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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책 -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부키)

by Richboy 2010. 10. 22.

 

 

 

중국이 지배하는 세계의 풍경을 그리다!

영국 런던 정경대학 부설 국제관계ㆍ외교전략연구소 아시아경제연구센터의 초빙 연구위원 마틴 자크의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200여 년간 우리는 서구 중심의 세계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오면서부터 비서구 국가인 '중국'이 서구가 지배하는 세계의 종말을 예고할 정도의 강대국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 책은 서구적 사고방식이 아닌 대륙적 사고방식으로 경제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 중인 중국이 지배하는 세계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중국은 우리가 아는 세계를 완전히 바꿔 놓을 것임을 강조한다. 세계의 수도가 뉴욕이 아닌 베이징이 될 뿐 아니라, 국제 무역 시장에서는 영어가 아닌 중국어로 거래하는 등의 세계의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중국 국민은 민주화를 향한 열망보다는 경제 발전과 개혁을 지휘하는 공산당에 아낌없는 지지와 인정을 보내고 있다. 중국이 장기적으로 민주화가 되더라도 서구식 민주주의 국가는 아닐 것이다. 중국 사회와 전통에 뿌리를 둔 중국만의 독특한 민주주의 국가를 보여줄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은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중국으로 인한 세계 경제 헤게모니의 이동을 예상한다. 특히 19세기까지 활성화한 조공 제도가 근대화된 형태로 부활하는 등 중국 중심의 새로운 국제 질서가 등장할 것임을 보여준다. 중국 문명에서 출발한 문화적ㆍ인종적 우월 의식이 결합된 중화사상이 세계를 뒤덮을 영향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중국은 서구식 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인가?


 유교적 국가관에서 국가는 백성으로부터 강력한 권위와 정통성을 인정받는다. 국가는 부모에 비유될 정도로 그 권위에 한계가 없었으며, 늘 중국 문명의 구현이자 수호자로 인식되어 항상 백성의 존경과 복종의 대상이었다. 국가가 사회의 정점에 위치하는 이러한 국가관은 유교적 전통의 지배를 받던 왕조 시대뿐 아니라 공산당이 집권하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이 책의 지은이 마틴 자크는 아래로부터의 참여가 거의 없는 강력한 정부라는 점에서 현 공산당 정부는 유교 왕조 시대의 중국 정부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판단한다. 또 그 거대한 영토에서 분열을 허용하지 않고 단일성(통일)을 추구하는 특징 또한 중국 공산당이 계승하고 있는 점이다.
 현 공산당 정권은 오늘날의 중국을 과거 역사와 유교 사상, 왕조 시대의 전성기에 다시 연결시키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국민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 중국 국민들은 민주화를 향한 열망보다는 경제 발전과 개혁을 지휘하는 공산당에 대한 지지와 인정이 더 강해, 공산당의 집권이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다. 중국이 장기적으로 민주화되더라도 서구식 민주주의 국가는 아닐 것이며, 중국 사회와 전통에 뿌리를 둔 중국만의 독특한 민주주의를 보여 줄 것이다.

중화사상은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은이는 중화사상을 중국 문명에서 비롯되는 문화적 우월 의식과 인종적 우월 의식이 결합된 것으로 본다.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하나의 문명국 중국과 그 주변의 야만국으로 나누고, ‘한족’은 인종적•민족적으로 우월하며 그 외의 민족은 열등한 오랑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월 의식은 중국 사회 내에서 인종주의가 만연하는 현상을 초래했으며, 대외적으로는 문화와 인종•민족을 바탕으로 다른 국가들의 서열을 매기는 것으로 표출된다. 


  중국 내 소수 민족인 티베트족의 상황을 보면 타 민족에 대한 한족의 태도를 알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그랬듯이 중국은 이들에게 억압 정책을 펴며 동화를 강요했다. 달라이 라마를 인정하지 않고 티베트 불교 승려의 역할과 종교 집회 등을 제한하는 한편, 인구 분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족을 다수 이주시키는 정책을 폄으로써 티베트족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경제 성장의 혜택이나 행정 기관의 고위직, 사업체 간부직이 한족에게 집중됨에 따라, 한족과 티베트족 간에는 경멸과 불신, 분노가 지속적으로 존재한다. 2008년 3월 티베트 자치구 수도 라싸 도심에서 대규모 소요 사태가 일어났던 것도 이러한 갈등이 분출된 것이었다. 


  중국은 이러한 인종주의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 지은이는 서구인들도 백인 중심의 우월 의식을 가졌지만, 중국의 경우 장구한 역사에 기대고 있어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과, 중국인이 세계 인구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다르다고 말한다.

조공 제도와 같은 중국 중심의 새로운 국제 질서가 등장한다

 지은이는 19세기 후반까지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하고 주변 국가들이 중국에 정기적으로 공물을 바쳤던 조공 제도의 요소들이 21세기에 중국이 세계적 강대국으로 등장함에 따라 근대화된 형태로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즉 앞으로 중국의 주변 국가들은 중국의 경제 규모와 영향력을 인정하고, 또 중국과의 우호 관계가 자국에도 이익이 되며 중국의 간섭이 그리 크지 않음을 깨닫고 자발적으로 중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편입한다는 것이다.(물론 과거처럼 주변 국가들이 중국 황제에게 공물을 바치는 일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은이는 조공 제도를 ‘중국의 유연한 헤게모니를 상징’하는 것으로 본다. 중국의 주권을 인정하기만 하면 중국 황제는 주변 국가에 강제력을 동원하는 일이 드물었다. 지은이는 오늘날 중국의 영유권 분쟁 사례들을 과거 조공 제도의 유산이라고 본다. 중국은 동중국해의 댜오위 섬(일본명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이나 남중국해의 난사 군도, 시사 군도 영유권 분쟁 등에서, 과거 역사와 문화, 민족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들 지역은 당연히 중국의 영토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여기서도 중국의 유연한 헤게모니는 여기에도 적용된다. 중국은 남중국해 섬들의 분쟁 상대국인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에, 각국이 영유권 주장을 하지 않는 대신 ‘공동 개발’을 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한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2010년 9월 일본이 댜오위 섬 근처에서 중국 어선을 나포함으로써 양국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자 중국이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그러한 자신들의 ‘영역’을 일본이 침범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계의 경제 헤게모니가 이동한다

  지은이는 중국이 현재와 같은 경제 성장을 거듭한다면 수십 년 뒤 중국의 위력은 더 이상 인구 규모의 수적인 우위에서만 발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높은 저축 수준과 자본 시장의 점진적인 개방에 힘입어 중국의 해외 투자가 지금보다 훨씬 대규모가 되리라고 예상한다. 2007년 중국의 저축액은 개인과 기업을 포함해 4조 8천억 달러를 기록해 GDP의 160%에 달했다. 이러한 저축액이 해마다 10%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2020년 중국의 저축액은 17조 7천억 달러에 달할 것이며, 전체 저축액의 5%만 해외로 투자된다고 하더라도 액수가 8850억 달러가 될 것이다. 이미 신흥 시장이나 아프리카 시장에서는 중국의 자금 대여액이 세계은행 수준을 뛰어넘었기에, 이러한 중국의 금융 지배력이 세계 전체로 퍼져 나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또 2008년 발생한 미국발 금융 위기가 달러화의 세계 기축 통화로서의 위상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면서, 위안화가 다른 통화에 대해 완전한 태환성을 보장받게 되면 국제 금융 체계에서 유로화와 달러화의 입지를 위협하며 세계 기축 통화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