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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보이가 주목한 오늘의 책 - 무엇이 인간인가(오종우)

by Richboy 2016. 5. 19.





혼란스러운 시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는 19세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가련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대의명분을 내세워 시대의 기생충이라 판단한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 주인공 로쟈, 가족들을 살리고자 거리로 나간 소냐, 딸이 몸을 판 돈으로 술을 마시는 마르멜라도프, 돈으로 황폐해진 정신을 채우려드는 스비드가일로프, 그리고 타인의 불행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려는 무수한 사람들.

베스트셀러 《예술 수업》 오종우 교수의 『무엇이 인간인가』는 《죄와 벌》 속 19세기 상트페테르부르크 풍경과 21세기 오늘의 풍경을 교차하며 인간과 인생에 대한 통찰을 전한다. 저자는 로쟈가 자수를 하는 마지막 날까지 그를 좇으며 존엄성이 사라진 시대,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 대해 분노와 비판을 넘어 어떻게 사유하고 살아가야 할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인간의 자격에 대한 잘못된 통념과 우리를 노예 혹은 기계로 전락시키는 속박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150년 전 탄생한 《죄와 벌》을 오늘의 텍스트로 완성해가는 저자의 작업은, 마치 도스토옙스키와 대화를 나누는 듯 보인다. 우리는 그들의 대화에 참여하여 진정한 인간다움은 무엇인지, 존엄한 삶은 어떻게 가능한지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산다는 건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는 일이 아니다”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탄생 150주년
《예술 수업》 저자 성균관대 오종우 교수가 불러낸 《죄와 벌》
19세기의 고전이 21세기 우리들을 뒤흔드는 강렬하고도 깊은 사유!

“인간이 되고 싶어서, 인간의 신비를 탐구하려고 합니다.”


산다는 것은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는 일이 아니다. 이득을 따지고 점수를 매기고 도표로 실적을 헤아리는 게 인생이 아니다. 산다는 건 한 곡의 노래를 부르는 일과 같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삶의 모습은 어떠한가. 예술작품보다 회계장부를 만드는 일에 가깝지는 않은가. 
 
2015년 《예술 수업》으로 세기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의 예술적 감수성을 일깨웠던 인문학자 오종우가 이 책 《무엇이 인간인가》에서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깊이 읽으며 우리의 인문적 사유를 깨운다. 그는 《죄와 벌》에 그려진 19세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가련한 삶들과 21세기 오늘의 삶을 교차하며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우리 인생을 손익과 성과로 점수 매기게 하는 걸까. 우리는 계산하며 살아온 것을, 생각하며 산다고 착각해온 건 아닐까. 노예나 기계로 전락하지 않고 인간으로서 진정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도스토옙스키는 친형 미하일에게 보낸 편지에 ‘인간이 되고 싶어서, 전 생애를 바쳐, 인간의 신비를 탐구’하겠다고 썼다. 도스토옙스키에게 글쓰기는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알기 위한 수업(修業)이었다. 그 수업의 과정이자 결과인 대작 《죄와 벌》을 함께 읽어나간 이 책은 작품 해설서도 고전 쉽게 읽기 같은 교양서도 아니다. 글은 간명하고 쉽게 쓰였으나 이 작고 가벼운 책이 담고 있는 사유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인간에 대한 도스토옙스키의 치열한 통찰과, 우리가 가진 시대의 통념을 전복하는 저자의 놀라운 사유를 넘나들며, 나의 일그러진 시대를 바로 보고 나라는 인간을 깊이 이해하고 나의 삶을 새롭게 써나갈 최고의 인문 수업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19세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가련한 인물들이
21세기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뜨거운 질문


“아무 데도 갈 데가 없다면!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디든 갈 데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 이상 아무 데도 갈 데가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 이해하시겠습니까.
아니! 아직 모를 겁니다…….”

《죄와 벌》은 주인공 로쟈(라스콜리니코프의 애칭)가 겪은 단 13일간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1장은 그 첫날의 풍경을 보여준다. 우리는 로쟈를 따라 선술집으로 들어가고, 딸이 몸을 판 돈으로 술을 마시고 있는 인물 ‘마르멜라도프’를 만난다. 로쟈와 우리는 그를 욕하기보다 그에게 호감을 가지고 만다. 왜일까. 무엇 때문에 이 짐승만도 못한 자에게서 인간의 품격을 느끼게 되는 걸까. 저자는 마르멜라도프가 털어놓는 인생사에 깊이 귀 기울이고 그의 고통과 고뇌에 공감하며, 도스토옙스키가 풀고자 했던 인격의 비밀에 가까이 다가선다.

책은 이처럼《죄와 벌》에 그려진 19세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가련한 인물들에 주목한다. 마르멜라도프는 성실하고 선량한 가장이었으나 직장에서 구조조정을 당하는 바람에 일자리를 찾아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 빈민가로 들어왔다. 마르멜라도프의 딸 소냐는 빈곤에 시들어가는 가족을 살리고자 거리로 나가 몸을 판다. 주인공인 법학생 로쟈는 학비와 생활비가 부족해 휴학을 하고 골방에 처박혀 지내며 세상의 부조리함에 대한 분노를 키운다. 로쟈의 누이 두냐 또한 가족을 위해 돈에 팔려가는 결혼을 선택한다. 
 
더 이상 갈 곳 없는 사람들. 이들의 삶보다 우리의 삶이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빛의 도시라는 화려한 이름에 가려진 어두운 뒷골목의 음울한 풍경은 21세기 여느 도시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헤세는 《죄와 벌》을 읽고 이렇게 썼다.
“우리는 그의 작품 속 온갖 가련한 존재들의 가련한 형제가 된다. 그들의 고통을 함께하며 그들과 함께 경직되어 숨도 못 쉬면서 삶의 소용돌이 속을, 죽음의 영원한 물레방아를 멍하니 들여다본다. 우리는 경악스러운 지옥과도 같은 그의 세계의 경이로운 의미를 체험한다.”

혼란스러운 시대, 고단한 삶, 그럼에도 품격을 잃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


“인간의 마음이 혼탁해지고 안락이야말로 인생의 핵심이라고 떠들어대는 현대의 사건,
바로 우리 시대의 사건.”

문명과 사회는 발전하고 있다지만, 우리는 정말 진보하고 있는 것일까? 《죄와 벌》에 나오는 모든 사건은 우리 시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두가 안락을 바라는 이면을 살피면 고단한 삶에 지친 모습들이 보인다.
로쟈는 마르멜라도프나 소냐처럼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자신이 나서서 정의를 실현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소설이 시작된 지 3일째 되는 날 그는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다. 그는 인간성이 사라진 상태에서 ‘기계적으로’ 일을 저질렀다. 하지만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우리는 로쟈를 범죄자로 손가락질하기보다 로쟈의 생각에 공감하고 로쟈의 고뇌와 방황에 이입하고 만다.
이때 저자는 묻는다. 이것이 진정 정의로운 것일까? 로쟈의, 혹은 우리의 계산속은 아니었을까? 로쟈는 전당포 노파를 가난한 이들의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이라고 판단하고 그를 죽여 다수를 살리고자 했지만, 그런 논리는 우리 시대에 ‘대박’을 소리 높여 말하는 현상과 다르지 않다고 말이다. 한 인간을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고 숫자로 생각하며, 단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드는 편리의 추구이다. 
 
도스토옙스키는 로쟈의 친구인 라주미힌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논리로는 인간의 본성을 감당할 수 없어. 백만 가지의 것을 몽땅 잘라버리고 죄다 안락의 문제로 환원한다니까. 유혹적일 만큼 명쾌하고, 생각할 필요도 없고. 요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

다수의 효용, 효율성의 가치, 이러한 경제적 논리는 오늘날도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 메르스 사태나 세월호 참사도 모든 것을 계량화하고 재단하는 시대의 논리가 낳은 사건은 아니었는가. 책은 로쟈가 자수를 하는 마지막 날까지 그를 좇으며 존엄성이 사라진 시대,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 대해 분노와 비판을 넘어 어떻게 사유하고 살아가야 할 것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산다는 건 회계장부를 만드는 일과 다르다.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는 일도 아니다. 수량을 세어 점수를 매기고 도표로 실적을 헤아리는 게 인생이 아니다. 산다는 건 한 점의 그림을 그리는 일과 같고, 한 곡의 노래를 부르는 일과 같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조건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은 인물들을 다시 보자. 우리는 자신의 안락을 구하는 게 아니라 자기를 탓하며 딸의 구원을 기도하는 마르멜라도프에게 연민을 느끼고, 자기를 낮추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헌신하는 소냐의 삶에서 고결함을 발견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의 모든 작품을 통해 이야기한다. 2×2=4는 인생을 지배하지 못하며, 계산하는 삶은 싸구려 인생일 뿐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인간적이기만 하다면 존엄한 삶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안락을 바랄 것이 아니라, 고난을 수용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자신을 낮추며 사랑할 줄 알고, 그로써 자기를 넘어 진정한 자유를 얻는 한 곡의 노래를 부르는 삶이라면.
“로쟈는 주위 모습을 눈여겨보지 않았으며 또 아예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는 눈을 내리깔고 살았다. 그는 본다는 것이 역겨워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침내 ...... 광활한 강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멀리 저편 강기슭에서 노랫소리가 아련히 들려왔다. 그곳에는 자유가 있었다.”

한 세기를 지나 살아남은 클래식의 가치와
고전을 오늘에 비춰 읽어내는 힘


“아무리 멋진 사상이나 교훈도 매 순간 새롭게 탄생해야 진정한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저자 오종우는 도스토옙스키에 대해 ‘그는 우리의 현실감각을 마비시키는 달콤한 말은 결코 하지 않았다’고 썼다. 이 책 또한《죄와 벌》을 다루면서 줄거리를 요약해 친절하게 소개한다거나 소설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바가 무엇인지 알기 쉽게 해설한다거나 하는 달콤한 일은 결코 하지 않는다. 
 
저자는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독서 근력’이 긴요하다고 말한다. 독서 근력이란 작품을 감당하고 해석해내는 힘을 말한다. 소설을 해석한다는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 현실을 이해하는 일과 비슷하다. 한 작품을 제대로 읽어내고 나면 세상과 현실을 파악하는 능력 또한 커진다. 독서 근력을 키우는 일은 세상을 잘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수련인 것이다. 어지러운 현실을 이겨낼 시간을 앞선 통찰, 클래식이 지금에도 힘을 가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의 전작 《예술 수업》이 문학에서 그림, 음악, 영화까지 천재들의 작품을 넘나들며 우리를 황홀한 예술적 모험으로 인도했다면, 이 책 《무엇이 인간인가》는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파고들며 우리에게 강렬한 인문적 체험을 통한 깊은 사유의 힘을 선사한다. 19세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풍경과 21세기 서울의 풍경을 교차하면서, 150년 전 탄생한 《죄와 벌》을 바로 오늘의 텍스트로 완성해가는 저자의 작업은, 마치 도스토옙스키와 대화를 나누는 듯 보인다. 우리는 그들의 대화에 함께 참여하며 진정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존엄한 삶은 어떻게 가능한지 그 비밀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집필중입니다. 이 책을 써야 할 이유를 고민하는데만 2년이 걸린, 제게는 일종의 숙원사업입니다. 5월까지 어떻게든 탈고를 하려고 읽고 싶은 책들을 억지로 외면하고 고개숙여 글만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만은 외면할 수 없더군요. <예술수업>에서 오종우 라는 저자의 글에 반해 있던 터라 그의 신간을 말 그대로 '대충 훑어보려' 했는데, 한 문장씩 곱씹느라 벌써 열흘 째 글을 못쓰고 있습니다. 오종우는 제게 '얄미운 사람'입니다.


오늘 하늘이 어땠는지 살피지 못하고, 나무 그늘에서 들리는 새소리도 듣지 못한 채 바쁘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별도 잠이 들었는지 깜깜한 밤에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면서 문득 드는 생각은 정말 바쁜 하루였는데 정작 뭐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적 없나요? 그래서 '아~정말 힘들다. 뭐 사는 게 이래?'라며 생각한 적 없나요?

원래 그런게 인생이라고, 뭐 다를 게 있을 줄 알았냐며, 남들도 너와 별 다를 바 없다는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나 답게 사는 인생을 살려면 내가 사는 의미를 알아야 하고, 사는 의미를 알려면 나란 인간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합니다. 인간이란 존재가 어떻게 되먹었는지도 함께 말이죠. 그런 고민없이는 절대 '행복'할 수 없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나조차 모르기 때문입니다.

오종우의 <무엇이 인간인가>는 도스토엡스키의 <죄와벌>을 통해 인간을 알게 합니다. 모순투성이인 로자를 통해 나를 만나게 하고, 그의 고뇌를 통해 그냥그렇게 보내고 있는 내 인생을 생각하게 합니다. 

나이를 의식하는 순간 마음이 바빠집니다. 단 한순간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아집니다. 그런 제가 집필도 마다하고 시간을 잊고 이 책의 한페이지에 몰두하고 있는 이유는 '나'를 알고 싶어서 입니다.

순간을 뜻있게 보내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올해의 책입니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