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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모음 - Readingworks/CEO, 사장學

[책리뷰]포스트잡스 - 소비자는 지갑이 아닌 사람이다!

by Richboy 2012. 4. 27.

 

 

 

소비자는 지갑이 아닌 사람이다!

 

  스티브 잡스가 지난 10월 6일, 5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애플 CEO직의 사임하고 일상적 경영업무에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두 달여가 지나서 운명을 달리했다. 그의 죽음은 전 세계를 슬프게 했다. 무엇보다 그의 손길이 닿은 제품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특별한 기능이 추가되지 않아 초반 소비자들이 시큰둥해 했던 아이폰 S4는 잡스의 사망 이후 ‘그가 남긴 마지막 유작’이라며 예약주문이 폭주했다.

   애플의 승승장구는 현재도 진행중이다. 애플 제품의 하루 판매량은 평균 48만 대이고, 세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3년 만에 세 배가 뛰었다. 최근 6개월간 60%가 올랐다 하니 두 말 하면 입 아프다. 지금 애플은 에너지 기업인 엑손 모빌(Exxon Mobile)을 제치고 세계 기업으로 올라섰고, 시가총액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Intel), 시스코시스템스 3개사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63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내가 죽은 후에도 나의 무언가는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고 말했던 그는 애플Ⅱ, 매킨토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비롯해 디지털 장착의 기적을 연 토이 스토리와 여타 픽사의 블록버스터들과 소매점 역할을 브랜드 정의로까지 확대한 애플 스토어, 음악 산업을 재탄생시킨 아이튠스 스토어, 웹 기기 로 전환한 아이폰, 새로운 콘텐츠 제작 산업을 만들어 낸 앱 스토어와 콘텐츠를 관리하는 중심 역할을 컴퓨터에게서 빼앗고 우리가 쓰는 모든 기기가 막힘없이 동기화되도록 만든 아이클라우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잡스가 자신의 가장 위대한 창조물이라고 여기며 상상력이 너무도 창의적으로 배양되고 적용되고 실행되어 지구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 된 애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애플의 성장과 별개로 우리는 잡스라는 ‘작은 거인‘이 살아있는 동안 그의 어깨를 빌려 IT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포스트 잡스 잡스가 멈춘 곳에서 길을 찾다>(지식공간)는 잡스 이후의 시대를 맞아 그가 남긴 제품 외에 그의 정신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미래에 있어 필요한 통찰이 무엇인지 고민한 책이다. 디자인 문화 경영 전문가 김재범, 창의와 혁신 전문가 김동준, UX & UI 분야의 권위자 조광수, 디자인 경영과 혁신 전문가 장영중이 저마다 생각하는 잡스 스피릿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 내용을 담았다. 저자들은 굵직한 이슈에 대해서는 나름의 논리로 발표를 곁들였다.

   첫 장을 열면 희곡의 대본처럼 대화가 나뉜다. 읽다 보면 몰입되어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어느덧 100분 토론, 끝장 토론의 방청석에 앉은 자신을 발견한다. 이곳에 정답은 없었다. 하지만 저자들과 토론하다 보면 잡스 스피릿은 무엇일지, 포스트잡스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가닥은 잡게 된다. 저자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잡스가 남긴 유산의 의미와 우리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벌인다. 토론의 쟁점 중에서 건질 것 하나는 바로 ‘잡스처럼 하면 안 된다’일 것이다.

 

   포스트잡스를 바라겠지만, 또 다른 잡스는 있을 수 없다. 또한 무조건적 ‘잡스 모방’도 위험하다. 저자들은 다만 그에게서 세 가지 정도는 배울 것이 있는데 이른바 잡스 스피릿이다. 우선 퍼스널라이제이션(personalization)이다. 마치 제페트 할아버지가 목각 인형 피노키오를 사람으로 대했듯이, 잡스는 컴퓨터라는 기계에 생명을 이식하려 했다. 잡스가 출시한 세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만 하더라도 마치 친구와 마주앉아 있는 듯 웃는 얼굴로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사람이 기계에 맞추는 방식이 아닌 기계가 사람의 자연스런 소통 방식에 맞출 수 있도록 늘 고민했다. 기계를 기계로 인식하지 않고 인간의 생활에 녹여버리면 그때부터 기계는 더 이상 가전제품이 아니다. 바로 혁신(innovation)이 된다.

 

   두 번째는 커넥팅(connecting)이다. 잡스는 평소 “창의는 바로 무언가를 ‘연결’하는 것이다. Creativity is just connecting things.”라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에게 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내가 하는 모든 것은 다른 사람들의 노고와 우리가 올라설 수 있도록 어깨를 빌려준 사람들의 성과에 의존한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재능을 사용해 깊은 감정을 표현하고, 이전 시대에 이뤄진 모든 기여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그 흐름에 무언가를 추가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나를 이끌어준 원동력이다.”라고 말했다. 잡스는 발명가도 생산자도 아니다. 그는 '연결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세상에 흩어진 아이디어들을 연결해 혁신을 만들었고, 그것으로 사람들을 또 다시 연결시켰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다. 잡스가 지향하는 디자인 철학의 핵심 뼈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말한 것으로 잘 알려진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는 말씀에 있다. 그 점에서 그는 기술의 대중 친화력을 중시한 기술의 미니멀리스트이다. 한편 잡스는 “디자인은 형태가 아니라 기능이다.”라고 말했다. 잡스에게 디자인은 장식이 아니라 제품의 작동 방식이라는 뜻이다. 그는 천 마디 말보다 직접 보고 눈으로 확인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가 생각하는 위대한 제품은 ‘아무런 군더더기의 말이 필요 없는 제품’이다.

 

   “스티브 잡스는 쉽게 접근해요. 예를 들어 IPTV가 너무 어려우니까 애플TV를 만들어보자는 식이에요. 사용하기 쉽게 만든다는 말이 뭡니까? 사용하기 쉬우려면 단순해야 되요. 복잡하면 안 되니까 하나씩 제거해요. 자연히 ‘미니멀’이 되거든요. 잡스에게 디자인은 아름답고, 현란하고, 감동적인 그런 게 아니라 쉬운 거에요. 가장 쉬운 디자인이 뭔지 찾아보니 미니멀리즘을 선택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 계열의 폰들은 읽는 폰인데, 아이폰은 보는 폰입니다. 그래서 안드로이드는 읽을 줄 모르면 사용하기 쉽지 않아요. 하지만 아이폰, 아이패드는 2살짜리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24 페이지

   

   잡스 사망 한 달 전인 지난 해 9월, ‘인문학이 경영을 바꾼다’는 제목의 삼성경영연구소 보고서는 “오늘날 소비자가 아이폰과 페이스북에 열광하는 이유는 첨단기술과 새로운 기능 때문이 아니라, ‘단순하고 편하고 재밌는 것을 원하는’ 인간 본연의 욕구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아울러 “기업 간 기술 및 가격 차별화만으로는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문학이 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로 등장했다”고 강조했다.

 

   나는 잡스 스피릿을 이 보고서에서 찾고 싶다. 저자들이 종합한 퍼스널라이제이션(personalization), 커넥팅(connecting),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의 잡스 스피릿은 실은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인간이 가장 좋아하는 생각방식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잡스의 사고는 지극히 ‘기본적인 인성(人性)’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애플의 제품을 통해 우주에 흔적을 남기고 싶다.”던 잡스의 바람도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싶은 인간의 욕망’에 다름 아니다. 잡스는 제품 구매자를 ‘지갑 든 소비자’가 아닌 ’늘 욕망하는 인간‘으로 보았다. 당신은 ’소비자와 인간‘ 중에 어느 쪽으로 보고 있는가? 이 책으로 답을 찾아보길 바란다.

 

이 리뷰는 출판전문 저널 < 기획회의 (318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에 기고된 리뷰입니다.

 


포스트 잡스 잡스가 멈춘 곳에서 길을 찾다

저자
김재범 지음
출판사
지식공간 | 2012-03-15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융합 전문가 4인이 밝히는 포스트 잡스 시대 생존법!『포스트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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