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 PD님 - 오늘 소개하실 책은 오랜만에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인데요…제목이 <100개 만으로 살아보기>에요? 부제가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아본 남자의 유쾌한 체험기이라는데요… 이 책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시죠?
김은섭 : 네, 이 책은 미국식 소비주의에 반대하여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한 38살 남성의 경험담을 담은 책입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딱 100개의 물건을 사용하기로 결정한건데요...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줄이고, 안 쓰고, 고민하면서 쓰는 것을 통해 버리며 사는 즐거움 즉, 무소유의 경험에 이르게 된 여정이 진솔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자신의 삶이 물건에 치인 것 같아 소비주의에서 벗어나기를 고민해 본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그런 책입니다.
박은선 PD님- 네, 이 책을 살펴봤더니 저자의 ‘100개 만으로 살아보기 프로젝트’가 의미하는 것과 그로 인한 결과들이 참 다양하더군요. 그 의미들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은섭: 네, 이 책의 저자인 브루노는 어느 날 집 안팎을 둘러보다가 자질구레한 잡동사니들 때문에 정작 삶에서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잡동사니들로부터 벗어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저자는 도전 초기, 자신의 도전이 물건에 대한 거부가 아닌 소비주의를 향한 거부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어리석은 소비 습관을 고치기 위해 1년 동안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사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삶의 방향을 ‘소유’에서 ‘만족’으로 바꾼 것이죠.
박은선 PD님- 본격적으로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서 하나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제가 이 책을 읽다가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요...바로 소비자에 대한 정의에 관한 겁니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있는 소비자의 뜻이 “쓰고 낭비하고 소진하고 파괴하는 사람”이라고요?
김은섭 – 네, 그렇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긴가민가 해서 직접 사전을 찾아 확인해 봤는데요…맞더군요. 소비자가 그리 좋은 뜻은 아니었어요.
저자는 이처럼 물건들에 둘러 쌓인 자신을 통해 자신과 미국인의 소비문화를 살펴봅니다.
정말로 필요한 것을 사는 수준을 넘어, 원하는 것 이상으로 많이 사려고 한다는 거죠. 저자는 미국인이라고 하지만 새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 모두를 말하는 거겠죠?
박은선 PD님-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는 물건을 살 때만 행복한 소비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했는데요,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요...
김은섭 - 그렇습니다. 저자도 처음에는 다른 소비자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마구 마구 사들였던 소비자였습니다. 하지만 100개 만으로 살아보는 이 실험을 통해 새롭게 배웁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물건이 필요해서 막상 사고 나면, 채워지는 충족감 같은 것을 느껴져야 할텐데...그렇지 않더란 거죠.
새로운 것이 나오면 또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욕구가 생기는 거죠. 그래서 저자는 미국식 소비주의라는 구조에는 기본적으로 불만족이 내재되어 있음을 발견합니다.
나아가 저자는 원하는 것을 모두 갖추고 사는 것을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박은선 PD님- 저도 이 책을 훑어보면서 <나는 왜 루이비통을 불태웠는가>라는 책이 생각났습니다. 명품 매니아였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공원에 자신이 구입한 모든 명품을 모두 불태우고 노 브랜드제품만 썼다고하죠?
김은섭 - 네, 그렇습니다. 브랜드 마케터이자 명품만을 고집하는 소위 '된장남’이었던 주인공 부어맨은 어느 날 자신이 명품을 소유하면 소유할수록 행복할 거라는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됩니다. 오히려 점점 허무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급기야 명품 브랜드의 유혹에 속았다는 각성을 합니다.
그는 '나는 브랜드 중독자다'라고 스스로 선언한 후 술과 약물중독자들이 금주 선언을 하는 것처럼 브랜드를 멀리하기로 결심하고, 운동장 한가운데 지금껏 자신이 구입했던 브랜드 제품을 모두 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인 후 브랜드로 된 제품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는데요, 노브랜드 제품으로 살아가기가 정말로 어렵다는 것을 책을 통해 보여줬지요.
박은선 PD님-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으로 옮겼는지 궁금한데요? 과연 100개 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전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김은섭 - 브루노에게 정말 필요한 물건 100가지는 대략 이렇습니다. 성경에서 일기, 휴대전화, 카메라, 치솔, 면도기, 티셔츠, 운동화, 양복, 구두, 속옷과 양말 등인데요... 100개를 선정하는 방법은 의외로 제 마음대로 였습니다.
같은 종목은 최대한 줄이고, 반면 책은 아예 서재를 하나라고 놓은 등 자기만의 다양한 기준과 선택으로 항목을 만들었는데요, 최종 목적은 최대한 줄인다...라는 점이 주목됩니다. 그리고 100개가 아닌 다른 추가항목을 대비해 항상 90 몇 개 정도로 여유를 두었죠.
그 후 더 추가할 항목이 생기면 고민을 하고요, 선물을 받게 되면 쓸모 여부를 따져 사양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선물 주거나 자신의 100개 항목 중에서 재조정하게 됩니다.
이후 그는 정말 100개 만으로 살아가는데요...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호텔에서 근사한 외식을 하는 대신 집에서 가족들과 여유 있는 저녁 식사를 즐깁니다. 외식을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물건이 너무 많다는 거죠. 그리고 옷 한 벌도 꼭 필요할 때만 신중하게 구매했고요, 그러다보니 주말마다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경하는 대신 아내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박은선 PD님- 저자는 100개 중에서도 매일처럼 기본적으로 쓰는 물건은 14개이고, 속옷 포함해서죠? 90일이 지난 시점에서도 아예 한 번도 쓰지 않은 물건의 숫자가 2개라고 말하는데요…본문을 읽다가 보면 정말 내가 필요한 물건은 그리 많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어떠세요,
김은섭 – 네, 말씀대로 입니다. 우리는 없는 게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약 30년 전 우리 아버지 세대만 하더라도 전화기나 세탁기는 부자들이나 있던 물건이었습니다. 특히 전화기 같은 경우는 회선이 그리 많지 않아 당시 돈 100만원을 보증금으로 걸고 순서를 기다려야 몇 달 후에 집에 전화를 놓을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 어떻습니까? 에어컨은 신혼살림이고 전화는 아예 휴대전화를 초등학생들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한 사회학자는 요즘 같은 소비시대를 일러 ‘파괴소비’시대라고 불렀습니다. 즉 새로운 것을 사기 위해 멀쩡한 물건을 파괴하는 소비, 다시 말해서 필요를 넘어서 새로운 욕망을 추구하는 사치스러운 소비 시대라는 거죠.
박은선 PD님- 파괴소비시대...정말 흥미로운 정의인데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김은섭 -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휴대 전화의 평균 사용기간이 일 년 남짓이고, 심지어 아파트의 내용연수가 50년이 넘는데, 20년만 지나도 재건축 운운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파괴소비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십시오. 정작 필요해서 사긴 샀는데, 우리가 하루를 보내면서 쓰는 물건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면서 돈을 버는 이유 중에는 하루 삼시 세끼 밥을 먹고, 저축을 하는 것도 있지만, 갖고 싶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이 부분이 꽤 큰 편이지요.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물건 중에 하나가 바로 자동차인데요…이 자동차는 하루 중에 한 두 시간을 달리는 물건이죠. 우리는 이것을 위해 한 달에 얼마를 쓰고 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이 책을 읽다가 보면 우리가 하루 동안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소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박은선 PD님- 네, 우리가 파괴소비 시대를 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정작 쓸 데가 그리 많지 않은 물건들을 살려고 하기 싫은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있다...라고 지적하셨는데요, 그렇다면 100개 만으로 살아서 좋은 것은 무엇일까요?
김은섭 - 우선은 낭비가 줄고 시간적 여유를 얻게 됩니다. 당연히 쇼핑하는 시간이 줄면서 시간적 여유가 늘었고, 소비가 줄면서 가계에도 훨씬 경제적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저자는 자신이 정리하고 소유한 100개의 물건에서조차 매일 평균 사용하는 물건의 숫자는 전체 물건의 14퍼센트, 즉 14개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평범한 사람이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데 필요한 물건은 놀랍게도 14개면 충분하더란 거죠.
박은선 PD님- 그렇게 보면 자원낭비는 물론 자연환경 파괴를 막는데도 일조하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김은섭 - 100개 만으로 살아보기 프로젝트를 한다면 생활은 다소 불편할 겁니다. 하지만 내 인생은 오히려 풍성해 질 겁니다. 아울러 소비를 줄임으로써 지구환경보호에도 기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종이 1톤을 만드는데 다른 자원 98톤이 들어가는걸 보면서 그 말이 확 와 닿을 겁니다. 값싸게 입을 수 있는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데 수많은 물이 들어가고 낭비된다고 합니다.
박은선 PD님- 마지막으로 이 책이 갖는 의미는 뭘까요?
김은섭 –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떠올랐습. 그는 책에서 '내가 숲으로 들어간 것은 내 인생을 오로지 내 뜻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는데요...
최소한의 간소한 생활을 하면서 이른바 '자발적 가난'이 가져다주는 풍요로움을 느낀 그가 이 책을 읽는다면 크게 공감할 겁니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바로 enough, 즉 만족을 알라’는 겁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삶의 양상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분 역시 물건이 주는 만족의 한계를 깨닫게 될 겁니다. 단순하지만 더 의미 있는 삶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겁니다.
100개만으로 살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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