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PD님 - 오늘 소개할 책은 <골목사장 분투기>라는 책입니다. 부제가”자영업으로 본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인데요… 이 책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시죠?
김은섭 - 네, 이 책은 지금 자영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자영업밖에 할 것이 없어서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책은 자영업을 ‘해본’ 사람이 쓴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 저자인 강도현은 미국 리버티 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고 외국계 헤지펀드에서 파생 상품 트레이더로 남부럽지 않은 넉넉한 생활을 했던 엘리트 입니다. 그랬던 그가 어느 날 자본주의 시스템의 심각한 폐해를 목격하고 염증을 느껴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고액 연봉을 팽개치고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과 함께 소셜 카페 운영자로 변신했던 겁니다. 물론 철저하게 망했죠.
박은선PD님 - 국내 최고의 상권으로 알려진 홍대입구에서 카페를 했다가 망한 전력이 있는 저자라...만나기도 힘든 저자일 것 같은데요..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던가요?
김은섭 - 말씀대로 직접 장사를 해보지 않고는 절대 알수 없는 이야기를 내용으로 담고 있는데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커피를 아무리 팔아도 도무지 수익을 낼 수 없는 카페 이야기, 달콤한 말로 꼬여놓고 망하면 어마어마한 돈을 챙기고 나몰라라 하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약탈구조, 음식이 날개 돋친 듯 팔려도 망할 수밖에 없는 고정 비용 문제, 법으로 보호받지도 못하는 무지막지한 권리금과 수익 이상을 요구하는 임대료 계산법 등을 여과없이 담았습니다.
빚내서 시작하다 보면 빚 갚다가 망할 수밖에 없고, 다시 시작하는 것은 꿈도 못 꾸는 현실적인 문제 등도 담고 있는데요... 자영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 제안과 다양한 형태의 대안적인 자영업 형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박은선PD님 – 본문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의 실태에 대해 이야기하던데요...한마디로 ‘은퇴자들의 무덤’이라는 말로 대신하는 것 같은데요…요즘 50대 초반의 베이비 부머세대들이 은퇴 이후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 주로 창업을 하는데…이들이 이렇게 번번이 실패를 하는 이유는 뭘까요?
김은섭 – 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자신들이 직장에서 해 오던 기술이나 업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창업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은퇴자금은 조금 있는데, 기술이나 실력은 없고, 자신도 없으니 만만한 게 프랜차이즈이고 커피숍이죠. 그래서 일까요?
몇 년 전부터 편의점 옆에 편의점이 생기고 거리에는 멋진 카페가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골목을 점령해 나가기 시작한 작은 가게들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자영업 대란이 시작된 거죠.
박은선PD님 - (청주 상황을 약간 설명해 주세요). 청주상황은 이렇던데요...그렇다면 전국의 창업자 현황은 어떤가요?
김은섭 - 한국 자영업자 비중은 경제활동인구의 28.8%로 8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좀 더 실태를 살펴보면 소상공인 57% 이상이 평균 순이익 100만 원 이하이고, 창업 후 2년 내 50%가 폐업하며, 자영업자 중 80% 이상이 주말 없이 하루에 10시간 이상 근무를 한다고 합니다. 결국 이들은 업종을 바꾸게 되고 그때마다 빚을 내고 심지어 사채까지 쓰고 난 후, 개인회생, 파산 신청의 수순을 밟게 되는 거죠.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떠밀리듯 시작했건만 대박은커녕 빚더미에 오르는 경우가 헤아릴 수 없는데요… 그래서 최근 들어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자영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박은선PD님 - 생각해 보면 1997년 IMF 때에도 한창 ‘창업 붐’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그 당시와 지금은 차이가 있을까요?
김은섭 - 네, 그렇습니다. 1997년 IMF때에도 자영업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요, 그 당시는 모두 그럭저럭 잘 살아남았습니다. 그 때는 은퇴를 할 때 거의 대부분이 명예퇴직이었습니다. 그래서 몇 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넉넉하게 챙길 수 있었고, 물가도 비싸지 않아서 창업하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창업자금은 부족한 반면 물가도 올랐고, 임대로도 올라서 창업을 하는 순간 빚을 내야 하는 형편이죠. 그런데도 어쩔 수 없는 생계형 창업이다 보니 생기기는 엄청나게 생겨서 결국 포화에 이르게 됩니다.
박은선PD님 - 지금 상황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시죠?
김은섭 - 예를 들어 신촌의 경우 100m 내에 편의점이 5군데 있고 홍대 정문 앞의 경우 300m 내에 17군데의 카페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과포화 상태인거죠. 더욱 큰 문제는요...가게는 많은데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가질 않는다는 겁니다. 맛과 서비스가 모두 거기서 거기니까요. 왜그렇냐? 거의 프랜차이즈니까요. 저자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절대로 자영업을 시작하지 마라고 경고합니다. 그리고 ‘망해봐야만 알 수 있는 이야기’, 자영업자의 능력과 상관없이 실패로 갈 수 밖에 없는 이상한 나라의 자영업자의 현실을 이 책에 담고 있습니다.
박은선PD님 – 본문에서 보자니 저자는 망하지 않는 10계명을 소개하고 있네요. 지금껏 성공법칙은 들어봤지만 망하지 않는 10계명..이라고 하니까 다르게 들립니다. 특히 망해 본 사람이 전한다니까..더 와닿는데요…어떤가요?
김은섭 – 창업자들의 십중팔구는 망하는데요..바로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준비 없이 무작정 뛰어들기 때문입니다. 망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이지요. 우선은 돈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참으로 위험스럽습니다. 창업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창업해야 실패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에서는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가 힘들기 때문이죠.
박은선PD님 - 구체적으로 10계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김은섭 -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2. 처음부터 판을 크게 키우지 말라
3. 빚지지 말라
4. 아는 사람에게 더 잘하라.
5. 손님은 왕이 아니라 신이다
6. 영업하라
7. 자신을 브랜드화하라
8. 혁신하기 위해서 문서화하라
9. 피드백을 듣자
10. 실행은 즉각적으로
박은선PD님 - 마지막으로 자영업자나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김은섭 - 창업을 하려면 관심가는 업종의 일을 직접 해 보기를 권합니다. 최소한 6개월은 해 봐야 하죠. 그래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국내 창업 환경도 개선되어야 할 겁니다. 권리금이나 인테리어비등 예비창업자들이 공정하지 않은 조건들을 감수해야만 하는 토양과 환경이 큰 문제입니다. 정부에서는 실업률을 줄이느라 급급해서 창업자들에게 박수만 치는데요, 아무런 보조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옛날에는 직장인들의 꿈이 창업이었죠. 왜냐하면 집안살림이 창업할 정도로 먹고 살 정도가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요즘은 먹고 살 만큼 넉넉한 사람이 자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 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거나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작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겁니다.
골목 사장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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