전해진다. 거기엔 수장 목록 4555점이 기록돼 있는데, 서화만 900점 안팎이다. 더욱이 19세기 후반에 작성된 궁중 수장 목록 가운데 『승화루서목』만큼 서화를 체계적으로 분류한 기록도 없다. 조선시대에 서화를 보관하는 별도의 수장처가 없다가 헌종대에 이르러서야 오롯이 서화만 수장한 전문 전각이 등장했다. 그런 헌종은 예술후원가로서의 면모도 갖춰, 추사 김정희의 애제자였던 화가 허련과의 정이 애틋했다. 허련을 궁궐로 부르고 싶어 활도 쏠 줄 모르는 허련을 무과로 급제시킨 이가 헌종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는 너무 서둘러 세상을 떠났다. 만약 헌종이 조금만 더 긴 수명을 누렸다면 조선말기 미술문화는 다시 화려한 꽃을 피울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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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에서 《홍루몽》까지, 공자에서 이탁오까지
우리를 만든 이야기들, 우리의 정신유전자
3천 년을 이어온 동양의 교양을 읽는다!
우리를 만든 이야기들, 우리의 말과 생각을 만든 이야기들
중국의 문학 고전은 중국만의 것일까? 아니다. 그리스-로마 신화가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넘어 서구인과 세계인의 공통된 문화적, 정신적 자산인 것처럼, 한자문명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동아시아 세계에서 중국의 고전은 중국을 넘어 동아시아 공통의 문화적 유산이며 전통일 수밖에 없다. 여전히 동양의 라틴어인 한자가 우리 언어의 70퍼센트를 차지하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동양적 인간형과 수많은 이야기의 뿌리가 바로 중국문화 속에 가 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중국의 고전은 끊임없이 변주되고 재해석되면서 우리의 심성과 정신문화 속에서 되살아난다.
이 책은 손꼽히는 동양신화 전문가이며 중국문학 연구자인 김선자가 《시경》에서 《홍루몽》까지, 공자에서 이탁오까지 동양의 위대한 사상과 문학 속 옛이야기들을 탐사하며 오늘의 우리를 만든 원형을 탐사하는 새로운 형태의 교양서이다.
2천 년 전에도 ‘이등병의 편지’가 있었고, 민초들은 현실보다 더 극적인 이야기들을 만들어 전했으며, 목숨을 걸고 책을 쓰거나 이상향을 찾아 세상 바깥으로 떠났다. 역사를 배경으로,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마음을 중심으로 엮어내는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동양 지식인의 전통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사랑과 운명 앞에서 나약하지만 또한 꿋꿋이 삶을 이어왔던 민초들의 삶의 태도가 오늘의 우리에게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문학의 숲을 가로지르며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여태껏 놓치고 살아왔던 우리들의 오래된 이야기, 동양의 영원한 교양을 새롭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 3천 년의 기시감 _ 어디선가 들어본 듯 낯익은 이야기들
: 오래된 이야기의 숲에서 만난 오늘의 이야기들
“집 떠난 지 수십 년 세월이 흐른 후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가족이 모두 사라진 집에서 망연자실하게 서 있어야 하는 병사에서부터 시작하여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의리의 협객들, 불사의 꿈을 꾸며 어마어마한 무덤을 만든 황제, 사랑의 이름으로 야반도주를 감행한 시인과 그의 연인, 은일을 꿈꾸며 대숲으로 모여들었지만 진정한 은일을 이루지 못했던 지식인들, 재주가 뛰어났으나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스러져가야 했던 봉건시대의 여성들……”
- <프롤로그> 중에서 (8쪽)
수천 년 전의 대중가요라고 할 수 있는 민초들의 노래를 살펴보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이 느끼는 희로애락의 감정이 그때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집 떠나 전장으로 향하는 한나라 판 <이등병의 편지>,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칼 들고 집을 나서는 가장의 비애가 담긴 <동문을 나서며>는 2천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아프게 다가오는 이야기들이다. 고달픈 삶을 버티게 해줬던 사랑 노래도 여전하다. 사랑의 맹세를 담은 <하늘이시여>라는 노래는 2천 년이 지난 오늘도 중국에서는 끊임없이 리메이크되고 있으며(1장 - 그때도 삶은 그러했다), 우리에게 가곡 <동심초>로 익숙한 노랫말은 사실은 당나라 여성 시인 설도의 <봄날의 기다림> 중 제3수를 시인 김억이 번역한 것이다(5장 - 문학살롱의 여주인들). 사마천의 《사기》에 등장하는 영웅군상들의 이야기는 또 어떤가. 그들의 비극적인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동양적 페이소스의 원형을 읽는다.
뿐만 아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 가장 현대적인 미디어들의 콘텐츠들조차 사실은 동양의 원형에서 가져온 것들이 많다. 지난해(2009년) 개봉된 영화 <호우시절>의 모티프는 두보의 시 <봄날 밤에 내리는 좋은 비>에서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며(8장 - 장안에 봄이 왔네),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은 북조의 악부민가 <목란>에서 나왔다는 사실(1장 - 그때도 삶은 그러했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요괴이야기가 실려 있는 《요재지이》는 <천녀유혼> 등 수많은 판타지 영화의 소재가 되어왔다(12장 - 불온한 이야기, 위험한 생각).
저자와 함께 문학의 숲을 산책하며 나무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천 년 세월 동안 우리가 들어오고 말해온 동양의 많은 이야기들의 원형이 그 숲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치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하는 듯, 우리의 상상력이 내달리는 바로 그 숲은 몇천 년간 켜켜이 쌓아온 선인들의 이야기들에 큰 빚을 지고 있다.
2. 고전의 무게에 눌려 있던 ‘사람’의 이야기가 되살아나다.
“문학사와 역사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화석화된 이름들을 ‘사람’으로 되살려내고 싶었다. -<중략>- 굴원이라는 시인을 ‘중국 최초의 시인’이라는 이름으로만 기억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고뇌를 밝히고 싶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7쪽)
공자, 사마천, 굴원, 이탁오……. ‘위대한’, ‘최초의’, ‘이단적’이라는 사상사적, 문학사적 수식어를 걷어내고 그들을 만나면 그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시경》을 사서삼경의 하나가 아니라 옛사람들의 대중가요가 실린 노래모음집으로 읽으면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까?
고전이라는, 사상가라는 무게를 떼고 옛 문학의 숲을 거닐어보자. 저자는 후대 사람들의 여러 평가를 걷어내고 그들의 글에서 진짜 삶을 읽어내려고 했다. 수많은 지식인들의 평가와 해석 속에는 고뇌하고 아파하고 욕망하는 ‘사람’이 없었고, 참된 마음을 헤아려주는 자도 없었다. 이름의 무게 때문에 놓치고 있었던 것은 그 글들과 이야기 속에 담긴 사람의 마음이다.
사마천과 굴원에게는 소유보다는 기억을 소중하게 여기는 노마드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고(1장, 3장), 지식인의 수사 또는 외교의 수사로 쓰이던 《시경》에서는 사랑 때문에 잠 못 이루고 전전반측하는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만날 수가 있다(6장 - 노래의 힘). 양명좌파의 사상가라는 교과서적 지식을 털어버린다면, 자신의 책을 ‘불태워질 책’이라는 뜻의 《분서》라고 이름을 짓고, 76세의 나이에 감옥에서 면도칼로 목을 그어 자살한 이탁오의 고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12장 - 불온한 이야기, 위험한 생각).
수많은 작가들이 가난과 고통을 무릅쓰고 만들어낸 이야기(작품)에는 ‘사람’이 있었다. 고전이라는 무게를 벗어던지고 그들의 삶과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볼 것을 저자는 제안한다. 그러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무엇이며, 왜 우리는 살아야만 하는 것인지’를 치열하게 삶으로 증명했던 뜨거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동양적 영웅의 삶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3. 역사와 문학의 완벽한 조우 - 교양의 보물 창고를 여는 새로운 방법
연구실에 갇힌 박제된 지식을 여러 독자와 함께 공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가 택한 방법은 역사를 배경으로 문학을 설명하는 것이다.
속세를 떠나 자연에 파묻히려고 했던 죽림칠현, 당대의 역사를 모른다면 그들은 ‘은일’만 꿈꿨던 현실회피형 지식인들의 모습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7장 - 그들이 속세를 떠나고 싶었던 이유). 실크로드를 따라 이방의 문물과 지식이 전해지던 시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이백과 두보, 그리고 당나라의 숱한 이별시들이 어떻게 잉태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8장 - 장안에 봄이 왔네). 이탁오와 김성탄, 양명좌파들이 개인의 자유와 욕망에 긍정적 가치를 부여했던 그때, 우리가 중국 소설의 원형이라고 부르는 4대 기서(삼국지, 수호전, 서유기, 금병매)가 등장했다(12장 - 불온한 이야기, 위험한 생각)는 것 역시 역사적 필연이다.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시대다. 이야기는 시공간의 장벽을 뛰어넘기도 하지만 특정한 시공간 안에서 잉태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역사를 배경으로, 그리고 사람을 중심으로 문학을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중국문학에 대해 문외한인 독자라도 쉽게 읽을 수 있다. 교과서 속에 박제된 고전이나 문학이 아닌,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선인들의 치열한 삶과 운명을 통해 작품들을 읽다 보면 그것들이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이유와 가치를 온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중국과 동양의 역사와 문학, 인물들에 대한 수많은 상식과 교양은 저절로 따라오는 덤이다.
교과서 속에서 말라버린 이야기들의 참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 여전히 우리를 둘러싸고 새롭게 탄생하는 동양적 컬처 코드의 원형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새로운 문화교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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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분열, 자기 기만에 빠진 일본의 내면 읽기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가해자의 심리를 해독한다!
일본 우익은 왜 불안에 떠는가? 일본의 내면은 왜 분열되어 있는가? 그들이 내세우는 평화주의는 왜 자기 기만적인가? 일본 좌파를 과격화와 자멸로 이끈 트라우마는 무엇인가? 작은 나라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큰 나라, 평화헌법으로 무장한 호전적인 군사대국, 피해자 심리에 빠진 기묘한 가해자 국가……. 전후 일본 사회를 연구해 온 일본 현대사 학자가 일본이라는 나라의 집단 심리를 ‘분열’, ‘트라우마’, ‘자기 기만’, ‘불안’이라는 네 가지 사회심리적 코드로 해독한다.
극우 지식인들에게 환호한 일본 좌익 학생 운동의 자기 분열적 행보, 한반도를 ‘일본을 향해 돌출한 흉기’로 인식하는 우익 히스테리, 히로시마․나가사키 피폭 사건에 묻어버린 조선 식민 지배와 난징 대학살의 역사, 전 세계 평화 운동의 중심을 자처하면서 침략과 전쟁을 지워버리는 자기 기만…….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일본 사회의 표면을 걷어내고 내면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이 책은 일본의 집단 무의식이 표출된 사건들, 현상들, 일화들을 소재로 삼아 그려낸 일본 정신의 단면도이며 일본 사회의 해부학이다.
일본 우경화의 뿌리는 ‘불안’이다!
<몇 년 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라는 일본의 우파 단체가 만든 역사 교과서가 한반도를 ‘일본을 향해 돌출한 흉기’라 표현한 적이 있다. 검정 과정에서 ‘흉기’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 ‘팔뚝’으로 표현이 바뀌었다. 과거에 “일본의 목덜미를 겨누고 있는 칼날”이라는 더욱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했던 점을 감안하면 ‘팔뚝’은 한결 순화된 표현이다. 하지만 ‘칼날’이 ‘흉기’가 되고 그것이 다시 ‘팔뚝’으로 순화되었다고 해서 이웃 나라를 표현하는 용어로 그리 적절하지 않다는 사실에 큰 차이는 없다. ……
그렇다면 반대의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일본은 한반도에게 무엇이었는가? 전근대 시대는 논외로 하더라도 적어도 19세기 이후 일본은 한반도에 ‘흉기’였다. 가능성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로서 ‘흉기’였다. 더구나 이는 일본의 주체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일본이 한반도를 괴롭혔던 ‘칼날’을 거두어들인 것은 스스로의 주체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자신의 선택이 아닌 외부의 힘에 의해 거두어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주체적으로 일본에 ‘흉기’가 된 적이 없는 한반도를, 주체적으로 한반도에 ‘흉기’가 되었던 일본이 21세기에 와서도 한반도를 ‘흉기’라 표현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 ‘머리말’에서
과거에 대한 반성도 자각도 없이 오히려 한반도를 ‘흉기’라 표현하는 일본 우익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1990년대 후반 이후 나타난 일본의 우경화 흐름이 운동이나 사상의 차원에 그치지 않고 제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역사 왜곡 교과서의 검정 통과, 독도 영유권 주장에 더하여 자위대의 국외 활동에 대한 법적 족쇄도 대폭 완화되었다. 이제 군사 무장을 금지하는 ‘평화헌법’만 개정하면 명실상부한 군사 대국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군국주의의 부활과 국가주의의 강화를 주장하며 세력을 키워 가는 일본의 우익 세력. 저자는 이러한 급속한 우경화 뒤에 감춰진 일본의 ‘불안’ 심리를 지적한다.
일본은 왜 불안한가? 패전 후 1946년에 공포된 ‘평화헌법’으로 일본은 전쟁과 군대가 없는 ‘현실적’ 평화를 얻었다. 그리고 미국과의 군사 동맹을 통하여 국가의 안전을 보장받았다. 또한 한국을 포함한 주변 아시아 국가들의 친미 반공 군사 독재정권도 일본 전후 평화 체제의 토대가 되었다. 그러나 냉전 체제가 종식되고 주변 아시아 국가들이 ‘민주화’되면서 군사․외교적으로 무방비 상태인 ‘안보 소국’ 일본은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버림’받거나 한반도 분쟁에 ‘말려들’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더욱이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핵실험 등은 일본이 침략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불을 질렀다. 일본 우익은 그 불안을 국민적 불안으로 확산시키면서 군사력 증강과 안보 대국화에 대한 일본 사회 전반의 동의를 끌어냄으로써 우경화를 획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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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만들고 지배하는 히든 팩터 날씨
세계사 속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이 벗겨진다!
에게 해에서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미노스 문명은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게르만족과 민족 대이동은 무엇 때문에 시작되었을까?
마야 문명이 사라진 이유는?
프랑스 대혁명의 진짜 원인은?
제3차 세계대전을 막은 것은?
이 모든 역사적 사실 뒤에는 날씨가 숨어 있었다!
“날씨는 인류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 2,400여 년 전에 “날씨는 인류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라고 피력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일상과 경제?사회에 날씨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겠는가. 태풍이 불고, 화산이 폭발하고, 폭설로 큰 피해를 입은 2010년만으로도 그에 대한 예는 충분하다.
이러한 사실들을 두고 볼 때, 지난 역사 속에서도 분명 날씨는 기원전부터 모든 시대를 거쳐 수많은 영향을 세계 역사에 끼쳐왔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상식에서 시작해서 세계사의 믿지 못할 일들, 갑작스럽게 사라진 문명, 혹은 어느 순간 역사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민족과 나라, 그리고 영원할 것 같았던 승리가 갑작스럽게 쇠락의 길로 접어든 일들을 날씨라는 관점에서 문명과 전쟁, 전쟁 영웅, 역사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들여다본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상예보관이 들려주는 또 다른 시각의 세계사 책, 『날씨가 바꾼 어메이징 세계사』로 드라마틱한 세계사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하늘을 읽는 자가 역사를 지배했다!
에게 해에서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미노스 문명은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유럽 중세를 시작한 게르만족과 민족 대이동은 무엇 때문에 시작되었을까? 마야 문명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러한 수수께끼 같은 세계사의 의문들뿐 아니라 세계사의 주인공을 바꾼 운명적인 사건들, 즉 강력한 해상제국으로 발돋움하던 포르투갈의 갑작스런 쇠락, 15세기부터 시작된 유럽을 휩쓴 종교전쟁,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해가 지지 않은 나라’ 대영제국의 건설이나 영어의 세계화 등 세계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의 바탕에는 날씨와 기후라는 팩터가 작용했다.
세계사 속 전쟁 영웅들의 통쾌한 승전과 뼈아픈 패배,
그 결정적 운명은 누가 먼저 天을 읽고 이용하느냐에 달렸다!
스파르타쿠스 노예 해방군의 로마에 대한 저항을 가로막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던 나폴레옹은 러시아에서 무슨 일을 겪었던 것일까? 독일의 전쟁 영웅이자 사막의 여우로 불리던 롬멜은 이집트의 사막에서 무엇 때문에 고전했고 또 어떻게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일까? 러시아의 강추위도 뚫었던 몽골족은 왜 베트남에서 속수무책으로 회군해야 했을까? 다른 도시도 아니고 왜 하필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했을까? 세계 전쟁사 속을 들여다보면 우연이라기엔 치명적이고 절대적인 어떤 연관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웅들의 모험이 승전으로 혹은 패배로 뒤바뀐 순간, 그 찰나의 운명은 누가 천(天)을 읽고 전략적으로 활용했느냐의 결과다. 계획은 사람이 세우지만 승패는 하늘(날씨)에 달렸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상예보관이 골라준 세계사 속 날씨 이야기!
과학기술이 최첨단화되고 정밀화될수록 다양한 기기들은 지구자기장, 온도, 습도, 전기장, 바람에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단지 기술적 과학에만 머물지 않고, 차후 세계전쟁의 전략과 전술에도 날씨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미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에서 미래 전쟁은 … 육ㆍ해ㆍ공 3차원 전쟁 개념을 육ㆍ해ㆍ공ㆍ우주 4차원의 전쟁 개념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은 걸프전, 보스니아전,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 등에서 이미 증명되었다. 미래 전쟁을 대비한 기상 인공 변조 기술은 이미 미군에서도 연구 중이며 2025년이 되면 거의 모든 분야에 관계된 기상을 인공 변조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누가 먼저 기상 정보를 장악하느냐가 바로 미래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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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시대의 두뇌, 아이브레인
“도대체 요즘 애들 왜 이래?”
아이폰, DMB, 인터넷 게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 첨단 테크놀로지 속에 살고 있는 요즘 10대들에게 심심치 않게 하는 말이다. 물론 고대 수메르 사람도 소위 ‘요즘 애들’에 대해 혀를 끌끌 차는 기록을 남긴 것처럼, 모든 세대들이 그 이전 세대들에게 듣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세대차이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지금의 10대들은 이전의 어느 세대보다 똑똑하고 자기주장이 강하지만, 동시에 주의가 산만하고 직설적이며 안하무인인 것처럼 보인다. 이들의 뇌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바로 테크놀로지, 즉 첨단기술의 발달이다.
UCLA의 세멜 신경과학 및 인간행동연구소의 소장으로 있는 개리 스몰 박사는 사람들이 테크놀로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저자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이용한 뇌 영상 연구의 권위자로, 테크놀로지를 다루고 있을 때의 뇌 활동을 측정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해왔다.
디지털 원주민의 뇌 vs 디지털 이주민의 뇌
저자는 이 책 『아이브레인-디지털 시대에 진화하는 현대인의 뇌』에서 디지털 테크놀로지 속에서 태어난 디지털 원주민의 뇌와 어느 정도 성인이 되었을 때 테크놀로지 기기들을 다루기 시작한 디지털 이주민의 뇌 활동에 현격하게 차이가 있다는 점을 여러 실험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 원주민의 경우 디지털 자극의 영향으로 좀 더 빠르게 반응하고, 집중시간도 좀 더 짧다. 즉각적 만족을 추구하여, 장기적인 계획을 짜거나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어렵게 느끼기도 한다. 디지털 이주민은 아무리 디지털 시대에 적응했다 하더라고, 기본적으로 이들의 사회화와 학습 방법은 디지털 원주민과는 다른 방식으로 훈련되어 있다. 이들은 멀티태스킹에 약하고, 좀 더 방법론적으로 학습을 한다. 이는 모국어가 통하지 않는 사회로 이민 간 이민자들의 상황과 유사한데, 이들은 디지털 테크놀로지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급격히 변하는 뇌 진화 속에 위치해 있고, 아마도 모든 세대가 테크놀로지의 세례를 받고 자라나게 될 몇 십 년 후에는 이러한 뇌 격차는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디지털 원주민의 뇌는 인류의 뇌가 향하고 있는 진화의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멀티태스킹 능력과 즉흥성, 테크놀로지 의존성, 타인에의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들은 디지털 원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고, 장단점을 바탕으로 우리는 좀 더 나은 진화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어지는 뇌 격차를 줄여라!
이를 위해서는 뇌를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훈련시켜야 한다. 즉 발달되지 않은 뇌신경망을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훈련함으로써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뇌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인간의 뇌는 가소적이고 유연하다. 일반적으로 영유아, 아동의 뇌가 가장 유연하고 변화에 민감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성인기 이후의 뇌도 환경의 변화에 충분히 민감하고 훈련에 의해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실험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또한 젊은 사람들보다는 반응 속도나 기억력 및 집중 능력이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경험으로 인해 정보처리를 빠르게 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인지적 쇠퇴를 상쇄해줄 수도 있다.
저자 개리 스몰 박사는 자가 평가 항목들을 제안하여, 스스로 테크놀로지에 중독된 상태인지, 반대로 테크노포비아를 갖고 있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상태에 따라 맞춤식 훈련법을 제시한다. 특히 테크놀로지로 인해 사회성 기술이 부족한 사람들, 디지털 원주민을 위해서는 특별히 임상심리학적 기술들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으며, 테크놀로지를 너무 많이 사용함으로써 나타나는 기술적 뇌 소진이나 손가락 근육이 뻣뻣해지는 현상들을 예방하는 방법도 아울러 일러주고 있다(7장 오프라인에서 마주하기). 또한 테크놀로지를 다루는 데 겁을 내고, 시작해보기를 주저하는 디지털 이민자들을 위해서는 컴퓨터 고르기부터 이메일 사용방법, 블로그 만들기 등 테크놀로지 기기들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부터 세세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이러한 테크놀로지 기술들이 디지털 원주민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기술이지만, 특히 중노년층 이상의 디지털 이주민들에게는 젓가락질을 처음 배우는 어린아이들처럼 처음부터 하나씩 배워야 하는 기술들이다.
이렇게 보완해야 할 기술들을 습득함으로써 각 개인들은 사회생활을 더 잘 해나갈 수 있고, 자기계발에도 유리하다. 또한 운동할 때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여 몸을 단련시키는 것처럼 자신이 쓰지 않았던 뇌신경망을 활성화시킴으로써 뇌 건강을 유지할 수도 있다.
디지털 세상에 뇌를 적응시켜라!
이 책은 디지털 이주민과 디지털 원주민들이 디지털 테크놀로지 시대에 겪을 법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로 각 장을 시작한다. 비행기에서 노트북과 블랙베리를 완벽하게 사용하지만 이동 중에 기기가 박살나서 당황한 사업가, 전지를 넣어야 하는 무선키보드 때문에 패닉 상태에 빠진 작가, 이베이에 푹 빠져 밤낮으로 인터넷만 하는 가정주부, 딸의 멀티태스킹에 당황해하는 엄마, 디지털 원주민과는 일 할 수가 없었다는 중년의 사장, 회의 시작 전 다른 직원들과 스마트폰을 비교하며 위축되는 변호사 등, 독자들은 이러한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이 상황에 공감하거나 다른 세대가 처한 상황을 이해해볼 수 있다.
결국 이들은 엄청난 속도로 발달하는 테크놀로지와 그 문화에 당황하거나 적응하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아무리 첨단기술문화가 발전하더라도 전통적인 대면 커뮤니케이션 문화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대면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사회성 기술은 모든 이들에게 필수적이다. 또한 이 디지털 테크놀로지 사회에서 테크놀로지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면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거나, 스스로 불편을 느끼게 될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이주민과 디지털 원주민들은 자신의 취약점을 잘 파악해 서로의 능력을 보완해야 한다. 세대 간 대립이 아니라 소통과 화합이 중요한 때이다. 그리고 디지털 세상에 우리의 뇌를 적응시키며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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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미래를 책임질 위대한 젊은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자 최고의 영예, 필즈상!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필즈상’ 이야기
20세기 수학을 만든 천재 수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만난다!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학자 최고의 영예인 필즈상은 어떤 상인가?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수학자들의 잔치인 국제수학자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ians)는 개최 첫날 아주 특별한 행사를 진행한다. 바로 지난 4년간 가장 뛰어난 수학적 업적을 기리는 필즈상의 수상자를 발표하고 시상식을 거행하는 것이다.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지만 필즈상은 사실 노벨상보다도 더 타기 어렵다. 매년 시상하는 노벨상과는 달리 4년에 한 번씩만 상이 주어지며 수상자는 40세 미만이어야만 한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평생의 업적에 대해 시상하는 노벨상이나 그에 유사한 울프상, 크라포드상과는 달리, 필즈상은 수학자로서의 전성기에 수학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발견을 이룬 사람들만이 받을 수 있는 수학자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100년의 난제였던 ‘푸앵카레 추측’을 해결했던 러시아의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이 이 상을 거부하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필즈상의 존재를 아는 일반인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위대한 수학적 업적이라고 하더라도 이 분야 밖의 사람들에게 그 중요성과 의미를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필즈상을 받은 수상자들과 그들의 업적, 심지어 필즈상을 만든 사람에 대해서 우리들이 알고 있는 것이 적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2010년 8월 인도에 이어 2014년에는 한국에서 국제수학자대회가 열린다. 한국이 지난 수십 년간 비약적으로 수학적인 발전을 이룬 결과이다. 비록 필즈상 수상자를 아직 한 명도 배출하지는 못했지만, 수학자대회를 개최할 정도의 수학 강국이 된 한국이라면 이제는 필즈상을 만든 존 찰즈 필즈라는 사람, 그가 필즈상을 만든 동기와 그 과정, 그리고 필즈상 수상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룬 교양서 한 권이 필요하지 않을까. 미래의 필즈상 수상을 노릴 예비 수학도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필즈상 이야기』는 이러한 의도에서 필즈상의 제정과 설립, 그리고 역사를 국내 최초로 다룬 교양서이다.
필즈상과 함께 현대 수학을 조감한다!
20세기 수학을 만든 사람들과 그들이 해결한 문제들
수학 교양서는 많지만 진정한 현대 수학을 다룬 교양서들은 적다. 20세기의 수학자들 중에는 아주 특이한 개성을 지닌 수학자들(예를 들어 라마누잔이나 에르되시 같은) 몇 명에 대해서만 책이 나와 있을 뿐이고, 대부분 19세기까지의 수학자나 수학적 발전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 이것은 현대 수학이 고도로 추상적이고 전문적인 양상을 띠어 일반인들을 위한 교양서를 쓰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라든가 ‘푸앵카레 추측’의 해결과 같은 중요한 수학적 업적에 대한 책이 아니라면 20세기가 시작된 이후로 현대 수학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책은 극히 드물다.
『필즈상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은 필즈상을 수상한 업적을 중심으로 현대 수학의 중요한 문제들과 동향에 대해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하나의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 여러 세대의 수학자들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리 페렐만으로 유명해진 ‘푸앵카레 추측’만 하더라도 ‘차원을 정복한 수학자’ 스티븐 스메일, 천재 기하학자 윌리엄 서스턴, 수학을 버리고 MS사로 간 마이클 프리드만 등 여러 필즈상 수상자들의 업적이 먼저 있었다. 페렐만은 이 연속된 노력의 마지막에 마침표를 찍었을 뿐이다. 이런 계승과 협력이 수학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역동적인 메커니즘이다.
수학의 역동성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정리되고 대중적인 언어로 소개되는 경향이 있다. 이제 20세기의 중요한 발전에 대해서 우리는 그런 시도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 20세기 초반 수학 기초론의 대두 이후 부르바키를 거쳐 카테고리(범주) 이론으로 발전하는 과정은 전문 수학자들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수학 패러다임의 변화이다. 빠르게 전문화되고 분화되는 수학의 발전 속에서 대수학과 정수론을 연결하는 랭런즈 추측과 같은 거대한 대통합을 향한 새로운 조류, 많은 문제들이 풀리고 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난제들의 존재와 새로운 문제들의 등장 등 『필즈상 이야기』는 독자들이 다양한 현대 수학의 발전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위대한 수학적 업적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수학의 천재들을 배출하고 수학 강국으로 가는 길
『필즈상 이야기』는 20세기의 위대한 수학자들이 수학에 대해서, 그리고 수학 연구에 대해서 남긴 이야기들과 그들의 일화를 다채롭게 소개하고 있다. 수학에서 천재성을 발휘하고 위대한 업적을 남긴 수학자들에게 공통점은 있을까? 그들은 성장 과정에서 어떤 특별한 모습을 보였을까? 위대한 수학자들을 배출한 교육과 문화의 비법은 존재할까? 수학적 재능이란 개인이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교육의 산물일까? 외부인들은 수학자들 이야기에서 괴상한 천재들을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직업적인 전문 수학자들은 그들 자신을 어떻게 볼까? 이 책을 통해 수학자라는 낯선 직업, 낯선 재능의 세계에 대해 좀 더 친숙하고 가까운 거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필즈상은 우리와 거리가 먼 낯선 상이 아니다. 이미 많은 필즈상 수상자들이 한국에 다녀와 특별 강의를 한 바 있고, 이들 밑에서 공부한 한국인 제자들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2014년 서울에서 열릴 국제수학자대회에서 한국인 수상자를 만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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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무슨 책을 읽을 지 고민된다고요?
비즈니스맨의 독서에 길잡이가 되어줄 책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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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2010년, ‘CEO가 휴가 때 읽을 책 14선’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한 2010년 상반기 우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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