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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읽으면 좋을 교양 신간 - 11월 둘 째 주

by Richboy 2011.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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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을 넘어 생활이 된 인터넷

2011년 가을. 직장인 구보씨는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알람에 잠을 깨고 샤워를 한 뒤 배달된 아침식사를 먹는다. 오늘의 아침식사는 과일 샐러드. 소셜커머스 공구를 통해 한 달 동안 아침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신청했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며 아침식사를 마친 구보씨는 이제 출근길에 오른다. 버스에서 잠시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멘션을 확인하며 카카오톡으로 여친과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컴퓨터를 켜자마자 메일 확인을 하고, 거래처에 메일을 보낸다. 사내 메신저를 통해 타 부서에서 자료를 받고 미리 다운받아 놓은 템플릿 파일을 이용해 프레젠테이션에 쓸 파일을 만든다. 점심시간에는 미리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 둔 맛집을 찾아 동료들과 식사한다. 회사로 돌아와서는 근처 커피숍에 앉아 와이파이를 연결한 뒤 주식 게시판의 글을 훑어보고는 …

만약 구보씨가 하루 동안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메일과 메신저로 간편하게 주고받던 서류나 자료는 팩스나 우편으로 주고받아야 하고, 각종 SNS를 통해 친목을 다졌던 이들과는 직접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통해 안부를 물어야 한다. 그 외에도 구보씨의 모든 생활은 큰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인터넷 이용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자 수는 3,700만 명으로, 만 3세 이상 인구의 77.8%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0월 28일부로 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2,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게시판, SNS 등의 사적인 활동부터 업무, 문화, 교통에 이르는 거의 모든 영역을 연결하는 인터넷은 모든 과정을 빠르고 편리하게 이루어지도록 해 주는 최고의 매체라 할 수 있으며 각종 사회 참여의 장을 마련해주는 스마트한 도구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런 인터넷의 모습에 이면은 없을까? 과연 인터넷의 상호연결성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만을 가져다줄까?

인터넷이 촉발한 연결과잉 상태의 사회

우리 모두는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 연결 방식 또한 다양하다. 가까이는 가족이나 친구 관계부터 시작하여 이 글을 매개로 읽는 사람과 쓴 사람이 연결되기도 하고, 책을 사이에 놓고 독자와 저자가 연결되기도 한다. 범위를 조금 더 넓혀 보면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216만 명의 사람들은 박원순 후보가 서울을 더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 것이라는 믿음으로 연결되었다. 그중에는 한 번의 투표만으로 약하게 연결된 사람들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박원순 후보를 홍보하거나 선거운동에 참여하며 더욱 강하게 연결된 이들도 있다. 이러한 연결성은 새로운 연결수단이 등장할 때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를테면 19세기에는 철도를 통해 물리적인 연결성이 크게 증가했고, 정보적 연결수단인 무선전신과 결합하며 연결성은 더욱 강화되었다.
≪과잉 연결 시대≫는 바로 이런 연결성에 주목해 연결과잉 시대에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을 짚어 보고,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다. 이 책을 쓴 윌리엄 데이비도우는 인텔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개발을 이끌며 수석 부사장을 지내고 현재 첨단기술 벤처투자회사를 이끌고 있는 실리콘밸리 1세대 인물이다. 기술의 발전을 선두에서 이끌며 인터넷 시대의 도래를 가장 가까이서 목격한 저자는 이 책에서 연결과잉 현상이 긍정적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증명해낸다.
윌리엄 데이비도우는 연결성에 따라 사회의 모습을 연결이전(underconnected) 상태, 상호연결(interconnected) 상태, 고도연결(highconnected) 상태, 연결과잉(overconnected) 상태로 구분하고,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연결수단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연결과잉 상태로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연결과잉 사회는 사회 각 주체들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주변 환경이 각각의 변화 속도에 대처하지 못하는 단계를 이른다. 20세기 초, 미국의 사회학자인 윌리엄 오그번(William Ogburn)이 문화의 한 요소와 다른 요소 간의 변화 속도 차이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부조화를 ‘문화지체(culture lag)’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듯이 과도한 연결로 인해 우리 사회가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는 연결과잉의 시대를 감당할 수 있을까?

저자는 연결과잉 현상으로 포지티브 피드백이 강화되면서 그 부작용이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포지티브 피드백’은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하나의 변화가 일어남으로써 또 다른 변화가 강화·증폭되어 시스템 전체에 원래보다 훨씬 큰 자극을 준다는 의미이다. 그 결과 사회의 각 시스템은 균형을 회복하지 못하고 변화에 휘둘리다가 사소해 보이는 사고에도 큰 문제점을 노출하게 되어 사회 전체에 엄청난 타격을 입힌다는 것이다. 저자는 금융국가 아이슬란드의 몰락, 2008년 금융 위기 등의 다양한 예를 통해 이를 논증해 나간다.
아이슬란드는 본래 어업 위주의 외딴 섬나라였지만 인터넷이 급속하게 보급되면서(2008년 기준 인터넷 접속 가구 비중 99%) 금융업이 크게 성장했다. 아이슬란드의 은행들은 민영화 이후 국내 시장뿐 아니라 전 유럽을 대상으로 온라인 저축은행 영업을 펼쳐 나갔고, 유입되는 자금은 점점 늘어 갔다. 변방의 작은 나라는 금융업의 힘으로 2005년 기준 1인당 국민 소득이 세계 5위에 이르렀고 2007년에 아이슬란드인이 보유한 국외 자산은 2002년 대비 50배나 증가했다.
은행업은 기본적으로 적절한 이자를 제공해 자금을 모은 뒤 그 자금을 운용해 더 높은 이자로 대출하며 차익을 실현하는 업종이다. 은행이 외부로 대출해 준 자금은 대개 오랜 시간에 걸쳐 운영되지만 고객이 은행에 맡긴 자금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만 운영되기에 수많은 예금자와 기관들이 한꺼번에 자금 회수(뱅크런)를 요구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연결과잉을 통한 포지티브 피드백으로 작동하던 아이슬란드의 은행들은 덴마크의 은행 한 곳이 ‘아이슬란드의 대외채무가 국내총생산의 약 3배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부터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이 잠시 발을 빼자 아이슬란드 통화 크로나의 가치가 폭락했고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었으며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쳤다. 위험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아이슬란드는 순식간에 몰락의 길을 걸었다.
2008년 금융 위기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겪었다. 이율과 고위험 투자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낮아진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더욱 유리한 조건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찾게 되고, 주택 가격을 감정하는 시스템이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금융공학자들은 이론상으로 위험의 여지가 없는 금융상품들을 만들어 냈다. 때마침 미국 정부는 전 국민이 주택을 소유하게 하자는 정책을 폈지만 정작 사람들이 주택을 소유할 만큼의 재정 능력을 갖추게 하는 과정은 소홀히 하고 말았다. 저리 금융이 만든 서브프라임 시장의 광란, 이를 부채질한 인터넷, 점점 커져 가는 부동산 버블, 저축보다는 끊임없이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 맞물려 포지티브 피드백을 형성했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자 호황은 순식간에 끝났다. 수백만 명이 파산했고 금융시장, 제조업, 서비스업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저자는 이외에도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 동구권의 붕괴 과정, 2010년부터 계속된 그리스 경제 문제, 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벼농사 문제 등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연결과잉 현상이 어떤 문제점을 가져오는지, 연결과잉 상태의 사회는 왜 작은 문제에도 쉽게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를 짚어본다.

 


과잉 연결 시대

저자
윌리엄 데이비도우 지음
출판사
수이북스 | 2011-10-2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인터넷이 유발하는 연결과잉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일상이 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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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까닭 없이 눈물이 흘러내리는 이유는 뭘까?
가끔씩 욱하는 성질을 이기지 못하는 건 왜일까?
왜 나는 그토록 미워했던 아버지를 그대로 따라서 할까?


"누구나 내면에 다섯 살짜리 아이가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 고통을 받고 있다면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당신 내면을 찬찬히 바라보세요. 어쩌면 그 아이가 웅크린 채 울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미세요. 아이의 손을 토닥이며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매일매일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덧 그 아이는 당신의 마음속에서 즐겁게 뛰어놀고 있을 거예요. 그러면 당신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을 거예요."

전 세계인의 정신적 스승 틱낫한 스님이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
마음속 응어리와 트라우마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가까운 사람의 사소한 한 마디에 걷잡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 머리로는 '내가 왜 이러지?' 싶은데, 가슴으로는 멈출 수가 없다. 결국은 폭발! 곧이어 뒤따라오는 후회로 마음의 그림자는 더 짙어진다. 그때 왜 그랬을까? 그 화는 대체 어디서 왔을까? 틱낫한 스님은 그 화가 우리 내면에 있는 아이의 상처에서 왔다고 말한다. 무의식 속에 꾹꾹 눌러 두었던 그 아이의 고통이 사소한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로 촉발되어 겉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의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는 우리의 화와 고통도 치유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안에 있는 아이를 만나서 다독여 주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 아이를 달래 주는 편지를 쓴다.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아이뿐 아니라 우리를 아프게 하는 상대방의 내면에 있는 아이의 상처까지 보듬어 줄 수 있는 지혜와 너른 품을 길러야 한다.
틱낫한 스님은 이 책에서 내 안에 있는 아이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리하여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8가지 지혜와 7가지 방법을 구체적으로 다정하게 일러준다. 모두 금방 이해되며 일상에서 당장 해볼 수 있을 만큼 쉽지만 그 효과는 깊다. 스펙 쌓기에 바쁘고, 생활에 치여 살다가 문득 만난 마음속 응어리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화해』는 달빛 같은 은은한 미소를 비춰 줄 것이다. 아픔을 간직한 나에게, 나를 아프게 하는 이에게, 아파하는 사람에게 '화해'를 선물하자.

"나 여기 있어."

우리가 마음의 고통을 겪을 때마다 내면의 아이는 "나 여기 있어. 나를 좀 돌봐줘."라며 우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이 목소리를 우리가 듣지 못하는 건, 그 상태에 빠져든 나머지 다른 것을 알아차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틱낫한 스님은 한 번의 고요한 호흡, 한 번의 고요한 발걸음을 권한다. 이를 통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상태에서 잠시 빠져나와, 마치 밖에서 구경하듯 우리 자신을 바라보면 우리를 부르는 내면의 아이를 발견할 수 있다. 아이를 만나면 달빛처럼 은은한 미소를 보내라. 아이가 우리에게 다가와 이야기를 건넬 것이다.

'상처'는 유전된다

내면의 아이가 겪는 고통은 대개 우리가 어릴 적 받았던 상처가 원인이다. 아버지나 어머니,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내뱉은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우리에게 상처를 줬고, 우리가 그것을 그대로 내버려둬서 지금까지 아픈 것이다. 그런데 그분들은 왜 우리에게 그런 말이나 행동을 했을까?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분들 내면에도 상처받은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몰라 방치했기 때문에, 상처받은 아이가 겪는 고통이 우리를 향해 표출된 것이다. 마찬가지 원리로, 우리가 그분들처럼 내면 아이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다면 그 상처는 다음 세대로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상처의 연결고리를 끊는 일이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내 안의 아이와 화해하라
그러면 인생이 행복해진다


대를 이어 내려온 상처를 볼 수 있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아픔을 주는 직장 동료와 친구를 따스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상처받은 아이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동병상련의 감정이 솟아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선 무의식에 가둬 두었던 내 안의 아이를 불러내어, 그동안 모른 체 해서 미안하다고, 앞으로 그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상처를 돌보고 아픔을 함께 치유하자고 약속해야 한다. 고요히 걷고, 고요히 숨을 쉬며 그 아이의 말을 들어 주고, 그 아이의 손을 다독여 주고, 그 아이가 뛰어놀도록 한다. 그렇게 해서 내 안의 상처받은 아이가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그날, 우리 자신도 자유를 되찾게 된다. 한 발 더 나아가 우리에게 아픔을 준 사람들이 자유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게 된다. 내 좾의 아이를 치유하는 일은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다. 우리의 미래 세대까지 다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이렇게 우리는 고통에서 배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화해

저자
틱낫한 지음
출판사
불광출판사 | 2011-11-11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아파하는 사람에게 ‘화해’를 선물하자!내 안의 아이 치유하기『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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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이듬해 프로야구는 시작되었고,
우리는 야구처럼 커왔다. 촌스러웠고, 즐거웠다.
혹독하고 뻔뻔했으며, 지금은 시끄럽다.
시끄러운 세상의 구석에 선 채로 야구를 본다.

우리는 야구처럼 커왔고, 야구 때문에 즐거웠다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 30년이 흘렀다. 그즈음에 태어나, 아버지의 어깨 너머로 야구를 보던 코흘리개도 이제 삼십대에 가깝다.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는 야구와 함께 자라온 세대인 시인 서효인이 ‘서툰 제구력’으로 세상에 던진 첫 산문집이다. 이 책에서 그는 매일 치고 달리며, 막고 던지며, 야구처럼 자라난 동세대의 감수성을 풀어내고 있다.

1980년대에 태어나고 자라난 세대. 어른들 민주화 운동할 때는 코 흘리기 바빠서 세상에 기여한 게 있을 리가 없다. 세상 좀 알아갈까 싶은 사춘기에는 IMF가 터져서 부모님 눈치 보느라 대학 입학원서 넣기가 참 미안했다. 입학해서는 학자금 대출 이자 갚느라 각종 아르바이트를 섭렵해야 했고, 졸업 후에는 부도수표 같은 이력서 남발하느라 정신이 없는 세대. 그러면서 기성세대에게는 ‘좀 놀 줄 안다는’ 혹은 ‘세상일에 관심 없다는’ 이유로 온갖 잔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는 세대……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에는 이런 우중충한 청춘의 나날들을 경쾌하고 발칙하게 살아가고 있는 삼십대의 몽타주가 담겨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야구 수다’일까.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은 참으로 많다. 야구, 좀 안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시인 서효인에게 야구는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공놀이’일 뿐만 아니라, 추억이며 감동이다. 그는 ‘야구 전문가’가 아니라, 야구와 얽힌 ‘추억 전문가’다.

‘나는 그날 야구를 처음 만났고, 내가 사랑할 팀의 선수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았다. 처진 어깨의 고향 사람들은 야구장에 가서 어깨 펴고 돌아왔다. (……) 야구장은 그런 추억이 뒤섞이는 공간이다. 상대방의 추억과 우리의 추억이 스며든 두 가지 색 유니폼이 한판 대결을 펼치는 곳이다.’

저자는 퇴물이 되어버린 후보선수의 뒷모습을 보며 가족을 위해 일하는 아버지를 떠올린다. 프로야구 드래프트 현장을 지켜보며 이력서 쥐고 발품 파는 또래들을 생각한다. 새내기 때 올림픽 야구를 보던 친구들과 8년 후 다시 만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올림픽 야구팀을 응원한다. 가을잔치가 열린 2009년, SK 와이번즈를 응원하는 여자친구와 KIA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저자가 아기자기한 사랑싸움을 벌인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쌍방울 레이더스를 떠올리며 ‘우리’의 IMF를 되씹어보기도 하고, 야구 룰을 잘 모르는 애인에게 친절하게 야구를 가르쳐주는 법도 알려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밤새 수다를 떨듯이, 야구 이야기를, 꼭 야구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예쁘고 멋진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게 돼서 다행이다. 당신이어서 영광이다. 오늘 나는 밤을 샐 작정이다. 야구 이야기를 쉬지 않고 하면서 지구 밑으로 가라앉은 태양이 다시 머리 위로 떠오르기를 기다릴 것이다. 오늘의 야구와 내일의 야구에 대해서 그리고 당신의 야구와 나의 야구에 관하여. 그러니 당신, 나와의 수다는 어떤가. 태양까지 홈런을 날리잔 말이다._프롤로그

그는 고백한다. ‘사실 야구 잘 모르겠다’고. ‘그 두근거림에 대해, 그 기다림에 대해 설명할 방법이’ 그에게는 없다. 그저, 오래도록 기다려온 단 한순간의 근사함을 상상할 뿐이다.

우리 대부분은 2군이거나 후보다
하지만 모든 순간은 빛나는 기회다


시인과 소설가들이 방망이를 휘두르며 야구를 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는가? 사회인야구를 하면서 ‘뻣뻣한 몸을 혹사’하는 그들. 거의 지고 아주 가끔 이기는 그들. 원정 경기를 떠나서, 다음 날 펼쳐질 경기는 새까맣게 잊고 음주가무를 즐기기 바쁜 그들. 저자 서효인은 문인 야구단 ‘구인회’에서 포수를 맡고 있다.

이 책에서 서효인은 언제나 지는 팀의 포수, 하지만 지는 게 지는 게 아니라며 마스크 너머에서 씨익 웃는 포수, 그래서 풀 죽은 동료들을 향해 파이팅!을 외치는 포수 역할을 맡고 있다. _심보선(시인)

포수는 이른바 팀의 ‘안방마님’. 서효인은 거의 항상 지는 팀의 ‘안방마님’이다. 외야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홀로 맞으며, 동료의 얼굴을 하나하나 마주보는 포수인 그는 가슴 짠한 이야기와 벅찬 이야기를 시인의 감수성으로 들려준다.

최근 우리 문단에서 가장 주목 받는 젊은 시인 중 한 사람인 서효인. 그는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으나 몸뚱이 때문에 실패’하고, ‘야구캐스터가 되고 싶었으나 스펙 때문에 좌절’하고, ‘야구기자가 되고 싶었으나 재빠르지 못해’ 결국은 ‘시를 짓고 글을 쓰며 가난한 시간을 그럴싸하게 보내게’ 되었다고 스스로 진술하고 있다.

그의 친구들도 다르지 않다. 공무원 시험만 2년째 보고 있는 녀석, 역시 휴학계를 내고 강사일로 돈 버는 녀석, 편입시험에 실패하고 학교로 돌아가 적응 못 하고 헤매는 녀석, 대학원으로 피신하더니 점점 수척해지는 녀석. 옛날 어느 날처럼, 모두 모여 야구를 본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결승전이다. 금메달이다. 온 동네 젊은이들이 정규직에 취업이라도 한듯 기뻐 날뛴다. 그리고 찾아오는 침묵 그리고 허전함.
‘그런데 우리는? 우리도 9연승 하고 금메달 목에 걸 수 있을까?’

어린 시절 함께 야구를 하며, 야구장을 다니며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 이제는 뿔뿔이 흩어져 대학에 진학하고, 순식간에 졸업을 하고…… 도서관에 앉아 이력서를 쓰면서야 어렸을 때 꾸었던 꿈을 뒤돌아본다. 우리는 문득, 알 수 없는 그리움에 빠져든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뜬다.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현실이 앞에 있다. 여기서 ‘우리 대부분은 2군이거나 후보’다. 모두가 강속구 투수와 홈런 타자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하지만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는 말한다. ‘아직까진 파울이니까 괜찮아’라고. 끊임없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파울.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는 이런 야구 이야기다.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의 짠한 스윙과도 같은 이야기. 야구처럼 자라고, 야구처럼 즐거운 사람들의 발칙한 전력질주.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저자
서효인 지음
출판사
다산책방 | 2011-10-3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모든 순간은 빛나는 기회다!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의 저자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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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식재료의 결정체가 녹아 있고 자연의 놀라운 힘이 살아 있는 막걸리,
사람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쉼 없이 닿는 술에 얽힌 깊고 따듯한 이야기들

필자가 추천하는 막걸리 기행의 테마는 효모의 숨결이 살아 있는 막걸리의 요람, 즉 양조장을 찾는 것이다. 각 지역의 땅과 물, 바람, 무엇보다 사람을 닮은 막걸리는 그 맛과 모양새가 갖가지다.
개성 강한 막걸리만으로 이야깃거리는 충분하지만 필자는 술 빚는 사람의 남다른 사연 또한 놓치지 않는다. 3대째 막걸리를 빚는 가문, 움직여야 사람이라며 바지런히 술을 빚는 백수 앞둔 어르신의 노익장, 반세기 넘도록 한결같이 막걸리를 빚어온 우직한 부부, 막걸리의 8할은 물맛이라며 한사코 우물물을 고수하는 고집스런 장인의 이야기 등은 담백하면서도 웅숭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 여운은 끝내 사람을 조명하는 필자의 자상한 시선 덕분에 따듯하기만 하다.
느리고 고되지만 바르게 술 빚는 장인들의 이야기는 ‘빠르고 손쉽고 편하게’ 사는 것만이 삶의 미덕이 되어가는 현대인에게 은근한 지침을 준다.

지역 막걸리 · 먹거리 · 볼거리 정보를 한곳에,
집에서 만드는 나만의 기능성 막걸리 레시피를 한눈에!

여행은 정신과 육체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배고픈 소크라테스이기를 원하는 한편으로 금강산도 식후경이길 바라는 존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만족을 선사하기 위해 유명 먹거리와 볼거리 정보를 소상히 담았다. 수많은 원조 틈바구니에서 속지 않고 알짜배기 맛집을 찾는 팁, 처음 가보는 여행지에서 우왕좌왕 않고 흙 속의 진주와 같은 명소를 찾는 팁에 귀 기울여보자. 특별부록으로 제작된 전국막걸리지도를 활용한다면 전문여행가 부럽지 않은 나만의 막걸리 기행을 완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백미는 집에서 빚을 수 있는 막걸리 레시피를 소개한 점이다. 막걸리의 주재료인 천연누룩 만들기부터 일반 쌀막걸리, 천연 식재료를 활용한 기능성 막걸리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이 다채롭다. 블루베리 · 복분자 · 사과 · 배 등을 이용한 과일막걸리, 옥수수 · 흑미 · 밤 · 호박 등을 활용한 곡물막걸리, 연잎 · 솔잎 · 뽕잎 · 국화 등을 사용한 잎막걸리와 같이 의외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기능성 막걸리 제조법을 친절한 과정사진을 곁들여 설명한다.

 


막걸리 기행

저자
이원종 지음
출판사
랜덤하우스 | 2011-11-04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아주 특별한 술 빚는 이야기!전통, 역사, 개성이 있는 막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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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범죄소설의 여왕' 탄생!
매력적인 여형사가 펼치는 흥분과 스릴 넘치는 추격전


『콜미 프린세스』는 덴마크의 코펜하겐을 무대로 연쇄 범죄를 저지르는 범인과 그의 뒤를 쫓는 여형사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국내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작가 사라 블레델은 이미 덴마크에서는 2007년에 이어 2010년, 2011년에 가장 인기 있는 소설가로 뽑히며 성공적인 범죄소설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또 덴마크 최초로 범죄소설 전문 출판사를 설립할 만큼 범죄소설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작가다.

『콜미 프린세스』는 사라 블레델이 2004년에 선보인 첫 번째 소설 『녹색 가루』에 이어 여형사 루이세 릭과 그녀의 친구인 신문기자 카밀라 린드가 등장하는 총 6권으로 이루어진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으로 전 세계 15개국에서 번역되어 150만 부가 넘게 팔리는 흥행을 기록했다. 특히 강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와 빠른 전개, 일관된 긴장감으로 영문으로 번역되자마자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 "프린세스라 불러줘요."

수산네 한손이라는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 상태로 어머니에 의해 발견된다. 여형사 루이세 릭은 피해자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를 통해 범인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아내지만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에서 범인의 신원을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범인이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은 점점 극으로 치닫는다.

범인은 추적이 어렵도록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컴퓨터를 통해 이메일을 보내고, 범죄를 저지르고 난 뒤에는 사이트에서 신상명세를 내리는 등 영리한 방법으로 수사망을 피해간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범인을 만났다는 증인들이 속속 나타나지만 정작 범인의 신원은 오리무중 상태에 빠진다. 루이세는 과거의 사건까지 뒤적이며 범인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마침내 온라인 공간에서 “프린세스”라는 이름으로 범인과 접촉한다.

『콜미 프린세스』는 군더더기 표현을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빠르게 강력반의 수사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독자들은 잡힐 듯 말 듯 좀처럼 잡히지 않는 범인의 행방에 자신도 함께 범인을 뒤쫓는 형사가 되는 흥분과 스릴을 맛볼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 사건의 발단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였다
자신만의 삶을 위해 온라인 데이트를 선택한 여자


살기 좋은 나라로 손꼽히는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충격적인 범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생한다. 모든 사건의 발단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를 통한 만남이었다. 딱히 부족한 점 없는 수산네가 온라인 데이트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 수산네가 자살을 기도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사건의 충격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온라인 데이트를 택했던 수산네의 이야기에 우리 모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콜미 프린세스』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가 발단이 되어 일어난 범죄를 다룬다는 점에서 더욱 현실감이 있게 다가온다. 그 어느 나라보다 인터넷 문화가 발전한 우리나라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이버 공간은 국적과 인종, 성별을 초월하여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이 있지만 원한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신분을 감출 수 있다는 점에서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이런 점을 이용해 훌륭한 작품을 써낸 사라 블레델.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만남을 가져본 독자라면 더욱 공감하여 이야기 속에 빠져들 것이다.

 


콜미 프린세스

저자
사라 브레델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 | 2011-10-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시작된 살인 사건!덴마크 코펜하겐을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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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지 마라, 꼬마야.”
마스터의 한마디는 일평생 소년의 등대가 되었다.

스스로 성장을 멈추고, 좁고 어두운 인형 안에 머물며
심원한 체스의 바다를 여행한 한 소년의 이야기
시의 언어로 새긴 그 숭고하고 아름다운 궤적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뛰어넘는 또 하나의 감동 소설!
따뜻하고 잔혹하며, 애절하고 감미로운 오가와 요코 최고 걸작


일본의 대표적 여성 작가 오가와 요코의 장편소설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열한 살 몸으로 성장을 멈춘 채 인형 안에서 체스를 두며 기적과도 같은 아름다운 기보(棋譜)를 남긴 한 소년의 이야기다. 세상에서 가장 좁고 어두운 곳에 몸을 두었으나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너른 체스의 바다를 유영했던 그의 투명하고 아름다운 삶이 오가와 요코 특유의 섬세하고 기품 있는 문체로 그려진다.

이 작품은 작가의 최고 걸작이라는 평을 받으며 독자와 문단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2009년 서점대상 후보작이었고, 책 관련 잡지 《다빈치》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체스의 무한한 우주를 여행하기 위해 성장을 멈춘 한 소년의 아름다운 궤적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메마른 수식이 전하는 따뜻한 감동을 그려냈던 오가와 요코가 이번에 소재로 삼은 것은 체스다.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에서는 심원한 체스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마음과 마음의 소통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 소년은 아래위 입술이 붙은 채로 태어났다. 절개수술로 입술을 벌리긴 했지만, 정강이 피부를 떼어 이식한 탓에 입술에 솜털이 자란다. 고독한 소년은 벽의 틈에 끼여 빠져나올 수 없게 된 소녀 미라와 너무 커지는 바람에 백화점 옥상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생애를 마친 코끼리 인디라를 친구 삼아 지낸다. 자신에게 체스를 가르쳐준 마스터조차 거구로 인해 죽자, 소년은 ‘커지는 것은 비극’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고, 스스로의 의사로 열한 살 몸에서 성장을 멈춘다. 그 후, 러시아의 전설적인 체스 기사 알렉산드르 알레힌을 본떠 만든 자동 체스 인형 ‘리틀 알레힌’ 안에 들어가 지고(至高)의 대전을 펼친다.
소년은 모습을 보일 수도 없고,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체스판 밑에서 체스를 두면서도 어떤 상대를 만나든 시처럼 아름다운 기보(棋譜)를 남긴다. 소년에게 체스는 그때그때 체스판 위에서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시’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상대를 이기는 최강의 체스보다는 최선의 체스를 둔다. 체스판 아래서는 10의 23제곱의 경우수, 우주를 구성하는 입자의 수보다 많은 그 경우수 가운데 최선이 될 단 한 수를 선택하기 위한 사고(思考)의 바다가 펼쳐진다.

한계가 있는 삶을 넘어 ‘전설’로서 사람들의 기억에 살아남다

소년은 스스로 닫힌 공간에 틀어박힌다. 그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가능한 한 무(無)의 상태로 둔 채, 대전 상대에게, 그리고 세상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상대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식으로 상대의 킹을 향해 체스 말을 옮긴다. 소년은 ‘자기’라는 작고 하찮은 것으로부터 해방되어 체스의 우주를 자유로이 여행한다. 그리고 결국 그 우주에서 ‘비숍의 기적’이라는 기보만을 남긴 채 생을 마감한다.

체스판에는 말을 움직이는 사람의 인격이 그대로 나타난다. 철학, 정서, 교양, 품성, 자아, 욕망, 기억, 미래. 체스판은 그래서 그 인물이 걸어온 길을 반영한다. 그런 만큼 체스는 인간이 살아가는 의미와도 연결된다. 한 걸음 잘못 디디면 돌이킬 수 없게 되거나 소중한 이를 희생시키는 불상사도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코 뒤로 물러설 수 없는 폰과 같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 게임 끝에는 단 한 장의 기보만이 남게 된다.

그렇기에 소년의 삶이, 그가 체스판 위에 새기는 시가 더욱 아름답고 숭고하게 생각되는 것이다. 소년의 삶은 독자를 ‘내 지나간 인생의 기보는 어떤 모양을 그리고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이끄는 동시에, 자신의 나약함을 마주하고 낙담하는 사람에게 ‘힘껏 열심히 사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다’라는 따뜻한 성원을 보내준다.

풍요로운 이미지가 엮어내는 정밀(靜謐)한 멜로디
읽을 때마다 몇 번이고 완전히 매료되는 신비한 세계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는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가 없는 독특한 세계를 섬세한 터치로 그려온 오가와 요코의 작품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이다. 원무(元舞)를 추고 활주하고 도약하는 체스판 말들. 그 움직임이 자아내는 음표와 시구가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듯 섬세하고 생생하게 묘사된다. 또 체스판을 사이에 두고 위와 아래에서 펼쳐지는 대전 상대와 소년과의 우정, 신뢰, 존경, 사랑이 아름답고 따뜻하게, 그리고 때로는 애절하게 그려진다. 특히 체스판이라는 유한한 공간에서 ?쳐지는 체스라는 무한한 세계와의 대비감은 작품에 판타지적 요소와 매력을 더해준다.

오가와 요코는 일본에서도 베테랑 작가로 손꼽힌다. 그녀가 발표하는 작품마다 미디어를 비롯해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나타내고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그녀의 작품 기저에 흐르는 것은 ‘아름다움’인데, 악의를 드러내는 소설조차도 아름답고 투명하다는 특징이 있다. 과장된 클라이맥스나 고비도 없고 등장인물이나 풍경, 도구 등 모든 것이 눈에 띄거나 강렬한 인상을 주기보다는 차라리 억제되어 있다. 그럼에도 책을 읽고 난 감동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으며,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읽는 순간마다 완전히 다시 매료되는 신기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

저자
오가와 요코 지음
출판사
현대문학 | 2011-11-0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심원한 체스의 바다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시!일본의 대표 여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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