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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광, 장하준 교수가 추천한 화제의 소설!- 견인 도시 연대기

by Richboy 2011. 3. 25.

 

 

 

 

『모털 엔진』은 비범한 과학적 상상력과 탄탄한 사회?경제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섬세하고 감동적인 인간 드라마를 엮어 낸다는 점에서 매혹적이다. 상상력과 줄거리에 치우쳐 주인공들의 인간미가 간과되는 경향이 있던 SF 장르에 새 지평이 열린 느낌이다. 평소 SF를 읽지 않는 분들이라면 SF가 이렇듯 문학적 재미와 예리한 사회비평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랄 것이다. - 장하준(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모털 엔진』은 도시라는 배경을 새롭게 해석해 내는 것은 물론 그 안에서 우리의 오랜 역사적 고민을 진지하게 그러나 새롭게 풀어낸다는 점에서도 빼어나다. 산업혁명기 초반 런던의 뒷골목을 연상시키는 (말 그대로 아래층에 거주하는) 하층민 런던 시민들의 지옥 같은 삶은, 야수와도 같은 자본주의가 생산 체제 중의 하나가 아닌 지고지선의 이데올로기로 변모할 때 인류에게 어떤 불행을 강요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 홍인기(대구대 경제학과 교수)

 

  탄탄한 구성과 박진감 넘치는 전개, 매력적인 캐릭터들! 고아, 악당, 추격전, 그리고 미스터리로 가득한 이 작품은 남녀노소 세대를 초월해 독자를 매료시킨다. 작가 필립 리브는 가히 SF 어드벤처계의 디킨스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 《가디언》

  필립 리브의 복잡다단한 상상의 세계는 해리 포터의 마법의 세계마저 단순해 보이게 할 정도다. 그는 힘 있는 스토리텔링과 위트 넘치는 인물 묘사, 그리고 선과 악이 혼재된 상황을 자유자재로 만들어 내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 《인디펜던트》

 

 

 

 

 

 

지식인의 서재, 장하준 편  - 바로가기

 

 

반지의 제왕〉 피터 잭슨 감독, 영화화 결정!

전 세계 SF 독자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고 있는 필립 리브의 대표작 『모털 엔진』은 4부작 '견인 도시 연대기'의 서막을 여는 작품이다. 지구 종말 이후의 세계를 다룬 이 일급의 SF 어드벤처 소설은 빼어난 성장 소설인 동시에 환경 소설이며, 남녀노소가 함께 읽을 수 있는 가족 소설이기도 하다. 작품에 넘쳐나는 거대한 스케일의 상상력 또한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생생하고 흥미진진하다.
'견인 도시'라 불리는 움직이는 도시 간의 먹고 먹히는 전쟁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복수 그리고 성장담은 SF 어드벤처 특유의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 2002년 '네슬레 스마티즈 어워드' 금상 수상
☆ 2003년 BBC 〈블루 피터 북〉 선정 '올해의 책'
☆ 2004년 웨버 카운티 도서관 선정 '꼭 읽어야 할 SF 걸작'
☆ 2007년 일본 SF대상 '성운상'(星雲賞) 해외장편 부문 수상

시리즈의 제1권 격인 『모털 엔진』의 주 무대는 견인 도시 런던이다. 매그너스 크롬이라는 시장이 장기 집권 중인 런던은 철저한 계급 사회. 더럽고 위험한 내장 갑판엔 하층 계급과 범죄자들이 살고, 쾌적하고 부유한 상층 갑판엔 고위직들이 산다. 열다섯 살의 고아 소년이자『모털 엔진』의 주인공인 톰 내츠워디는 역사학자 길드의 3등 견습생이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우상이자 역사학자 길드 회장인 테데우스 밸런타인을 돕다가 일그러진 얼굴의 소녀 헤스터 쇼를 만나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결국 헤스터와 함께 런던 밖으로 떨어진다. 한편 밸런타인의 딸 캐서린은 아빠가 자신에게 뭔가 감추고 있으며 크롬 시장이 꾸민 음모에도 연루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아빠가 정찰 비행을 나간 사이 뒷조사를 하던 캐서린은 엔지니어 베비스 포드를 만나 여러 가지 사건을 겪으며 진실에 접근해 간다.
'메두사'라는 비밀에 싸인 물건을 둘러싼 음모 속에서 런던 밖으로 떨어진 톰은 하늘, 땅, 바다를 종횡무진하며 노예로 팔려갈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반 견인 도시주의자들과 친해지는가 하면, 헤스터를 쫒는 사이보그 스토커 슈라이크와 목숨을 건 일전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거대 기갑도시 판체르슈타트-바이로이트에 잡아먹힐 위기에 처한 런던은 마침내 메두사의 정체를 드러내게 되고 주인공들은 서서히 파국을 향해 다가간다.

아는 만큼 보이는 소설!

『모털 엔진』은 환경 소설이자 폭주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를 담은 사회 소설로 평가받기도 한다. 견인 도시는 그 태생적 한계 때문에 결국 사라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작품의 제목인 '모털 엔진' 또한 '언젠가는 반드시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는 엔진(=도시)'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인류의 최대 과제인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과는 정반대의 시스템인 것이다. 혹자는 견인 도시가 자동차 문명에 대한 은유라고도 말한다. 반면, 인류가 '도시진화론'대로 살아간다면 심각한 자원 고갈과 자연 파괴로 인해 지구라는 행성이 지속될 수 없다고 믿는 '반 견인 도시주의자'들은 땅에 깊이 뿌리 내리고 살면서 자연친화적 삶을 모색하는 생태주의자들을 연상시킨다.
끊임없이 달리고, 다른 도시를 먹어치우고, 에너지를 소비하며 엔진을 가동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는 견인 도시는 브레이크 없이 질주 중인 현대 자본주의와도 무리 없이 겹쳐진다. 자기 반성이나 근원적인 성찰 없이 계속 가다가는 결국 자멸할 것이 뻔한 광란의 폭주 도시인 셈이다. 또한 산업혁명기 초반 런던의 뒷골목을 연상시키는 (말 그대로 아래층에 거주하는) 하층민 런던 시민들의 비참한 삶은 야수와도 같은 자본주의가 생산 체제 중의 하나가 아닌 지고지선의 이데올로기로 변모할 때 인류에게 어떤 불행을 초래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SF는 오락인 동시에 과학의 철학과 윤리를 보여 주는 장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모털 엔진』의 주요 등장 인물들이 역사와 기록, 예술과 느린 삶을 사랑하는 인문주의자들과 기술과 속도, 인공미과 효율을 중시하는 기계 만능의 실용주의자들로 구분된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그러나 이 작품의 핵심은 뭐니뭐니 해도 '반전'(反戰) 메시지, 즉 공존의 삶을 거부하고 전쟁을 벌이는 인류에 보내는 준엄한 경고이다. 인류 문명을 지켜 내고 인류애를 되살리는 대신, 자기들만의 생존을 위해 폭력으로 타인의 희생을 강제하는 모습은 결국 모두의 공멸을 불러올 뿐이다. 그래서 혹자는 소설 속 견인 도시주의자들과 반 견인 도시주의자들 사이의 오랜 다툼을 비인간적이며 부도덕한 제국주의와 반 제국주의의 충돌로 읽기도 한다.

 

 

전 세계 SF 독자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고 있는 필립 리브의 대표작 '견인 도시 연대기'의 두 번째 작품 『사냥꾼의 현상금』이 출간됐다. 견인 도시 연대기는 지구 종말 이후의 세계를 다룬 이 일급의 SF 어드벤처 소설은 빼어난 성장 소설인 동시에 환경 소설이며, 남녀노소가 함께 읽을 수 있는 가족 소설이기도 하다. 작품에 넘쳐나는 거대한 스케일의 상상력 또한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생생하고 흥미진진하다. 『사냥꾼의 현상금』은 1편보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장이다. 허풍선이 역사학자 페니로얄, 아름다운 십 대 여왕 프레야, 베일에 싸인 미스터리 집단 '로스트 보이', 그리고 외딴 섬 로그스 루스트에서 벌어지는 비밀스런 실험…. 롤러코스터처럼 숨 가쁜 모험 보따리와 함께 두 주인공의 깊고 복잡한 내면 세계가 더욱 섬세하게 드러나 읽는 재미를 더한다.

캐릭터는 진화한다!
1편의 인상적인 주인공 톰과 헤스터에 이어 2편 『사냥꾼의 현상금』에는 더 매력있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2편은 풍성한 캐릭터의 향연장이자 두 주인공이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진입하는 과도기의 흥미로운 러브 스토리라 봐도 무방하다.
일단 썰매 도시 앵커리지의 십 대 여왕으로 등장하는 '프레야'는 과보호 속에 자란 안하무인의 소녀가 어떻게 한 도시의 지도자로 성장해 가는지를 드라마틱하게 보여 주는 인물이다. 온 도시를 휩쓴 전염병에 부모를 잃고 아무 준비도 없이 졸지에 마그라빈(시장 혹은 여왕에 해당하는 호칭)이 된 프레야는 황폐해진 도시를 다시 일으키고 오직 마그라빈에게만 의존하려 드는 시민들을 사냥꾼 도시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두 가지 임무를 부여받는다. 그러나 프레야는 자기 손으로 세수를 하거나 옷을 입어 본 적도 없는 철부지 마마걸이자 마그라빈처럼 따분한 존재가 되느니 박물관을 운영하며 역사와 옛날 이야기에 푹 빠져 살고 싶은 사춘기 소녀일 뿐이다. 그런 그녀가 톰과 헤스터, 그리고 페니로얄 교수를 만나면서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몸도 마음도 자립해 가는 과정은 퍽 흥미롭다.
앵커리지 바깥에선 페니로얄 교수를 빠뜨릴 수 없다. 타고난 허풍선이에 입만 열면 구라가 쏟아지는 이 사이비 역사학자는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사실상 야바위꾼에 가깝다. 비겁하게 거짓말을 일삼다 결국엔 대형 사고를 저지르고 마는 이 밉상 캐릭터는 그러나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넉살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자기 입으로 자기 책이 얼마나 많아 팔렸고 얼마나 언론의 호평을 받았는지 떠벌리는 장면들, 그리고 앵커리지에서 겪었던 일들을 마구 과장하고 날조해 또 다른 대박 베스트셀러를 써내는 마지막 장면 등은 대중 소설 작가인 저자 필립 리브의 위트 넘치는 자기 성찰과 풍자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더 깊어진 감정 묘사와 풍성한 컨텍스트
그런가 하면 『사냥꾼의 현상금』은 다종다양한 해석의 결을 지닌 텍스트이기도 하다. 베일에 싸인 미스터리 집단 '로스트 보이'의 대장 격인 '엉클'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에 해당된다. 로스트 보이는 "엉클이 항상 제일 잘 안다."는 모토 아래 움직이는 물 속 도시 그림스비에 사는 일군의 고아 소년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한 마디로 그림스비는 미래의 '네버랜드'라고 봐도 무방하다. 『피터 팬』에서 소년들이 모여 살던 섬 네버랜드 말이다. 혹자는 그림스비의 모델이 찰스 디킨스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엉클을 제외하면 온통 아이들뿐인 이 도시는 철저한 감시와 도청이 이뤄지는 통제 사회다. 24시간 내내 어느 곳에나 도청 장치와 감시용 게 카메라가 즐비한 이곳은 완벽한 팬옵티콘(원형감옥) 모델을 구현 중이다. 즉,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신이 늘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 감시가 없는 상황에서도 자기검열이 작동하게 만드는 완벽한 '규율의 내면화'를 실현하고 있다. 사실 엉클은 보통 사람처럼 잠도 자고 시력도 나쁜, 허점 많은 인간에 불과하지만 소수의 측근들 외에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상처받은 인물들의 복수와 용서
베일에 싸인 과거를 지닌 엉클은 사실 아크에인절의 부잣집 도련님이었으나 노예 소녀 안나 팽을 사랑하게 되는 바람에 인생을 망친 비극의 주인공이다. 결혼을 약속했던 안나 팽이 엉클을 속여 비행선을 만들어 타고 달아나자 가족은 그와 인연을 끊어 버리고, 아크에인절은 노예 도주를 도왔다는 이유로 그를 얼음 황무지로 추방해 버린다. 시인을 꿈꾸던 청년은 그때부터 복수를 꿈꾸며 잔인하게 변해 간다. 그러나 사실 엉클은 아직도 안나 팽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매일 밤 꿈에서 실연당한 채 빈털터리가 되어 쫓겨나던 당시의 악몽을 꾸는 상처받은 남?일 뿐이다. 작은 체구와 창백한 피부로 안경을 쓰고, 우스꽝스런 차림새를 한 엉클은 사랑과 배신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지닌 연민의 캐릭터인 셈이다.
하지만 『사냥꾼의 현상금』은 뭐니릹니 해도 헤스터의, 헤스터에 의한, 헤스터를 위한 소설이라 봐야 한다. 2권의 모든 사건이 그녀의 열등감과 질투심, 배신감, 죄책감, 동정심 등에서 촉발되기 때문이다. 훌륭한 소설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갈등이 아닌 캐릭터 내면의 모순에 의해 위험(갈등)에 처하고 사건이 벌어진다는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2권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의 뿌리엔 헤스터의 '마음'이 있다. 그녀의 사랑과 그로 인한 아픔이 모두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인 것이다. 3권을 암시하는 마지막 장의 내용들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3권에선 성인이 된 그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필립 리브의 복잡다단한 상상의 세계는 해리 포터의 마법의 세계마저 단순해 보이게 할 정도" (인디펜던트)라는 평가를 받은 작가 필립 리브가 일필휘지 막힘없이 써 내린 '미래 도시 이야기',
그 3번째 권 『악마의 무기』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이번 책 『악마의 무기』도 작가의 그러한 면모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60분 전쟁'으로 초토화된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바다 위를 떠다니는 뗏목 휴양 도시에서 벌어지는 열다섯 소녀 렌의 모험과 성장 스토리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긴박하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견인 도시 연대기', 핵전쟁 후 미래의 인류 이야기
'견인 도시 연대기'는 궤도 발사 원자탄과 '60분 전쟁'이라는 이름의 맞춤형 바이러스 폭탄으로 지구가 초토화된 지 3천 년 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는 폐허가 된 땅과 바다, 계속되는 자연재해 속에서 거대한 바퀴와 모터에 의지해 움직이는 '견인 도시'를 만들어 강한 도시가 약한 도시를 잡아먹으며 한 해, 한 해를 나고 있다. 도시를 잡아먹는단 말은, 큰 도시가 작은 도시를 점령해 그것을 이루고 있는 쇳덩어리며 연료, 먹을거리 같은 것을 빼앗고 시민들은 잡아서 노예로 부리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힘없는 약한 도시들은 큰 도시를 만나면 바퀴를 굴리며 정신없이 도망가기에 바쁘다.
그러나 인류가 계속 도시를 잡아먹으며 살아간다면 어느 순간에는 심각한 자원 고갈과 자연 파괴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잡아먹을 수 있는 도시'라는 자원 또한 한정적인 까닭이다. 이러한 문제를 의식하고 견인 도시 약육강식 시스템에 반대하는 '반 견인 도시주의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온 세상을 다시 녹색으로 만들자!"라고 외치며 연합 세력을 구축하여 견인 도시들에 맞서기 시작했다. 세상을 녹색으로 만들려면 먼저 인류가 이동해 다니지 말고 한 곳에 정착하여 농사를 지어야 할 것이다. 농사를 짓거나 물고기를 잡거나 광물을 캐내는 정착민은, 필연적으로 바퀴를 굴리며 이동해 다니는 견인 도시들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견인 도시들과 반 견인 도시 연맹 간에 대립이 심각해지고 결국 지구는 제2의 전쟁을 하게 된다.
그런 미래의 지구, 견인 도시 런던에서 톰이 태어난다. 톰은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고아로 역사학자 길드의 견습생이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우상이자 역사학자 길드 회장인 테데우스 밸런타인을 돕다가 일그러진 얼굴의 소녀 헤스터 쇼를 만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그녀와 함께 제니 하니버를 타고 다니며 모험을 하게 된다.

『악마의 무기』, 비밀의 '틴 북'으로 시작된 바다 위의 모험
'견인 도시 연대기'의 3번째 권인 『악마의 무기』는 땅 위를 달리며 작고 약한 도시들을 집어삼키던 런던이 '반 견인 도시' 세력을 무릎 꿇리려다 스스로 멸망하고(견인 도시 연대기 1권 『모털 엔진』), 썰매 도시 앵커리지가 북아메리카 바인랜드의 호숫가에 정착한 지(견인 도시 연대기 2권 『사냥꾼의 현상금』) 16년 뒤의 이야기이다.
그사이 톰과 헤스터는 앵커리지에서 결혼을 하고 딸 렌을 낳아 키우고 있다. 밝고 총명하게 잘 자란 렌은 이제 열다섯 살이 되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앵커리지의 생활이 만족스러운 톰과 헤스터와 달리 렌은 앵커리지가 지루하기만 하고 뭔가 사건이 없을까, 바깥세상은 어떨까 궁금해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기생 해적 로스트 보이들이 '틴 북'을 찾아 앵커리지에 숨어든다. 틴 북에는 견인 도시들과 반 견인 도시 세력 간의 전쟁을 종식시킬 가공할 무기에 대한 정보가 쓰여 있다는데….
렌은 로스트 보이들이 틴 북을 훔치는 것을 돕는 대가로 자신을 앵커리지 바깥세상으로 데려가 달라고 한다. 하지만 한차례 소동을 겪고 바다로 나왔을 때 맞닥뜨린 현실은 렌이 꿈꾸고 기대한 모험이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을 무렵, 바다에서 전파를 타고 이런 메시지가 들려온다. "깊은 바다의 어린이들이여! … 제발 우리에게 오세요!" 그녀는 그대로 로스트 보이들의 소굴로 끌려가느니, 그 메시지의 발원지인 뗏목 휴양 도시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 피쉬케익을 설득하여 그곳으로 간다.
이후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 딸을 찾아 나선 톰과 헤스터, 틴 북을 탐내는 노예 상인 슈킨과 시장 페니로얄, 전함을 몰고 틴 북을 찾아 나선 그린 스톰(급진적인 반 견인 도시 세력)의 사령관 스토커(사이보그) 팽, 그리고 아직도 헤스터를 찾아다니는 슈라이크가 바다 위 뗏목 도시로 모여들면서 사건은 더욱 얽혀드는데….

악마의 무기, 그리고 더 강력한 인간의 무기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악마의 무기'란 대체 무엇일까? 어쩌면 악마의 무기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틴 북 자체일 수 있다. 틴 북 때문에 앵커리지에 숨어든 기생 해적들이 죽고, 렌이 납치되고, 슈킨이 음모를 꾸미고, 스토커 팽이 전함과 전투 비행선을 몰고 와 뗏목 도시 브라이튼은 물론 가을의 첫 보름달 축제를 즐기러 온 도시들을 쑥대밭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책에는 무시무시한 무기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악마의 무기는 그것만은 아닌 듯하다. 스토커 팽 암살 임무를 띠고 부활한 슈라이크도 악마의 무기일 수 있고, 한발 더 나아가 그런 모든 살인과 파괴를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의 악한 마음이 악마의 무기일 수도 있다. 무언가를 끝없이 욕망하는 인간의 마음이 악마의 무기가 되어 '도시가 도시를 잡아먹는 미래의 지구'를 낳았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의 선한 마음에 귀 기울인다.
관목 숲에서 애원하는 눈초리로 두 사람을 올려다보며 페니로얄이 속삭였다. "도와줘!"
렌이 페니로얄에게 가까이 가는데 테오가 말했다. "그냥 둬."
"그럴 수는 없어." 렌이 말했다. 그녀도 페니로얄을 그냥 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한 짓을 생각하면 페니로얄은 그녀의 도움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를 돕지 않으면 렌도 페니로얄이랑 똑같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렌은 페니로얄 옆에 꿇어앉았다. 그리고 웃옷의 단을 찢어 머리에 붕대처럼 감아 줬다. (본문 중에서)

렌은 총에 맞은 페니로얄을 구해 준다. 사실 그는 거짓말쟁이, 사기꾼에 렌의 아빠인 톰을 총으로 쏘고 비행선을 훔쳐 달아난 원수였다. 그러나 렌은 아파하는 그를 모른 척하지 않는다. 무조건 모험이 하고 싶다며 징징거리던 렌은 그렇게 한 뼘 더 성장한 것이다. 어쩌면 작가는 그런 렌을 통해 악마의 무기에 맞설 수 있는 더 강력한 인간의 무기를 그려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장하준 교수가 극찬한 SF 소설
모털 엔진
김희정 역/필립 리브 저
사냥꾼의 현상금
김희정 역/필립 리브 저
악마의 무기
김희정 역/필립 리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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