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Some place../Richboy, 책방을 뒤지다!

주말에 읽으면 좋을 우리 소설 두 편 - 깊은 밤 기린의 말 외1편

by Richboy 2011. 3. 26.

 

우리 시대 대표 작가 10인의 베스트 작품집!
오랜 세월 축적된 연륜과 체험,
그로부터 비롯된 그윽한 소설적 내공과 인문적 향기를 맛보는 즐거움.


박완서, 이청준, 최일남, 윤후명, 이승우, 권지예, 이나미, 조경란, 김연수, 이명랑 등 이름만으로도 독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작가들의 단편을 한 자리에서 만난다. 한국 문단의 원로와 중견,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엮어낸 이 책은 계간 「문학의문학」 창간호부터 3년 넘게 발표돼 온 ‘우리 시대 최고 대가들과 중견 작가들의 주옥같은 단편들’ 중 10편을 엄선해 수록했다.

표제작인 김연수 작가의 「깊은 밤, 기린의 말」은 균열되어가는 한 가족이 다시 화합하고 소통하기까지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내성적 성격의 쌍둥이 자매와 자폐아 태호를 낳은 뒤 엄마는 좌절하고 그에 대한 돌파구로 시를 쓰기 시작하지만, 아이들은 엄마의 시가 점점 난해해진다며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 좀처럼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던 태호는 우연한 기회에 가족이 된 강아지 '기린'이와 마음을 나누기 시작하고, 이는 그들 가정을 되살리는 따뜻한 불씨가 된다.

이 외에도 책에는 고 박완서 선생의 유작 단편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고 이청준 작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단편 「이상한 선물」, 제15회 김준성문학상 수상작인 이나미 작가의 「마디」 등 10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10인의 작가들은 각각의 개성 넘치는 문체로 세상과 사람, 우리가 몸 담고 있는 크고 작은 집단에 대해 이야기하며 문학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는 참맛을 선사한다.


 

 

 

「그리워하다 죽으리」 줄거리

이조참의 이광표의 소실로 한양에 왔다가 파혼 당한 연화는 시인 김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파혼 당한 관기 신분인 연화는 고향인 함경도 부령으로 돌아가야 하고, 김려는 경남 진해로 유배를 떠나게 되어 두 사람 사이에는 3천리의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함경도에서 경상남도까지 편지가 닿는 데에 300일. 그럼에도 그들은 평생을 사랑하고 그리워한다.
오랜 세월 동안의 유배가 해제된 뒤 김려는 연화를 찾아 부령으로 무작정 길을 떠난다. 부령으로 가는 길, 한때 유배길이었던 그 길을 되짚어 가며 김려는 일생을 바쳐 사랑한 여인, 연화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으로 고통스럽다.
한편 부령의 연화는 평생 김려를 기다리며 수절을 하다가 곤욕을 치르고 죽음의 문턱 앞에 와 있다.
김려는 연화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컴컴한 어둠 속에서도 가뭇하게 떠오르는 하얀 얼굴. 아아, 나의 사랑, 나의 연화야. 죽거나 살거나 같이하자고 속삭이던 앵두처럼 붉은 입술. 부령을 떠나올 때 그렁그렁 눈물이 괴어 있던 커다란 눈. 아아, 정녕 미치도록 보고 싶구나.
나는 터벅터벅 걸음을 떼어놓았다. 연화가 있는 부령까지는 천릿길,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다. 나는 연화를 만나러 가기 위해 부령을 향해 걸을 떼어놓고 있는 것이다. 유배가 해제되어 한양으로 돌아온 지 닷새 만의 일이었다._ 본문 중에서

김려의 편지는 3천리를 날아서 왔다. 나는 김려의 편지를 받고 울었다. 그리고 몇 번이나 편지를 썼다가 찢으면서 다시 썼다.
“서방님의 편지를 받고 보니 첩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는 그와 같이 어리석은 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워하다가 죽는 한이 있어도 서방님을 기다릴 것입니다. 아니 서방님을 다시 만나기 전에는 결코 죽지 않을 것입니다. 긴긴 가을밤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거나, 깊은 겨울밤 눈이 사락사락 내리는 소리를 듣게 되면 보고 싶기야 할 테지요.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하면서 기다릴 것입니다. 해마다 꽃은 피고 지고, 내 그리움이 켜켜로 쌓여 산보다 높아지겠지요. 서방님이 오시지 않는다고 해도 기다릴 테야요. 정녕 오시지 않으면 그리워하다가 죽을 것입니다.”
나는 울면서 편지를 썼다. 나의 편지는 김려의 하인 위서방이 날랐다. 그래서 우리의 편지는 1년에 한 두 번씩 주고받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내가 김려에게 편지를 보냈을 때도 3천리를 지나서 갔다. 우리의 편지는 언제나 3천리를 왕래했다._ 본문 중에서

팩션역사소설을 읽는 재미 _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과 관기의 삶을 들여다보다

소설 「그리워하다 죽으리」는 18세기 조선의 시인이자 유배객인 김려와 부령도호부 부기 연화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다.
김려는 1797년(정조 21년) 강이천의 옥사에 말려들어 재판도 받지 않고 함경도 부령으로 귀양을 가게 된다. 귀양길에서 겪은 혹독한 고초와 부령에서 만난 연화와의 사랑 이야기는 각각 『감담일기』와『사유악부』에 남아 있다.
연화는 어떤 여인인가? 이름은 연화, 자는 춘심, 호는 하헌으로 부령 관아의 배수첩이다. 배수첩이란 유배객의 시중을 드는 여인을 말한다. 연화는 금기서화에 능하고 문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절세미인이다. 더욱이 조선시대 북부지방의 기생들과 같이 무예도 능했다.
김려는 부령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연화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여 『연희언행록』을 지었다. 선비가 기생의 언행록을 지었다는 사실도 놀랍거니와 그녀를 회상하면서 그리워 몸부림치는 『사유악부』같은 시집을 남겼다는 사실은 조선시대 5백년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조선시대 5백년 역사에 길이 남을 아름다운 두 사람의 사랑은 과연 어떠했을까? 함경도 부령과 경상도 진해, 오늘날에도 멀게 여겨지는 3천리 밖에서 그들은 300일 걸려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지켜냈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오랜 기다림, 깊은 그리움을 아름다운 수십 편의 시와 편지로 음미해 본다.

 

 

 

124

주말에 읽으면 좋을 우리 소설 두 편
그리워하다 죽으리
이수광 저
깊은 밤,기린의 말
박완서 저/조경란 저/이청준 저/이승우 저/윤후명 저/김연수 저/권지예 저/이명랑 저/이나미 저/최일남 저
예스24 | 애드온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