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PD님 - 오늘 소개하실 책은 어떤 책인가요?
김은섭 - 네, 오늘 소개할 책은 오늘날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딱 어울리는 책입니다.
바로 <어댑트>라는 책인데요, 제목을 우리말로 풀면 ‘적응하다’ 정도 될 텐데요. 저자는 이 책의 메시지를 “실패를 통해 적응하면서 변화를 모색하자"...라고 합니다.
요즘 세계를 살펴보면 실패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난공불락일 것 같았던 금융 시스템이 무너지고 더불어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까지 위험이 커지더니 유럽재정위기로까지 번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여파로 세계 증시도 매일 파도처럼 춤을 추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대마불사 라고 해서 변화의 흐름이 어느 정도 커지다가 결국은 그쳤는데요, 이젠 이미 옛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는 ‘매일이 위기인 시대가 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 인데요... 이처럼 우리가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대한 힌트가 들어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때에는 실패를 두려워해서 가만히 있을 것이 아니라 잦은 실수를 통해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그러한 경험들을 거치다 보면 세상을 바꿀 멋진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원제목의 부제는 '왜 성공은 항상 실패로부터 시작되는가' 정도 될텐데요, 성공은 실패에서 비롯된다는 의미겠죠.
박은선PD님 - 저는 이 책의 저자가 팀 하포드란 것을 알고 정말 반가웠어요. 바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경제학 콘서트>의 저자 잖아요? 저자와 전작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은섭 - 우선 저자인 팀 하포드는 옥스퍼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요, 현재 파이낸셜타임스 선임 칼럼니스트로 일하며 BBC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국내 일간지 경제섹션에도 고정으로 칼럼을 쓰고 있는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경제학 콘서트를 통해 32세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경제학 콘서트는 스타벅스 커피나 슈퍼마켓, 교통체증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상의 사례를 통해 희소성, 내부정보, 효율성, 시장의 힘, 게임 이론 같은 경제학의 중요 내용을 은연중에 다루면서 이러한 힘들이 우리의 경제생활과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한 책입니다.
이를테면, 도시의 땅주인들이 그린벨트를 환영하는 이유,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의 자격증 취득 시험이 어려운 이유,
여행지에서 마음에 드는 음식점을 발견하기 어려운 이유, 중고차 시장에서 쓸 만한 중고차를 사기 어려운 까닭 등
이처럼 저자는 경제와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일들 속에서 “지대, 희소성, 정보 비대칭 등 무수한 경제 이론”들을 설명합니다.
<경제학 콘서트>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경제원리를 쉽게 알려주는 동시에 경제학적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알려주는 유익한 경제학 안내서로 평가되고 있고요, 특히 비전공자들이 ‘경제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손꼽는 책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전 세계 판매량 100만부 중 50만 부가 한국에서 팔렸다고 하네요. 2005년 IMF 이후 부자와 더불어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국내 독자들에게 제대로 어필한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박은선PD님 - 그럼 다시 <어댑트>로 돌아와 볼께요. 이 책의 소제목이 ‘불확실성을 무기로 활용하는 힘’이네요. 팀 하포드는 사회의 복잡한 현상에 대해서 어댑트해야 한다는 말 같은데요...결정적으로 여기서 어댑트를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김은섭 - 아주 쉽게 설명을 해 드릴께요. 책 표지 그림에 카멜레온이 그려 있는데요, 어댑트는 카멜레온처럼 현재의 상황에 맞게 변화하고 변신하라는 말입니다.
즉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의 핵심은 바로 적응입니다. 계획하기보다는 임기응변으로 대응하고, 하향식보다는 상향식으로 일을 처리하며, 탈집중화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저자인 팀 하포드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우리는 문제를 해결해줄 리더나 전문가 집단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그 속에 깃든 예기치 못한 복잡성은 역량 있는 리더나 통찰력 있는 전문가조차 해결 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싸구려 토스터기를 살펴볼까요? 박은선PD님은 토스터기 하나에 들어가는 부품은 몇 개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박은선PD님 - 글쎄요....100개? 120개?
김은섭 - 놀라지 마십시오. 무려 400여 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그 부품 중 어느 하나도 혼자서는 절대 만들 수 없다는 겁니다.
이 부품들은 전 세계의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세계적인 공급망을 통해 들어와 조립되었다는 겁니다. 이 말은 전문가 한 사람으로는 평생을 가도 지금 같은 토스터기를 만들 수 없다고 합니다. 이 토스터 이야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어느 한 사람이 제대로 분석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박은선PD님 - 이렇게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인간사회에서 전문가들이 그렇게 제한적인 도움 밖에 줄 수 없다면 우리는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김은섭 - 팀 하포드는 이를 위해 진화의 프로세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즉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그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의 성장할테고요, 그 성공을 지켜본 직원들은 아이디어를 더 확장해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합니다. 아
울러 경쟁사들은 성공한 모델을 모방해서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데요... 이처럼 진화하듯 계속 발전된다는 거죠. 즉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한 문제 해결이 그 답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시행착오의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외부의 변화에 맞춰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바꾸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꾸는 데에도 요령이 있습니다
첫째,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라.
둘째, 이 시도는 '실패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규모'라야 한다.
셋째, 안 되면 재빨리 털어라.입니다.
박은선PD님 - 이러한 시행착오를 제대로 하지 못한 역사적인 사례가 있다고요?
김은섭 - 네 그렇습니다. 팀 하포드는 대표적인 사례로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을 들었습니다.
럼즈펠드는 아프가니스탄 침공 초기에 '큰 그림' 하나만을 고집했습니다. 즉 방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수뇌부에 올라오면, 이를 분석하고 내린 수뇌부의 명령이 반론과 수정 없이 순식간에 하달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수뇌부가 영민해도, 시시각각 달라지는 현실을 다 포착할 수는 없었습니다.
2002년 미군은 '아나콘다 작전'을 벌였는데요, 인공위성과 무인정찰기를 아프가니스탄 샤이코트 계곡에 집중 배치했다가 보병 부대를 헬기로 침투시키겠다는 작전이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참패를 당했습니다. 미군 헬기는 적진 바로 위에 병사들을 떨어뜨린 겁니다. 첨단 장비에 잡히지 않은 탈레반 부대가 튀어나와 병사들과 헬기를 격추시켜 버렸습니다.
결국 럼즈펠드가 물러난 뒤 미군은 전투 성적이 훨씬 좋아졌는데요, 후임으로 들어온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현지인과 소통하면서 현장 상황에 맞춰 교범과 작전을 수시로 수정할 줄 아는 장군을 대거 발탁했기 때문입니다.
박은선PD님 - 이 책에서는 금융위기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다고요?
김은섭 - 네, 그렇습니다. 팀 하포드는 진보하기 위해서는 실패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실패에 대해 관대해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예외는 있습니다. 때로는 사소한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는데요...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AIG 사태입니다. 이 사건은 세계 경제를 충격과 공포 속으로 빠트렸는데요, 철저한 안전 시스템으로 보장되어 있는 금융 시스템이 왜 그렇게 맥없이 붕괴된 것일까요?
팀 하포드는 예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인 찰스 페로의 말을 빌려 ‘강하게 결합된’ 시스템의 위험성을 언급합니다.
거의 완벽에 가깝게 결합된 이러한 강결합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하면 실패에 적응하거나 뭔가 다른 방법을 써보기가 불가능하게 된다는 겁니다.
금융 시스템 역시 철저한 안전 시스템으로 이중 삼중 둘러싸여 강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작은 실수 하나에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러한 강결합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비단 금융시스템 뿐 아닙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억하실텐데요, 원자력발전소나 시추시설처럼 복잡한 산업시설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죠. 바로 강결합된 시스템을 연관관계가 느슨하고 좀 더 유연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작은 실수로 모든 도미노가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미노 곳곳에 안전문을 설치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이 책 속에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박은선PD님 - 마지막으로 이 책이 주는 의미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김은섭 - 이 책에서 팀 하포드는 다양한 실험과 실패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조직(기업)과
많은 실험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실험을 하는 것 자체가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는 것이 나중에는 진보와 발전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해줍니다. 저자는 다양한 데이터와 사례들을 결합해서 기업과 정부 그리고 자신의 지혜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도록 만들고, 결국 협력하기 위해 경청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요구합니다.
저자는 "계획과 통제에 따른 지난날의 경제ㆍ경영 정책에서 한 단계 진화할 때가 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계획하기보다 임기응변으로 대처하고, 하향식 명령보다는 상향식 보고로 업무를 처리하고, 조직 내 권력 분산, 즉 탈집중화를 도모하라고 말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지금 잘 굴러가고 있는데?” 하는 경영자가 있을 겁니다. 깨달았다면 과감히 실패한 뒤 빨리 인정하고 이제 ADAPT 적응해야 합니다. 그래야 뭐든지 훨씬 더 좋아집니다(Much Better)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어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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