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인터뷰 4) 개그맨 김영철이 책을 낸 사연이 있다고요?

Q. 이제 작가 김은섭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 책 이전에도 에세이를 쓰신 적이 있으신데요, 서평을 하시다 직접 책을 쓰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몇 년 동안 서평을 블로그에 쓰다가 문득 ‘나는 누군가의 책이 없으면 글을 쓰지 못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000 편을 훌쩍 넘겨서 쓸 때 쯤 인데 약간 슬픈 생각이 들었죠. 그 때 그동안의 서평을 모아 책을 내자는 제안이 왔어요. 그래서 저의 첫 책 <질문을 던져라 책이 답한다>가 나왔죠. 서평가가 저자가 된 거죠. 제안을 받았을 때의 얼떨떨함과 제 글을 책으로 받았을 때의 설렘이 지금도 생각나네요.  

첫 책을 냈던 2010년에 ‘당신이 생각하는 책과 독서와 북리뷰’에 대해 책을 내고 싶다는 제안을 다른 출판사로부터 받았어요. '어떻게 그 많은 북리뷰를 쓸 수 있었던 거니? 넌 책을 어떻게 고르고 읽는 거니?' 하는 의문들에서 비롯된 제안이었죠. 그 다음 책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이 나온 계기였어요. 이 때 비로소 내 생각을 온전히 한 권에 담은 책을 내게 된 거죠.  

출간제안을 받았을 때 저는 제 책 제목처럼 집필 앞에서 머뭇거렸어요.

'과연 내가 에세이를 쓸 수 있을까' 망설였던 거죠. 출간을 제안한 출판사의 권병두 편집장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 책은 낼 수 없었을 거에요.

마침 첫 책 출간을 계기로 저자 특강과 강의, 매주 한 권의 책을 생방송으로 소개하는 방송출연 등을 하느라 월요일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갈 때였거든요. 일정을 마치면 밤마다 권 편집장을 종각 뒷골목에서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집필에 대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마치 신경정신과 의사를 만나 상담하듯 나눴어요. 막차를 탈 때 즈음이 되면 권 편집장은 제가 항상 이렇게 말했죠. “지금 저와 나눴던 이야기가 정말 좋네요. 그걸 글로 써보세요.” 그 시가 동안 '내 생각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법'을 배웠어요. ‘말하듯 쓰되 군더더기 없이 귀에 쏙쏙 들어오게’. 

저는 권 편집장이 제 책의 공동저자라고 생각해요. 그 때 태어난(지금은 절판된) <책 앞에서 머뭇거리는 당신에게>는 독자 리뷰 100개가 넘을 만큼 호응이 컸어요. ‘이 책 덕분에 나도 블로그에 책리뷰 쓰기를 시작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죠. 저자 강연과 방송 출연도 계속 됐어요. 아직도 그 분은 제게 ‘영원한 편집장님’이에요.

Q. <행복한 부자 학교 아드 푸투룸>은 어떤 면에서는 환타지 소설 같고, 어떤 면에서는 경제교육서, 또 다른 면에서는 독서 교육서 같은 다양한 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어떻게 기획하시게 되셨는지요?

A.  좋은 질문이네요. 이 책의 성격은 ‘환타지 경제동화’에요. 초등 4학년 정도 되면 아이들이 유독 ‘경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요.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경제’라기보다는 ‘돈, 부자’에 대한 관심이죠. 특히 2010년 이후 태어난 이른바 ‘알파세대’들은 이 분야에 더욱 관심이 깊어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부모더러 '신용카드가 많아서 원하는 모든 것을 그냥 살 수 있는데 왜 돈을 벌러 일을 하러 가냐?'고 물어요. 아니면 부모가 직장이란 데를 '출근만 하면 손쉽게 돈을 꺼내오는 곳'으로 알죠. 조금 더 커서 돈을 알 때 즈음 알면 '왜 우리집은 부자가 아냐?'자와 우리집은 왜 이렇게 큰 차이가 있냐며 따지듯 묻죠.  

부모는 당사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데 시중에 나와 있는 어린이 경제교육서들은 대부분 어른의 경제서를 쉬운 말로 풀어서 쓴 책이 대부분이고, 몇몇은 부모를 대상으로 ‘아이들을 이렇게 저렇게 가르쳐라’라고 쓰고 있죠. 결국 아이를 가르쳐야 할 몫은 부모에요. 정작 진짜 독자는 아이인데 말이죠. 

저는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돈과 부자 되기를 쉬운 말로 직접 알려주고 싶었어요. 돈이 왜 필요한지, 돈을 어떻게 버는 건지, 돈을 아껴서 쓰는 방법과 저금과 저축의 차이는 무엇인지 아이들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생활 속에서 스스로 실천할 수 있도록 환타지와 현실이 결합된 스토리로 풀어냈어요. 

앞으로 나올 시리즈에서 이자와 복리, 투자와 사업의 세계까지 스토리에 담아서 낼 예정이에요. 독자들이 한 권 한 권 읽을수록 행복한 부자가 되는 길로 점점 다가갈 수 있을 거에요.

<행복한 부자 학교 아드 푸투룸>에서는 특히 책읽기를 많이 강조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 간단해요. 행복한 부자가 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돈이 많으면 과연 매일 매일 행복한 부자가 될까요? 행복한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고 얼마나 벌어야 할까요? 어린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과 행복한 부자가 되는 건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요? 이런 질문의 답에는 독서가 항상 걸쳐 있어요. 

책을 많이 읽으면 그만큼 많이 알게 되고, 많이 생각하게 되요. 그럴수록 ‘나’를 잘 알게 되죠. 행복한 부자가 되는 길에는 ‘나를 잘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해요. 그 이유는 이 책을 읽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에요.    

 

Q.  기획 이야기가 나와서 질문 드립니다. 이전에도 많은 책들을 기획하여 출판사에 추천하고, 실제로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도서를 기획하고 추천하실 때 김은섭 작가님만의 기준이 있나요?

A.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이런 책이 있다면 참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종종 들곤 해요. 

이제까지 없던 책, 독자로 하여금 변화하게 하는 책, 나아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하는 책이 그런 책들이에요. 해외에서는 출간되어 호응이 좋은데 국내에는 아직 출간되지 않은 책들을 발견하면 기획자로서 출판사 여러 곳에 제안해서 국내출간을 몇 권 돕기도 했어요. 작가를 새로 발굴한 적도 있어요. 그 중에서 개그맨 김영철 씨가 기억나네요. 

어느 날 김영철 씨에게서 "독서를 잘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는 메시지가 트위터로 왔어요. 연예인이 일면식도 없는 일반인에게 질문을 던지게 한 그의 ‘열정적인 호기심’이 꽤 인상적이었어요. 

메시지로 답하기엔 너무 많은 내용이라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했어요. 때마침 여의도에서 책을 소개하는 생방송에 매주 출연하고 있어서 여의도의 어느 카페에서 만났어요. 

낯선 두 남자가 처음 만났는데 두 시간을 넘겨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김영철 씨는 참 매력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이었어요. 야무진 꿈도 많이 갖고 있었죠. 그의 꿈 중에는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는 것도 있었고, 영어를 마스터 했으니 본토에서 영어로 사람들을 웃기고 싶다고 했어요. 

그 때 김영철 씨는 매일 새벽 6시에 강남 영어학원에서 일반인들과 함께 영어회화를 수강하고 있었어요. 저는 그의 남다른 열정에 매료되었어요. 일이관지(一以貫之)란 말이 있어요. ‘하나의 궤를 뚫을 줄 알면 다른 것도 능히 할 수 있다’ 정도의 해석일텐데, 그의 영어 공부에서 그런 걸 느꼈죠. 그는 대화 중에 "나는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해낼 수 있어요!" 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한두 번을 더 만나고 제가 그에게 “당신의 이야기로 책을 냅시다.”라고 제안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그의 열정을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는 “아니, 내가 무슨 책이에요.” 라며 그는 사양했지만 ‘당신이 책을 쓴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멋진 개그맨으로 살게 될 것’이라는 저의 비전과 기획안을 듣고 흔쾌히 동의했어요. 

꽤 많은 노력 끝에 나온 책이 <일단, 시작해>에요. 책 반응이 좋았어요. 대중강연도 많이 했어요. 개그맨이 아닌 작가로서 대중을 만난 거죠. 이후 김영철 씨는 여러분도 잘 아는 것처럼 국내에 손꼽히는 개그맨이 되었죠. 앞서 말한 그의 꿈들도 모두 현실이 되었거요. 저 개인적으로 오늘날의 김영철 씨는 작가로 거듭난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독자들도 책을 통해 인간 김영철을 더 잘 알게 되었고 그의 변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을 거라 확신해요. 출간 기획자로서는 큰 보람이죠.  

 

저자 인터뷰는 계속 됩니다, 꾸벅. 

리치보이 - <행복한 부자 학교 아드 푸투룸 1, 2> 저자, 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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