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9 리치보이 김은섭의 책으로 만나는 세상]
(4) 니치Niche
- 오늘 소개할 책은 저도 좀 알 것 같은데요? 뒤에 있는 화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목이 ‘니치’ 아닙니까? 니치는 해석하면 ‘틈새’....그러니까 오늘은 틈새시장에 대한 내용이군요?
김은섭 - 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습니다.
말씀대로 니치는 주류, 대세의 주변 혹은 틈새를 뜻하는 단어인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요... 영국의 저널리스트 제임스 하킨이 틈새를 의미하는 경제경영 용어 ‘니치(niche)'를 새롭게 정의하는데요...
니치가 더 이상 틈새가 아닌 새로운 주류의 이름이 되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단어는 같은데 뜻이 전혀 달라진거죠. 그리고 저자는 미래는 기업과 조직 사회 모든 분야가 니치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새로운 환경으로 변화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박은선PD님 - 말씀을 정리하면 20세기는 거대기업들이 주류였다면, 21세기인 오늘날은 니치들이 주류다는 말씀인데요... ‘주류와 니치‘에 대해 보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김은섭 - 네, 과거에는 거대 기업들이 문화소비를 이끌었습니다. 대기업들이 주류문화를 지배하고 있었던 예로 세계적인 의류업체 갭GAP을 들 수 있습니다.
갭은 오랫동안 성공가도를 달렸고,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캐주얼 룩에 힘입어 이후 몇 십 년 동안 경이로운 성장을 보였습니다.
젊은이들은 티셔츠와 청바지를 사러 갭을 찾았고요, 할머니들은 카디건과 셔츠를 사러 갭 매장에 방문했죠. 한마디로 남녀노소가 찾는 의류매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베크롬비’라는 경쟁업체에 젊은 고객층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아베크롬비는 10대 20대 소비자만을 집중공략하는 의류업체로 마치 클럽처럼 매장을 꾸몄고, 키가 크고 잘생긴 남자 직원들이 손님들에게 의류를 권했습니다.
그러자 갭의 고객이었던 젊은 소비자들, 특히 여성소비자들이 아베크롬비로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한 순간에 청년 소비자를 놓친 갭은 빼앗긴 고객들을 찾기 위해 갭의 매장을 아베크롬비처럼 개조하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종전의, 세대를 아우르던 드넓은 중간층 시장을 내팽개친 거죠.
하지만 결국 아베크롬비에게 지고 맙니다. 그리고 종전의 소비자들로부터도 냉대를 받게 됩니다.
아차, 하고 뒤늦게 깨닫고 원래대로의 소비자들 되돌리려 했지만 결국 모든 소비자를 다른 업체들에게 빼앗겨버리고 맙니다. 갭은 결국 시대를 읽지 못해서 늦어버린 거죠.
요즘 불황에 가장 사랑받는 의류업체가 있습니다.
바로 유니클로인데요....첨단 기능성 섬유로 무장한 유니클로에 자리를 내준 20세기 글로벌 기업이 있죠? 바로 베네통입니다.
20세기 베네통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그들만의 염색기술에 있었다. 베네통이 탄생하기 전의 스웨터 생산 방식은 몇 가지 안 되는 색상의 털실로 스웨터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베네통은 기존의 생산방식은 뒤집어서 흰색 털실로 짠 스웨터를 수십 수백 가지 염색통에 담궜다 빼는 방식을 채택해서 보다 다양하고 화려한 색상의 제품을 더 싸게 공급할 수 있었고, 덕분에 전 세계는 원색 옷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베네통은 왜 21세기 들어 거의 망하다시피 했을까요?
이러한 베네통의 몰락에는 '유니섹스 모드unisex mode'라는 베네통의 캐치프레이즈에 있습니다. 지금은, 예전과 같이 남녀노소 누구나 입을 수 있는 프리사이즈의 티셔츠나 스웨터를 소비자들은 더 이상 원하지 않는거죠.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시대를 준비하지 못하다가 유니클로와 ZARA, H&M과 같은 기업들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었죠.
저자는 이러한 예를 들어서 “오늘날은 모든 이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하면 결국 어느 누구의 마음도 얻지 못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박은선PD님 - 그럼, 이처럼 주류가 없어지고 니치가 주류를 대신하게 된 이유는 뭘까요?
김은섭 - 네, 이러한 변화의 원인에 '중간층의 소멸'이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여기서 중간층이란 지금껏 거대 기업이나 조직들이 타깃으로 삼았던 '통제가능한 대중', 한마디로 매스미디어를 통해 노출시키기만 하면 이끄는 대로 따르는 '칭찬받는 아이‘같은 소비자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요....2억 2천만 장의 티켓을 팔아치웠는데요..이러한 성공들이 중간층의 덕분이었습니다. 비틀즈나 마이클 잭슨과 같은 세계적인 가수들의 레코드 판매량 등도 마찬가지 압니다.이렇게 어마어마한 숫자들은 오늘날은 절대로 불가능한 수치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종류도 다양해졌고, 소비자들의 기호 역시 다양해졌기 때문입니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인터넷의 발달로 흩어져있던 개인이 집단화되면서 그런 일방통행은 불가능해졌습니다. 알고자하면 얼마든지 알 수 있는 정보의 바다에서 사는 개인(소비자)의 기회는 점점 더 세분화되고 까다로워졌고,
같은 취향을 가진 개인들은 커뮤니티라는 소속감을 주는 집단을 만들어 새로운 대중지성이 되었습니다.
이를 두고 저자는 '획일적인 대중'이 '잡식성 대중'으로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쇼핑 문화의 메카였던 잡화점 울워스Woolworth가 몰락했고,
모든 세대를 위한 만인의 브랜드 갭Gap이 비주류가 되었으며
세계적인 종합매거진 리더스 다이제스트와
자동차업계 공룡 GM가 파산하고 말았는데요,
이 들의 공통점은 모든 대중을 얻으려고 많은 일을 벌이는 바람에 아무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겁니다.
박은선PD님 - 저자는 이 책에서 이제는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소수 마니아를 공략한 '니치버스터'가 성공하는 시대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니치버스터가 뭔가요?
김은섭 - 예를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저자는 전 세계 컴퓨터의 3% 밖에 되지 않지만 그 누구보다 열광적인 애플빠(애플 매니아)나 미국의 모터사이클 제조사 할리 데이비슨 동호회인 호그(H.O.G., Harley Owners Group) 족들이 바로 니치버스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수이지만 그 누구보다 열광적인 소비자들을 가진 업체들인 거죠.
저자는 니치 시대의 승자는 소비자가 아닌 숭배자들과 같은 열혈 지지자들을 양산해서 승리를 이끈다고 보았습니다.
오늘날 국내 시장을 봐도 니치는 도처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신라면'이 대세인 라면시장에 '꼬꼬면'의 등장은 마땅한 2등이 없어 불만이던 대중의 입맛을 어필했습니다. 그리고 시장을 바꿔버렸고, 나중에는 ‘맑은 라면국물’ 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만들어질 만큼 대세가 되었죠.
그리고 팻캐스트 방송 '나꼼수'는 대중에게 '정치'를 새로 보는 '돋보기'가 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박스형의 귀여운 자동차 큐브, 그리고 서바이벌 오디션이라는 기획으로 성공한 케이블 방송 슈퍼스타 K,
하나의 현상으로까지 불리는 '안철수 현상'이 바로 주류를 흔들어버린 니치버스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은선PD님 - 그렇다면, 니치는 더 이상 틈새가 아니라 오히려 주류라고 해야 할텐데요....이런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김은섭 - 니치 시장의 성공에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즉, SNS가 있습니다. SNS가 소수의 다양한 목소리가 충분히 어필되는 세상을 가능하게 했죠. 대중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SNS에 주목해야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구루guru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는 세스 고딘Seth Godin은 <이상한 놈들이 온다We Are All Weird>에서 "대중은 죽었다. 이제 별종의 세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별종은 자신의 선택에 의한 별종, 즉 다수의 대중에 순응하기를 거부한 사람들을 말합니다.
아울러 지금 이시대에 있어서 비즈니스의 기회는 소수에 속하는 이들 별종을 후원하고, 별종에게 물건을 팔고, 나아가 우리 스스로가 별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청취자분들이 속해있는 조직이 주류였다면 이 책을 일독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별종들이 만들어나가는 니치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부지불식중에 '훅~'하고 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는 대선을 앞둔 정치가들도 예외가 아닐 겁니다.
이 책 <니치>와 아울러 <마이크로 트렌드>, 그리고 세스 고딘의 <이상한 놈들이 온다>을 함께 읽으시면 좋을 겁니다.
니치(Ni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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